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24
123화 히든 보스(3)
모의 던전과 길드 체험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재현은 확실히 깨달았다.
구자인이 밀레스의 실권을 쥐고 있는 한, 생도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라는 것을.
때문에 재현은 구자인을 축출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허나. 애석하게도 밀레스의 권력자인 그를 배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구자인은 이미 강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재현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그를 끌어 내리는 것은 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연화 길드를 등에 업는다고 해도, 수년은 족히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연유로. 재현은 구자인에게 크게 한 방 먹여줄 계획을 짰다.
바로 아공간의 연산식에 개입해 히든 보스를 폭주 상태로 만드는 것.
그런 뒤.
자작극을 벌여 구자인이 위험한 이벤트에 생도를 고의적으로 밀어넣은 것처럼 조작할 것.
재현은 카메라에 보이지 않게 작게 웃었다.
‘먼저 네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날조해서 생도들의 죽음을 덮었다면……
이번에는 네가 그 선동에 당할 차례다.’
구자인.
재현은 이번 이벤트에서 그를 밀레스의 이사장직에서 끌어내릴 생각이었다.
* * *
밀레스 아카데미의 관제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구자인이 책상을 내리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평소 차분함을 유지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박하준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사장님이 저렇게까지 동요하시다니…… 심각한 일이다.’
박하준은 어째서 구자인이 저토록 불같이 화를 내는지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아공간에서 일어난 이변 때문이었다.
―아공간의 연결 상태가 불안정합니다.
―레드 드레이크가 폭주합니다!
구자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들려 온 시스템음이 전해온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아공간의 연결 상태가 불안정해? 레드 드레이크가 폭주했다고? 애초에 숨겨진 계층을 민재현이 대체 어떻게 찾은 거지?’
머릿속에 온갖 의문이 휘몰아쳤다. 자신의 계획에는 이런 변수가 없었다.
‘이번 중간고사만큼은 조용히 넘어 갈 생각이었다. 한데, 어째서 이런 일이!’
본래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중간고사는 조용히 넘어갈 예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대외적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상황.
이러한 때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간고사를 통해 주의를 돌려 자신에게 몰린 시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작정이었는데…….
“민재현…… 그놈 짓입니다. 그놈이 아공간의 시스템에 다시 개입한 거라고요!”
구자인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박하준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받았다.
“하, 하지만 일개 생도가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아까 아공간에 개입한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닙니까? 이번엔 아공간 전체에 간섭한 거잖습니까.”
“그것 말고는 외부 자극이 없습니다. 그놈 짓이 확실해요.”
구자인은 단호했다.
실제로, 아공간에 이처럼 정밀하게 개입하는 것은 내부에서만 가능한 일.
외부에서 원격으로 식을 수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히든 피스인 화정과 발뭉의 레플리카를 찾은 것도 모자라, 히든 보스까지…….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차갑게 머리를 식히려 했으나, 자꾸만 짜증이 밀려왔다.
박하준 역시 당황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자신이 교관을 맡은 이레 이런 일은 단연코 처음이다.
고작해야 생도가 아공간 전체의 식에 개입한다?
아무도 믿지 않을 이야기였다.
허나, 박하준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일이 자신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구자인 이사장님이 힘드실 때 옆을 지킨다면 내 출셋길은 걱정 없다!’
구자인에게는 전 오른팔인 김석기 교관이 없다.
박하준이 충분히 그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칫국을 마시며 구자인에게 괜찮을 거라 말하기를 몇 차례.
조금 진정했는지 구자인이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후……. 그래도 저놈이라 차라리 다행이군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예?”
박하준이 되묻자, 구자인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민재현의 목표가 히든 보스를 처치하고 습득할 부산물이라면, 큰 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값비싼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밀레스 아카데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보다는 줘 버리는 게 백번은 낫습니다.”
아이템이야 나중에 민재현을 처리한 뒤 되찾아오면 되는 문제다.
최악의 경우 돌려받지 못한다 해도, 지금 그가 던전을 클리어하기만 한다면.
최소한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의 화살이 적어진다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딱 하나 걸리는 점이 있다면.
어째서 민재현이 드레이크를 폭주시켰느냐 하는 것인데…….
‘아마 컨트롤이 미숙해서 실수를 한 거겠지.’
구자인은 금세 납득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지 않아도 강한 레드 드레이크를 폭주시킬 이유가 있을까?
더군다나 그는 HP 바와 안전장치 역시 없애버렸다.
어떻게 봐도 실수를 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웠다.
“어쨌든 지금은 화가 나지만 민재현이 레드 드레이크를 빨리 쓰러뜨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 역시 이사장님은 통찰력이 뛰어나시군요!”
박하준의 아부에 구자인은 기분이 약간 풀렸는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데, 그때.
[김유정! 정신 차려!]재수 없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자인은 귀를 의심했다.
조금 전 들려온 목소리는 민재현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 다급하다는 듯 소리치는 거지?
구자인은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민재현의 현 실력은 적어도 A급 중반이다. 팀원인 김유정 역시 뛰어난 서포터.
두 사람의 케미라면 저 정도 적에 동요할 이유는 아예 없을 텐데. ……이상하다. 내가 대체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불안감에 심장이 두방망이질쳤다.
묘한 위화감이 극독처럼 전신에 느리게 퍼져오는 게 느껴졌다.
화면에서는 계속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진아야, 성우야. 김유정 좀 부탁해.] [응, 아, 알았어!] [나 아직 멀쩡…… 쿨럭!] [됐어! 그런 몸으로 뭘 어떻게 움직이려고!] [추, 출혈이 너무 심해…… 아공간의 보호 시스템이 망가진 거야! 모두 피해야 해!]“…….”
“…….”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했다.
곧이어. 구자인은 살갗을 타고 올라오는 위화감의 이유를 깨달았다.
구자인의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이 터질 듯 치켜떠졌다.
“민재현! 이 새끼가…… 감히…… 감히 연기를 해?!”
민재현은 연기를 하고 있었다.
마치 아공간을 설계한 자신의 부주의함으로 이 상황이 벌어졌다는 듯이.
선동과 날조.
지금 민재현은 밀레스의 이사장인 자신을 상대로 선동과 날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구자인의 흔들리는 동공이 홀린 듯 채팅창으로 향했다.
[익명2: 지금 진짜 위급상황이잖아! 김유정 피나는 거 안 보임?] [익명3: 시발 애들 죽겠다. 밀레스 교관들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임?] [익명19: 지금 다른 아공간은 멀쩡한데 여기만 이렇게 됐다더라. 대체 구자인은 아카데미 시설 관리를 어캐 하는 거임?] [익명91: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음. 아까 민재현이 구자인한테 안 좋은 소리 했잖아. 그거 때문에 킹받아서 사고친 거 아니냐?] [익명37: 만에 하나라도 저 애들 중에 한 명이라도 죽으면 아카데미 당장 폐쇄 해야 함. 지금이 벌써 몇 번째냐? 저런 식으로 애들 사지로 모는 게 학교냐? 지옥이지.]시청자들은 이미 재현의 선동에 넘어간 뒤였다.
“으아아아악! 민재현……!”
구자인의 비명이 관제실 내부를 쩌렁쩌렁 울렸다.
박하준은 순간, 처음으로 자신의 라인타는 실력을 의심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 * *
[익명9: 시발 애들 피나잖아! 교관들은 지금 뭐하냐고!] [익명45: 이거 처음에 민재현이 아공간 건드려서 그런 거 아님? 아님 고의적으로 했다던가.] [익명86: ㄴ아님. 그거는 부분을 건드린 거고. 지금은 아공간 전체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고 있는 거잖아.] [익명21: ㄴㅂㅅ아. 민재현이 고의로 그랬으면 애들이 다쳤겠냐? 시발 애들 죽어가는데 음모론 존나 역겹네. 뒤져라.] [익명5: 지금 밀레스 아카데미 공홈에 긴급 발표 뜸. 아공간 오류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대.] [익명11: ㄴㄹㅇ? 카면 어떡하냐. 클리어 하든가 아님 죽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는 거임?] [익명85: ㄴ지금은 그것밖에 없음. 하… 아무리 민재현이라도 B+짜리 마수를 어떻게 죽이냐. 진짜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야…….]구자인과 밀레스 아카데미에 대한 맹렬한 비판.
재현과 일행에 대한 두둔.
이 두 가지의 댓글이 주를 이루며 채팅창을 뜨겁게 달궜다.
‘딱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구만.’
재현은 속으로 웃은 뒤, 김유정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사실, 김유정은 조금 전 드레이크의 공격에 맞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적당한 연기와 마법을 선보였을 뿐이다.
‘김유정은 처음에 드레이크의 공격을 흘려낸 뒤, 곧바로 출혈 마법인 《블리딩》을 써서 다친 것처럼 연기했을 뿐이다.
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연기를 잘해서 당황스럽긴 한데…….’
김유정은 신이 났는지 멋대로 떠들어댔다.
[아, 그냥 배우 할 걸 그랬나. 이 미모도 아깝고. 참…… 대한민국에 큰 별이 졌다.] [아 웃기지 마. 표정 관리해야 된단 말이야.]재현이 다급하게 허벅지를 꼬집으며 대꾸했다.
김유정은 진심으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투로 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왜 웃긴데?] [하, 됐다. 멀쩡한 거 같으니까, 나는 저 놈 조지고 올게. 다른 애들 안 다치게 잘 보고 있어라.] [엉? 나 환자인데?] [개소리하지 말고.]재현은 적당히 대꾸해 준 뒤, 곧바로 마력을 전개했다.
여기서부터는 그의 차례였다.
‘레드 드레이크. 마음만 먹으면 이놈도 금방 처리할 순 있겠지만…….
……그럼 재미없지.’
크아아아……!
그 순간.
레드 드레이크는 크게 포효하며 공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궁!
육중한 발톱이 대지를 갈라 균열을 만들며, 그 틈으로 마그마가 솟구친다.
단숨에 재현을 집어삼키는 뜨거운 열기.
‘역시 뜨겁긴 하네. 미리 화정을 안 먹어뒀으면 큰일 날 뻔했어.’
재현은 공격을 피해낸 후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액티브 스킬 《마나 웨폰》을 사용합니다.
재현은 몸에 마력을 두른 뒤 일행을 지나쳐 적과 일대일로 대치했다.
레드 드레이크는 무려 B+랭크의 마수.
동료들은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홀로 처치해야 한다.
“너희는 방어에만 집중해.”
재현은 덤덤히 말한 뒤, 재빨리 아공간을 열었다.
그러고 한 가지 익숙한 아티팩트를 꺼내더니, 손에 쥐었다.
[익명4: 어!? 저거 그거 아님? 아까 얻은 검!] [익명90: 시발! 발뭉! 저거면 가능할 지도 모름. 제발제발 이겨줘!] [익명41: 시발 재현아 너만 믿는다!]발뭉의 레플리카.
‘인생은 템빨이다. 이 도마뱀아.’
재현이 들키지 않게 작게 웃었다.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