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토르의 아들들(2)
“감히… 인간 따위가 뇌신 토르의 강함을 논하는가…!”
모디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호전적인 성격의 소유자. 과연 신화 속에서 등장하던 대로였다.
재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네 형제가 내 발밑에 깔린 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마그니… 이 멍청한 놈이 한낱 인간에게….”
허나 모디 역시 알고는 있었다.
조금 전.
마그니가 손 쓸 새도 없이 재현에게 당했다는 것을.
대적자가 자신이 예상한 것, 또 들은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무려 아스 신족의 일원인 자신이 고작 인간이 무섭다고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역시 비록 힘을 타고나지 않았을지언정, 뇌신 토르의 아들이 아닌가?
여기서 볼품없는 모습을 보일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물론 지금은 최대한 마그니와 협력해야 한다. 녀석이 정신을 차린다면 곧바로….’
흠칫.
생각하던 모디의 두 눈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과연 현실인가 의심할 새도 없이,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선명한 사실이 가시처럼 박혔다.
‘마그니의 생체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다. 놈의 마력이 전혀 감지되지 않아. 격도, 그 무엇도…!’
그때 재현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보라는 듯한 익숙한 스킬을 발동했다.
―액티브 스킬 《신성 찬탈》을 발동합니다.
―지정대상의 《마그니》의 신격을 찬탈합니다.
―사용자의 신격이 올라갑니다!
―지정대상의 모든 신격을 찬탈했습니다. 지정대상이 사망합니다!
모디 역시 알고는 있었다.
대적자가 로키의 힘.
신성 찬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에 대비도 했다. 시그룬도, 헤임달도 그런 식으로 녀석에게 당했으니까. 충분히 그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형제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
믿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니까.
“…재현아 괜찮아?”
“어. 너흰 별문제 없어?”
“안호연이 한 대 맞은 거 빼곤 괜찮아.”
권소율이 덤덤히 말했다.
그녀와 이재상 역시 괜찮다고는 하지만 꽤 지친 기색이었다.
뒤편에서 숨을 고르는 모습이, 아무래도 조금만 더 늦었다간 몇 대 쥐어박혔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그만큼 적이 강했다는 거겠지.’
하나 재현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전, 요르문간드와의 싸움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마그니를 단숨에 처치하고 신격을 빼앗기까지 했으니까.
“오딘이 시켜서 온 건가?”
“아스가르드 최고신을 함부로 입에 놀리지 마라.”
“그 최고신이 나한테 곧 죽을 텐데.”
재현이 차갑게 말하자, 모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 인간… 조금 전에 상대했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뭔가… 이상해. 후긴과 아버지가 말한 대적자의 강함은 이 정도가 아니었을 텐데!’
훙!
그 순간, 마그니를 밟고 있던 재현의 신형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모디가 재빨리 눈으로 그를 쫓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어디지? 어디로 이동한…!’
촤앗!
재현이 어느새 쥔 니드호그의 송곳니로 그의 허벅지를 베었다.
다리에 피가 튀었고, 모디가 크읍 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재현은 동요하지 않고 다시 거리를 벌린 채 검을 쥔다.
누가 보더라도 선악이 뒤바뀐 듯한 모양새였다.
모디가 이를 갈며 말했다.
“대적자… 인정하겠다. 생각보다 너는 쓸 만한 놈인 것 같군. 인간 치곤 말이야.”
“글쎄. 내가 듣기론 너희가 지나치게 약하다고 하던데. 에시르에서 쓰레기라고 불린다고 말이야.”
“이 새끼가…!”
“신치고는 입이 가볍고 험한데?”
재현이 픽 웃었다.
모디는 정말로 화가 난 듯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제 이 인간과의 전투의 끝을 볼 생각이었다.
“너는 나를 화나게 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자신이 숨겨두었던 절기를 발동하기 시작했다.
―대상이 필드 마법 《격노의 지대》를 발동합니다.
모디라는 이름에 숨겨진 의미. 그것은 재현도 잘 알고 있었다.
격노, 흥분.
격노의 지대라는 필드 마법은, 결국 그의 분노의 발현으로 형성된 고유 개성이 분출된 필드 마법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재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재현아!”
“민재현!”
서이나와 김유정의 외침에도 재현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게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이어, 곧 필드 마법이 작동하며 격노의 지대가 재현을 집어삼켰다.
주변의 다른 동료들은 다행히 함께 휩쓸리지 않았다.
재현과 모디. 두 존재만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재현은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인근은 마치 무스펠헤임처럼 불꽃이 가득한 화산지대였다.
화염이 쉴 새 없이 솟구치고, 용암이 바닥에 흘러내린다.
천지가 뜨거움으로 가득한 곳.
그곳이 바로 모디의 필드 마법, 격노의 지대였다.
모디는 약간 휘청이면서도 중심을 잡으며 생각했다.
‘아직 제대로 다룰 수 없는 힘이다. 애석하지만 나는 저놈의 말대로 아스가르드에서 약한 편에 속하는 신이니까.’
그답지 않은 냉정한 평가였다.
하지만 타고난 천부적인 전투 감각만큼은 아버지와 거의 같은 그였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그의 몸에 가득 들어찼다.
과연 신다운 오만함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벨트의 힘에 의지해 필드를 열었지만,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인간 따윈 금세 처치할 수 있다.
마그니처럼은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모디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떠냐. 이게 내 필드 마법, 격노의 지대다!”
―지정대상에 의해 사용자가 강제로 격노의 지대로 이동했습니다.
“격노의 지대는 필드에 들어온 모든 이의 분노가 극에 달할수록 본인을 더욱 강해지게 해 주는 마법이다.
하찮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지. 언제든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말이야!”
재현은 모디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웃었다.
분노할수록 강해지는 필드라니.
모디와 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이와 같은 필드는 아무런 페널티도 주지 못한다.
재현은 우선 한 가지를 주지시켜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너는 한 가지 착각하고 있다.”
그가 말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들어 줄 생각 따윈 없으니 그만 죽어라. 대적자…!”
파츠츠츳…!
그 순간, 모디가 뇌격을 만들어 재현을 공격해왔다.
그것은 언젠가 재현이 흐룽그니르의 기억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그것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었다.
작았고, 마력도 정제되지 않았다. 단계도 그리 높지 않다.
재현이 피식 웃었다.
벨트의 힘을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아버지의 산은 드높은 모양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토르는 뇌신.
그에 비해 모디는 뇌격을 다룰 수 있다고는 해도, 아직 애송이일 뿐이니까.
하나, 안타깝지만 그에게 더욱 안 좋은 소식이 두 개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신격 3단계를 해방합니다.
재현이 요르문간드의 시련을 통과하며 온전한 신격 해당 3단계에 도달했다는 것. 즉,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네가 더 분노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라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모디… 너는 과거 첫 번째 라그나로크 당시 희생되었던 거인들과 요툰헤임을 기억하나?”
그의 물음에 모디가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말을 받았다.
“흥, 그런 쓰레기들의 죽음까지 내가 일일이 기억해야 하나? 뭐, 아버지를 따라 전쟁에 몇 번 나간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 기억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모디의 말에 재현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거면 됐다. 너는 마지막까지 나쁜 놈이면 충분하다. 그래야 너를 죽일 때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재현은 과거 두 번째 시련, 우르드의 거울 속에서 보았던 흐룽그니르를 떠올렸다.
스미르를.
죽어가는 아버지를 기억하던 스미르를 떠올렸다.
당시, 재현은 처음으로 라그나로크라는 파멸의 전쟁이 남긴 비극과 마주했다.
거인은 쉴 새 없이 개미처럼 짓이겨졌다.
토르,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모디와 마그니. 그들과 다른 신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 순간, 느리게 날아오는 뇌격을 바라보던 재현의 온몸에 신격이 들어찼다.
이제 더는 자신도 참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전부터 계속해 끓어오르던 이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마침내 재현의 감정이 극한에 도달하는 것과 함께.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지정대상 《에시르 신》과의 전투입니다!
―패시브 스킬 《흐룽그니르의 분노》가 발동됩니다.
과거 흐룽그니르의 두 번째 시련에서 획득했던 EX급 스킬.
이는 에시르 신과 싸울 때 대적자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스킬이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는 토르와 에시르 신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잃은 흐룽그니르의 분노와 염원 그 자체다.
가족을 두고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자신의 동족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의지가 이 스킬에 담겨 있었다.
심지어 재현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적은 흐룽그니르와 거인족을 학살했던 토르의 아들 모디.
―패시브 스킬 《흐룽그니르의 분노》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흐룽그니르의 분노라는 스킬이 더욱 진일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재현이 숨을 들이키며 손을 뻗었다.
“한 가지는 확실히 해 두지. 지금 네가 강제로 자아낸 것보다, 가족과 동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흐룽그니르의 분노가 몇 배는 더 크다는 걸.”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절대 연산의 발동으로 모디의 뇌격을 무효로 한 그가 다시금 온몸에 마력과 신격을 끌어올린다.
그런 뒤 앞을 본다.
요르문간드와의 첫 번째 금제. 신격과 마력을 분리했던 당시의 기억을 되짚는다.
마력과 신격. 미묘하게 같으면서도 다른 듯한 두 힘의 발동 원리.
허나, 두 힘이 다르다고는 해도 하나만큼은 확실히 일치했다.
몸의 힘을 발현하고, 구체화한 뒤 그대로 쏘아낸다!
츠츠츠츠…!
재현은 두 힘을 동시에 운용하기 시작했다.
마력은 마력대로, 또 신격은 신격대로.
섞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두 힘이 균형을 이루며 분주히 섞여나가기 시작한다.
콰지지지지!
―액티브 스킬 《뇌신의 사슬》을 발동합니다.
촤르르르!
원을 그리며 자신을 향해 휘몰아쳐 오는 공격.
이를 본 모디의 표정이 전에 없이 충격에 물든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 아래로 경악이 새어든다.
그것은 도저히 한낱 인간에게서 느낄 힘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저 힘은….
‘저, 저 힘은… 아버지의…!’
재현의 공격. 그것은 누가 봐도 아버지 토르가 사용하는 것과 완벽히 같았다.
위력까지 같은지는 제대로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허나, 그 상황 속에서도 모디는 직감했다.
그 공격을 자신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대적자의 현재 강함은 적어도 더욱 상위 신들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