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마지막 질문
―패시브 스킬 《뇌신의 힘》을 베끼시겠습니까?
“그래.”
재현의 말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쥐고 있던 블랭크 카드에 새하얀 빛이 물든다.
찬연한, 또 투명한 빛이 서서히 카드에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카드의 색이 점차 변해 가기 시작했다.
본래 블랭크 카드의 외관은 흰색 바탕에 금테 장식이 들어가 있는 모습.
허나, 지금 뇌신의 힘을 베껴나가는 카드의 색은 명백히 검었다.
―《오딘의 잃어버린 눈》의 특수 효과가 개화합니다.
―고유 스킬보다 한 단계 위 스킬을 베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스킬의 사용 페널티는 온전히 사용자가 지게 됩니다(온전한 격을 갖추지 않은 채 스킬의 사용은 지양해 주십시오).
―패시브 스킬 《뇌신의 힘》을 베끼는 데 성공했습니다.
―습득한 스킬 정보를 표시합니다.
[패시브 스킬]이름: 뇌신의 힘
등급: 신화(New)
스탯: –
뇌신 토르의 번개를 담았다. 뇌 속성 스킬의 효율과 위력이 급상승한다.
1. 뇌 속성 스킬의 데미지가 300퍼센트 가산된다.
2. 뇌 속성 스킬의 효율이 50퍼센트 증가한다.
3. 온·오프 상태를 전환할 수 있는 스킬이다.
*주의! 사용자의 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등급의 스킬입니다. 스킬을 오래 지속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시 영구적으로 신체 기관의 훼손이 일어납니다.
재현은 옅게 미소지었고, 헬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신의 스킬은 당신이 감당하기에는 아직 벅차다구요! 당장 사용할 수도 없는 스킬을 베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예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빨리 성장하면 되잖아요. 당신도 도와줄 거고.”
자칫, 대책 없는 말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였다.
허나, 재현의 평소 행실을 돌이켜보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한편, 스킬을 베낀 직후. 토르의 공격은 정확히 흐룽그니르에게 적중했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흐룽그니르의 돌로 된 심장이 그대로 박살 났다.
흐룽그니르의 몸은 몇 번 파닥거리다가 곧 움직이지 않았고.
“아버지…….”
스미르의 체념한 듯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재현은 초연한 표정으로, 흐룽그니르의 죽음을 관조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재현이 죽은 거인을 보며 짧게 덧붙였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추모입니다.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재현이 뒤돌아섰다. 곧이어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마지막 기억의 재생을 모두 끝마쳤습니다.
―대유적으로 되돌아갑니다.
* * *
익숙해진 사위를 가로막은 어둠의 벽과 점멸한 빛.
재현은 이를 지나 다시 대유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유적의 입구에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스미르가 우뚝 서 있었다.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위압감. 하지만 어째서일까.
저 육중한 어깨가 쓸쓸해 보이는 것은.
“기억을 보고 왔는가.”
스미르가 먼저 입을 뗐다. 재현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
“마지막 시련이다. 나는 네게 한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준비는 되었나?”
“물론이죠.”
재현의 시원한 대답에 스미르가 잠시 멈칫했으나, 오래 걸리지 않아 입을 뗐다.
“예언의 대적자여.
만약, 너에게 소중한 것을 잃게 되어도, 너는 동요하지 않을 수 있는가?”
재현은 옅게 웃으며 잠시 주먹을 쥐었다가 펴 보았다.
“아뇨. 저는 틀림없이 동요할 겁니다. 슬퍼하고, 또 괴로워하겠죠.”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재현은 이 말만큼은 목구멍으로 겨우 삼켰다.
스미르는 잠자코 그의 말을 경청해주었다.
재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젖은 목소리로 이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설 겁니다. 앞으로 가야만 한다면.”
헬라와 스미르. 두 초월적 존재가 잠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어지는 깊은 침묵과 수염을 쓰다듬는 스미르의 모습.
몇 분간의 정적이 끝난 뒤. 스미르가 그런가, 하고 작게 중얼거린 뒤 덧붙였다.
“통과다. 예언의 대적자여. 너에게는 두 번째 시련을 통과할 자격이 있다.”
스미르의 허락과 함께, 재현의 눈앞에도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두 번째 시련을 클리어했습니다.
―레벨이 4 올랐습니다.
[메인 퀘스트]흐룽그니르의 시련
요툰헤임의 지도자 흐룽그니르가 당신에게 시련을 내립니다.
세 개의 지혜의 시험을 통과하고 시련을 클리어하십시오.
난이도: S+
보상: 흐룽그니르의 선물
남은 시간: –
실패 페널티: –
목소리와 함께 처음 헬라가 보여주었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레벨은 무려 4가 올랐다.
뿐만 아니라, 보상으로 적혀 있던 흐룽그니르의 선물.
‘최소 EX급이나 스킬이겠지.’
재현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흐룽그니르의 선물을 획득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흐룽그니르의 분노》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롭게 얻은 스킬의 정보를 표시합니다.
[패시브 스킬]이름: 흐룽그니르의 분노
등급: EX
스탯: –
에시르 신좌, 발키리들을 상대할 때 물리 공격력과 마력이 2배 상승한다.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이런 스킬까지 있다고?’
물론, 재현이 가진 다른 EX급 스킬들만큼 효율이 좋지는 않았다.
흐룽그니르의 분노는 에시르와 발키리를 상대할 때만 효력을 발휘하는 스킬이다.
평소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래서 제가 두 번째 시련을 빨리 클리어해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헬라가 가슴을 쫙 펴며 당당히 말했다. 재현은 처음으로 그녀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고양이로 변한 그녀를 쓰다듬었다.
“자, 잠깐 이게 무슨 짓……!”
반신인 헬라로서는 적잖이 수치스러운 듯했으나, 재현은 개의치 않았다.
그로서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황이었다. 아직 보상의 정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비 아이템 《거인의 피》를 획득하였습니다.
재현은 다음 아이템 역시 순차적으로 확인해 보았다.
[소비 아이템]이름: 거인의 피
등급: S+
스탯: –
근력과 지혜를 겸비한 거인의 피.
몸에 뒤집어쓰면 근력과 지혜 스탯이 급성장한다.
1. 근력 및 지혜 스탯 + 30
*본 아이템은 사용자가 최소 자격을 갖추지 않았을 때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소 자격: 근력, 지혜 스탯 150 이상.
‘거인의 피…… 스탯 제한이 있긴 하지만 좋은 아이템이군.
뭐,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근력을 좀 찍어둘 생각이었으니까.’
마력은 이미 150을 넘어섰다. 문제는 아직 100도 채 되지 않은 근력 스탯.
‘아마 이 아이템 때문에 두 번째 시련의 적정 등급이 S였던 것 같네. 두 스탯을 150까지 올리는 건 S급에 도달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니까. 역시 어려운 일이야.’
허나, 깊게 고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감사합…….”
재현이 감사 인사를 건네던 순간, 마지막 알림음이 들려왔다.
―칭호 《두 번째 시련을 극복한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아이템]이름: 두 번째 시련을 극복한 자
등급: A+
두 번째 시련인 흐룽그니르의 시련을 극복한 대적자에게 부여되는 칭호다.
1. 모든 거인의 호감도 +50
2. 올스탯 +20
올스탯 20 증가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재현은 전자에 주목했다.
‘이후 에시르 신들과 싸워나가기 위해선 아군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어. 하물며 거인의 힘이라면 조금 전 흐룽그니르의 전투에서 똑똑히 봤으니.’
거인들을 포섭할 수만 있다면, 이후 벌어질 두 번째 라그나로크에서 승리할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재현으로서는 당장의 스탯 향상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이걸로 받을 건 다 받은 것 같네요.”
“가는 건가.”
불시에 들어온 스미르의 물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날이 서 있던 목소리가 아닌 따뜻한 음성.
재현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더는 이 퀴퀴한 유적에도 볼일 없으니까요.”
“가거라.”
스미르가 말한 뒤, 다시 눈을 감으려던 그때.
재현이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아뇨.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더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해야 할 일?”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말을 전달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 없었다.
재현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이었다.
“당신을 원망하라고, 그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게 당신이 원하는 말은 아니었겠지만.
재현은 작게 덧붙인 뒤, 그대로 돌아서 대유적의 바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약속은 지켰습니다.”
재현은 마지막 말과 함께, 곧장 바깥으로 향하는 길 앞에 섰다.
잠시 후. 어둠이 재현의 육신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고.
텅 빈 공동에는 스미르만이 홀로 남았다.
대유적의 입구가 닫히고, 이어지는 알 수 없는 적막 속.
스미르의 입꼬리가 아주 미미하게 올라갔다.
“단 하루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 역시, 굳이 주체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 * *
재현이 깔린 어둠과 함께 대유적 입구에 되돌아 왔을 때.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 재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벌써 냄새를 맡고 이렇게나 몰려들었다고?’
재현은 근처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 대유적 바깥으로 잠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이미 수십에 다다르는 유럽연합 소속 대원들이 대유적을 포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유적에 침입자가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입니다.”
“하나같이 실력자예요. 빠져나가기 어렵겠어요.”
헬라의 말에 재현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의 말대로 몰래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저들의 입장에서 재현은 도굴꾼과 비슷한 입장이다. 순순히 보내 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하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 대유적의 공략권을 손에 쥔 이는 다름 아닌 유럽연합.
‘공략권을 얼마에 샀다더라…… 최소 2천억은 넘었던 것 같은데.’
재현은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레이더들의 마력은 적어도 A급 이상.
게다가.
‘발락과 카밀라도 이곳에 있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S급 둘을 혼자 상대하는 건 어려워.’
차분히 머리를 식혔다.
과연 어떻게 해야 최소의 피해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가?
재현은 한 가지 답을 내렸다.
‘싸워야 한다.’
그는 즉시 발락과 유럽연합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마력을 개방했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장비 아이템 《인지 오류의 로브-검은색》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현은 스킬을 이용해 제작한 로브를 둘러쓴 다음 헬라에게 손짓했다.
“제가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도망칠 방법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하. 알았어요. 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지만…… 신호할 테니 한 차례, 적의 시선을 돌릴 틈을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인지 오류의 로브. 일전에 재현이 레이더 백화점에서 만져보았던 아이템이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테지만, 적어도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 터.
그리고.
‘혼란을 주는 방법은 하나 더 남았으니 괜찮아.’
재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전생에는 저들의 반의반이라도 실력을 갖추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천상계에 있다고 불리는 S급 레이더와 이렇게 이른 시일에 맞붙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해야 한다.
‘늦장 부릴 시간은 없다. 이미 헤임달의 구속은 풀렸어.’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불온하고, 거대한 마력을 지닌 존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재현 하나뿐이고.
터벅.
재현은 숨기고 있던 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로브는 제대로 쓴 채였다.
“멈춰라!”
동시에 귓가에 들려오는 고함.
곧이어 환한 빛이 재현의 머리 위에 내리쬐더니, 병장기를 든 수십의 연합원들이 그에게 검과 창을, 스태프를 겨누었다.
그때. 뒤편에서 인파를 헤치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너냐? 대유적에 발을 들인 녀석이?”
남자의 정체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발락.
대유적의 대표가 재현에게 검을 겨누었다.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