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1
30화 입학식
설렘 속에 일주일은 금세 흘러갔다.
어느덧 밀레스 학원의 입학식이 있는 날.
재현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조금 긴장된 얼굴로 집 밖을 나섰다.
집 앞에는 김유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밀레스 아카데미이기도 하고, 굳이 따로 갈 이유가 없어서 어제 함께 가자고 미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유정이 재현과 함께 학교에 가려는 것은 단순 길치이기 때문일 공산이 컸지만, 재현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쨌든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날.
굳이 다퉈서 힘을 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김유정은 제때 시간을 맞춰 나온 재현을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얼굴을 보니 웬일로 평소에 안 하던 화장도 했는지 피부가 조금 희었고, 볼과 뺨 아래에 불그스름한 생기가 돌았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보니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인 듯했다.
“웬일로 안 늦었네. 가자.”
“그래.”
덤덤히 대꾸하고 김유정의 옆에 붙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아주머니께서 너 많이 걱정하시지?”
“어. 원래 좀 극성이시잖아.”
재현은 김유정과 대화를 나누며, 이선화의 얼굴을 떠올렸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이선화는 아들을 걱정하며 조심하라는 당부를 거듭했다.
재현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이선화로서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
밀레스 학원의 위치는 서울에서 약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대구다.
대구는 과거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마수가 창궐한 대도시.
언제 사방에서 몬스터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죽은 땅이다.
물론 그 덕분에 레이더 지망생도들이 마음 놓고 훈련을 할 수 있는 거지만…….
어쨌든 위험하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두 번째.
밀레스 학원 생도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제 학생이 아닌 생도로 불리게 될 이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레이더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집에서 등하교를 반복하던 이들에게 이는 꽤 적응하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세 번째.
밀레스 아카데미는 해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아, 목숨을 잃는 이들이 나온다.
과거 총기가 보급된 군대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듯,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어쨌든 수백 명의 힘을 지닌 각성자들이 모이는 곳.
사건 사고가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특히 내가 다닐 땐 더 심했고.’
재현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독 자신이 재학 중이던 시절 많았던 사건사고.
그땐 운이 좋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과연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
재현은 자신의 옆에 붙어 걷고 있는 김유정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마수로 인해 운행이 중지된 기차 대신 둘은 포탈을 이용하기 위해 역에 도착했다.
안내원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가볍게 묵례하며 물어왔다.
“안녕하세요. 어디에서 어디까지 이용하실 계획이세요?”
“앗! 저희는 대구로 가려고…….”
“그럼. 레이더 지망생이시군요? 알겠습니다. 학생증 보여 주시면 별다른 이용료 없이 이용 가능하십니다.”
아카데미 생도나 현직 레이더는 국가의 주요 재산이다.
덕분에 이것저것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되는데, 포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 외에도 병원비를 80퍼센트 할인해 준다거나, 국가 인증 기관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극도로 절감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
“여기요!”
김유정이 먼저 학생증을 내밀었다.
재현 역시 뒤이어 안내원에게 학생증을 보여 주자, 그녀는 밝게 웃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항상 고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오세요.”
앞의 인사는 일종의 관례다.
전위에서 몬스터와 맞서 주며 일반인들을 지켜주는 레이더에 대한 감사 인사.
TV 연예인들이 SNS로 시작하던 이벤트가 저렇게 현실에도 옮겨온 것이다.
지이이잉…….
“이 안입니다.”
안내원이 푸른 수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수정은 좌표가 입력된 전송석.
이전에 박성재가 재현에게 건네주었던 워프 스톤의 영구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덕분에 가격은 수백억이 가뿐히 넘어가는 수준.
파츠츳!
전송석에 손을 얹자 차갑고도 따뜻한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감싸 왔다.
워프 스톤이란 신체를 마력장의 일부로 끌어들여 지정된 좌표로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물건.
지독한 멀미가 함께 수반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김유정 역시 먼저 포털을 타기 싫어 재현의 뒤에 꼭 붙어 있는 중이고.
결국, 재현이 먼저 포탈을 이용했다.
잠시 고민하던 김유정도 눈을 질끈 감은 채 따라 몸을 밀어 넣었다.
* * *
잠시 후.
동반되는 약간의 멀미가 모두 끝나자 둘은 폐쇄 도시 대구에 도착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이 거리에 죽 깔려 있고 드문드문 난 잡초가 이질적이다.
마치 SF 영화의 핵전쟁으로 방치되어 버린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둘러보니 이미 꽤 많은 사람이 폐쇄 도시에 집결해 있었다.
개중에서 익숙한 얼굴도 몇몇 보였다.
이를테면 앞에서 학생을 통솔하고 있는 근육질의 남자.
‘김석기 교관. 진짜 오랜만이네.’
익숙한 얼굴이지만 전혀 반갑지 않았다.
회귀 전, 밀레스 아카데미 재학 시절에 기초 체력 수업을 진행하던 교관 김석기.
죽기 직전까지 운동장을 돌린다거나, 한 시간 동안 절벽에 매달려 있게 하는 등 하드코어한 훈련 방식으로 악평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김석기는 재현과 김유정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밀레스 아카데미 신입생입니까?”
“네.”
“이쪽 버스에 올라타십시오. 정각이 되면 출발합니다.”
무뚝뚝한 지시.
고개를 꾸벅 숙인 둘은 버스에 올라탄 뒤 주변을 스캔했다.
대부분 회귀 전 이름을 날리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던 익숙한 얼굴들.
허나, 그중에서도 단연 재현의 눈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서이나.
마법계 적성 92의 천재로 태어나 훗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급 레이더가 되는 인물.
그런 그녀도 지금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창가 자리에 앉아 홀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닌가 보네. TV에서 보던 대로야.’
그때 시선을 느낀 서이나와 재현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서이나는 재빨리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회피한 뒤, 다시 폰에 눈을 고정시켰다.
“뭐 해? 안 들어가고?”
“아, 응.”
재현이 멈춰 서자, 뒤따라 들어오던 김유정이 물어 왔다.
그는 적당히 대꾸하며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뗐다.
서이나가 자신을 흘깃 훔쳐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은 둘은 잠시 시간을 죽였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밀레스 아카데미 입학 지침서를 읽다가, 이어서 들어오는 다른 학생들의 얼굴을 죽 훑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아홉 시 정각이 되자, 김석기 교관이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모두 잘 도착했군요.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가는 동안 지침서 한 번 더 읽어 보시고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질문해 주십시오.”
딱딱한 교관의 말투에 얼어붙은 버스 내부가 더 차가워졌다.
김유정이 재현의 허리를 쿡 찌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나저나 우리 그거 어떡하지?”
“그거라니. 뭘?”
재현이 건조하게 대꾸하자, 김유정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뭐긴 뭐야. 당연히…….”
다음에 들려올 말이 무엇인지 재현 역시 듣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밀레스 학원 최대의 이벤트 중 하나이자 다수의 길드가 주목하는 바로 그 행사.
‘이미 준비는 다 끝냈어.’
재현은 창밖을 보며 가볍게 턱을 괬다.
하지만 그의 눈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 이벤트에서 반드시 1위가 되어야만 했다.
* * *
버스에서 내린 생도들은 학교 정문에 도착해 강당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이사장인 구자인의 연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연설 예정 시각인 열 시까지는 아직 10분 정도 남은 상황.
재현과 김유정을 비롯한 마법계 생도들은 오른편에, 안호연을 비롯한 무투계 생도들은 왼편에 줄을 맞추어 섰다.
긴장한 생도들 틈에 배치된 교관들이 눈을 부릅뜬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혹여나 있을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생도들 틈에서는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야. 쟤가 걔야? 그 천재 무투계?”
“안호연? 아 시바. 쟤는 걍 우리랑 다른 종족이여. 적성치 92가 말이 되냐?”
“하긴. 근데 솔직히 존나 잘생겼다.”
대화 주제는 바로 TV에 연일 얼굴을 비쳤던 안호연에 대한 것.
그렇지 않아도 무투계 적성치 92의 천재 각성자인 데다 얼굴까지 잘생겼으니.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저들이 안호연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를 신격화하는 것은 재현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난 안호연의 생명의 은인이다. 이걸 잘 이용하기만 하면 밀레스 학원에서도 저 녀석이 좋은 패가 돼 주겠지.’
지난번 골목에서 안호연과 조우했을 당시 재현은 그를 구해 주었다.
고블린의 공격에 움직이지도 못하던 안호연에게 용기를 주고 함께 격퇴한 것.
아마 말은 않아도 이미 안호연은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 있을 터였다.
‘물론 내가 구해 주지 않았어도 안호연은 죽지 않았겠지만.’
재현은 작게 미소 지었다.
본래라면 안호연은 거기서 피 칠갑이 되긴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재현이 그에게 접근한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인맥을 쌓기 위함.
‘무투계 몰락은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걸린다. 그동안 안호연만 잘 데리고 다니면 마법계여도 찬밥 신세는 면할 수 있어.’
재현은 이번엔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신의 바로 앞에 선, 흑발의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여자.
서이나는 낯을 가리는 듯 팔짱을 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나저나 서이나는 역시 예쁘네.’
고고한 흑발과 헤이즐넛 색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아우라.
2024년부터 쭉 레이더 인기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다웠다.
그러나 김유정 역시 매력적인 얼굴을 갖고 있었다.
흰 피부와 둥근 얼굴, 가냘픈 선과 대비되는 건강한 육체미를 지닌 덕에 전 학교서부터 인기가 꽤 많은 편이었다.
뭐, 지금 재현이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은 뒤 다시 서이나에 대한 정보를 떠올려낸 재현이 곰곰이 생각했다.
‘서이나까지 내 쪽으로 포섭할 수 있다면 가진 패가 더 늘어날 텐데…… 저런 성격이어서야 접근 자체가 힘들겠네.’
조금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런 타입의 성격은 무리하게 접근해 봤자 경계심만 사게 될 뿐.
지금은 그저 멀리서 서이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최선이었다.
게다가 지금 재현은 유성은, 안호연, 이재상이라는 패를 쥐고 있다.
크게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김유정은 앞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재현을 향해 질린다는 어투로 말했다.
“야. 아무리 쟤가 예뻐도 그렇지. 그렇게 쳐다보면 좀 징그러워.”
“어? 뭔 헛소리야? 그런 게 아니라 난 그냥…….”
재현이 반박하려던 순간.
단상에 불이 켜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밀레스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생도 여러분. 저는 구자인입니다.”
재현의 미간이 전에 없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사장인 구자인.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저 자식 얼굴이 저따위로 생겼었지. 이제야 기억이 나네.’
재현은 구자인의 얼굴을 보며 이를 갈았다.
미래에는 갑자기 실종 처리되어 모습을 감췄지만, 저 선량해 보이는 자는 수많은 생도를 지옥으로 이끈 쓰레기다.
아마 회귀 전에도 죽지 않고 다른 이들과 결탁하여 여전히 악행을 도모하고 있었겠지.
밀레스 학원 재학 시절 어째서 재현이 그토록 많은 사선을 넘었는지.
바로 그 이유가 앞에 있었다.
구자인.
밀레스 아카데미의 이사장이자, 모든 악의 근원 중 하나.
지금부터 재현은 그를 상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