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
제20화
20화
폭주 정령.
셀리디아 공략 루트의 진정한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다.
‘……조금 이르게 등장해 버렸지만.’
본래라면 계략으로 인해 고생한 셀리디아의 심신이 무너지고 그 탓에 발생하는 폭주 현상.
그것을 막아야 하는 게 셀리디아 루트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일 자체를 차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 행동에 당황한 흑막은 이번에는 셀리디아에게 계략을 쓰지 않고 강제로 정령을 폭주시켜 버린다.
마치 운명이란 게 바꾸려고 해도 결국은 강제로 눈앞에 들이밀어진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웃기시네.”
운명은 개뿔.
딱 잘라 단언할 수 있다.
게임과는 다르다.
폭주의 시기가 일러 위험도는 게임에서 묘사된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셀리디아는 절망하지 않았어.’
방출되는 정령의 기운을 느끼며 확신했다.
폭주 중인 정령은 그 형체를 키우기만 할 뿐 별다른 파괴 행동을 하지 않는다.
‘제어하고 있는 거야.’
거기서부터 달라졌다.
게임에서 셀리디아는 절망하여 더는 노력하는 것을 포기한다.
그랬기에 주인공이 필요했고. 설득하고 구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 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
노력하고 있다.
게임과 달리 그 방법을 알려 주었으니까.
‘의미는 있어.’
그렇다면 남은 건…….
“에밀리.”
“알고 있어.”
우리 사역마는 눈치가 빠르다.
“귀찮은 건 이 누나가 준비해 줄 테니 어서 다녀오렴.”
해야 할 일을 이해한 듯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준비를 하러 간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웃고는 걸어갔다.
폭주 중인 정령을 향해.
녀석은 날뛰지 않는다. 억눌러진 듯 몸을 부르르 떨 뿐. 내 발소리에 반응하여 내려다보지만 그게 전부다.
“비켜.”
밀어붙인다.
부풀어 오르는 정령의 에너지에 손을 대고 마치 문을 밀어 버리듯 다리에 힘껏 힘을 주고는.
그대로 뚫고 들어간다.
뒤에서 에밀리가 나를 부르며 말리는 것 같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마기를 발산하며 그대로 억지로 찢고 안으로 들어간다.
“윽……. 생각보다 좀 빡센데.”
정령력과 마기는 상극이다.
같은 양이면 마기가 우세하겠지만 지금은 폭주라는 이상 현상으로 인해 정령력의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불에 물을 부으면 꺼지겠지만, 그 불이 크면 결국 물이 끓어올라 버리는 것처럼.
짓눌린다.
그것을 내 마기로 힘껏 밀어붙이고 버티면서 안으로 나아갔다.
‘틈틈이 경험치를 얻어 두길 잘했네.’
우등생 흉내를 낸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간신히 버틸 만하다.
그대로 나아간 나는 드디어 발걸음을 멈췄다.
녀석의 귀가 보였으니까.
키는 작아도 귀가 눈에 띄니까 거참 찾기가 편하구먼.
“애먹고 있냐.”
“……조금.”
게임과는 다르다.
운명은 셀리디아를 폭주시켜 같은 곤경에 빠트리고자 했으나, 그 결과는 달랐다.
게임에서는 주저앉아 울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의 셀리디아는 버티고 서 있다. 무언가를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그것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령의 핵인가.”
폭주 중인 정령의 에너지를 제어하여 그 중심이 되는 핵을 추출해서 셀리디아는 그것에 간섭하고 있다.
되돌리기 위해서.
“도와줄까?”
“괜찮아……. 네가 알려 줬으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조금 곤란해.”
“음?”
“이걸 억누르면 바깥의 마나를 제어할 수 없어…….”
“요컨대?”
“터지지 않을까?”
두 가지 일은 못 한다고 순순히 말하는 셀리디아였다.
“터트려도 돼?”
“터트리지 마.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말고!”
비집고 끼어든 보람은 있겠군.
“그건 내가 수습해 주지. 그러니 안심하고 집중해.”
나는 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바깥에서는 대기시켜 둔 에밀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폭주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집약된 마나쯤 얼마든지 제어해서 수습할 수 있다.
“그러니 마무리해라. 이러다가 매점 문 닫겠어.”
“응.”
셀리디아가 핵을 품에 안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7년 전 그날, 그녀에게 심어진 정령의 요소는 원망하고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외친다고 한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에 대한 분노만이 남은 원혼.
그러나 딱 하나 그 원망이 향하지 않는 대상이 유일하게 한 명 있다.
바로 셀리디아.
“진정해.”
자기 자신을 원망할 수는 없다.
하물며 그녀 역시 그 추악한 이들에 의해 고생한 당사자니까.
그러니 셀리디아라면 충분히 저 힘을 제어할 수 있으리라.
나는 그 사실을 셀리디아에게 단단히 일러 주었고, 지금의 그녀는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었다.
새로운 빛이 발산한다.
각양각색의 속성에 따라 발하는 빛.
‘게임에서…… 자기 자신의 힘을 제대로 자각한 셀리디아는 이렇게 불렸던가.’
정령의 키메라.
그리고.
올 엘리먼트.
천 마리의 정령의 요소와 섞였기에 그 속성과 특성을 전부 구사할 수 있는 희대의 정령사.
“그럼 이쪽도 마무리할까.”
셀리디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확신한 나는 장담한 대로 수습에 들어가기로 했다.
폭주한 정령체가 끌어모은 대량의 마나의 처리.
“에밀리! 시작하자!”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바깥에서 에밀리가 에너지 드레인을 구사해 이 일대를 제어 범위로 삼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수습해서 상공으로 던져 터트려도 되겠지만, 아깝지.’
이 정도의 마나는 어지간해서는 쉽게 모을 수 없다.
그렇다면?
‘슬쩍해야지.’
악당은 그래도 되거든.
대량의 마나를 제어하여 그것을 모아 응축한다.
“……!”
이를 악물고 소리를 참았다.
뼈가 울린다.
무겁다.
마나에 질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밀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준다.
요컨대 압축된 마나에 대기와 중량이 밀려나 짓누르는 것이다.
물리법칙이 거참 형편없네.
‘어딜 감히!’
고작 연료 주제에 누굴 짓누르려 하는가.
힘을 주어 그대로 움켜쥔다.
응축된 마나는 그대로 내게 삼켜지게 되었다.
《체내의 마나의 용량이 대폭 상승합니다.》
《매직 서클의 숙련 레벨 상승 조건을 만족합니다.》
《매직 서클의 숙련 레벨 상승에 스킬 포인트 25pt가 소모됩니다.》
매직 서클의 추가 생성 조건.
그것은 대량의 마나를 얻을 것. 혹은 특정 이벤트를 달성할 것.
이것을 달성하는 게 내 부가적인 목적인 셈.
《매직 서클의 숙련 레벨이 3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거봐라. 잘되잖아.
계획대로다.
새로이 차오르는 기운의 감각을 맛보며 내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아.”
이제 와서 넘어지면 꼴사나운데.
그러나 내 등이 바닥에 닿는 일은 없었다.
대신 닿은 것은 딱딱하고 지저분한 흙바닥이 아닌 무언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짐승의 등이 나를 밀듯 그대로 받쳐 주었다.
정령이다.
맹수의 몸통과 다색으로 빛나는 날개.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여러 생물의 형태를 갖춘 정령.
혼합 정령 ≪셀리디아≫
그녀와 같은 이름을 부여한 정령의 아종.
‘말 그대로 정령의 키메라인가…….’
셀리디아는 자신의 정령의 요소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하나의 정령의 형태로 끄집어내어 계약으로 목줄을 맬 수 있었다.
‘다만, 게임 때보다 덩치가 더 큰 거 같은데…….’
뭐, 상관없나.
“괜찮아?”
정령의 키메라에게 기대어 있는 나를 향해 셀리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아니……. 그거 내가 물어야 할 말이잖아.”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시선을 옮겼다.
《서브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그래, 이제야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겠군.
정말로 운명이라는 게 바뀌는 것인지.
이 퀘스트가 말하는 운명이라는 게 당최 어떤 것을 의미했는지는 나도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뭐, 잘된 일이겠지.’
적어도 이 게임의 법칙 하나만은 믿을 수 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 건.
일단은 저장하고 한숨 자라는 거야.
4장 – 악당도 서열이 있다
잘 풀리고 있다.
셀리디아와 관련된 서브 퀘스트도 클리어 판정이 내려졌으니까.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
《패시브 – 마나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12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에 따른 경험치와 스킬을 얻었다.
《마나의 심장 : 해당 스킬을 습득 시 최대 마나 용량 증가. 마나 소모량 소폭 감소》
충분히 도움이 되는 스킬이다.
마법의 난점은 갈수록 무시무시해지는 소모량이니까 그걸 커버해 줄 패시브 스킬의 획득이 필요했거든.
‘머지않아 시작될 1장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기반이 될 거야.’
레벨도 올랐으니 새로운 스킬도 찍고 시험해 보고 싶은 것도 늘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그건 나중에 할 일이겠지만.
왜냐고?
‘기껏 잘해 놓고 몸살 나서 드러눕냐!’
셀리디아를 돕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러 달려온 교수와 경비병들에게 나는 셀리디아를 맡기고는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공방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뻗어 버렸다.
“뼈, 뼈가 울려……. 근육이 쑤셔.”
마치 술 처먹고 헬스장에 가서 몸을 거하게 조지고 온 듯한 이상한 느낌.
“어머, 어머……. 역시나 탈이 났네.”
에밀리는 그런 나를 살펴보며 가느다란 한숨과 함께 직접 나를 옮겨 침대에 눕혔다.
“뭐야, 이거…….”
혹시 저주라도 받은 거 아닌가 싶어서 내심 식겁했다.
생각해 보면 잘도 어둠의 정령 앞에서 개겼지. 혹시 뒤끝이라도 작렬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내 걱정을 덜어 버린 건 에밀리의 어이없어 하는 한숨 소리였다.
“시안, 네가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서 기초 마나 양을 한 번에 늘렸잖니? 서클도 단번에 3개까지 증폭시켰고.”
“아……. 그랬지.”
“평범한 인간이 그런 짓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으아…….”
셀리디아가 폭주할 때 일대의 마나가 대량으로 모였다.
그것을 흩어 버리기 아까워서 요령껏 내게 집약시키고 기초 마나 능력을 배가시키는 데 써먹은 뒤탈이 난 모양이다.
‘날로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는 거구먼.’
예시가 이상하지만 틀리지는 않으리라.
“늘어난 마나에 몸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잔뜩 긴장한 상태네.”
에밀리가 내 상태를 가늠하며 목덜미부터 가슴께까지 천천히 쓰다듬자 묘한 통증이 따라온다.
급작스럽게 마나 양이 늘어난 탓에 혈액 내에 마나 순환량도 폭증했다.
그에 따라 근육과 뼈 등 신체에도 적응을 위한 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에밀리는 설명했다.
실제로도.
《시안》
《클래스 : 흑마법사》
《클래스 레벨 : 12》
《체력 : 115》《마력 : 187》《민첩 : 95》《행운 : 87》
《물리방어 : 11》《마법방어 : 15》《정신내성 : 14》
《식물내성 : 25》
《잔여 스킬 포인트 : 17pt》
능력치가 파격적으로 늘었으니까.
특히 마력이 파격적으로 늘었다.
“성장통 같은 건가…….”
“이 누나가 보기에는 아마 꼬박 하루 정도는 이 상태일 거라고 생각해.”
“치료법은?”
“얌전히 있기.”
가능한 자연 회복이 가장 좋다. 그 외에 탈은 없을 것이라고 에밀리는 단언했다.
“요컨대 쉬라는 거잖아. 마침 내일이 휴일이기에 망정이지.”
“심심하면 누나가 돌봐줄까?”
“……됐어. 쉬는 정도라면 뭐, 까짓것 하루 뻗어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서큐버스한테 간호를 받아 봐야 충전이 아니라 소진밖에 안 되잖아.”
방전된다고요. 그것도 고속으로.
내 농담 같은 말에 에밀리는 그저 히죽거리면서 물러난다.
“흐음~, 그럼 적당히 이야기해 둘까? 하긴, 그편이 더…….”
뭔가 중얼거리지만 아마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겠지.
슬슬 참는 것도 한계가 오는지 급격히 졸리다.
무슨 일 있으면 깨워라. 아마 없을 테지만.
나는 그렇게만 중얼거리고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