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67
66화 플랜디어의 저택(3)
“여기 갇혔어. 우리.”
“……네?!”
서아현의 얼굴에 공포와 함께 당혹스러움이 급작스럽게 번져 간다.
재현의 얼굴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갑작스럽게 문이 잠겨 버리다니, 이런 삼류 전개를…….’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식사를 대접한 데 놓고 갑자기 문을 잠가 버릴 줄이야.
일반적으로는 바깥으로 나가는 출입문을 봉쇄한다거나 그러지 않나?
“일단 진정해. 어쨌든 여긴 던전이야. 빠져나갈 방법이 있겠지.”
“…듣고 보니 그건 그러네요. 애초에 빠져나갈 수 없는 던전은 없으니까.”
금세 정신을 찾은 서아현 역시 맞장구를 치며 그렇게 말했다.
재현은 지금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집사 알프레드는 이곳의 주인 플랜디어의 하인이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플랜디어의 지시로 재현과 서아현을 이곳에 가두었다는 뜻.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는 게 옳겠지….’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플랜디어 백작은 아무래도 우릴 손님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당연하죠! 상식적으로 손님을 초대해놓고 가두다니…… 무슨 추리소설도 아니고. 애초에 플랜디어 백작이랑 만나지도 못한 상황인데 이건 아무래도 위험해요.”
“그거야 뭐. 《BIG 5》 테마 던전 안에 들어온 시점부터 그랬던 거고.”
재현의 덤덤한 대꾸에 서아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빠는 왜 여기 갇힌 거예요? 충분히 탈출할 시간도 있었을 텐데.”
“뭘?”
“던전 말이에요. 갑자기 놀이공원에서 생성될 줄은 몰랐는데.”
“그냥 놀러 온 거야.”
“에이. 거짓말인 거 다 알아요. 애초에 혼자 놀이공원에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여친이랑 왔다가 헤어졌어. 그래서 그 충격으로 멍하니 서 있다가…….”
서아현이 풉, 하고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재현을 쳐다보았다.
“그걸 누가 믿어요. 애초에 던전이 터졌는데 일단은 살고 봐야지.”
“티 나냐?”
“일단은 믿어 드릴게요. 지금은 제가 을이니까.”
“앞으로도 평생 을이겠지만.”
냉정한 말에 서아현의 얼굴이 금세 울상이 되었다.
조금 전 계약 내용이 떠오른 탓이다.
어떤 명령에도 복종해야 하며, 재현에 대한 모든 비밀에 관한 엄수 조항.
따지고 보면 그리 나쁜 계약은 아니지만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종속 이거…… 밖에 가면 그래도 풀어주실 거죠?”
“내 명령에 복종한다는 제약은 풀어줄게. 비밀 엄수 조항은 안 돼.”
“알았어요. 그 정도면 돼. 그런데 한 가지만 더요.”
“뭔데?”
“오빠는 여기서 얻게 될 아이템을 탐내는 거예요?”
정곡을 찔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일이었다.
테마 던전에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심지어 서아현은 이곳 네버랜드의 히든 피스를 손에 넣게 될 운명의 소녀였고.
‘설마 이 녀석….’
재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서아현 역시 《BIG 5》의 공략 보상을 탐내는 걸까?
다행히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뭐 어차피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은 당연히 내 차지가 될 테니까.’
테마 던전은 등급이 높은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대신 무한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테마 던전이다.
‘뭐, 두 사람에게 아이템을 반 잘라 지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여도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어. 맞아.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온 거야.”
“와…… 진짜 독하네. 무슨 열일곱 살짜리가 던전에 혼자 들어와요?”
“그러는 너는 왜 도망 안 쳤냐? 아까 나가라고 안내 방송 엄청 했는데.”
재현도 이참에 확실히 해 둘 생각이었다.
어째서 서아현은 긴급 대피 방송에도 네버랜드를 빠져나가지 않은 거지?
뭔가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종속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도 저 녀석은 위험…….
“그게… 실은, 다른 레이더들이 싸우는 걸 구경하고 싶어서…….”
“뭐?”
재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애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런 같잖은 이유로 던전에 남았다고? 야! 던전이 장난이야?”
재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이유다.
서아현이 원래 막장에 또라이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레이더는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영웅으로 치하하는 데는 자연히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런데 그런 위험한 상황을, 그저 구경하겠다고 여기 남았다고?
삽시간에 두통이 번지며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한 가지만 명심해. 네가 다른 곳 어딜 가서 죽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
“그런데 적어도 나랑 같이 있는 동안은 그런 개소리 지껄이면 죽을 줄 알아.”
“……네.”
“죄송한 줄 알면 카메라맨 역할이나 똑바로 해. 난 지금부터 바깥으로 나갈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네.”
서아현은 이제 완전히 기가 죽은 모양이었다.
재현은 무시한 채 알프레드가 나간 문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여길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거다. 마법으로 작동하는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물리적인 스탯 역시 압도적인 재현이 문을 열지 못할 리 없다.
회귀 전에 서아현이 홀로 던전을 클리어한 만큼, 요구되는 능력치도 낮을 터.
A급 던전인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테마 던전은 본래 난이도가 낮다.
일반 던전은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것이 주된 목적. 하지만 이곳은 한 이야기의 엔딩을 보지 않으면 클리어할 수 없는 까다로운 방식이다.
때문에 다른 던전에 비해 낮은 무력이 요구되고.
쉽게 말하자면, 게임의 밸런스를 맞춘 거라고 보면 편하다.
그러니 서아현 역시 이 던전을 홀로 깰 수 있었던 것이고.
그때. 다급한 서아현의 목소리가 재현의 귓가를 쩌렁쩌렁 울렸다.
“오, 오빠!”
재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기겁한 얼굴의 서아현이 손을 벌벌 떨며 카메라를 앞으로 내밀었다.
“왜? 또 뭐길래 귀찮게…….”
“이 카메라…… 뭔가 이상해요! 여길 보세요!”
재현은 별게 아니면 이번만큼은 진짜 한 대 쥐어박아 줄 작정으로. 당황한 기색의 서아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카메라의 액정을 본 순간, 그 역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 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반복해 펌프질하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재현은 카메라의 사각 액정 속 풍경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본 뒤 시선을 뗐다.
그리고는 주변을 봤다가, 카메라를 보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
그 위를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고급 장식품들.
하지만 재현이 보고 있는 카메라 속 풍경은 현실과 전혀 달랐다.
카메라의 사각 액정 속에는.
피 칠갑이 되어 있는 알프레드의 시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 *
테마 던전이 네버랜드에 출몰한 지 약 두 시간.
국립 레이더 협회는 빠르게 네버랜드에 긴급 지원팀을 파견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이 던전 안에 두 명의 피해자가 갇혀 있다고 한다.
한 명은 밀레스 아카데미의 생도인 민재현이고, 다른 한 명은 서아현. 아카데미 입학을 1년 앞둔, TV에서도 다뤄진 적 있는 천재 소녀였다.
레이더 관리본부는 급히 일반인이 이 부근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바리케이드를 쳤다.
혹여나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일대가 쑥대밭이 되는 건 일도 아니니까.
물론 이런다고 근본적인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공분을 사 더 큰 지탄을 받게 될 테니까.
일반적인 시민들은 던전의 발생 원리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다.
그러니 욕이란 욕은 국립 레이더 협회가 다 먹고 있는 것이고.
“시벌거. 좀만 있으면 승진인데 지랄도 이런 개지랄이 없어요.”
사고 현장을 방문한 레이더 관리본부의 A급 국립 레이더. 송지석과 박경훈은 분개하며 중얼거렸다.
이번 사태는 아무래도 썩 심상치 않다.
《테마 던전》이 하필 유동인구가 많은 놀이공원에서 터졌으니.
운도 이렇게 없기가 더 힘들 정도였다.
“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승진도 코앞이었는데…….”
박경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게이트가 터진 던전을 보며 말했다.
놀이공원은 이미 본래의 모습을 잃은 뒤였다.
거의 수백 년은 지난 듯, 폐허가 되어 있는 네버랜드.
“경훈이 너나 나나 요즘 잘 풀린다 했더니만 완전 새됐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지난번에 승진하고 일 좀 잘 풀린다 했더니만 그새…….”
박경훈은 지난 던전 브레이크 때 재현 덕분에 실적을 챙겼던 국립 레이더였다.
승진도 하고, 일이 좀 잘 풀린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하필 잘되고 있던 시기에 이런 일이 터질 게 뭐냐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본부 내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게 될 터.
어쩌면 다시 한 계급 강등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물론 테마 던전의 책임을 국립 레이더들에게 묻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던전은 사전에 대처하기 어려우니까.
어디서 어떻게 마력장이 터질 줄 알고 모두 대비한단 말인가?
그건 인력적 측면에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우리가 다 뒤집어쓰겠구만. 이 좆같은 새끼들.”
“윗선에서 저희한테 다 뒤집어씌우겠죠. 항상 그래왔으니까요.”
두 사람의 말대로.
이번 사태 역시 높으신 분들은 일찌감치 발을 빼려 들 것이다.
책임자인 송지석과 박경훈. 두 사람의 잘못으로 덮고 넘어가겠지.
근신과 강등 처분은 덤일 테고.
“시벌거.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맨날 우리만 이렇게 좆뱅이 쳐야겠냐?”
“하…… 그래도 공무원이라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처자식 생각해서라도 참아야죠. 여기서 승질 부린다고 뭐 되겠습니까.”
“그래. 안다 알어. 그러니까 지금 담배나 꼬나물고 있는 거 아니냐.”
답답한 일이었다.
어찌 됐건, 두 사람이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들의 분노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그놈 깜빵에 넣기 전에는 절대 이 일 못 그만두지.’
송지석과 박경훈 모두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일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여러모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이었다.
“일단 같이 쓸려 들어간 두 사람 명단이나 확인해 봐.”
“예.”
송지석의 지시로 테마 던전에 휩쓸린 둘의 명단을 확인하던 박경훈이 순간 멈칫했다.
익숙한 이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 저, 선배님!”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래? 시발!”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아는 사람이 던전에 휩쓸린 것 같습니다.”
“뭐?! 그게 대체 누군데? 가족이야? 마누라? 애들?”
“아, 아뇨. 친분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얼굴만 본 적 있는 사입니다.”
“에이. 뭐야, 난 또. 그럼 남이나 다름 없구만. 됐어. 신경 쓰지 마.”
송지석은 그런 일이 뭐 한둘이야? 라고 작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박경훈의 낯빛은 매우 창백했다.
‘이 애가 어째서 이번에도 이런 사건에 휘말린 거지?’
이상한 일이었다.
지난 던전 브레이크 사건도 그렇고, 바로 지금도 그렇고.
어째서 이 소년은 이런 요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거지?
민재현.
던전에서 실종된 두 사람 중 한 명의 이름이었다.
일전에 던전 브레이크 당시. 고블린 무리를 고작 두 명이서 쓸어버린 괴물 같은 생도.
혹시나 싶어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확인하니, 그때 받은 번호와 완벽히 일치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뇌리에 박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박경훈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송지석에게 말했다.
“선배님.”
“왜? 뭔 일이길래 그래?”
송지석은 박경훈의 얼빠진 얼굴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박경훈은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겨우 이었다.
“이번 테마 던전…… 아무래도 클리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송지석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박경훈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허나. 그의 표정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