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36
135화 자격 증명(1)
“패트릭! 말론! 조금 전에 대유적을 찾아온 사람이 있나?!”
조금 전. 재현이 바리케이드를 지나간 이후 대유적을 찾은 사람이 있다.
발락(Ballack).
세계 레이더 본부의 일원으로 유럽 연합의 대표 중 하나였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무후무한 대체불가의 존재.
‘뭐, 뭐야?! 무슨 일이지?’
대유적 인근.
발락을 맞이한 보초는 당황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다소 오만하긴 하나, 평소 차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발락이다.
한데, 대체 왜 저렇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거지?
“당장 대답해! 조금 전 이곳을 지나간 사람이 있나!”
“아,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교대한 뒤에는 지나간 사람이 없습니다!”
대답한 것은 패트릭이라고 불린 남자였다.
그는 조금 전, 먼저 이곳을 지키던 보초와 교대했다. 그전에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면 자신에게 언질을 줬을 것이다.
“교대한 녀석이 뭔가 따로 이야기 한 건 없나?”
“그렇습니다. 그……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럴 리 없다. 절대로 그럴 리 없어!”
발락이 분개하듯 입술을 짓씹으며 중얼거렸다.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돌연, 발락이 두 사람을 지나쳐 대유적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당장 들어가서 확인해 보겠다.”
“예?! 하지만 지금은 새벽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발락 님이라 해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내부로 들이지 말라는 상부 측 명령이 있었…….”
“그럼, 공략권이 없는 쥐새끼가 안에 들어갔는데 용인하라는 건가?”
“그게 무슨…….”
“조금 전에 다른 누군가가 대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빌어먹을! 너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말이야!”
“그, 그게 사실입니까?”
앞을 지키던 두 사람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뇌었다.
그사이, 발락은 둘을 지나쳐 대유적을 향해 걸었다.
‘젠장! 대체 어떤 녀석이 대유적 내부로 발을 들인 거지?’
조금 전. 대유적 인근에서 느껴졌던 강렬한 마력과 의문의 힘.
이는 유적이 개방되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근방 유적이라고는 대유적 하나뿐이다. 틀림없어. 다른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간 거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유럽 연합이 대유적을 공략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해왔던가.
하지만 내부에 발자국 하나 찍지 못하고 수년을 흘려보냈다.
한데, 신원을 알 수 없는 외지인이 몰래 대유적의 내부로 들어갔다고?
“당장 찾아야 한다. 유적 안으로 들어가야 해.”
관리인을 지나친 발락이 발걸음을 재촉해 대유적 앞에 섰다.
‘만약, 정말 대유적이 개방되었다면 나 역시 유적에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지금이라면 대유적을 공략할 수……!’
허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너에게는 자격이 없다.]당연하게도, 발락은 대유적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자격 증명 중 하나인 ‘예언의 대적자’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모르는 발락으로서는 뒷골이 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대체 어떤 놈이 안으로 들어간 거지?”
욕지거리를 뱉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은 치밀함.
발락은 화가 치밀었지만,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대유적 앞에 연합원들을 대거 대기시킨다.’
이후 언제가 됐든, 대유적 내부로 발을 들인 녀석은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며칠이라도 기다려 너의 정체를 밝혀내겠다.’
결정을 내린 발락이 스마트폰을 들어 카밀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길래 이 새벽에 전화하고 난리야? 지금은 근무 외 시간이잖아.]평소와 달리 조금 낮은 목소리.
아무래도 잠을 자다 깬 모양이었다. 그녀의 어투에 짜증이 잔뜩 배어있었다.
발락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추가 수당은 필요한 만큼 주겠다. 위급 상황이니 당장 대유적 앞으로 연합원들을 모아.”
[하, 알았어. 하지만 그전에 무슨 일인지부터 말해줘야겠어.]“대유적에 침입자가 등장했다.”
그렇게 말하는 발락의 눈에는 살기가 등등했다.
* * *
공방 엘릭시르 건물 2층.
죽 둘러앉은 일행이 무료하다는 듯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만화책을 읽고 있던 김유정이 먼저 입을 뗐다.
“하…… 이제 휴일도 다 끝나가네.”
“……그러게. 받을 때는 길어 보였는데 진짜 금방 가는 것 같아.”
서이나가 말을 받자, 안호연 역시 동의했다.
“확실히 그건 그래. 진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네.”
“그, 그래도 나는 여, 연구 시간이 늘어서 좋았어!”
이재상이 헤벌쭉 웃으며 말하자, 옆에 서 있던 서아현이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재현 오빠는 어디 간 거래요? 연락도 안 받고.”
“글쎄. 걔가 원래 늘 제멋대로긴 하잖아. 내가 안 챙겨주면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한다니까.”
김유정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자, 다른 일행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풉, 하는. 의도가 명백한 웃음이었다.
“……웃어?”
김유정이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웃음이 뚝 그쳤다.
잠시 좌중을 둘러본 그녀가 이었다.
“아마 민재현 걔 수련이라도 하고 있겠지. 평소에 하는 걸 봐라.”
“……하긴.”
서이나가 말을 받았다.
그때. 안호연이 불시에 떠올랐다는 듯 김유정을 보며 물었다.
“아 맞다. 유정이 너희 집에서 이나랑 재현이랑 셋이 고기 파티했다며? 재밌었어?”
“어? 뭐 그럭저럭?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나가 그때 뭐라 그랬는지 알아?”
“……유정아?”
“글쎄. 나보고 민재현이랑 사귀는 거 아니냐고 묻더라. 듣고 진짜 놀랐잖아.”
김유정의 말에 안호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어? 아니야?”
“……죽을래?”
싸늘한 대꾸에 안호연이 모른 체하며 고개를 돌렸다.
옆에 앉아 있던 서이나가 크흠, 하며 작게 기침한 뒤 말했다.
“……그런데. 곧 아카데미 정상화 되고 나면, 서클 들어야 하잖아. 그거 어떻게 할지 생각해 뒀어?”
“…….”
“…….”
“…….”
김유정과 안호연, 최근 공방 탓에 서클에서 탈퇴한 이재상까지 모두 침묵했다.
김유정이 식은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당차게 말했다.
“그, 그건 민재현이 알아서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그래! 설마 재현이가 우릴 버리고 혼자 서클에 들어가기라도 하겠…….”
“……아직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서이나가 드물게 말을 잘랐다. 안호연과 김유정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서클 가입은 필수 중 필수고, 이들로서는 웬만하면 모두 같은 서클에 들어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특히 민재현과는 꼭 같은 팀이어야 한다.
그는 학년 1위로, 갖은 혜택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특권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시설 우선 사용 및 할인, 부실의 크기 증대, 서클 지원비의 액수 등.
덕분에 이들의 눈에 재현은 걸어 다니는 혜택 꾸러미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선연했다.
잠시 고민하던 안호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결론을 내렸다.
“재현이 오면 잘해 주자.”
“……그래.”
서이나가 대답하면서 네 사람의 대화는 일단락되었다.
이재상은 재현에게 새로 선물할 뇌물 포션을 만들기 위해 공방에 틀어박혔다.
* * *
“아까 헬라가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없습니다. 기회를 주시죠.”
재현은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했지만, 스미르는 완고했다.
“허락할 수 없다.”
“스미르! 이대로 고집을 부린다면 미드가르드가 엉망이 될 거예요!”
헬라가 일갈했다. 허나, 스미르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다.
“원칙은 원칙이다. 대적자여. 아버지의 시험은 매우 어렵다. 지금 그대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터. 나는 지금 관용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미드가르드의 모든 사람이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협박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이미 요툰헤임은 멸망했고, 우리 거인들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나는 그저 아버지의 명에 따라 이곳을 지키고 있을 뿐.
내가 너를 돕는 것은 오직,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상황뿐이다.”
대화가 좀처럼 통하지 않자, 짜증이 물밀 듯 밀려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시험을 치르지도 못한다고?
물론 재현은 그 이유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스미르는 에시르 신들과 싸우는 게 두려운 거야.’
제 아버지를 토르에게 잃은 스미르다. 두렵지 않은 게 더 이상하긴 한 상황.
하지만 재현으로서는 오래 그를 설득할만한 시간이 없었다.
헬라 역시 이를 알고, 어떻게든 허락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스미르. 생각을 바꾸어주세요. 당신의 아버지 흐룽그니르는 반 에시르 연합군을 이끌던 대장 중 하나 아니었습니까?
그런 이의 아들인 당신이, 지금 예언의 대적자를 저버리면 두 번째 종말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이미 사라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내 친족도, 아버지도.
헬의 분신이여. 나는 아직 잘 모르겠구나. 이미 잃어버린 것이 이다지도 많은데, 대체 너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인가.”
헬라는 깨달았다. 스미르는 이미 주저앉아 있었다.
과거 토르에게 아버지를 잃은 이후, 지독한 무기력과 환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그녀가 고민하던 그때.
짜증 섞인 표정의 재현이 헬라를 지나쳐 스미르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재현의 몸에서 살기등등한 마력이 한껏 터져 나왔다.
일순, 헬라의 동공이 수축하였다.
재현의 행동은 누가 봐도 싸우기 직전의 그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는 우리의 동료라구요!”
“입 다물고 지켜보시죠.”
재현의 말에 헬라가 충격받은 듯 몸을 굳혔다.
허나, 재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었다.
“잘 들으십시오. 헬라, 스미르. 저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재현의 왼눈이 금빛으로 타오르며, 막대한 마력이 부딪혀 소음을 쏟아낸다.
츠츠츳……!
스미르는 재현의 행동에는 당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주먹을 쥔 채 재현을 맹렬히 노려보았다.
‘감히, 인간의 몸으로 거인에게 대적하겠다는 말인가!’
재현은 지체하지 않고 이었다.
“당신네들이 필요할 때 이용하고 버려도 되는 말이 아니란 겁니다. 내가 지금 당신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이유는.”
―액티브 스킬 《전격의 사슬 Lv 5》를 발동합니다.
응축된 마력의 사슬이 정확히 스미르를 향해 쏘아졌다.
콰앙!
곧바로 공격을 막아낸 스미르가 굳은 표정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것인지,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표정이었다.
재현이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나도 당신들을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들어 올려진 고개.
스미르의 몸이 움찔했다.
재현의 선명한 감정이 그의 온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피부가 일어나고 닭살이 돋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
재현이 비릿한 웃음과 함께 다시 한번 도약했다.
“거기서 비켜주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