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too many Talents RAW novel - chapter (254)
제261화
261화
“머리 양쪽은 최대한 피해서 공격하는 것, 잊지 마세요.”
뱀의 해부를 마친 정현이 파티원들에게 당부했다.
놈들의 독낭은 양쪽 입꼬리 끝에 붙어 있었다.
독낭을 온전하게 들어내면 누출은 되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면 그대로 가스 형태로 뿜어져 나오는 것도 확인했다.
다카하시 덕에 독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래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기술이라고 해도 번번이 그녀를 앞으로 불러내는 것 역시 조금 꺼려졌고.
한편, 그 이야기를 듣는 파티원들의 표정은 조금 오묘했다.
“이게 한국 헌터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현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중.
게이트에서 즉석으로 몬스터를 해체하는 짓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확실했기에 마냥 기행으로 취급할 수도 없었다.
‘사무실 직원들한테 해체하는 법을 교육해 달라고 해야 하나?’
다카하시는 본격적으로 한정현과의 교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반형 게이트는 대부분 출현 몬스터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중요성이 덜하겠지만, 임무형 게이트에서 저런 능력이 있다면 새로운 몬스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터다.
보기야 어떻든 헌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생존.
살아남을 확률이 1%라도 늘어난다면 무슨 짓이든 해야 했다.
물론 그녀가 정말 이런 제안을 한다 해도 정현은 거절할 것이다.
영업 비밀 같은 이유가 아니라, 한두 번 수업을 듣는다고 흉내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간 일본 작업장에서 뼈가 부러져라 손질을 해 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테지만 어떤 헌터가 그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까지 해체 기술을 배울까.
괜히 어쭙잖게 해체를 시도했다가 부상을 입거나 중독된다면 오히려 극심한 손해였다.
“머리를 공격하기가 까다롭다면 몬스터를 잡는 것도 상당히 힘들겠는데요. 어쨌든 가장 큰 급소를 노릴 수 없게 되는 거니까요.”
한편, 처음에는 다른 헌터들과 같이 놀랐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주의 깊게 해체를 지켜보던 요시다가 의견을 냈다.
생물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가장 노리기 쉽고 직관적인 약점은 머리였다.
특히 뱀처럼 인간과 신체 구조가 아예 다른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러니 그 머리를 노릴 수 없다면 사냥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정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양쪽 볼을 노리지 말라는 거지, 머리 중앙은 공격하셔도 됩니다.”
“?”
그러니까, 정현의 말은 독낭이 양쪽 볼에 달려 있으니 그곳을 피해 머리 중심을 노리면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그건 그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근데 그걸 어떻게 하냐고.’
다만 다른 헌터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대답이 기만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 전투 중에 머리를 맞히는 것도 상당히 힘든데 그 와중에 중심을 타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게 왜 불가능해요? 이렇게 하면 되는데. 이렇게.”
정현은 요시다의 질문에 되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껍질과 살이 깔끔하게 발라져 휑하니 드러난 두개골에 천천히 곡괭이를 찍는 시늉을 하면서 말이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딱히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려운가?’
이 정도는 자신이 B등급 시너지를 가지고 있을 때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서로 오해의 골이 깊어지고 있을 즈음, 결국 정현이 먼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럼 다른 급소를 노리면 되죠.”
그래, 평범한 헌터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정현은 두개골 대신 이번에는 나무에 널어놓은 가죽을 집어 들었다.
어찌나 잘 발라냈는지 살점 하나 붙어 있지 않고 잔 상처 하나 나지 않은 매끈한 상태였다.
당연히 명품 회사에 상품으로 팔 생각이었으니 정현도 특별히 집중해 발라낸 자랑스러운 결과물이었다.
가죽을 쫙 펼친 정현은 위에서부터 네 번째 마디를 손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위아래의 세 번째와 다섯 번째보다 눈에 띄게 두꺼웠기에 확연히 티가 나는 부분이었다.
“여기, 두 마리를 도축해 보니까 세 번째 마디를 아래에서 위로 찌르면 심장에 닿습니다. 가죽이 상해서 별로 추천해 드리지는······ 흠흠, 어쨌든 머리를 공격하는 게 어려우시다면 이쪽을 노리셔도 됩니다.”
비싼 값에 팔아야 할 가죽의 심장부에 구멍이 뻥 뚫리는 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지만 어쩌겠나.
“이놈들이 보니까, 공격하기 전에는 고개를 높게 치켜들고 위에서 내리찍더라고요. 그때 요시다 씨가 창을 찌르면 자연스럽게 될 겁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자신이 다 처리할 테지만, 혹여 한 마리가 새거나 할 때를 대비해 파티원들도 상대할 방법을 알아야 한다.
“흠······.”
확실히 아까 머리를 노리라고 했을 때와는 반응이 조금 달랐다.
이제야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생각에 정현이 흡족해했다.
‘그냥 정현 상한테 전부 잡으라고 해야겠다.’
‘음, 열심히 시간만 끌어야겠군.’
아마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면 조금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정현의 말에 틀린 구석은 없었다.
네 번째 마디가 다른 마디들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고, 놈들이 공격할 때는 머리를 잔뜩 치켜들어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것도 맞았다.
다만 공략법이 맞는다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행할 수 있느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로 머리를 들었다 내리찍는데 어떻게 그 와중에 세 번째 마디를 정확히 공격한단 말인가.
그런 공격법에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창술 특성의 요시다도 그럴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말도 안 되는 공략법이라고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현은 실제로 그 공격을 아주 여유롭게 피한 다음 아주 여유롭게 놈들의 머리를 곡괭이로 내리찍었으니까.
그 움직임도 놀라울 정도였지만,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렇게 내리친 곡괭이가 두꺼운 머리를 관통해 땅에 박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 그럼 다시 가봅시다!”
임무형 게이트 관광 한번 제대로 시켜 주겠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웬 말도 안 되는 허풍인 줄 알았건만.
일본의 헌터들은 어쩐지 그 말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그 이후로도 전투는 단조로운 패턴의 반복이었다.
처음처럼 많은 수의 뱀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보통 두 마리 정도, 잘해 봐야 서너 마리가 한 번에 등장했을 따름이었다.
“쉬이이익-”
퍽- 퍽-
“쉬이이익-”
퍽- 퍽-
“······.”
그리고 그 단조로운 패턴의 반복만큼이나 정현을 지켜보는 파티원들의 반응도 무미건조해졌다.
뱀들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든, 몇 마리가 협공을 하든 정현이 그것을 뛰어넘는 움직임으로 전부 죽여 버리고 있으니 이곳이 위험천만한 게이트 내부인지 4D 영화관인지 의문일 지경이었다.
워낙 신출귀몰한 전투로 독낭이 터지는 일도 없었으니 묘하게 심심해진 다카하시가 요시다에게 한번 이렇게 질문했을 뿐이었다.
“요시다 상, 그런데 정현 상은 뭘 저렇게 외치시면서 공격하시는 건가요?”
정현은 꼭 뱀을 상대하기 전에 뭐라 짧게 외치면서 달려가곤 했는데 그 뜻이 궁금해졌던 것.
요시다는 다카하시의 질문에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 가죽, 이라고.”
“네?”
“‘가죽 가죽!’ 하시면서 곡괭이를 휘두르고 계십니다.”
“······.”
요시다의 해설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궁해진 다카하시는 입을 아예 다무는 쪽을 택했다.
벌써 정현이 단칼, 아니 단곡괭이질로 죽인 뱀만 수십 마리에 달했다.
그리고 전투가 마무리되었을 때마다 정현은 놈들의 가죽을 정성껏 벗겨 냈다.
그 기술이 어찌나 신묘한지 집채만 한 가죽을 벗기는 데 한 마리당 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좍- 하면 칼날을 따라 얌전히 그 속살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 덕에 정현의 가방은 어느새 어마어마한 부피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당연히 전투 시에는 번거로울 수밖에 없기에 매번 뱀이 나타날 때마다 가방을 벗었다 다시 메야 했지만 그 정도 귀찮음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듯 보였다.
가죽 외에도 정현이 곧잘 챙기는 부위가 하나 더 있었다.
“저······ 독낭은 왜 챙기시는지 여쭤봐 주시겠어요?”
“······라고 하십니다.”
“아, 뭐든 챙겨 놓으면 언젠가는 쓰겠지요.”
보기만 해도 흉물스러운데다 그만큼 위험하기까지 한 뱀의 독낭을 정현은 밀폐 용기에다 되는대로 챙겼다.
게이트에 저런 용기까지 챙겨 오다니, 역시 한두 번 몬스터들을 벗겨 먹은(?) 솜씨가 아니었다.
정현은 그렇게 대답하며 허리춤 뒤에 매어 놓은, 주먹만 한 크기의 수류탄처럼 생긴 것을 툭툭 건드렸다.
“이것도 다 이런 걸 재료로 만든 거거든요.”
“그걸요?”
다카하시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가 봐도 제대로 된 보조 장비처럼 보이는데, 저것도 설마 직접 제작한 것이라는 말일까?
“재료만 제가 가져다주면 생각보다 싼 가격에 만들 수 있습니다.”
“아하.”
다행히 그건 아니라고 한다.
하긴, 저 정도 실력에 장비 제작 기술까지 갖췄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법원에서 사기죄로 실형을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사실 지금까지 보여 준 것만으로도······.’
물론 다카하시도 저 정도 뱀쯤, 몸만 온전하다면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몸놀림이 재빠르고, 다카하시가 소수의 강적에 특화되어 있다고 한들 S등급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의 몬스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아무리 그녀의 몸이 온전하다고 해도 다른 파티원들을 들러리처럼 만들어 버릴 정도로 혼자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했다.
아니, 그녀가 아니라 누가 온다 한들 안 될 것이다.
눈앞의 한국인 헌터는 그걸 해냈다.
그가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확언했던 것처럼, 힐러 와타나베는 오직 그녀에게만 치유를 집중하고 있었다.
부상자는커녕 정현을 제외한 다른 헌터들은 몬스터를 상대할 일조차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리고 쾌속 전투가 불러온 결과물은 하나 더 있었다.
이번에도 가죽을 전부 벗겨 내 가방에 쌓아 넣은 정현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이제 슬슬 다 온 것 같은데요?”
그의 시선이 향한 방향은 처음 괴성이 들려왔던 산봉우리였다.
어느새 그들은 멀찍이 보였던 산에 올라선 상태였다.
어떤 조화인지는 몰라도, 산봉우리 위에 걸쳐 있던 달은 그들이 가까워진 만큼 큼직해져 있었다.
지구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높은 산에 오르더라도 달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이에 있는 것이었으니.
그러나 저 달은 어째서인지 정말 산봉우리 바로 위에 있는 것처럼, 이제는 눈이 조금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을 뿌려 댔다.
“거참······.”
자연스럽게 정현과 같은 곳을 바라보던 헌터들은 황당한 헛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다름 아닌 6레벨 임무형 게이트였다.
이렇게 쉽게 공략당할 만한 난이도가 아니었고, 이렇게 쉽게 공략당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이 기괴한 상황의 이유가 누구인지는 너무도 당연했지만.
“키야아아아아!”
그때, 헌터들을 잠깐이나마 얼어붙게 만들었던 괴성이 다시 한번 들려왔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소리에 담긴 위력은 비교할 수 없이 강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버틸 만하죠?”
“그렇네요.”
그러나 「듀라한의 저주」로 인해 피어의 효과가 줄었고, 다른 헌터들도 이미 한번 겪어 본 적 있었기에 극복이 빨랐다.
동시에 한 가지 확신이 헌터들의 머리를 스쳤다.
이제 공략 종료가 머지않았다.
물론 보통 상황이었다면 어떤 보스가 나올지 열심히 대책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정현을 앞에 둔 이상 공략이 실패하리라는 걱정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부하들을 전부 투입시키지 않는 거지?’
한편, 정현은 살짝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초인적인 감각의 끝자락에는 아직도 수없이 많은 뱀들의 기척이 잡히고 있었다.
족히 처음 몰려왔던 수의 몇 배는 되는 양이었다.
그러나 놈들은 마치 정현의 한계를 알기라도 하듯,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의식만 시킬 뿐 그 안 으로 대거 몰려오거나 하지 않았다.
마치 예전 변이 보스의 계략에 걸렸던 ‘바위 거미의 동굴’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랑은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한데······.’
하지만 당시는 먹잇감을 대령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함정을 팠다면, 이번은 아예 전투를 피하는 느낌이었다.
하긴, 불꽃놀이의 위력을 초장에 유감없이 선보인 이상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부하들의 희생을 줄이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정현은 어쩐지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몬스터답지 않은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