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07
206화 요리 경연(1)
재현이 용의 골짜기를 다녀온 다음 날은 수학여행이 하루 남은 4일 차였다.
마지막엔 재현 역시 동료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견학했다.
오키나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답게 명소가 많은 편이었다. 처음에 둘러보았던 공설시장과 츄라우미 수족관을 제외하고도 볼 게 꽤 있었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쭉 구경했다.
지금 일행이 있는 곳은 바닷가였다.
‘역시 제일 예쁜 건 바다네.’
재현은 평소에도 바다를 좋아했다. 그는 새파랗게 물든 오키나와의 바다를 보며 적잖은 해방감을 느꼈다.
최근에는 신경이 예민한 경우가 많았기에 그로서는 드문 휴식이었다.
그는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어제의 일을 상기했다.
그 말에 기대했던 재현은 ‘지켜보는 자’에게 단단히 뒤통수를 맞았다.
‘지켜보는 자’의 미식과 자신이 생각하는 미식의 기준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재현은 그가 만든 애플파이로 추정되는 음식을 맛보고 김유정을 떠올렸다.
물론 이는 음식을 대접한 그에게 명백한 실례였다.
‘김유정이 만드는 건 음식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 있으니까.’
재현은 고개를 가볍게 턴 뒤 생각을 이어나갔다.
‘어제 ‘지켜보는 자’는 말했다. 야마타노 오로치의 꼬리는 파피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야마타노 오로치의 꼬리는 특수 식재료. 조리가 까다로웠던 것이다.
‘지켜보는 자’는 이렇게 말했다.
용의 골짜기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었기에 그에게 요리를 부탁할 수는 없었다.
재현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파피가 성장기가 돼서 그런지 음식을 꽤 가리지… 아무래도 그게 용의 미식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심지어 시스템은 어제 파피의 성장 이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드래곤이 성장기로 접어듭니다.
―입맛이 고급스러워져 음식을 가리기 시작합니다.
펫이 음식을 가린다니.
재현으로서는 갑갑한 일이었다.
‘지켜보는 자’는 헤어지기 전, 재현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해 주었다.
[인간의 미각과 용의 미각은 다르니, 조금 특별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들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거다.]‘그걸 빨리 말했어야지…… 먹고 나서 이야기한다고?’
재현은 어이가 없었으나 겨우 참아냈다. 드래곤이란 자고로 장난기가 많은 녀석들인 모양이었다.
한편, 그는 파피가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만한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심지어 그 미각이 남들과 사뭇 다른 드래곤의 전속 요리사를.
고민하던 재현은 한 가지 묘책을 냈다.
최대한 빨리 다양한 사람의 요리를 먹을 기회를 만드는 것.
그렇게 하면, 야마타노 오로치의 꼬리를 조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오늘 저녁에 알지? 네가 먼저 하자고 한 거야. 이번에야말로 먹고 맛있어서 쓰러져도 난 몰라.”
그때, 다가온 김유정이 뒷짐을 지며 은근히 물어왔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요리 경연 말이지?”
재현이 낸 묘책. 이는 서클 단위의 요리 경연이었다.
모두의 요리 실력을 뽐내고 파피의 입맛에 가장 맞는 요리사를 찾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게 파피에게 먹일 야마타노 오로치의 요리를 부탁하는 것.
‘최대한 빨리 파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다. 거기다 한국에서 요리사를 찾았다가는 야마타노 오로치의 꼬리를 보여줘야 한다.
아무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면 피곤해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동료들은 믿을 수 있었다.
재현으로서는 어디까지나 가벼운 마음으로 실시하는 대회.
물론, 그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재재재재, 재현아 아무리 네가 하는 말이지만 유정이한테 요리는 좀…….”
이재상의 기겁하며 우물쭈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호연 역시 표정은 좋지 않았으나, 무려 서클 리더의 말이었다. 자신에게 거스를 권한 따윈 애초에 없었다.
“…그런데 소율 언니는?”
서이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재상이 말을 한껏 더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그, 그게…… 요리 경연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소, 소화제를 사러 갔어…….”
재현은 어쩐지 권소율이 불쌍해졌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
자신은 김유정의 요리에 대적할 방법을 이미 생각해 두었기에.
다른 사람의 고통은 잠시 뒷전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 * *
재현이 떠난 뒤, 용의 골짜기.
거대한 둥지 부근.
‘지켜보는 자’가 마력석을 앞에 두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 지혜의 거인 미미르였다.
‘지켜보는 자’가 먼저 운을 떼며 말했다.
“대적자가 조금 전 용의 골짜기를 방문했더군.”
[그래. 나도 다 보았네. 그나저나.]미미르가 웃으며 이었다.
[그 말투, 계속 유지할 셈인가?]“역시 별론가요?”
드래곤은 웃으며 그렇게 반문했다.
투명한 수정에 떠오른 미미르의 형상이 콧수염을 쓸었다.
미미르의 말에 ‘지켜보는 자’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그의 몸이 휘황찬란한 빛에 휘감기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른 형상으로 변모했다.
두 개의 뿔은 사라졌고, 붉은 비늘로 덮여 있던 몸은 인간의 그것으로 변한다.
곧이어 완전히 변화가 끝난 그의 얼굴은 익숙한 이의 것이 되었다.
하얀 페르소나를 쓴 얼굴. 그는 도드라지는 각진 턱과 광대와 검고 긴 챙이 있는 모자를 쓴 남자였다.
미미르가 그를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브륀. ‘관찰자’여.]“지혜의 거인 미미르를 뵙습니다.”
브륀이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그는 과거 재현이 처음 테마 던전을 공략할 당시, 마지막 술래잡기를 주관했던 이였다.
그의 진정한 정체는 대적자의 관찰자.
자신의 사명은 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미래를 바꾸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대가 본 예언의 대적자는 어땠지? 쓸 만해 보이던가?]“물론입니다. 반 에시르 연합의 별이 될 수 있는 재목이더군요. 신격해방 2단계에 이미 접어든 모양입니다.”
브륀은 조금 전 재현이 보여준 제단에서의 모습과 능력을 보며 매료되었다.
처음부터 그의 재능을 알고는 있었지만, 단기간에 이 정도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미미르가 미소 지었다.
[확실히 그건 놀라운 일이군.]“하지만 시간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리미트 브레이커 당시에도 에시르 신좌의 움직임은 거셌다.
재현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연구소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까마귀를 처치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에시르의 힘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거대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실 텐데요?”
그녀의 세 번째 시련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나?]
“물론입니다. 이미 연락해 두었으니 조만간 시작할 겁니다.”
[어떤가. 브륀, 자네가 보기에는 대적자가 이번 세 번째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나?]“어려울 겁니다.”
브륀은 그렇게 말하며 기괴한 가면을 쓸었다.
“이번 시험은 지금까지 진행됐던 시련과는 결이 다르니까요.”
세 번째 시련.
이를 통과한다면 재현은 한 층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선 두 개의 시련과는 결이 달랐다.
그의 말대로, 이번 시련은 재현을 재차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대적자가 실패할 것 같진 않군.’
브륀은 그렇게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 * *
제1회 서클 나인 요리 경연.
이는 서클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이벤트였다. 정확히는 미각이 파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유정이랑 재현이 요리를 먹었다간 사흘은 맛을 느끼지 못하겠지.’
안호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죽 늘어선 조리 도구를 보았다. 파피가 맛있게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진행되는 경연.
취지는 좋았으나, 김유정을 제외한 일원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적당히 펫 전용 사료나 고기를 먹이면 되는 거잖아?”
권소율이 앞치마를 두르며 말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 역시 요리를 위한 복장을 제대로 갖췄다.
요리는 역시 위생이 제일 중요하다는 재현의 의견 덕분이었다.
재현은 이번 요리 경연에서 파피가 제일 맛있게 먹는 요리를 만든 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말해 둔 상황이었다.
서클원들로서는 과거 재현에게 값비싼 결속의 문장을 받은 적이 있으니, 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번에는 그가 무엇을 주려는 걸까?
보상을 앞둔 동료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생각하는데, 별안간 재현이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그래도 파피가 먹는 건데 신경 좀 써야죠. 그리고 이미 펫 상점에서 파는 음식은 싹 다 줘봤는데 거의 안 먹더라고요.”
사실 파피는 부화한 직후부터 음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챙겨주면 조금 먹긴 하지만, 아무래도 성장기의 드래곤이 먹는 양은 아니었다.
이후 무럭무럭 자라 전력에 보탬이 되게 하려면 지금부터 신경 써야 했다.
“파피 너도 맛있는 거 먹고 싶지?”
킁킁.
파피는 앞에 준비된 식재료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중이었다.
입에는 넣지 않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재현의 선언과 함께 동료들의 요리 경연이 시작되었다.
안호연은 가장 무난한 카레였다. 그는 근처 편의점에서 흔히 말하는 3분 카레를 사 전자레인지에 데울 생각이었다.
그의 요리 철학은 단순했다.
‘실패하지 않고 삼킬 수 있다면 요리다!’
권소율의 경우는 계란을 사용해 만드는 간단한 볶음밥, 이재상은 용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다짐육을 이용한 떡갈비를 준비했다.
재현은 겁도 없이 일식에 도전했다. 일본에 왔으니 일식에 도전해 봐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번에야말로 내 실력 보고 놀라지 마라.”
김유정은 뭔지 알 수 없는 붉은 액체가 담긴 냄비를 끓이고 있었다.
가장 기대주인 서이나는 한식이었다.
어쨌든 저녁은 먹어야 하기에 다른 이들과 달리 시험적인 메뉴는 선택할 수 없었다.
일행으로서도 일본에서 4박 5일째를 보내고 있기에 한식이 그리운 타이밍이기도 하고, 파피 역시 의외로 잡식이기에 잘 먹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요리 경연이 시작되고. 약 한 시간이 흘렀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각자의 요리가 완성되었다.
드디어 파피의 선택이 시작된 상황.
“자, 파피. 여기서 마음에 드는 음식을 고르는 거야.”
킁킁.
재현의 말에 파피가 아장아장 걸어가 죽 늘어선 음식 앞에 섰다. 녀석은 킁킁거리며 우선 냄새를 맡았다.
이윽고 녀석은 가장 앞에 있던 권소율과 이재상의 요리를 그냥 지나쳤다. 흥미조차 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너무 쌩 가니까 아무리 나라도 좀 상처인데……?”
“너너너, 너무해…….”
권소율과 이재상이 그렇게 말하며 의기소침한 얼굴이 되었다.
허나 파피는 냉정히 무시한 채, 계속 요리 사이를 걸어 다녔다. 그는 이어 안호연의 요리까지 지나친 뒤 앞으로 걸어갔다.
“투자를 안 했으니 상처도 안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들은 하수예요.”
“이게.”
권소율이 주먹을 쥐어 보였으나 안호연은 헤실거릴 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서이나와 김유정, 재현까지 모두 셋이었다.
그때였다.
파피의 앞발이 한 곳에 멈추며 나란히 붙어있는 세 요리 중 하나를 밀어냈다.
그러더니.
와구와구.
앞에 있는 두 요리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펼쳐진 결과에 일행 전원이 기겁했다.
“그, 그쪽을 고른다고……?”
“벼벼, 병원… 병원에 데려가야 해!”
“…말도 안 돼….”
일행들이 각자 다른 당혹성을 터뜨렸다.
파피는 서이나의 요리를 밀어낸 뒤, 김유정과 재현의 요리를 고른 것이다!
녀석은 재현의 요리를 몇 입 먹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김유정의 요리를 보며 이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챱챱챱챱!
녀석의 행복한 표정으로부터 수많은 이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재현은 확신했다.
“용이랑 인간의 미각은 정반대구나.”
그 말에 김유정을 제외한 일행 전원이 격하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유정은 재현의 말을 무시한 채 와락 파피를 껴안았다.
“내, 내 요리의 진가를 알아봐 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