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7
36화 신입생 사냥 (6)
마침내 한 장소에서 조우하게 된 김유정과 재학생 다섯.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중이었다.
언제든 작은 틈이 생기면 즉시 공격할 요량.
그들 사이에는 선명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오진혁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시발. 좆같은 새끼가 일을 존나게 크게 만들어. 걍 잡히면 편하고 좀 좋냐?”
“뭐래? 입에 걸레 물었냐?”
김유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받아쳤다.
제아무리 자기 팀원을 아웃시켰다고는 해도, 저런 식으로 말하며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인간을 인격적으로 대우해 줄 필요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재현에게 오진혁을 비롯한 재학생 무리를 도발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
저들이 화가 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수록, 파티에게는 득이 되는 일인 것이다.
김유정의 도발에 오진혁이 발끈한 듯 주먹을 쥐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신입생 주제에 말본새가 왜 그따구야? 넌 시발. 내가 직접 패 줄게.”
“가까이 오면 안 될 텐데? 여기 널린 게 마비 포자 버섯이야. 내가 이거 터뜨리면 다 죽는 건데 괜찮겠어?”
김유정이 여유 있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오진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만약 저 새끼가 버섯을 터뜨리면 자기도 무사하지 못해. 의미 없는 허세다.’
오진혁은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상성 상으로든 경험으로든 밀릴 일이 전혀 없는 싸움이다. 낙승이군.’
오진혁은 팀에서 가장 뛰어난 무투계 레이더였다. 반면 김유정은 대인 전에 불리한 마법계 신입생.
어떻게 생각해도 밸런스가 맞는 게임은 아닌 것이다.
“그럼…… 간다!”
오진혁은 짧게 숨을 고른 뒤, 들고 있던 롱소드를 높게 치켜들었다.
타앗!
그는 곧장 땅을 차 김유정과의 거리를 좁혀 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기세로 오진혁의 신형이 쏘아졌다.
마치 잡아먹을 듯 밀어닥치는 흉흉한 마력.
그러나 김유정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공격이 자신에게 닿는 순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쌔액……!
오진혁의 검이 김유정의 몸통에 닿기 직전, 그녀가 마비 포자 버섯에 손을 뻗었다.
기세 좋게 달려오던 오진혁과 그의 일행의 몸이 차갑게 굳었다.
김유정은 씩 웃으며 포자를 움켜쥔 채, 강하게 힘을 주었다.
쉬이이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노란색 가루.
가루는 삽시간에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들려온 청량한 메시지.
―주의! 마비 버섯이 폭발합니다!
―반경 50미터의 생물이 2시간 동안 마비 상태가 됩니다.
“젠장! 이 미친 새끼가 진짜로 버섯을……!”
물론 김유정 역시 마비를 피해 갈 순 없었다. 하지만 이미 이런 때를 대비해 작전을 세워 두었으니 문제는 없다.
그녀는 몸이 완전히 마비되기 직전, 마력을 개방해 액티브 스킬을 발동했다.
“바통터치. 미안하지만 이젠 내 차례가 아니라…….”
―액티브 스킬 《체인지》를 발동합니다.
―플레이어와 대상 플레이어 간의 위치를 교환합니다.
―대상 플레이어로 지정된 ‘민재현’으로 교환됩니다.
“내 차례야.”
일순, 빛과 함께 재현의 몸이 김유정과 교환되었다.
만면에 미소를 띤 재현이 쇄도하는 오진혁의 검을 주먹으로 쳐냈다.
“하나, 둘, 셋…… 넷. 고작 신입생 한 명한테 너무 많이 붙은 거 아니냐?”
* * *
마비 버섯이 터지며 포자를 내뿜었다.
오진혁은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채로 재현에게 멱살을 붙들렸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쫓던 여자는 대체 어디 가고 저 뺀질거리는 놈이 왔단 말인가?
그때, 오진혁의 미간이 일그러지며 파르르 떨려왔다.
‘……설마! 《체인지》를 사용한 건가?!’
《체인지》는 파티원 중 하나를 지정대상으로 설정해 자신과 그 사람의 위치를 교환하는 마법.
‘……그거라면 갑자기 그 새끼가 사라지고 저 뺀질거리는 놈이 나타난 게 이해가 된다. 젠장, 너무 안일했나?’
입술을 짓씹으며 분개하는 오진혁을 향해 재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속내를 다 읽었다는 듯, 그는 심드렁한 어투로 말했다.
“이제 와서 알아차려 봐야 의미 없어.”
허나, 오진혁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역시 밀레스에서 지난 수년을 버티며 살아남은 생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예상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닥칠 거라는 것은 그도 전혀 알지 못했지만.
“……흥. 머리를 쓴 건 알겠지만 너도 마비에 걸리면 무용지물이 될 텐데?”
‘사람이 바뀌었다고 마비 포자 버섯의 효과가 사라지진 않는다. 서서히 저 녀석도 마비되기 시작할 거야. 그럼 박성혁을 이리로 불러서 이 녀석을 처치하면…….’
허나.
재현은 계획을 세우던 오진혁의 꿈을 산산이 부서뜨렸다.
“어. 근데 안 걸려 난.”
“뭐?”
“마비 안 걸린다고. 다른 상태 이상도 마찬가지고.”
재현은 들려오는 시스템 음에 가볍게 미소 지었다.
―마비 상태 이상에 걸렸습니다.
―《헬의 가호》의 효과로 마비 상태 이상에 완전히 저항합니다.
일전에 헬의 시련, 즉 나이트 셰이드를 사냥하며 얻었던 스킬. 《헬의 가호》는 모든 상태 이상 공격에 완벽히 저항하는 사기 스킬이다.
등급도 무려 EX급.
고작 마비 포자 따위가 결코 이 스킬을 뚫고 재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것이다.
“그, 그럴 리가…… 그게 말이 돼?!”
“그건 신한테 따지든가.”
재현은 피식 웃었다.
오진혁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여기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돼!’
그렇지 않아도 신입생이 메인이 되는 이벤트인데 여기서 추한 꼴을 보인다면?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공산이 컸다.
“……우릴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모양인데 그렇게 쉽게는 안 돼. 내 동료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거든. 그 녀석이 오는 순간 너흰 싹 다 끝이야!”
오진혁이 이를 악물며 노성을 터뜨렸다.
여기서 재현이 빌기만 하면 한 놈 정도는 살려 보내 주겠다고 말하며 협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현은 도리어 재미있다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그 녀석은 안 와.”
“……뭐?”
“네 동료라는 놈. 걘 여기 못 온다고.”
끄아아아악!
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려온 비명에 오진혁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플레이어 ‘박성혁’이 아웃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민재현’, ‘김유정’, ‘서이나’ 파티가 10만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젠장! 그러고 보니 다른 한 동료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설마…… 그 녀석에게 박성혁이 당한 건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성혁은 뛰어난 무투계 레이더다.
고작 마법계 신입생에게 당할 녀석은 결코 아닐 터인데.
한편, 재현은 싱긋 웃으며 오진혁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제 끝을 볼 요량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 잠깐!”
오진혁의 얼굴이 금세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그만둬! 다른 놈들의 명찰을 줄 테니까. 난…….”
“어차피 그냥 뺏으면 되는데, 굳이 왜 내가 그런 협상을 해야 하지?”
오진혁은 재현의 눈을 보며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고작 학원의 이벤트 중 하나일 뿐이다.
‘신입생 사냥’은 명찰을 빼앗는 단순한 게임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째서.
“……가, 가까이 오지 마!”
이렇게나 두려운 거지?
오진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앞의 재현은 마치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마수처럼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퍼걱!
재현은 더 지체하지 않고 오진혁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잠시 후. 익숙한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플레이어 ‘오진혁’이 아웃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민재현’, ‘김유정’, ‘서이나’ 파티가 10만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후. 일단 두 명은 끝났고. 남은 건 셋인가? 좀 더 될 줄 알았더니. 뭐야 김샜잖아. 어떻게 보상할 거야?”
재현은 탐욕스러운 얼굴을 한 채 필드에 마비된 나머지 재학생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으아아악!”
“끄억!”
“커헉!”
그들은 저마다 다른 단말마를 남기며 재현의 주먹에 차례로 아웃되었다.
이로써 얻게 된 포인트는 이미 30만.
재현이 목표하던 바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첫날치곤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랭킹을 확인해 보았다.
신입생 사냥 랭킹: 신입생
1위 – 민재현
2위 – 김유정 / 서이나
3위 – 안호연
4위 – 차유원 / 이수혁
5위 – 장호산
‘1위.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재현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다른 사람의 들러리로만 이용당하고 철저하게 버려졌던 지난 시절.
그는 다시는 그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번 이벤트. 여기서 반드시 1위를 찍어 주겠어.’
* * *
인적 드문 악몽의 숲속의 깊은 곳.
이곳은 조금 전 김유정이 《에어 블래스트》를 사용해 미리 뚫어 놓은 길목이었다.
수풀이 우거져 적들의 눈이 닿지 않는 은폐된 장소.
재학생들의 공격을 피해 쉘터로 도망칠 때, 재현이 미리 봐 두었던 곳이었다.
“그 작전이 진짜 통할 줄이야. 역시 민재현. 잔머리는 알아준다니까.”
김유정은 조금 전 재현과 위치를 바꾼 뒤 물푸레나무의 수액을 마셨다.
재현은 물푸레나무 수액이 마비 상태를 치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사전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재현의 말이 옳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마비가 풀렸던 것이다.
덕분에 셋은 작전을 통해 적을 한데 유인하고 처치할 수 있었다.
“좋아. 슬슬 괜찮아진 것 같아.”
“……그래? 그럼 슬슬 움직일까?”
서이나가 김유정을 부축해 주며 물어 왔다.
김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릿한 몸 상태도 거의 다 풀렸고 매복해 있던 적을 처치한 서이나와도 재회했다.
이제 남은 건 쉘터에서 다시 재현과 합류하는 것뿐.
“그나저나 민재현은 물푸레나무 수액이 마비 상태 이상을 회복한다는 건 어떻게 안 거지?”
“……그러게. 책에서도 딱히 본 기억은 없는데. 거기다…… 재현이는 다른 상태 이상에도 안 걸린다고 했어. 역시 스킬 때문이려나?”
김유정의 의문에 서이나도 맞장구를 쳤다.
조금 전 작전을 짤 때, 재현은 김유정을 미끼로 세웠다. 적을 유인해 마비 버섯을 터뜨리고 《체인지》를 사용해 재현과의 위치를 뒤바꾸는 중요한 미끼 역.
그런 뒤, 매복해 있던 적은 서이나가 처치. 재현은 마비된 적을 정리하고 포인트를 벌어들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작전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김유정 본인이 《체인지》를 사용해 재현과 자리를 바꾼다고 해도 마비 상태 이상이 풀리기까지는 무려 두 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둘째.
재현 역시 마비 포자 버섯에 의해 마비에 걸릴 텐데 대체 무슨 수로 적을 처치하느냐.
셋째.
마비 상태 이상 팻말이 걸린 이상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 터인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지만 재현은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 냈고, 끝내는 재학생 무리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전부 민재현이 말한 대로 이뤄졌어. 얘 미래도 보나? 소름 돋네.’
김유정은 팔로 양어깨를 감싸 쥐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서이나 역시 재현의 놀라운 작전에 감탄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체 민재현은 어떻게 그런 기발한 작전을 세울 수 있었던 걸까?
서로 가진 스킬을 공개한 것은 고작 몇 시간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작전을 세우고 훌륭하게 실현했다고?
‘대단해. 하지만…… 아직 완전히 믿을 순 없는 사람이야.’
그게 서이나의 결론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잘생기고 말 잘하는 남자는 항상 조심하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재현은 명백히 이에 해당한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김유정은 그런 서이나의 얼굴을 보며 조금 쓰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우릴 다 믿는 건 아닌 것 같네. 완전히 마음을 연 건 아닌가 봐.’
김유정은 서이나가 과거의 재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재현 역시 남들과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고 경계부터 하던 아이였다.
지금은 자신과 허물없이 잘 지내며 다른 사람과도 좋아진 것 같지만.
그때. 불현듯 정적이 부담스러웠는지 서이나 쪽에서 물어 왔다.
“……재현인 마법을 능숙하게 잘 다루나 봐. 하긴 무투계 선배를 혼자 처치했으니…….”
“에이~ 무슨. 걔 아직 마법계로 옮긴 지 세 달도 안 됐어.”
“……뭐? 그럼. 원래 재현이가 무투계 지망이었단 말이야?”
서이나가 눈을 끔뻑이며 묻자, 김유정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래. 몇 달 전만 해도 걔 무투계에 완전 심취해 있었다니까. 그땐 마법은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갑자기 마음을 돌려서…… 뭐 생각했던 것보단 적응이 빠르다는 건 나도 인정해.”
“……그래서. 그때…….”
서이나는 처음 아공간에 떨어진 직후 조우했던 신준상과 권소율을 떠올렸다.
신준상과의 싸움에서 재현은 마치 모든 검의 궤적을 읽은 듯 가볍게 피해냈다.
‘원래 무투계 출신이었다면 검의 궤적을 읽는 게 가능했을지도 몰라…….’
물론 무투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꽤 그럴듯한 가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시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대체 왜 민재현은 마법계로 온 거지?
검의 궤적을 피해낼 정도의 눈을 지녔다면 무투계로 계속 가는 게 나을 텐데.
“뭐 해? 이나야. 빨리 가자. 민재현 걔. 약속 늦는 거 되게 싫어해.”
“아…… 응!”
‘어쨌든 조심해야겠어.’
서이나는 민재현에 대한 감상을 내린 뒤, 재빨리 김유정의 뒤를 따랐다.
김유정은 어느새 회복한 듯 멀쩡한 얼굴로 앞장서고 있었다.
곧 먼발치에서 재현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