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25
124화 히든 보스(4)
―발뭉 모조품의 특수 효과가 발동합니다.
―패시브 스킬 《드래곤 슬레이어》가 발동합니다.
―용종에 대한 모든 공격이 300퍼센트 가산됩니다.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 만큼, 시청자들을 흥분시키는 건 없지.’
재현은 지체하지 않고 힘을 실어 레드 드레이크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서걱.
검은 실선을 만들었고.
촤악!
선을 따라 핏물이 튀었다.
재현은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곧추세웠다.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검을 좌우로, 아래로 연속해서 쏘아낸다.
서걱! 서걱! 서걱!
검은 용종에 대해 무려 300퍼센트의 데미지를 자랑하는 만큼 강력했다.
재현은 재빨리 배후로 이동해 연격을 날렸다.
목적지는 두 군데.
‘양 발 뒤꿈치에 난 점. 드레이크의 가장 큰 약점이지.’
일전에 함께 이론 시험 공부를 할 때. 《마수학》에서 나왔던 내용이었다.
안호연과 서이나가 어째서 드레이크의 약점이 뒤꿈치에난 점이냐고 따졌던 기억이 있었다.
재현은 그때를 회상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서걱!
크아아아아……!
양발의 뒤꿈치와 점을 동시에 베어내자, 적의 거친 울음소리가 토해졌다.
재현은 빠르게 거리를 벌린 뒤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걸로 녀석의 움직임은 봉쇄했다. 그럼 슬슬 마지막 점을 찍어 볼까.’
재현은 즉시 끼고 있던 반지의 액티브 스킬을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5분간 사용자의 스킬 위력이 1.5배 상승합니다.
이윽고 이어지는 깊은 마력.
재현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액티브 스킬 《빙결의 대지》를 발동합니다.
무려 S급 스킬 빙결의 대지.
일전에 다크 엘프들의 왕 카이난으로부터 베낀 것이었다.
쩌적!
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일순, 직사각형의 모든 필드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익명3: 뭐, 뭐야?! 지금 저 스킬은 대체 뭐임?] [익명8: ㅅㅂ스킬은 모르겠고 제발 이겨라! 제발 살아서 돌아와!] [익명10: ??저건 나도 처음 보는 마법인데?] [익명54: 적어도 A급 마법에선 저런 거 없지 않냐?] [익명91: ㄴ맞음. A급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익명67: 그럼 ㅅㅂ S급이라도 된다는 거임?] [익명17: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지. 어린 나이에 S급 스킬을 썼다는 전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미국에 카밀라는 한 개 뿐이지만 S급 마법을 미성년자때 다뤘던 기록도 있어. 지금은 저거밖에 믿을 게 없다.] [익명52: 제발 이겨라! 다른 애들 좀 구해줘!]얼음 결정이 마그마를 차갑게 식히며 불길을 걷어내고, 새로운 대지를 만들어 낸다.
뼛 속을 시리는 냉기와 함께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얼음의 파편들이, 하나의 성채를 이루며 적을 에워쌌다.
‘이게 바로 S급 마법…… 《빙결의 대지》인가……!’
재현은 자신의 마법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만약 카이난과의 싸움에서 이 스킬에 직격했다면?
결코 다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새삼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았다.
“후…….”
재현은 가볍게 숨을 토해냈다.
입김이 토해지며 열기가 온전히 걷혔음을 알린다.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거대한 마력의 기파.
어느새 마그마가 흐르던 필드는 모조리 얼어붙은 후였다.
곧이어.
빙결의 조각들이 레드 드레이크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콰드드드드득!
오버 드라이브의 효과로 1.5배나 위력이 증폭된 빙결의 대지가 레드 드레이크를 남김없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귀를 찢는 거대한 고함과 함께, 재현의 공격이 적에게 정확히 적중한다.
크아아악!
몸에서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작게 이는 탈력감.
하지만 잠시의 고생이 주는 보상은 어느때보다 달콤할 것이다.
―히든 보스 레드 드레이크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재현은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려던 것을 겨우 진정시켜야 했다.
* * *
“아! 저, 전무님 그게 아닙니다. 이번에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
“박 의원님, 왜 그러십니까? 그럼 제가 일부로 중간고사에서 이런 일을 벌이기라도 했단 말씀이십니까?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아닙니다. 이번 일은 제가 직접 지사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구자인은 벌써 몇 통째 거듭된 통화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조금 전, 아공간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 구자인과 커넥션이 있던 갖은 곳으로부터 전화가 쏟아졌다.
주로 밀레스에 지원금을 전달하던 기업이나 정부, 기타 시설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구자인에게 묻고 있었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구자인 역시 대답해 줄 수 없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
그러니까 아공간의 통제권을 빼앗기고, 레드 드레이크가 폭주한 일은 자신이 지시한 사안이 결코 아니었으니까.
허나, 구자인은 항변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간의 평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건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일이 터졌다.
이렇게 되면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다.
‘젠장……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 위험해.’
이사장의 위치까지 오른 이후. 이정도 집중 포화를 맞은 일은 없었다. 대부분 문제가 커지지 않은 선에서 어렵지 않게 처리되었고, 구자인 본인이 깊게 신경 쓸 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
허나, 지금의 상황은 앞과 전혀 다르다.
만약 이대로 민재현을 내버려뒀다가는 정말 자신의 평판이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면 아무리 그라해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후…… 박하준 교관님.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들은? 막았습니까?”
“아뇨……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려봤는데 글쎄…… 전부 이제 밀레스 아카데미를 믿지 못하겠다고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박하준의 말에 구자인이 이를 으득 갈았다.
“민재현……! 그놈이 기어코 일을 그르치고 나에게 기어올라?!”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건 확실했다.
재현은 어디까지나 생도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
또 지금처럼 큰 일을 스스럼 없이 벌일 수 있는 것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 터.
‘배후. 그를 돕는 자가 분명이 존재할 것이다. 대체 어떤 새끼가……!’
분개하던 그때. 불현듯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갔다.
자신과 숙적이자, 민재현을 도울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
“설마……!”
쾅!
그때. 문을 박차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아카데미내 구자인의 하수인 중 하나였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급한 목소리로 구자인을 불렀다.
“구, 구자인 이사장님! 큰일입니다!”
구자인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이사장실에 들어오기 전에는 반드시 미리 연락하라고 말했을 텐데요.”
“그게…… 너무 급한 일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 여기서 더 급한 일이 대체 뭐가 있다는…….”
“연화 길드에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예?”
구자인이 얼빠진 목소리로 반문하자, 그가 재빨리 덧붙였다.
“유성은 대표가 직접 보낸 공문입니다. 어서 읽어보십시오.”
돌아가는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구자인이 즉시 공문을 받아들었다.
약간 떨리는 손으로 두툼한 종이 뭉치를 꺼내 읽는 순간.
그의 안색이 전에 없이 새파랗게 질렸다.
연화 길드의 공문. 그것에는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징계 및 구자인 이사장의 구속 건에 대한 공문.]당일 밀레스 아카데미의 2차 실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자칫 생도들의 목숨이 위험해 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구자인 이사장은 지난 길드 체험에 이어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금 어린 생도들을 죽음의 문턱에 서게 했다는 점.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계 고위 인사들에게 뇌물을 수수한 것 등. 이하 17개의 레이더 관련 법률 조항을 어긴 명목으로 구자인을 긴급 구속한다.
또한 이 공문의 신빙성은 길드 연화와 마스터 유성은이 직접 보증한다.
“……아,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연화 길드가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명분은 없습니다! 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레이더 관리본부에만 있단 말입니다! 이걸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습니까?”
구자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래를 계속 읽어 보십시오.”
하수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구자인의 손 역시 마찬가지.
구자인은 애써 침착한 얼굴을 한 채 계속 아래로 동공을 굴렸다.
그리고. 마침내 한 구간에서 그의 눈이 다시한번 멈췄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징계와 구자인의 처벌에 대해 동의하는 자.]국내 주요 4대 길드 외 29개 길드.
이는 국립 레이더 관리 본부가 직접 승인한 사안으로, 번복이 불가함.
“레이더 관리 본부까지…… 이번 일에 끼어들었단 말입니까? 그쪽 수뇌부는 저희가 다 막아두지 않았습니까? 한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아무래도 내부에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박하준이 덤덤히 말했다.
구자인 역시 내심 짐작하고 있던 사안이었다.
내부에 적이 있다.
또 그 적이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술수를 쓰고 있다.
지난 길드 체험 사태를 겪은 구자인이 이를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문제는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벌였는 지 알 수 없다는 것.
“일단 어떻게든 막아 보세요. 작은 지역지 기자까지 싹 다 전화 돌려서 어떻게든……!”
“이사장님!”
이번에는 박하준 교관의 목소리였다.
구자인의 얼굴이 더 일그러질 곳 없이 사나워졌다.
허나 박하준은 물러서지 않고 구자인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스마트폰의 액정 속에는 비슷한 여러 기사가 죽 깔려 있었다.
[구자인 연화 길드에 선전포고? 길드의 ‘우선 협상 체결 대상’을 견제하려 죽이려 들다.] [연화 길드와 우선 협상을 체결한 인재 민재현! 그는 누구인가?] [이미 A급 레이더의 경지…… 열 일곱의 민재현과 연화 길드에 대해] [연화, 구자인에게 공식 퇴진 압박. 생도 민재현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뭐? 민재현이…… 연화 길드의 우선 협상 체결자라고?”
구자인의 머리가 회전하며 과거의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구자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제야 선명해졌다.
처음 신입생 사냥 이후.
재현이 어떻게 자신의 제안을 그리 쉽게 무시할 수 있었는 지.
또 길드 체험 당시, 어째서 연화 길드가 민재현만큼은 그토록 자신의 길드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던 것인지.
마지막으로 이번 중간고사 2차 실기.
지금 유성은이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모든 질문의 답이 나왔다.
민재현. 그가 연화의 끄나풀이었다면?
그렇다면 모든 일이 앞뒤가 맞아 떨어지게 된다.
어떻게 교관들을 구워삶았는지는 몰라도, 밀레스의 정보를 빼돌린 것 역시 민재현의 소행일 가능성이 클 터.
‘젠장…… 진작 의심했어야 했다……!’
너무 방심했다.
민재현은 지금껏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을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결코, 생도 수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과 판단력.
그간 이를 높게 사 왔던 구자인이었고, 지금 그는 이번 일이 민재현과 연관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구자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젠장! 다른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보십시오. 이대로는 안 됩…….”
그러나 애석하게도 구자인의 목소리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구자인 이사장은 즉각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어느새 밀레스의 군용 시설을 뚫고 넘어온 시위대와 기자들이 문 앞까지 도열해 있었다.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구자인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
박하준이 허탈하게 중얼거리던 구자인의 몸을 받치며 말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적어도 험한 일은 당하지 않으시도록…….”
그 말에 구자인이 독기 어린 눈을 한 채 박하준의 손을 뿌리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구자인이 이런 일에 무너질 것 같습니까?”
“다, 당연히 무너지지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구자인은 박하준의 뒤로한 채, 기자들이 깔린 문 밖으로 나섰다.
“자, 잠깐만요! 구자인 이사장님!”
촤촤촤촤촤촤!
밖으로 나서자마자,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허나, 구자인은 주먹을 꽉 쥔 채 눈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신을 찍고 있는 기자들과 시민 단체를 보며 선언하듯 말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자인의 몰락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곧이어 터져나오는 울분에 가득 찬 시위대의 목소리.
“당장 끌어내려!”
구자인. 밀레스의 이사장이자 대한민국의 실질적 실세 중 하나.
그가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