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58
166화.
뚝.
잡음이 섞인 채로 이어지던 소리가 뚝 끊어졌다.
무척이나 작은 소리였지만, 일행 중에 듣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아무래도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멍.
이브의 말에 베일리가 대답했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거 아냐?”
경훈이 쳐다보았지만, 강아지는 뒷발로 귀를 긁적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이브 말대로 들어가긴 해야할 것 같았다.
셰인도 고개를 끄덕였고, 경훈이 결정을 내렸다.
“정찰 시작해.”
일행이 출발한 건물에서 드론들이 튀어나왔다.
이동 포인트로 삼기로 했는데, 경훈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그는 잠실 기지에서 각종 장비를 가득 가져와 벌써 건물에 설치하고 있었다.
부우우웅.
드론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셰인이 강아지가 놀라지 않게 쓰다듬어 주는 사이, 드론들은 건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드론들은 전처럼 급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위이이잉.
외벽을 따라 움직이며 적외선 카메라로 건물 안을 살피고, 옥상과 출입문들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다.
화아악.
살기와 마나가 더욱 출렁거렸다.
[네발짐승 형 몬스터 다수가 포착되었습니다. 적어도 100개체 이상입니다.]“둥지 주인은?”
[위층으로 갈수록 강해 보이는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7층 건물이니 6층이나 7층에 보스가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경훈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7층 건물이라 옥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옥상으로 내려가면 금방 보스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옥상을 통해 내려가더라도 금방 몬스터들이 몰릴 게 분명했다.
경훈이 고민을 하자, 셰인이 입을 열었다.
“양동작전을 쓰면 되겠군.”
경훈이 셰인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아래에서 시선을 끌 테니, 그동안 보스를 잡아.”
“우리요?”
경훈의 물음에 셰인이 베일리를 가리켰다.
멍!
강아지가 힘차게 짖었다.
베일리의 대답으로 작전이 정해졌다.
큰 날개만 보았던 경훈으로서는 조금 미덥지 않은 동료였다.
하지만, 베일리도 혼자 건물 하나를 장악하고 있던 돌연변이 괴물이었다. 셰인과 같이 움직이면 시선을 끄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상황이 안 좋으면 바로 후퇴해요. 급하게 처리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걱정하지 마.”
멍!
로봇과 강아지가 같이 대답했다.
경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은신 망토를 뒤집어썼다. 그는 건물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베일리가 경훈이 사라진 쪽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멍.
베일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냄새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숨었나 보네. 은신 망토를 두르면 어둠 속에 숨으면 적외선 카메라로도 찾기 어려워. 가자, 너도 실력 발휘를 좀 해봐.”
셰인의 말에 베일리가 꼬리를 흔들었다.
멍! 멍!
로봇과 강아지는 살기가 일렁이는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크르르릉.
둘이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어둠 속에서 붉은 점들이 떠올랐다.
마나를 품은 괴물들의 눈이었다.
아쉽게도 건물이 무너질까 봐, 마나 폭탄을 쓸 수는 없었다.
“뭐, 상관없겠지. 안 그래?”
문 앞에서 선 셰인이 기관총을 겨누며 말했다.
베일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눈을 감은 채로, 몸을 떨었다.
푸악!
날개가 어깨에서 튀어나왔다.
털이 자랐다.
다리가 굵어지고 몸이 점점 커졌다.
괴물이 눈을 떴다.
크아아앙!
*
옥상으로 올라온 경훈은 괴물의 괴성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다리던 신호가 아니었다.
더구나 들려온 괴성이 만만치 않았다.
보스급이 더 있었나?
경훈이 의문을 느끼는 사이에 기다리던 신호가 왔다.
타타타탕.
호탕한 기관총 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려온 것이다.
동시에, 건물 안에 살기가 가득 뿜어져 나왔다.
쾅! 쾅! 쾅!
건물 밖을 날던 드론들이 박살 났다.
[원거리 공격을 확인했습니다. 창문 밖을 날던 드론 세 대. 격추당했습니다.]숨어있던 괴물들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서걱.
경훈은 검을 휘둘러 잠긴 계단 문에 달린 손잡이를 잘라냈다.
경훈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검은 피가 곳곳에 묻어있는 낡은 계단이 경훈을 맞이했다.
경훈은 작게 눈을 찌푸리며 아래로 달려갔다.
부우웅.
드론 하나가 경훈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은신 망토를 두른 경훈은 바로 쇼핑 센타 7층으로 진입했다.
다행히 경훈은 들키지 않았다. 셰인과 베일리의 양동작전 덕분이었다.
쇼핑몰 7층은 의류 매장이 모여 있었던 것 같았다. 낮은 칸막이가 쳐져 있는 쇼핑몰 곳곳에 마네킹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의류 매장에는 옷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옷 대신, 늑대와 들개를 닮은 괴물들이 칸막이 뒤에 숨어있을 뿐이었다.
‘이젠 매복이냐?’
경훈이 낮게 혀를 찼다.
숨어있는 괴물들은 많지 않았다.
타타탕! 크아아앙!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다들 몰려간 듯했다.
경훈은 소리 없이 칸막이 사이를 움직였다.
숨어있는 괴물들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소란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보스를 찾는 게 먼저였다.
스스스슥.
양동작전과 은신 망토의 위력, 그리고 경훈의 빠른 움직임은 7층의 반을 수색하는 동안 경훈을 들키지 않게 해주었다.
하지만, 영원히 들키지 않을 수는 없었다.
크르릉.
경훈은 정장 전시장 앞에서, 괴물에게 들키고 말았다.
옷을 산처럼 쌓아놓고 앉아 있던 괴물이 경훈을 보고 양쪽 머리에서 콧김을 뿜어냈다.
머리가 두 개 달린 검은 괴수였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들개 같았다.
무서운 모습이었지만, 경훈도 괴물이 반가웠다.
“저거 둥지 같지?”
-매장 안에 있어야 할 옷이 다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도감에 있는 몬스터입니다.
경훈도 도감에서 본 내용이 기억이 났다.
크르르릉.
머리가 두 개 달린 거대한 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릉. 크르릉.
무시무시하게 크지는 않았지만, 생긴 것은 이름처럼 지옥의 수문장 같았다.
왼쪽 머리에 달린 입에서는 냉기가 섞인 입김이 뿜어져 나왔고, 다른 입에서는 불길에 세어 나왔다.
-화염과 냉기 특성입니다! 뭐가 먼저 날아올지 모릅니다.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훈은 물러서지 않았다. 괴물 주변을 확인한 그는 배낭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괴물이 입을 벌렸다.
쿠아아아아아.
괴물의 입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괴물은 첫 공격으로 냉기를 선택한 것이다.
엄청난 냉기였다. 절대 영도에 가까운 냉기.
공기가 얼어붙었다.
쩌적.
마네킹들이 깨져나갔고, 달려오던 괴물들이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수십 미터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쿠아아아아.
냉기는 경훈이 있던 곳도 휩쓸었다.
하지만, 경훈은 얼어붙지 않았다.
화르르르.
한 가닥 불길이 냉기 폭풍을 막고 있었다.
경훈이 배낭에서 꺼낸 것은 총도 아니고, 방패도 아니었다.
경훈이 선택한 것은 화염 방사기였다.
화르르르.
수십 미터까지 뿜어져 나가는 강한 화염 방사기였지만, 화염은 겨우 냉기를 막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경훈은 화염 방사기로 몸을 보호하며 한걸음, 한걸음 괴물에게 다가갔다.
다가오는 화염을 보고, 괴물은 눈을 굴렸지만, 화염이 담긴 입을 쏘아내지 못했다.
결국, 괴물 앞까지 도착한 경훈이 화염 방사기를 괴물의 입에 밀어 넣었다.
괴물의 눈들이 커지는 순간, 검이 휘둘러졌다.
괴물은 급히 몸을 피했다. 하지만, 화염 방사기를 물고 있는 머리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콰직.
대장급 괴물의 방어막도 경훈의 검을 막을 수 없었다.
서걱.
방어막이 깨지고, 화염 방사기를 입에 문 머리통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머리가 있던 자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남은 머리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여기서 멈출 경훈이 아니었다.
경훈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남은 머리를 벨 수 없었다.
크앙!
다른 괴물이 몸을 던져 둥지의 주인을 보호한 것이었다.
경훈이 괴물을 베어낸 사이에 머리가 잘린 괴물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목이 잘린 괴물이 잘도 도망치고 있었다.
뿜어져 나오던 피는 벌써 멈추었고, 괴물은 사지가 멀쩡한 것처럼 달려갔다.
크아앙!
둥지의 주인은 달아나고 있었지만, 다른 괴물들은 헌신적으로 자신의 주인을 보호했다.
괴물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경훈에게 덤벼들었다.
경훈은 혀를 찼다. 이래서야 뒤를 쫓기가 어려웠다.
경훈이 덤벼오는 괴물들을 처리한 뒤, 둥지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통로로 내려간 것이다.
경훈이 한숨을 쉬는 사이, 이브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냉기 공격을 할 줄 아셨습니까? 화염 공격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옷을 깔아서 둥지를 만들고, 주변에 불탈 게 가득한데 화염을 어떻게 써? 화염은 건물 밖에서나 쓰는 능력일 거야.”
아쉽게도 쉽게 끝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경훈은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갔다.
그가 에스컬레이터에 도착하기 직전.
푸아아악!
아래층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이크!”
놀란 경훈이 뒤로 몸을 피했다.
-몬스터의 화염 공격 같습니다…….
이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화염 대신 다른 것이 위로 날아왔다.
케에에엑!
조금 전에 아래로 내려갔던 괴물이었다.
머리 하나가 잘린 것 외에는 멀쩡했던 괴물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다시 튕겨 올라왔다.
쾅!
낮지 않은 천장이었지만, 괴물은 천장에 몸을 처박았다.
크엑!
괴물은 또다시 비명을 질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아래층에 있는 무언가가 괴물을 이곳까지 날려버린 것이다.
경훈이 눈을 끔벅였다.
곧이어 괴물을 날려버린 존재가 나타났다.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며 다른 괴물이 에스컬레이터 통로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크아아앙!
금빛으로 빛나는 생명체였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갈기, 부리부리한 눈, 활짝 펼쳐진 날개.
허공으로 치솟은 괴물의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나는 사자 같았다.
“설마….”
처음 보는 괴물이었지만, 경훈은 괴물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아름다운 날개는 얼마 전에 보았던 날개였다.
그사이, 목이 잘린 괴물이 반격을 시도했다. 괴물은 남은 입으로 불을 뿜어냈다.
푸아아악.
화염이 뿜어졌지만, 화염은 하늘을 나는 사자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화르르.
사자가 타는 대신 천장이 불타올랐다.
하늘을 나는 사자는 괴물을 보고 날개를 접었다.
불타는 천장을 배경으로 날개 달린 사자가 지상으로 내리꽃혔다.
콰직!
사자의 발톱이 괴물의 목에 박혔다. 입에서 흘러나온 화염이 허무하게 흩어졌다.
사자가 힘을 주자, 괴물의 목이 뜯겨나갔다.
크아아아아앙!
사자를 닮은 괴물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드디어, 오랜 시간 기다려온 꿈이 이루어졌다.
괴물, 베일리는 도시의 모든 괴물이 듣도록 포효했다.
크아아앙!
그 모습을 보고 경훈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안 싸워도 되겠지?”
*
날개를 단 거대한 괴물이 다시 강아지로 돌아가는 광경은 무척이나 신기했다.
멍!
강아지는 목이 뜯겨나간 괴물 위에 서서 잘난 척을 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웃긴 장면이었지만, 경훈은 웃을 수 없었다.
“정말, 우리 편 맞는 거겠지?”
떨떠름하게 말하는 경훈을 보고 셰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흡도 잘 맞고, 실력도 좋던데. 좋은 동료야.”
멍!
베일리가 셰인에게 달려갔다.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로봇의 몸을 타고 올라, 어깨에 걸터앉았다.
경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아지를 보았다.
-괴물이라 믿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베일리가 주인님을 외면하는 게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이브의 말에는 옅은 웃음이 담겨있었다.
다행히 천장에 붙은 불은 냉기 덕분에 금방 꺼졌다.
둥지의 주인이 죽자, 경훈의 예상대로 건물에 있던 괴물들은 건물을 떠났다.
다른 건물로 향하는 괴물도 있었고, 지하로 숨은 괴물도 있었다.
경훈도 다 쫓을 생각이 없었다. 이 건물로 들어온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실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송실은 6층 전자 제품관에 있었다. 보스에게서 마나석을 뽑아낸 일행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6층은 낡고 부서진 전자제품이 가득했다.
방송실은 가장 안쪽에 있었다. 방송실 문은 열려있었다.
이곳에도 버려진 기계 장비가 가득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무선 장비가 놓여 있었다. 먼지가 가득 쌓인 기계였다.
기계는 낡고, 녹슬어 있었다. 이미 수명이 다 된 것처럼 보였다.
깜빡. 깜빡.
하지만, 기계 귀퉁이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기계는 아직 살아 있었다.
-마나석 장비군요.
다행히도 괴물들은 이 기계가 가동 중인 것을 알지 못한 것 같았다.
기계 위에는 낡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장비 앞에는 마이크가 놓여 있었다.
꿀꺽.
절로 침이 삼켜졌다.
경훈이 마이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