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4
제173화
173화
셀리나의 2차전.
내 포격이 1페이즈의 형태인 마수를 완전히 날려 버리고 난 뒤.
그 폭연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빨랐지만, 놓치지 않는다.
“놓치지 마! 이제 시작이야!”
“헤에~ 모방된 인형 주제에 끈질기네.”
에밀리가 그 기척을 놓치지 않고 쫓으며 손끝으로 가리킨다.
파지짓!
검은 번개가 피뢰침을 따라가듯 목표물을 쫓는다.
빗나갈 리 없는 일격이었지만.
“의지도 없는 허상 주제에…….”
에밀리는 건방지다는 듯 조소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쏘아 낸 전격을, 셀리나가 펼친 푸른 장벽이 가볍게 막아 냈기 때문이다.
“마법사 흉내라도 내는 거려나.”
“대충 맞을걸.”
2페이즈에 돌입한 셀리나는 겉모습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장비가 달라져 있었다.
한 손에는 푸른 보석이 장식된 완드.
나머지 한 손에는 투명한 수정구를 붙잡고 있었다.
“시조의 장비인 블루 스틱과 마영의 수정인가.”
“대단한 거니?”
“시조가 사용했다고 여겨지는 아티팩트야. 아마 저건 복제품이겠지만.”
진짜였다면 바로 눈이 뒤집혀서 탈취하려 애썼겠지만, 저건 의미 없겠지.
“복제품이지만, 성능은 일시적으로 진짜에 필적해.”
둘 다 전투용 아이템으로서 성능은 최상급.
삼류도 저 두 개를 들면 일류 마법사에 필적하는 힘을 얻는다고 하지.
그것을 시조의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피조물이 든다면?
“그럼, 증명을 이어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셀리나가 완드를 겨눈다.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마나가 요동치는 감각이 퍼져 나간다.
빠르다.
“일단 회피해.”
신속하게 섀도우 무브를 이용하여 그림자 속에 뛰어드는 순간.
막대한 냉기가 이 공간 전체에 퍼지면서 순식간에 주변을 얼려 버린다.
“6서클. 프로스트 에리어. ……겁나게 빠르군.”
6서클에 해당하는 광역계 마법.
주변 환경을 바꿔서 극한의 냉기를 품은 눈보라를 몰아치게 하여 상대의 발을 묶고 전의를 꺾는 마법.
“역시 놀라운 건 저 완드의 성능이군.”
“비정상적으로 캐스팅이 빠르네.”
“그게 저 완드의 효력이야.”
블루 스틱.
시조의 무기인 저 완드의 장점은 극한의 캐스팅 속도.
6서클 마법의 영창 속도가 3서클의 것과 맞먹는다.
극한의 영창 속도 단축과 고속화. 그것을 해내게 하는 것이 저 지팡이의 능력.
빈틈을 보이면 고위력의 마법이 고속으로 떨어지겠지.
“단순히 큰 마법을 난사할 뿐이라면 대처는 쉬운 편이겠지만.”
시험 삼아 흑염탄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서 쏘아 날렸다.
그러나 셀리나는 피하려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벽이여.”
짧게 기동문을 읊조리고 다른 한 손에 쥐고 있는 수정구를 앞으로 내밀자.
전방에 푸른 마력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며 내가 던진 흑염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그 흑염은 그대로 수정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역시 저것의 성능도 건재하군.”
방어 계통의 능력 중 상당히 성가신 것이다.
전방에 마력의 필드를 펼친다. 마법, 물리 모든 대미지에 방어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적중한 공격이 오러나 마법 등 마나를 내포하고 있는 공격일 경우 그것을 환원하여 자신의 마력을 채운다.
방어와 보급능력이 일체를 이룬 아티팩트.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 보든가.”
허리춤에서 검은 뱀의 단검을 꺼내 날린다.
단검에 부여된 추적 스킬이 발동되어 저절로 궤도를 바꿔서 셀리나의 급소를 노리려 하였으나.
“소용없습니다.”
다시 방어벽이 가동한다. 이번엔 붉은색. 물리 내성의 방어벽이다.
허무하게 튕겨 나간 단검이 그대로 공중에서 빙그르 돌며 다시 내 손에 돌아온다.
“발동 타이밍도 빨라서 성가셔.”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은 저 두 개뿐이리라. 그 외의 다른 능력은 발휘되지 않는 것은 확인했다.
대처법은 대강 가늠이 되는군.
“에밀리, 계속 마법을 퍼부어.”
“그래도 되니? 막는다고 했잖아?”
“막혀도 상관없어. 그냥 아무거나 쏴 날려.”
“후후, 뭔가 있구나.”
내 지시에 에밀리는 더는 의문을 말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마법 공격을 퍼붓는다.
셀리나는 고위력 마법을 떨어트리며 간단히 장벽을 전개해 그 공격을 막는다.
“소용없습니다.”
“그건 네가 지껄일 게 아니고!”
쉴 새 없이 달리며 내게 쏟아지는 마법들을 피하면서 틈을 노려 흑마법 공격을 쏘아 낸다.
당연히 막힌다.
저 아티팩트의 방어벽을 뚫고자 한다면, 적어도 게임 때의 사양이라면 7서클 이상의 마법을 퍼부어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아무리 화력을 끌어올려도 그 정도 수준의 공격은 불가능.
“그럼 단점을 노려야지.”
약점은 이미 알고 있다.
정확히는 저 녀석 행동 패턴과 아이템의 단점.
“열여섯……. 열일곱…….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차례대로 막혀 가는 무마법 공격의 횟수를 대강 눈짐작으로 센다.
“충분히 쌓였겠군.”
아마 그쯤이면 되었을 것이다.
크리스털 스태프를 원격 조작으로 날린다.
빠르게 공중을 선회하며 날아가는 지팡이는 셀리나의 머리 위에서 멈춘다.
그리고.
“떨어져라.”
검은 낙뢰를 떨어트린다.
그것을…….
“검은 마법……. 그렇다면 방어를.”
셀리나가 수정구를 들어 올리며 장벽을 펼친다.
계속 무의미한 짓을 할 거냐고 깔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럼 잘 막아 보시든가.”
내가 씩 웃는 순간.
내리친 검은 낙뢰가 펼쳐진 방어벽을 허무하게 통과하며.
“……?!”
그대로 셀리나를 관통하여 녀석을 지면으로 추락시킨다.
“어머, 뚫렸네.”
“뚫렸지. 저 방어 아티팩트에는 결점이 있거든.”
정확히는 설계상의 오류라고 해야겠지만.
게임에서는 버그라고 했겠지만.
“확실히 방어벽은 물리 마법 공격에 완벽하게 대응해. 분하게도 위력으로 뚫는 건 아직 어렵고.”
“하지만 뚫었잖니?”
“기능하지 못한 거야.”
아티팩트의 단점.
“저거 마력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방어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발동 방식에 오류가 있다.
마력이 1이라도 비어 있다면 방어 효과가 발동되지만, 그것이 가득 차 있다면?
방어벽이 마나를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통과시키고 마는 것이다.
“그렇구나. 시안이 굳이 마법 공격을 난사하라고 시킨 건…….”
“저 녀석의 마력을 일부러 채워 주기 위해.”
잘 보면, 녀석은 고속 영창으로 반드시 마법을 발동한 후 방어에 들어간다.
그러니 이쪽에서 공격을 퍼부어서 그 소모량을 역전시키면 될 일.
“물론 가성비는 나빠. 이거 한 방 먹이기 위해서 수십 번의 마법을 퍼부어야만 했으니까.”
마력량을 대폭 키워 온 나라고 해도 몇 번이나 시도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붙인다.”
패턴이 깨졌을 땐 몰아붙이는 게 공략의 정석.
“몰아붙여!”
아직 대미지를 회복하지 못해 주춤거릴 때가 기회다.
“……회복을.”
셀리나 역시 회복을 꾀하기 위해 다시 공중으로 피하려고 하겠지.
“어림도 없는 짓을.”
내가 눈동자만을 굴려 신호를 보내자, 허공에 떠 있던 크리스털 스태프가 하강한다.
“?!”
저 스태프의 공격을 이미 보았기 때문인지 셀리나는 바로 대응하려 했지만.
“틀렸거든.”
지팡이에서 쏘아 낸 것은 마법이 아니다.
그대로 지팡이째 날려서 녀석을 들이받아 버렸다.
선회 속도를 최고 속도로 높이면 이런 타격도 가능한 법.
“일명 지팡이 뺑소니.”
“……?!”
대미지는 별것 아니겠지만 방심한 상태에서 맞았기에 충격을 완화시키지 못해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넉백 효과.
그 틈에 충분히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에밀리, 노려야 할 건.”
“알고 있어. ……우선은 이거네.”
먼저 적의 코앞까지 도달한 에밀리가 마기를 팔에 둘러 내리쳤다.
베어 낸 것은 셀리나의 팔.
당연히 가장 성가신 수정구를 쥐고 있는 쪽이다.
바닥에 떨어진 수정구가 그만 박살이 나서 흩어진다.
이걸로 방어 능력을 잃었다.
“상관없습니다. 그럼 남은 마력을 전부 이용하여 공격을…….”
“……하게 두겠냐.”
내가 날린 흑염탄이 바로 셀리나의 코앞에서 터진다.
에밀리도 같이 폭발에 휘말렸지만, 그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이라서 금방 회복할 테니.
“너무하네! 시안. 사역마 취급이 너무해서 조금 슬픈걸.”
“알 게 뭐야. 됐고, 녀석의 주의나 끌어.”
“흐음~! 나중에 갚아 줄 테니 기대하렴.”
그것 참 무섭구먼.
계속 에밀리가 녀석을 마크하여 주의를 끌고, 나는 연속적으로 마법을 퍼붓는다.
“이런 식으로 몰아붙여서 끝장을 보면…….”
마무리를 위해 마기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다섯 개의 서클에서 순환하는 마기가 공명하며 그 밀도와 양을 높이면서 마무리를 위한 마법을 준비하고자 한다.
“끝이다. ……음?!”
끌어올리던 마기에서 왠지 위화감이 느껴진다.
네 개의 원에서는 정상적으로 마기가 순환하며 증폭된다.
하지만 다섯 번째.
최근에 형성된 원에서는 좀처럼 마기가 순환하지 않는다.
“칫, 여기서 불발이냐.”
아직 다섯 번째 원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점.
마력 순환의 불발.
심지어 나머지 네 개의 서클의 순환도 느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내 육체의 한계가 가져온 상태 이상 마력 부적응의 문제점.
확률적으로 터지는 마력 다운이 일어난 것이다.
“시안?!”
에밀리가 알아채고는 이쪽으로 오려 했지만, 내가 말렸다.
지금 놓치면 저 녀석은 다시 본래의 패턴으로 돌아간다. 그럼 클리어하기 귀찮아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닥치고 돌아. 이 망할 동그란 것들아.”
이를 악물며 강행 수단을 쓴다.
내 팔에 채워져 있는 빙흑랑의 팔찌.
그 아티팩트에 깃든 마기를 강제로 뽑아내 주먹에 끌어모은다.
“외부의 마기를 이용해서. ……이렇게!”
있는 힘껏 내 가슴께를 주먹으로 쳤다.
퍽!
구닥다리 방식으로 고장 난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려는 것처럼.
충격과 함께 마력을 때려 박아 강제로 서클을 회전시킨다.
“케헥! 진짜 더럽게 아프네.”
뭔가 올라올 거 같은 감각을 참으며 나는 억지로 순환시킨 마기를 끌어내어 마법을 캐스팅한다.
-본 크래셔.
허공에서 솟아난 뼈의 턱이 셀리나를 붙잡아 물어뜯어 갈아버린다.
가장 먼저 성가신 완드를 부수고 그다음으로 셀리나를 반 토막을 내 버린다.
“아직 멀었어.”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토막이 난 정도로는 행동 불능이 되진 않는다.
치켜든 지팡이와 원격 조작한 지팡이를 통해 동시에 흑염의 포격을 퍼부어 몰아붙인다.
“끝날 때까지 처박아 주마!”
콰가각가가가강!
불태우고 산산이 부순다.
공간 전체를 무너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열기와 충격이 몇 번이고 터지고 나서야 나는 마법의 난사를 중단했다.
“하아……. 하, 더럽게 빡세네.”
“시안, 살아 있니? 무리하는 거 같던데?”
“안 죽어. 그깟 마기 좀 억지로 돌렸다고 뒈지겠어?”
물론 더럽게 아프긴 하지만.
지금까지 키운 능력이 있었기에 통증 정도로 끝난 것이리라.
‘지금의 내 선천적인 재능의 한계 문제가 이렇게 체감되네.’
만약 지금이 아니라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런 리스크가 생겼다면?
그건 상상하고 싶지 않다.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조금 나중에 다시 생각하고.’
일단은 눈앞의 퀘스트가 중요하다.
“충분히 해치웠지 않겠니?”
“그딴 소리는 하지 마. 불길하게.”
뭐, 에밀리도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말한 것이리라.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당신의 재능과 힘, 그리고 의지를 입증하였습니다.》
입증이고 나발이고 확실히 해치웠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리라.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지?”
“성급하게 보챌 필요는 없습니다. 수석 시안. ……아니, 자격을 입증한 재능 있는 자.”
셀리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흩어졌던 마력의 잔상이 모여들더니 다시 그녀의 형상을 갖춘다.
“역시 그 정도로는 죽지 않나?”
“죽음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피조물은 아니기에. ……하지만 위험했습니다. 비축한 마력을 전부 소모했으니까요.”
“그 정도였나?”
그건 곤란하겠네.
이기고도 이 녀석이 완전히 소멸해 버리면 그 뒤를 진행할 수가 없으니까.
아니, 정말로 존재하는 버그였다.
간혹 셀리나가 나오지 않는 버그가 있었으니까.
“이쪽으로 와 주셨으면 합니다. 시안.”
더는 싸울 필요가 없었다.
셀리나의 안내대로 나는 이 공간의 맨 끝에 있는 거대한 푸른 기둥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 멈추자, 셀리나가 기둥에 손을 댄다.
“입증한 자에게 시조께서 남기신 유산을…….”
푸른 수정으로 된 기둥이 무너진다.
“…….”
무너진 수정 기둥의 안쪽에 안치된 것을 노려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두 동강이 난 완드와.
산산조각이 난 수정구의 파편만이 있었으니까.
“이게 유산인지 뭔지 하는 것이니?”
“틀림없어.”
잘못 찾아온 게 아니다.
블루 스틱과 마영의 수정.
완전히 파손되어 힘을 잃은 두 보물의 잔해.
이것이 클리어 보상이었으니까.
의도는 제쳐 두고서라도 이것이야말로 그 시조라는 작자가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