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2
31화 신입생 사냥 (1)
“안녕하세요. 밀레스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생도 여러분. 저는 밀레스의 이사장인 구자인입니다.”
구자인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은 채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사장 구자인.
그는 향후 이곳에서 일어나게 될 갖은 비극의 원흉이었다.
그의 탐욕 덕분에 죽어 나가는 생도들은 한 해에 무려 수십.
특히 재현이 재학하던 시절에는 몇 배나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재현은 구자인을 보며 주먹을 꽉 그러 쥐었다.
‘이번 생에는 구자인을 빠르게 배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그러지 못하면 앞으로 무고한 생도들이 몇 명이나 더 죽어 나갈지 모른다. 향후 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거고.’
차갑게 내려앉은 두 눈동자가 구자인의 비열한 얼굴을 향한다.
박수 소리가 들려왔으나, 재현은 호응하지 않은 채 가만히 그를 주시할 뿐이었다.
이곳의 생도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구자인의 숨겨진 실체를.
‘하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어. 때를 기다려야 해.’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권세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
당장 구자인의 비리를 밝혀내기엔 재현이 가진 힘이 너무나 미약했다.
‘지금은 착실히 힘을 키우면서 구자인을 견제한다.’
다행히 아카데미에는 재현의 성장을 도울 만한 여러 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이용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모두 이용한다.
재현은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밀레스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김유정을 그냥 놔둘 순 없어.’
그에게는 다른 문제도 있었다.
김유정은 가까운 미래에 아카데미의 비극을 겪고 목숨을 잃게 된다.
그것도 재현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이번엔 죽게 안 둬.’
재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데스게임 속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의지다.
김유정을 구하겠다는 것도,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강해지겠다는 것도.
모두 그가 내린 결정이었다.
재현은 옆에 선 김유정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마음 단단히 먹어. 알지? 밀레스에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거.”
“웬일이래? 네가 날 다 챙기고. 걱정 마. 난 엄청 잘할 거거든.”
재현의 말에 김유정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가식 없이 털털한 저 미소가 그녀의 매력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재현이 조금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안 그래도 그럴 것 같네.”
실제로 김유정은 비극이 있기 전만 하더라도 마법계 랭킹 3위안에 들던 수재다.
이제 막 이쪽으로 진로를 바꾼 재현이 걱정해 줄 위치는 결코 아니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잠시 끊겼던 구자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 생도 여러분. 지금부터 밀레스 아카데미의 입학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히 이렇게 딱딱한 분위기는 좀 재미없죠?”
‘역겨운 새끼…….’
재현은 쯧, 하고 혀를 찼다.
구자인이 지금 준비한 이벤트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재현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아직 뒤에 벌어질 본격적인 이벤트만큼 사상자가 나오지는 않지만, 신입생들에겐 그마저도 정신적인 충격이 꽤 클 것이다.
그러나 구자인이 생도들의 편의를 봐 줄 일 따윈 없었다.
구자인은 생도들을 그저 도구로 사용할 뿐이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겠죠. 밀레스 아카데미의 입학식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지금부터 바로 그 이벤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밀레스 학원의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이자, 수많은 신입생을 좌절시키는 사건.
그것은 바로.
구자인의 얼굴이 희열로 가득 찼다.
그의 탐욕스러운 입술이 어느 때보다 더디게, 또 선명하게 달싹였다.
“지금부터 ‘신입생 사냥’을 시작하겠습니다.”
* * *
강당 내부에 짙은 침묵이 깔렸다.
마치 비를 집어삼킨 먹구름처럼, 장내의 날씨는 명백히 흐림이었다.
신입생 사냥.
밀레스 아카데미의 대표 이벤트 중 하나이자, 신입생의 지옥이라 불리는 이벤트.
‘해마다 여기서 약 5퍼센트의 생도들이 떨어져 나간다. 그만큼 힘겹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게 만드는 이벤트. 조금도 긴장을 늦춰선 안 돼.’
“그럼, 지금부터 신입생 사냥의 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구자인은 생도들의 반응을 살핀 뒤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을 뗐다.
“신입생 사냥은 재학생과 신입생을 아공간에 두고 서로 명찰을 빼앗게 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은 명찰을 빼앗을 때마다 포인트를 얻게 되고, 그 포인트는 여러분이 더 좋은 기숙사나 시설을 이용하는 데 사용할 수 있죠.”
실제로 밀레스 아카데미는 성적에 따라 시설의 이용권 역시 차등 지급된다.
이를테면 월말 평가에서 A급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수영장이 딸린 큰 호텔 방을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반면, D급 이하로 성적이 낮으면 룸메이트 네 명과 함께 부대끼며 버텨야 한다.
이때, 이런 끔찍한 생활을 타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포인트 제도.
포인트는 밀레스에 재학 중인 생도들의 모든 의식주에 작용한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이다 보니, 이곳의 생도들은 거의 모든 것을 이 안에서 자급자족한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더 멋진 옷과 편안한 잠자리를 얻고 싶다면 더 많은 포인트가 요구되는 것이다.
‘젠장 PTSD가…….’
물론 재현은 이 시스템을 유리하게 이용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이건 상위권 생도들에게 모든 지원을 몰아주기 위한 시스템이고, 재현은 회귀 전 이곳의 최하층 주민이었다.
높은 랭킹의 랭커들과는 처음부터 출발선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여러분은 몇 가지 질문을 할 겁니다. 첫 번째, 당연히 재학생이 더 강할 텐데. 어떻게 이벤트의 밸런스를 맞출 것이냐? 바로 스킬입니다.”
구자인은 입꼬리를 올렸다.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아공간에서는 C급 이하의 스킬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는 엇비슷하다는 이야기죠.”
이건 재현에게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구자인의 말을 해석하면, 그가 지닌 기초적인 마법을 제외한 《전격의 사슬》과 같은 스킬은 봉인된 거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그와 별개로 고유 스킬이나 EX급 스킬의 사용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긴 하다.
고유 스킬은 생도 개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스킬이라 따로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EX급 스킬은 노르니르 시스템을 지닌 재현만이 소유하고 있는 새로운 등급의 스킬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신경 쓴 것처럼 보인다.
허나, 구자인의 말에는 큰 모순이 하나 존재했다.
룰에 스킬 제한에 대한 항목은 있지만, 스탯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이다.
이는 즉, 스탯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몇 년이나 더 전문 교육을 받은 재학생에게 유리한 판인 것.
생각하는 동안, 구자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또한, 이 아공간은 특수한 마력이 흐르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사용하는 모든 스킬은 평소 위력의 1/10배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죠. 이는 생도 여러분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준비해 둔 장치이니 혹여나 다칠 위험에 대한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유정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도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그러나 재현은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구자인의 썩은 눈동자를 노려볼 뿐이었다.
‘개소리하고 있네.’
어차피 저런 룰이 있다고 해도 결국 구자인의 입김에 따라 언제든 상황은 가변 될 것이다.
그만큼 구자인이 밀레스내에서 지니는 권력은 상상 그 이상.
아카데미 안에서만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는 게 바로 그였다.
구자인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설명을 계속했다.
“재학생은 신입생의 명찰을 빼앗을 때마다 1만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반대로 신입생이 재학생의 명찰을 빼앗으면 무려 10만 포인트를 얻게 되죠. 모쪼록 신입생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원하겠습니다.”
재현이 까득 이를 갈았다.
구자인의 말은 대부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번 이벤트에서 저 인간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단 하나.
재능이 있는 신입생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기 위함이다.
나머지 생도들은 그들을 빛나게 해 주는 들러리.
딱 그 정도였다.
“짜증 나네…….”
재현 역시 과거 다른 이들을 띄워주는 멍청한 역할이었다.
아공간으로 전송된 그는 단 한 시간 만에 재학생 팀의 협공으로 아웃되었고, 다른 이들의 비웃음을 사 놀림거리로 전락했다.
‘이번엔 들러리 따윈 개나 주라지. 내 목표는 무조건 1위다.’
재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비록 얻게 되는 포인트는 신입생 쪽이 많지만, 이 이벤트는 무조건 재학생에게 유리한 게임이다.
거기다 1 대 1 싸움에서 캐스팅이 필요한 마법계가 불리한 건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고.
재현은 옆에 선 김유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김유정. 우린 믿을 만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움직여야 해. 아공간에 떨어지면 무투계와 마법계가 섞이게 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
“당연하지. 같은 등급인 무투계와 마법계가 일대일로 붙었을 때 마법계가 이길 확률은 거의 없어. 반면 마법계는 같은 편이 많아질수록 더 강해지고.”
김유정의 명쾌한 대답에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던전에 들어가 본 적 없는 생도치고는 매우 훌륭한 답변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 게임은 단지 혼자 잘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번 이벤트의 가장 큰 키워드는…….
‘연합.’
재현은 이미 이 게임을 승리로 이끌 방법을 알고 있었다.
변수에 대비해 미리 이것저것 준비해 둔 패도 있고.
한편, 구자인은 당황한 신입생과 신입생 사냥에 참가하는 재학생을 죽 훑어보았다.
구자인의 얼굴에 비틀린 환심이 머물다 흩어진다.
손목시계가 정각을 알리며 가볍게 진동했다. 구자인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그럼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신입생 여러분의 무운을 빌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서 거대한 검은 마법진이 솟아오르더니, 강당의 생도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재현은 재빨리 김유정의 허리를 붙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이건 다중 전송 마법의 일종. 전송되는 순간에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있으면 그 사람과 함께 이동할 수 있지.’
재현은 이 게임의 룰을 철저히 이용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현이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으아아앗!”
바로 허리를 붙잡힌 김유정의 호들갑에 발을 헛디뎌 앞으로 넘어진 것이다.
전송되기 직전, 재현은 다른 한 사람과 부딪히며 접촉하고 말았다.
쿠구구구구……!
까만 어둠이 이들을 집어삼키고, 마침내 재현과 김유정이 눈을 떴을 때.
재현은 자신이 마지막에 넘어지면서 부딪힌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흑발, 헤이즐넛 색 눈동자.
서이나였다.
* * *
연화 길드의 대표 유성은의 집무실.
박성재는 유성은에게 가져온 파일을 건네며 지금까지의 일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일단 대표님의 병에 대한 떡밥은 다 가라앉았습니다. 오보를 낸 기자들도 싹 다 고소 진행 중이고요. 아마 몇 달 내로 사건 정리될 겁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제 동생 때문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런 일을 혼자 처리하시기 힘드니까 제가 있는 거니까요. 이럴 땐 좀 더 기대 주십시오.”
박성재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유성은은 한숨을 쉬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제아무리 유선재가 막 나가는 동생이었다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오보를 흘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이제는 동생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추악한 인간.
역겨움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박성재는 그런 유성은의 마음을 눈치채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전환했다.
“저, 그리고 드디어 오늘이 민재현 군의 밀레스 아카데미 입학식 날입니다.”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유성은이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스마트폰을 집어 전원을 켰다.
하나, 이미 열 시를 조금 넘긴 시각.
유성은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입학식 전에 잘하라고 문자라도 남겨 둘까 했는데…… 어차피 지금은 볼 수도 없겠네요. 이번에도 3일 동안 진행되나요?”
“‘신입생 사냥’이라면 맞습니다. 3일 동안 아공간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어차피 그 안에서는 휴대폰도 못 쓰니까 뭐. 다녀온 뒤에 이야기해야겠네요.”
박성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슴을 펴고 당당한 어투로 대꾸했다.
“실은, 그러실 줄 알고 미리 유성은 대표님을 대신해 제가 문자를 보내 뒀습니다.”
“네?! 정말요? 답장은요? 재현이가 뭐라던가요?”
“걱정 말라네요.”
그 말에 유성은이 피식 웃었다.
밀레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생도 백 명 중 아흔아홉은 두려워하는 이벤트.
신입생 사냥.
재학생과 신입생이 맞붙어야 하는 불합리한 게임에서 신입생 주제에 걱정 말라니.
“믿음직스러운 대답이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재현 군이 자신이 가진 실력을 다 내보인다면 틀림없이.”
“1위를 하겠죠.”
유성은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둘은 쿡쿡 웃으며 서로 짧게 시선을 교환한 다음, 동시에 기지개를 켰다.
유성은은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럼, 전 제자님이 얼마나 활약할지 기대하고 있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