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86)
태양 vs 달 (3)
헌터 게시판.
대다수 헌터들이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
어느 날, 그곳에 라이브 방송 하나가 뚝! 올라왔다.
「열정(熱情) 한 기자 Live!」
「분명 스켈레톤인데, 어쩐지 스켈레톤이 아닌 것 같은 것들의 전투.」
「실시간입니다. 늦으면 후회합니다.」
「시청자 : 124명」
국내 헌터 협회의 심사를 통해, 정식기자 자격을 받은 자만 올릴 수 있는 방송 게시판이기에.
초반, 상단에 노출되기는 쉬웠다.
방송 화면 좌측 상단에는.
‘빨간 점’, 라이브 표시가 되어 있었고.
“후욱! 흐욱! 안녕하세요!”
얼굴에 흙먼지를 잔뜩 묻힌 한 기자가 본인의 얼굴을 찍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위해 주말에도 쉬지 않는 HBS 소속 열정, 한 기잡니다! 헤엑, 헥!”
한 기자 앞에 붙어 있는 접두어 ‘열정’(熱情)은 요새 그가 밀고 있는 키워드.
그는 후발성 정보를 편집해 기사로 작성, 업로드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직접 발로 뛰어 송출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기자였다.
└ 오, 주말에 웬일?
└ 여어어~ 한 기자! 오늘도 특종 잡아 오셨나?
└ 근데 왜 이렇게 힘들어함? 얼굴에 먼지들은 다 뭐고?
요즘 기자들의 라이브 방송은.
이렇게 시청자와 소통도 한다.
특히, 한 기자 같은 경우에는 꽤나 인지도 있는 기자였기에.
방송을 켬과 동시에 시청자가 무수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흐, 빨리빨리 들어오세요! 오늘은 정말 기대해도 좋으실 겁니다. 저 진짜 목숨 걸고 있어요. 여기 땅 흔들리는 소리 들리시죠?”
쿠르르릉…….
콰앙! 콰앙!
마치 다이너마이트라도 터트리는 듯한 폭음 소리.
거기다 카메라도 간헐적으로 흔들렸다.
└ 미친, 전쟁이라도 남?
└ 제목 봐봐. 스켈레톤인데 스켈레톤이 아닌 것 같다는 게 뭔 말이여?
└ 그만 간 보고, 빨리 보여줘라! 궁금해 미치겠다!
└ 또 랭커들 싸우는 건 아니지?
└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한 기자의 위급한 모습에 반응하는 시청자들부터.
이상한 뻘소리를 하는 시청자들까지.
한 기자는 그럼에도 묵묵히 기다렸다.
원래 좋은 장면은 한 번에 터뜨려야 극대화가 되는 법.
「시청자 : 532명」
…….
「시청자 : 1,052명」
…….
「시청자 : 1,335명」
시청자 수는 손쉽게 1,000을 돌파했다.
평소 헌터 게시판의 유동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는 대목!
한 기자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기자인지 스트리머인지 가끔 헷갈릴 때도 있지만…….’
뭐, 어쩌겠는가.
기자들도 이제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어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
‘게다가.’
저것.
저 앞에서 공터를 뒤집으며 싸우고 있는 두 존재.
저 환상적인 전투를 어찌 혼자 볼 수 있겠는가?
한 기자는 그래서 이 직업이 좋았다.
방구석에 박혀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이런 진귀한 장면을 고화질로 선물할 수 있다는 게.
“자자,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도 좀 쫄리거든요. 혹시 이거 찍다가 죽기라도 하면 장례식장은 찾아오실 거죠?”
└ 응?
└ 그 정도냐?
└ ㅋㅋ 일단 보여줘 봐! 보고 나서 판단할게.
└ 별거 아니면 앞으로 HBS 안 본다.
└ 허허, 한 기자님.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언제나 좋은 정보. 간절합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채팅창을 힐끗 바라보던 한 기자가 자세를 잡았다.
그래도 공터가 저지대(低地帶)라 다행이었다.
능선에서 딱 찍기 좋은 각도가 나왔기 때문.
푹! 푸욱!
다시 한번 지지대를 땅 깊숙이 박은 한 기자가 이내 카메라를 돌렸다.
“자, 보십시오. 여러분들!”
그러자.
폭음 소리의 원흉이 화면에 적나라하게 등장했다.
후웅! 훙!
태양 빛을 번쩍이며 무수히 찔러대는 창 든 스켈레톤.
그리고.
휘릭! 휘리릭!
그 공격을 모조리 피하며, 중간중간 화살을 날리는 스켈레톤 궁수.
콰강! 콰아앙!
그 둘이 지나가는 자리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거목(巨木)이 수십 가닥으로 찢어지고, 바위는 모래로 화할 정도의 화력.
“여러분들은…… 저것들이 정말 스켈레톤으로 보이십니까?”
└ ???
└ 무친?
└ 저게 뭐지?
└ ??
순간적으로 채팅창이 물음표로 뒤덮였다.
화력이 놀라운 것은 둘째치고.
저것들이 모두 스켈레톤이라는 점이 충격이었기 때문.
스켈레톤이 어떤 몬스터던가!
무려, E급 중 최하위에 속하는 몬스터다.
└ CG 아님? 뭔 스켈레톤이 저래? 무슨 한 마리 한 마리가 거의 A급이나 S급 헌터 수준인데?
└ 저게 말이 되나?
└ 내가 아는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스켈레톤은 분명 ㅈ밥이었는데.
└ 와, 미친. 이거 사실이면, 한 기자 정말 위험한 거 아님?
└ 보는 내가 살 떨리는데?
창에서 태양 빛이 번쩍일 때마다, 기운이 섬광처럼 폭사해 땅이 쑥쑥 파인다.
달빛을 담은 화살은 떨어질 때마다 융단 폭격처럼 파공음을 만들어낸다.
“저도 놀랐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 이런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줄은…….”
한 기자는 멍한 얼굴로 전투 장면을 바라보면서도 끊임없이 화면을 움직였다.
스켈레톤들의 속도가 굉장히 빨랐기에, 자칫하면 명장면을 놓칠 수도 있었다.
“헥, 헥! 한 기자. 같이 가자니까…… 여기서 뭣……!”
뒤따라오던 김 기자가 씩씩거렸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그 역시 전투 장면을 바라본 탓.
겁많은 그는 재빨리 자세를 낮추며 떨리는 눈으로 한 기자를 쳐다봤다.
“미, 미친. 저게 뭣이여?”
“쉿, 조용해. 방송 중이니까.”
“미친…… 놈.”
김 기자를 묵살시킨 한 기자가 힐끗, 시청자 수를 바라봤다.
「시청자 : 24,377명」
‘대박.’
이 정도면 대박 중 대박이었다.
HBS에서 보너스에 더해 포상 휴가까지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특종.
늘어나는 시청자 수만큼, 채팅창의 화력도 엄청났다.
└ 와, 움직임이 스켈레톤 같지 않아. 저것 봐. 실제로 근육이 있는 것처럼 움직이잖아.
└ 아니, 그보다 저거 뭐임? 어떻게 화살을 쏘지도 않았는데, 화살이 떨어져?
└ 니 눈으로 인식하기 전에 쏘는 거임. 나중에 클립 따서 저속으로 돌려봐.
└ 미친, 그게 가능하다고? 소름인데?
전투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평가하는 자들부터.
└ 님들, 저 고유능력 창술인 A급 헌터인데……. 저 스켈레톤 ㄹㅇ 미친놈임.
└ 왜요?
└ 이해도가 또라이임.
└ 이해도가?
└ 원래 창이란 게 무기가 길어서 찌르기 아니면 별다른 이점을 못 보거든? 스텝도 꼬이고. 근데 저기 봐. 투핸드부터 오버핸드에, 언더핸드까지. 스위칭 숙련도가 미쳤어. 스텝도 자연스럽고 가드로 화살까지 다 막아 내잖아.
└ 그게 뭔 소린데……? 알아듣게 설명 좀.
└ 그냥 단순히 말해서. S급 헌터. 아니 창왕쯤은 되어야 저 정도일걸?
└ 미친, 그건 너무 갔다. 창왕이면 세계 랭킹 10위잖아, 이 미친놈아. 또라이는 저 스켈레톤이 아니라 너였네.
└ 진짜라니까……;; 당연히 힘은 창왕한테 발리겠지만, 이해도만 봤을 때 그렇단 거야.
창술에 대해 극찬하는 자까지.
사람들이 열광하며 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런 전투 장면이 굉장히 희귀하기 때문.
보통의 랭커들은 자신의 전투 장면이 노출되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또한, 이미 이권을 가진 자들이기에 웬만하면 랭커끼리 싸우려 들지 않는다.
저번에 있었던 광전사(狂戰士) 테러 사건이 큰 관심을 받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여러분들. 전투 장면도 전투 장면이지만, 저기도 보십시오!”
한 기자가, 잠깐 카메라를 돌린 것은 그때였다.
그곳에는 팝콘과 콜라를 씹고 있는 한 여성과 진지한 표정으로 전투를 바라보는 한 남성이 있었다.
└ ???
└ 뭐지?
└ 저기서 팝콘을 먹는다고? 저 사람 무슨 심장이 열 개라도 되는 거임?
특히.
우적우적.
집중하며 팝콘 튀기는 김진아의 모습이 괴이쩍어 보이는 건 왜일까…….
└ 아?
시청자가 많은 만큼.
당연히 알아보는 자도 있었다.
└ 저 사람. 나 알아!
└ ???
└ 누구?
└ 저 사람……! 아, 저 사람……! 맞아, 그! [고투몰의 이색 공방] 편에 나왔던 주인공! 드미르 공방이라 했나?
└ 오? 맞네? 그 스켈레톤으로 집 짓고 무기 만든다고 했던 사람?
└ ㅅㅂ, 최근 S급 무기 만들었던 사람이잖아!?
└ 미친, 저 사람…… 생산직 아니었어?
사람들의 채팅이 연달아 터졌다.
다들 놀라워했다.
생산직으로만 알려져 있던 드미르 공방주의 소환수가 저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
“아…….”
한 기자도 입을 떡 벌렸다.
분명 들은 적 있었는데, 상황이 급하고 정신없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이, 이봐. 한 기자.”
옆에서 김 기자가 말을 걸어왔다.
“응?”
“저기, 전투 거의 다 끝나가는데?”
“뭐?”
한 기자가 다시 화면을 전투 장면으로 돌렸다.
결국 원거리는 근거리를 당해내지 못했다.
둘 다 뼈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치열한 전투를 치렀지만.
무승부란 없었던 것일까?
푸욱!
“좋은 승부였다, 엘드린.”
묵직한 저음의 소리와 함께.
마침내 태양창의 창이 엘드린의 목을 뚫어낸 것이다.
“…….”
아쉽다는 느낌의 엘드린이 활을 투욱! 떨어뜨렸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
후두두둑! 뼈가 바닥에 쏟아졌다.
아슬아슬한 창의 승리.
└ 캬.
└ 미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만 같다.
└ 난 이미 클립 따둠.
└ ㅎㄷㄷ 둘 다 미친 실력이었음.
└ ㄹㅇ 활 그렇게 쓰는 사람도 처음 보고, 창도 미쳤음.
└ 나 이분. 팬 할래. 이분 네크로맨서 맞지? 이명도 있으시려나? 무조건 S급 헌터시겠지?
채팅창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연신 [대단하다!]를 외치며, 급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창.
한 기자가 그 광경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이.”
그의 귀에 어떤 사내의 목소리가 때려 박혔다.
인기척도 없이 등 뒤에 나타난 존재.
“……?”
뭐지 싶어, 옆을 돌아보니.
김 기자는 이미 굳어 있었다.
아주 딱딱하게 굳어서 마치 못 볼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뭐, 뭔데?’
그 순간, 한 기자 역시 심장이 철렁였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원래 고랭커들의 훈련 장면이나, 전투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금기다.
잘못하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 파묻힐 수 있는 게, 바로 이곳. 헌터 세계 아니던가!
한데, 그는.
촬영은커녕, 라이브 방송까지 송출해 버렸다.
‘나는 그냥…… 스켈레톤 둘이 싸우길래 찍으려 했던 것뿐인데…….’
아아.
나중에 드미르 공방주를 봤을 때라도 송출을 멈췄어야 했던 걸까?
그래, 인정한다.
시청자 욕심에 차마 끊지 못했다.
욕망에 눈이 멀어버렸다.
“하하, 이런 걸 허락도 없이 함부로 찍는 무례한 자가 아직도 존재하는가?”
“죄, 죄송합…….”
한 기자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쳐다봤다.
그리고 사과하려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김 기자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과, 과…….”
온몸이 근육질로 뒤덮인 사내.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이든 기업이든 랭커든 갈아 마셔버리는 미친놈.
“광전사……?”
그의 등 뒤에 나타난 자는.
바로 세계 랭킹 20위.
광전사(狂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