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93
92화 길드 체험(4)
박성재의 안내를 따라 길드 건물을 죽 둘러보며 체험을 이어갔다.
재현으로서는 이미 몇 번이나 와 본 곳이기에 큰 감흥은 없었지만.
뭐, 대충 어울려 주기로 했다.
옆에 있는 세 사람이 너무 격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와 미친!”
“……이게 진짜 길드 하나 규모가 맞는 거야?”
“진짜 미쳤네.”
김유정과 서이나야 워낙 죽이 잘 맞는 편이지만, 이번엔 드물게 안호연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하긴 놀랄 만도 하지. 한국 1위 길드의 내부 시설을 볼 기회니까.’
이곳은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연화 길드의 내부다.
부외자는 출입 엄금의. 국회의원조차 허락을 받지 않고는 발끝 하나 디딜 수 없는 곳.
그런 곳에 자신의 실력으로 왔다는 사실이 세 사람의 정신을 한껏 고양시키고 있었다.
“여기는 안내데스크입니다. 기본적인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소죠. 저쪽은 길드 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공용 시설, 이쪽으로 쭉 가시면 훈련장이 있습니다.”
길드 체험의 절차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기본적인 길드 시설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것부터, 길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어떻게 마수를 처리하며 수익을 얻고 정산하는지 등을 알려 주는 것.
그게 바로 이번 길드 체험의 표면적인 목표였다.
물론 이미 우선 계약을 체결한 재현에게 이번 이벤트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셋에게는 전혀 달랐다.
“우와! 저 석상 봐! 퀄 미친!”
“길드원들에게만 지급하는 무기랑 회복 아이템도 있어! 이거 다 공짜인 거죠?!”
“……예쁘다.”
재현의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아파왔다.
조금 뒤엔 이 셋을 데리고 던전을 공략하러 가야 한다.
새삼, 서아현이 이 자리에 없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데 그 녀석까지 있었다간…….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재현은 한숨을 쉬며 오늘 저녁에 있을 일을 생각했다.
안호연이 처음 길드 체험에서 일이 터진다는 소식을 가져왔을 때, 그는 길드 체험 첫날 저녁에 구자인이 게이트를 터뜨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제 고작해야 몇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재현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침착하게 다음을 대비하고 있었다.
* * *
사건이 일어나는 《케인》 길드는 연화에서 도보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 시각은 오후 여섯 시 반.
일이 일어나는 지점과 생도들의 명단을 확보한 것은 약 두 시간 전이다.
서아현에게 정이수 교관을 붙여 둔 덕분에 학원의 기밀 정보를 빼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당일에 정보를 습득했고, 첫날 사건이 터지는 만큼 위험도를 쉬이 가늠할 수 없는 탓이었다.
연화 길드에 부탁해 케인 길드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알아냈다.
《케인》.
재작년에 구자인 이사장을 뒷배로 두어 창설된 길드.
구자인의 심복 중 하나인 장성협이 건립해 근래 밀레스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재현이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뻔히 보이는 판이야.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어. 그래도 갈 거야?”
“물론이지. 좀 무섭긴 한데…… 그래도 다른 사람이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아마 그랬다간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걸.”
김유정이 툴툴거리며 답해왔다.
재현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이번엔 남은 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너희는?”
“……응. 알고 있어.”
“나야 뭐. 처음부터 재현이 너한테 부탁한 게 나니까.”
두 사람 역시 결의를 다진 채 그렇게 말했다.
재현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재현은 순수히 감탄했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적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일행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던전은 언제나 그런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허나.
그럼에도 저들은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굳게 믿고 있었다.
아직 17살의 어린 생도들이라곤 믿을 수 없는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재현은 그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퀘스트의 보상으로 준다고 했던 봉인된 마도서…… 그건 대체 무슨 아이템이지? 애초에 생도를 구하는 것뿐인 퀘스트 랭크가 어째서 A인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명백히 의심이 가는 일이었다.
아무리 높게 봐도 C에서 B 정도가 이번 퀘스트 적정 난이도다.
물론 구자인이 몇 가지 변수를 준비해 뒀을 테지만, 어쨌든 생도 수준일 터.
한데, 어째서 시스템은 이 퀘스트를 A 랭크라고 말하고 있는 걸까?
“모두 집중해. 출발한다. 한순간도 긴장 놓치지 마. 알겠지?”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이번 던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갑작스레 드는 오한.
하지만 재현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내가 가진 힘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재현은 자신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번에도 그는 절대 구자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 * *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건조한 남자의 말투에 여덟 명의 생도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곳은 길드 《케인》.
구자인이 직접 지분을 지닌 새로 창설된 길드로, 김석기 교관의 말에 따르면 꽤 전도유망한 곳이라고 한다.
뒤에서 걷는 이들은 이번 신입생 사냥, 기초 체력 테스트 등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밑바닥 생도들.
대놓고 드러내며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다른 생도들에게 은연중에 무시당하는 쉬이 말해 쩌리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길드 우선 지명을 통해 이곳 《케인》으로 올 수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구자인이 직접 투자해 설립된, 생도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곳.
그런 곳의 우선 지명을 받으며 이곳 케인 길드로 오게 된 것이다.
가장 앞서 남자를 쫓아가던 한 생도는 시종일관 기쁜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등급이 높은 레이더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돕고, 가족들에게 보낼 생활비를 벌고, 마음 착한 여자친구를 사귀어 결혼.
슬하에는 자녀 두 명을 낳아 행복하게 사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새끼들…… 전부 날 재능 없다고 다들 무시했지만, 구자인 이사장님은 아신 거야!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훨씬 더 대단한 레이더가 될 자질이 있다는 걸 말이야!’
남자의 이름은 주성찬.
무투계로 적성치 31퍼센트를 기록한 생도였다.
그 뒤를 잇는 이들 역시 적성치 40을 채 넘기지 못한, 재능이 부족한 생도들.
하지만 그들 모두 지금만큼은 다른 이들 못지않게 즐거운 상태였다.
무려 구자인 이사장이 설립 단계부터 도움을 준 길드를 체험할 기회.
이런 길드에서 눈에 띌 기회가 있다면 졸업 이후, 언제든 더 큰 길드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지 모른다.
일이 잘만 풀린다면 이 길드에 직속으로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현재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고 있는 게 바로 구자인 이사장이다.
거기서 조금만 더 눈에 들 수 있다면…….
“성찬아, 잠깐만.”
돌연, 주성찬이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하연주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이번에 같이 길드 체험에 오게 된 멤버 중 하나인데, 목소리를 줄이는 것으로 보아 뭔가 중요한 것을 말하려는 것 같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주성찬은 너그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차피 지금은 상황도 나쁘지 않고, 기분도 좋으니 뭐가 됐든 좋았다.
그런데 돌아온 하연주의 대답은 그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여기 진짜 길드 맞아?”
“무슨 소리야? 여긴 구자인 이사장님이…….”
“그게 아니라, 레이더 길드라면 이것저것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여긴 길드 내부라기보다는 뭔가…… 폐가? 흉가에 가까운 것 같아서.”
“……흉가라고?”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어쩐지 섬뜩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직접 주변을 둘러보니 하연주의 말도 납득이 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길드 내부 시설이라면 자고로 마나 감응 체계가 갖춰진 첨단 장비가 있을 터.
하지만 이곳은 그저 삐걱거리는 나무판자로 덧댄 바닥과 바깥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커튼, 돌로 쌓아 막아 놓은 벽만이 죽 이어질 뿐이다.
복도 끝에는 뭐가 있는지 곧바로 보이지 않는다.
전등도 이따금 깜빡이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주고 있었고, 빛이 새어들지 않는 방 곳곳에서 음울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주성찬은 즉시 깨달았다.
지금 느껴지는 이 불온한 기운은 어딘가로부터 감지되는 마나다.
아주 불안정한 상태의.
언제든 폭탄처럼 터져버릴 수 있는 불길한 마나.
돌연, 불안감이 뒤에 있는 여섯 명에게도 차례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마치 성화처럼 번져간 불안은 잦아들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대며 뛰었다.
여긴 길드다.
대체 어떻게 하면 길드 내에서 이런 어두운 기운이 느껴질 수 있는 거지?
설립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최소한의 방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건가?
그러나 별안간, 그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목적지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안내를 맡았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일행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복도 한 가운데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길드 체험을 한다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설의 구조나 계약에 대한 것들을 가르친다고?
이상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잠시 사고가 굳는 듯하더니, 이내 퍼뜩 정신이 들었다.
주성찬과 하연주, 그리고 뒤에 선 여섯은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
머릿속에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다.
주성찬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동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축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이럴 수가!”
“김석기 교관님!?”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눈앞의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었던가?
어째서 갑자기 얼굴이 바뀐 거지?
거기다 저 사람은 틀림없이 김석기 교관이다.
밀레스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교관 중 한 사람.
당황스러웠지만,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것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아. 스킬 효과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는데……. 어쩔 수 없지. 조금 이르긴 하지만.”
“교, 교관님……?”
하연주가 용기를 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눈앞에 있는 김석기 교관은 자신들을 함정에 빠뜨렸다.
생도들의 생각이 정리될 즈음, 김석기는 비릿하게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그의 몸에서 선명한 마나가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이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여기서 작별입니다. 생도 여러분.”
말이 끝나는 순간, 화마가 생도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바닥에 그려진 하얀 마법진이 일순 빛을 발하며 이들을 먹어치웠다.
도망치려 발을 떼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마법진이 이들을 삼키는 게 몇 배는 더 빨랐고, 김석기 교관이 사용한 속박 마도구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 살려 줘!”
“김석기 교관님…… 어째서!”
울분에 토해진 몇몇 생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김석기는 무시했다.
그들에게 더 이상 효용 가치는 없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방침이 그러하므로, 이건 필연적인 선택이다.
김석기는 불길에 집어 삼켜져 다른 곳으로 전송되는 이들을 보며 덤덤히 말했다.
“여러분. 제 마지막 수업입니다. 언제나 방심하지 말 것. 혹시 또 모르지요. 그 지옥에서 살아남아서 돌아오게 될지.”
그렇게 말하는 김석기는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