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86
제285화
285화
40장 – 불온한 연회
게임이라는 것은 본래 그것을 플레이하는 자.
그 유저가 키우는 캐릭터의 성장에 맞춰 모든 것이 짜여 있다.
“……모든 것은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밥을 먹는 것도 하물며 노는 것조차 그 기연으로 이어진다.
강해져야 하니까.
게임이라면 당연한 말이다. 레벨이 오르고 강력한 스킬들을 많이 습득하고.
그렇게 강해지고 강해져야 정해진 시나리오를 타파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즐거우니까.
“하지만 무엇을 위해?”
게임이라면 그것을 플레이하는 유저를 위해서다.
결국, 본질은 유희에 지나지 않으니.
하지만 지금 이곳은 현실 세계다.
나는 게임으로서 이곳을 알고 있으나 현실로 이곳을 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아카데미의 이벤트가 준비된 거지?”
전부터 기시감을 느꼈다.
각각의 기술을 확립하고 제국의 건국을 도운 시조라는 영웅들.
그들은 자신들의 흔적이나 성과 일부를 일부러 남겨 주었다.
후세의 영웅이 될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그것을 위해 아카데미를 세웠다.
일단은 그게 게임의 기본적인 배경 설정.
“……그리고 아카데미.”
이곳 아카데미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 역시 그 성장을 위해서였다.
“이 모든 기연을 얻게 되면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엔딩에 도달한다.
그것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일단 나는 이 혜택들을 아주 알차게 누리는 편이고.
하지만.
‘목적을 위해 판을 깔아 두었다는 티가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나서 그게 마음에 안 들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준비된 모든 판 위에서 놀며 강해진 후…… 최종 보스를 쓰러트리면?
과연 이것들을 준비한 그 누군가는 무엇을 얻게 될까.
‘게임이라면 개발사는 돈을 벌겠지만…….’
과연 이 세상에 관여한 그 누군가는?
어쩌면 헛된 가설일지도 모른다.
게임과 지금 이 세상의 상관관계조차 짐작하기 어려웠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있다면?’
의심을 관둔다면 나중에 눈뜨고 코 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깔아 둔 판의 진의를 아는 것은 아마 그 안개 자식.
케니실린 샤렐로스로 추정되는 그 존재뿐.
‘한 번쯤은 잡아서 캐묻고 싶지만, 딱히 현명한 짓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나타날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피하는 것이리라.
적어도 놈은 직접 싸우는 타입도 아니고, 그것만은 피하는 듯싶으니.
누군가를 이용해서 나를 치려고 할까?
‘역시 메인 시나리오 6장쯤인가.’
아마 무언가 바뀌리라.
난이도뿐 아니라 진행 방식 역시.
내가 아니라도 그쯤은 누구나 생각하겠지.
‘그래도 결국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군.’
남은 시조의 행적. 특히 검은 시조가 남긴 것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흑마법 경지의 정점에 이르기 위한 숙제는 그 뒤에 이어지게 되어 있으니.
이미 그 위치는 확신했다.
메인 시나리오 4장이 종료되고 흑서를 파기한 후 황제는 확보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내게 넘겨주었다.
검은 시조가 은둔하기 전 마지막 행적.
그것을 보고 나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인가. 가기 가장 귀찮은 곳인데.’
게임을 통해 일단은 알고는 있었지만, 가능하면 다르길 바랐는데.
그 모든 자료가 가리키는 지점은 단 한 곳.
‘마계…….’
악마의 세계.
그곳에 사는 악마들을 불러낼 수는 있지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건너가지 못하는 곳.
검은 시조는 그곳으로 향했다지.
‘문제는 마계에 갈 방법이 지금 없단 건데.’
마계는 메인 시나리오 8장 이후에 갈 방법을 확보하게 되는 장소였다.
‘꽤 멀었단 말이지.’
이미 게임 시나리오는 반절을 넘어섰다.
모든 시나리오는 9장까지.
그리고 최종 보스가 등장하는 최종장.
그 열 가지 시나리오만 잘 헤쳐 나가면 적어도 내가 아는 위기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알아도 못 간다는 게 골치 아파.’
게임을 통해 검은 시조의 흔적이 마계에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황제에게 자료를 얻길 원한 것은.
혹시라도 시나리오의 요소 말고도 마계에 건너갈 방법을 확보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역시 내가 바라는 대로만 딱 그게 떨어질 리는 없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읽던 자료를 탁 덮고는 생각을 잠시 멈췄다.
“어머, 시안? 뭐가 잘 안 풀리니?”
근처에서 제멋대로 실체화하여 두리번거리던 에밀리가 내 기분을 알아채고는 묻는다.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야, 에밀리! 인간이 마계에 건너갈 방법 뭐 짐작 가는 거 없어?”
“전에도 비슷한 걸 물었지? 으음~. 역시 짐작 가는 게 없는걸.”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없다고 말하는 에밀리.
“통로도 없는 세계에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악마가 계약에 불려 나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신체뿐.
그런 악마조차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온전한 상태로 불려 나올 방법이 없다고 하니.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었잖아. ……혈목이라던가.”
“그건 씨앗이 내려온 거였잖니? 씨앗이라고는 해도 물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마력이 응집된 덩어리였을 테니 정신체랑 크게 다르진 않단다.”
“만약 그걸 인간의 몸으로 한다면?”
“조각조각이 나서 마계에 흩뿌려지지 않을까.”
“아~, 그럼 관둬.”
거참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리스크를 생각하면 감히 실험해 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뭣보다 마계 같은 곳에 가 봐야 재미도 없을걸.”
“인간의 시점에서는 꿀잼일지도 모르지.”
“……어떠려나.”
에밀리는 진심으로 아니라는 듯 정색했다.
알고는 있다.
마계가 그렇게 활기차고 좋은 곳이라면 악마들이 굳이 이런 계약 같은 것에 낚여서 불려 나오지도 않을 테니.
악마들의 말로는 가능성이 없는 땅.
“마왕들이 지배하고 있을 뿐. ……그 지배조차 썩 유쾌한 방식은 아니니까.”
“마왕……. 내가 지금 마주친다고 해도 좋은 소린 들을 것 같지도 않군.”
“후후, 의외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그게 싫다는 거야.”
에밀리의 말을 듣기만 해도 좋은 꼴을 보기는 힘들 거라는 확신만 든다.
“뭐, 마계 문제는 어떻게든 되겠지.”
고민해 봐야 해결되지는 않는다. 달리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슬슬 외출할 시간이 되었다.
“어디 가려고 했니?”
“너, 아까 말했을 때 제대로 안 들었지? 오늘 방문하기로 약속했거든. 그 알케우스가의 저택 말이야.”
“……아.”
정확히는 전 알케우스가라고 해야겠지.
편의상 이름은 빌려 쓰고 있지만, 지금은 원래의 주인이 없는 저택.
그곳을 일단은 보러 가기로 한 게 바로 오늘이었다.
“그 저택을 손에 넣으려고?”
“글쎄다. 있어서 나쁠 건 없고, 고민해 봤는데 하필 그게 있는 곳이 조금 성가신 장소거든.”
뭐, 찾아가는데 거리가 멀든 가깝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최근의 나는 텔레포트 스크롤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할 돈과 그럴 위치가 되었으니.
다만 그 장소가 적어도 나 ‘시안’에게는 조금 마음이 복잡한 곳인 모양이다.
“묘한 말투네.”
“……그런 게 있어.”
아마 에밀리는 이해하기 힘들겠지.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을 리 없지만, 어디까지나 거슬리는 것은 나의 마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대해 들은 내 속이 왠지 모르게 살짝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데 그러니?”
“고향이야. ……바로 내가 태어난 곳?”
할디리온.
고향이라고 해도 결국은 ‘시안’의 설정상으로만 알고 있는 지명이지만.
거참 신기한 우연도 다 있지.
놀라면서도 어쩐지 속이 복잡하다.
왠지 몰라도 나는 고향이라는 곳을 썩 좋아하지는 않나 보다.
* * *
썩 내키지 않아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미였다.
어차피 한 번 쭉 훑어보고 나오면 그만.
“뭐, 가서 살 생각도 아니고.”
정말로 내키지 않으면 처분하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주면 그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준비해 둔 스크롤을 사용하여 목적지로 이동했다.
……시안의 고향.
“음? 뭔가 이상한데.”
(뭐가 마음에 걸리니?)
“아니……. 좀 낯선데.”
막상 고향이라는 곳을 찾아오니 조금 전까지 나를 옥죄던 거북한 기분이 사라지는 건 어째서일까.
말은 그렇게 해도 실은 고향에 돌아오고 싶었나?
그게 아니다.
단순히 낯섦을 느끼는 것이다.
‘낯설다고 느껴도 기억으로는 영 모호하단 말이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본래의 ‘시안’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내게는 그 캐릭터로서의 의식이 옅은 편이다.
그 기억 자체가 모호하니까.
완전히 잊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시기의 나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도 썩 잘되지 않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분명 나는 유년 시절 이곳에서 자랐던 것만은 확실한데.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지낸 게 아니니?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 말이야.)
“그게 좀 다르거든. 아마 내가 여기에 있었던 건 정말로 아주 어릴 때일 거야.”
추측하는 것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파악하는 한 ‘시안’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 할디리온령에 인접한 다른 영지에서 지내고 있었다.
“아마 7년 전쯤에 옮겨 간 거 같은데.”
(표현이 모호하네.)
“그게 이상하게 그 무렵이 기억이 안 나.”
뭐, 별다른 유별난 구석은 없었겠지만.
어쩌다 보니 흑마법에 재능이 있는 사실이 눈에 띄어서 운 좋게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것.
그에 따라 흑마법 길드에 맡겨져 임시 수행 기간을 거친 것 정도.
“……별거 아니겠지. 됐고, 약속 장소로 가자.”
이곳에서 안내를 위해 파견된 사람과 만난 후 그 저택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평범하게 황실에서 일하는 문관으로, 나도 누군지 잘 모르는 인물.
미리 지정된 약속 장소로 향하니 그곳에서 한 청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나를 알아본 것도 저쪽이었고.
“시안 알케우스 님이시군요.”
“예. ……그럼 그쪽이?”
“황실 기록부 소속의 젤미언 셀디스라고 합니다.”
황실 기록부.
제국의 여러 가지 기록이나 자료들을 관리하는 문관들이 소속된 부서라고 했던가.
일단 이 청년은 그곳에 소속된 말단 문관인 모양이다.
이름도, 성도 적어도 내가 아는 것들과는 관련이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안심이군.
“그럼 바로 알케우스가의 저택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예. 가능한 후딱 끝내고 돌아가죠.”
어차피 살펴보는 데 긴 시간은 걸리지 않겠지.
나는 그의 안내를 받으며 그 저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건, 좀 낡았군요.”
예상했고 미리 듣기도 했지만, 꽤 노골적으로 방치된 느낌의 저택에 도착하였다.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듯 넝쿨과 이끼로 온통 뒤덮은 저택. 심지어는 벽 일부도 허물어져 있지 않은가.
“그냥 폐가인데요. 이 정도면.”
“관리할 사람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못해도 40년은 방치되었겠죠.”
“차라리 처분하는 쪽이 나았던 거 아닙니까?”
나는 조금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알케우스가를 이을 후계가 없었기에 결국 사라진 가문. 당연히 이런 저택은 쓸모없다고 여겨지면 황실의 판단으로 허물거나 다른 이에게 양도하는 게 가능했던 거 아닌가?
“그럴 방침이었다고는 합니다만. ……어쩌다 보니 처분이 미뤄졌습니다.”
“어쩌다 보니까요?”
“딱히 이곳을 원하는 자도…… 손대고 싶어 하는 자도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어쩐지 말투가 신경 쓰인다.
아니, 사고 난 매물을 소개해 줄 때의 중개업자 말투가 아닌가.
‘에밀리? 혹시 뭐 수상한 거 안 느껴져?’
(……설마.)
‘……에밀리?’
거기다 이 악마까지 조용하네.
(어? 별거 아니야. 시안. 저택에는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네.)
‘왜 그래? 대놓고 뭔가 있다고 말하는 느낌이잖아.’
(조금 낯이 익은 느낌이라서 말이야. ……아마 착각이라고 생각되는데.)
에밀리도 확실치는 않은지 어쩐지 말을 아낀다.
정말로 여기 뭐 있는 거 아니야?
막 괴물이 튀어나오는 거 아니지?
떨떠름한 기분에 잠겨 고민했지만, 결국은 들어가 보기로 결정했다.
그냥 모르고 넘기는 것이 더 싫은 성미였기에.
그러나 기대와 달리 들어가자마자 딱히 기이한 현상이 반기는 것도.
위험한 괴물과 만나는 일도 없었다.
“정말로 그냥 폐가네.”
“말씀드렸잖습니까. 재산 대부분도 회수하였고, 거의 남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남은 것은 그다지 회수할 가치가 없는 가구 일부나 당시 알케우스가의 사람이 살았던 흔적 정도.
그의 말마따나 가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남아 있는 방들을 확인하며 그 안에 쌓여 있는 먼지가 흩날릴 때마다 코와 입가를 가리고 나는 차례차례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2층 복도 안쪽에 있는 어느 방에 들어갔을 때.
“…….”
나는 그곳에 있던 어떤 것을 말없이 응시했다.
“낌새가 이상했던 건 이거 때문이야?”
(……그렇구나. 어쩐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가라앉은 듯한 에밀리의 목소리.
별다른 설명을 듣지 않았는데도 나는 반쯤은 이해한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방 안의 벽에는 어떤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아마 옛 알케우스 가문의 사람으로 보이는 여성.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거 너잖아?”
그 여성의 뒤에 있는 어느 여악마.
잘못 볼 리가 없었다.
틀림없이 에밀리의 모습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