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4
운이 좋았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첫 번째 10대 평균 능력치를 가진 몬스터야 지금 한성의 힘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했다.
두 번째 E등급 몬스터까지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다.
능력치만으론 두 배의 차이. 수적으로도 불리했지만, 한성은 [마력 지배]와 ‘경험’이라는 게 있으니까.
[정보 열람]을 사용할 것도 없이 너무나 잘 아는 몬스터였고 카지노에서 번 돈으로 구매한 [하급 힘의 물약], [하급 체력의 물약], [하급 전신 아머리] 등.
총 1억2천만 원을 모두 소모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원래는 포기해야 맞는 수준이었다.
카지노를 다녀오면서 준비한 아티펙트가 있지만, 전 단계에서 모든 버프 물약을 써 버렸기에 간당간당했다. 무리를 한다면 몇 분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정도로는 입학이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성에게 나온 랜덤 D등급 몬스터는 ‘스펙터’라는 마력형 몬스터. 육체 능력과는 상관없이 마력 능력치와 마력 재능에 큰 영향을 받는 몬스터.
사실상 이번 시험에 나올 수 없는, 그러니까 ‘오류’에 가까운 상황이었고 한성은 이미 마법으로 정점을 찍었던 플레이어이면서 [마력지배]까지 있으니, 스펙터 따위에게 질 일은 없었다.
그래도 D등급이라고 마력 탈진까지 오긴 했다.
원래 여기까지가 한계였을 거다.
C등급에선 정상적으로 키가 4m를 넘기는 ‘트윈 헤드 트롤’이 나왔다.
절대로. 무조건 이길 수 없는 강력한 몬스터. 게다가 한성은 마력까지 고갈되어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후였다.
그런데 운이 적용된 것인지.
아니면 이것도 오류였는지.
두 개의 머리가 서로 싸우기 시작하더니, 한성은 자리에 서서 ‘생존 시간’에 대한 점수를 몽땅 먹고 나와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결국 성공했다.
입학과 화려한 데뷔까지.
* * *
“아씨.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지나가는 길마다 학생들. 아니. 이제는 ‘후보생’들이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딱히 듣고 싶었던 건 아닌데, 카메라가 몇 개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렸다.
“쟤가 그렇게 강하다며? 순위는 500위쯤인데 금방 치고 올라올 거래.”
“순위 측정 테스트에서 길성현, 진 훈, 한 별. 다 밟아버렸다며?”
“거의 무시하고 비웃고 깔봤다는데? 내가 거기 있었는데······!”
“근데 진짜 못생겼다. 3초 이상 못 쳐다보겠어!”
“야! 3초도 길어!”
강하다는 거야, 아직은 착각이지만 곧 강해질 것이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도대체 언제 무시했다는 거야?”
그저 마력 탈진 때문에 멍했던 것뿐이다. 빨리 앉아서 쉬고 싶었고 다른 생각할 여유도 없었으니까.
가장 기분 나쁜 건.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한성은 카메라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하긴, 매력 3이다.
이목구비 자체가 변한 건 거의 없다. 뭔가 조화가 틀어졌으며 피부가 안 좋아지고 미묘하게 불쾌한 인상이 되어 버렸다.
이것도 본판이 괜찮았으면 달랐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상종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할 정도의 얼굴이었다.
순간 [운]보다 [매력]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플레이 후반으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니까.
“에휴. 그래도 보상은 꽤 후했으니까.”
– 업적 기능이 열람 되었습니다.
– [폭풍의 신입생]
– 업적 등급 판정 : 희귀
– 아무런 존재감도 없던 개복치는 ‘이한성’이라는 이름으로 폭풍같이 등장하였습니다. 앞으로 ‘이한성’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 인지도가 상승합니다!
– 메인 캐릭터 3명의 주목을 받습니다.
– 인지도 : 58 Point 획득!
– 총 563위로 상승하여 입학하였습니다!
– 목표 초과 달성!
– ‘하급 무기 랜덤 박스’을 받았습니다. * 3
– 믿을 수 없는 [운]이 작용합니다!
– ‘하급 무기 랜덤 박스 * 3’이 ‘중하급 무기 랜덤 박스’로 제공됩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군.”
[운]이라는 게 이렇다.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더 예상할 수 없는 효과를 주곤 한다.
[업적]이라는 건 초반엔 크게 영향이 없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른 게임에서의 ‘경험치’는 플레이어에게 ‘레벨’이 되지만, 이곳에의 ‘업적’은 ‘힘’을 넘어 ‘격’이라는 그 자체가 되니까.
그리고 [인지도 Point]는 퀘스트 이외에 각종 ‘랜덤 박스’와 특정 물품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 상점을 이용하는 화폐가 된다.
다를 때라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겠지만, 운이 폭발하는 현재의 한성으로선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였다.
“다시 한 번 운을 시험해 볼까?”
하급 열 개보다 중하급 한 개가 훨씬 효율적이다.
“중하급 무기 랜덤 박스 사용.”
한성에 말에 허공에 뜬 갈색 박스가 빙그르르 돌더니 뚜껑이 열렸다.
–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 [희귀] 등급 [바바리안의 검]을 얻었습니다.
후시만이 키운 바바리안 검사들이 사용하던 검.
– 근력 상승 : 3
– 체력 상승 : 3
– 체력이 10% 미만일 때, 모든 공격력 30% 상승.
(발동 시간 1분, 쿨타임 48시간)
“와, 희귀 등급?”
무기엔 크게 [보통], [마법], [희귀], [역사], [보물], [전설], [신화]의 등급 체계가 존재한다. 물론, 그사이에도 수없이 많은 게 무기의 위계(位階) 등급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희귀 등급이 나왔다.
희귀 위 등급도 많지만, 아카데미. 그것도 튜토리얼 과정에서 희귀 등급이 나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운이 좋지 않았다고만 뜬다.
“게다가 바바리안의 물품이라고?”
순간 생각나는 건 카지노에서 봤던 ‘베이크 레이몬드’가 지닌 [바바리안의 팔찌]였다. 이렇게 ‘고유 명사’가 같을 때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바바리안의 팔찌]도 희귀급에서 보물급을 각성하는 [무구]. 그것만으로도 유명하지만, 세트를 얻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이 세계관이 말도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한성은 인터넷을 사용할까 하다가 정보 열람을 사용했다.
EX등급이자 규격 외의 능력.
검색도 좋지만, 이게 빠르고 정확할 거다.
후시만이 키운 바바리안 검사들이 사용하던 검.
– 근력 상승 : 3(+10)
– 체력 상승 : 3(+5)
– 옵션 : 체력이 10% 미만일 때, 모든 공격력 30% 상승. (발동 시간 1분, 쿨타임 48시간)
– (체력이 10% 미만일 때, 공격력 및 체력 35% 상승. (발동 시간 3분, 쿨타임 48시간))
* 개화 조건 1 : 마력이 담긴 사용자의 혈액 다량.
* 개화 조건 2 : [바바리안]의 물품 동시 소유.
“역시!”
대박이었다.
바바리안의 팔찌만 얻고 모두 ‘개화’한다면 정말 최고다. 아카데미 내내 사용해도 될 만한 물건. 거기에 세 번째 바바리안의 물품을 얻는다면 ‘세트’ 효과의 가능성도 있다.
한성은 인터넷을 열어 검색했다.
‘세상의 끝, 바바리안, 세트.’
검색 결과가 쭉 나온다.
대부분 중복되는 정보였지만, 바바리안 물품은 총 5개 정도가 되고 그중에 3개를 모은 사람도 있었다. 세트 효과는 컸고 육체 능력치에 대해선 최고의 효율을 보였다.
“좋았어. 최대한 빠르게 얻어야겠어.”
팔찌까지만 얻어서 개화한다면 비실비실한 한성의 육체 능력치가 후보생이 갖는 최소한의 기준까지는 올릴 수 있을 터였다.
한성은 검과 팔찌를 제외한 바바리안의 물건을 찾기 위해 밤늦게까지 인터넷 서핑을 했다.
딱딱하게 멈춰버린 정보의 바다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였다. 그 모습에 한성의 가슴 속에서 울컥 무언가 올라왔다.
바빠지면서 1년에 몇 번 못 보던 부모님이 보고 싶었고 성질 고약한 누나 또한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보기 싫었던 누나지만, 가족은 가족인 모양이었다.
공기는 왠지 모르게 쌀쌀했고, 넓은 기숙사는 휑했다.
한성은 강렬한 공허함에 이불을 머리까지 올려 눈을 감았다.
* * *
아카데미 중앙의 [중급 체력 단련실]은 하나의 축구 경기장을 축소해 놓은 모양이었다.
최소 100kg에서 최대 톤 단위까지 있는 벤치, 파워렉 등은 물론이고 온갖 기구가 나열되어 있었고 한쪽엔 고중력 훈련실, 속성 저항 훈련실, 고농도 마력 훈련실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야, 넌 뭘 그렇게 열심이야?”
한 별은 자신도 200kg의 아령을 올리고 있으면서 진 훈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보다 무거운 1.2톤을 짊어지고 스쿼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지, 거친 호흡에 땀을 줄줄 흘렸다.
한 별은 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한성이라는 후보생은 500위까지 올랐다. 그래도 500위라는 순위는 10위 안의 자신들과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는 홀로 C등급의 몬스터에게 끝까지 버텼다.
아니, 그 정도 점수면 상처를 입혔거나 죽였을 수도 있다.
쾅.
진 훈이 무게를 내려놓았다.
“후욱. 후- 대단했잖아.”
“한성인가 뭔가 하는 녀석?”
“그래, 그 눈빛 봤어?”
한 별은 기억을 떠올렸다.
그냥 멍했던 것 같은데.
“뭐······.”
“마치 우리 형. 아니, 아빠를 보는 것 같았어.”
“응?”
“겨우 그 정도냐? 그게 다야? 더 해 봐. 할 수 있으면! 한 번 따라와 봐!”
“에이. 그건 아닌······.”
한 별의 눈엔 그저 탈진해서 초점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 그게 맞을 거다. 한 별의 눈은 굉장히 정확하니까.
“아니야. 분명했어. 그건 여유야.”
“여유?”
“그래, 우리. 그리고 길성현이라는 친구까지 경쟁 상대로도 안 보이는 거지.”
진 훈은 강한 상대를 보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자기가 더 좋아하게 되고 말이다.
“······걘 또 언제 친구가 된 거야?”
“동갑이고 같은 학교면 친구지 뭐.”
“에이, 그건 아니다.”
“왜? 그렇게 나쁜 애도 아닌 거 같은데.”
“하긴······ 너한테 나쁜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한 별은 그런 진 훈을 이해할 수 없지만, 또 그런 면이 좋기도 했다. 한없이 착하고 포용력 있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
“하여튼, 더 노력해야겠어. 나 중력장 한 번 다녀올게.”
“윽! 그걸 하겠다고? 오늘 4시간이나 한 거 알아?”
“해야지. 해야 이기지.”
진 훈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한 별은 오랜만에 진 훈의 뜨거운 눈빛을 봤다.
진 훈은 이럴 때 가장 들떠 있다. 마치 이런 게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듯 거칠게 뛰는 심장을 사랑한다. 그 때문에 한 별은 말릴 수 없었다.
또한, 호승심이 생기기도 한다.
친구인 훈에게 질 수 없다.
“알겠어. 나도 그럼 ‘이능’ 훈련이나 더 할게.”
“오케이. 이따 보자.”
한 별은 중력 훈련장으로 들어가는 진 훈을 보곤 스마트 워치를 활성화했다.
“네, 이 팀장님. 조사할 사람이 있습니다. 네.”
궁금증. 그리고 경계이기도 했다.
새하얀 백지와도 같은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를 오염시켜버릴 검은 오물인지.
“조사만 해 주세요. 이후의 일은 제가 처리합니다.”
친구가 될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재능이 있는 친구 같은데, 직접 죽이고 싶진 않았으니까.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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