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2
제32화
32화
6장 – 조별 과제라 쓰고 1인 과제라 읽는다지?
휴일은 끝나고 다시 학생의 본분인 수업과 훈련에 매진해야 할 날이 왔다.
검과 마법의 세계.
판타지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로망 그 자체를 담은 개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화려한 검기와 다채로운 마법.
나는 그런 검과 마법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다.
그렇다면 즐겨야지.
요컨대 무슨 소리를 시작하려는 것이냐.
‘마법은 이제 어느 정도 손을 대 봤으니 다음은 검이지!’
재주 하나만을 바라보고 만족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왕 천재 시늉을 시작했으니 좀 더 욕심을 부려 보자.
그렇게 나는 슬슬 ‘검’에 눈독을 들여 볼까 하였다.
“응, 응, 잘 휘두르고 있어. 후배~! 그렇게 반복하면서 검을 휘두르는 감각을 몸이 외도록 하는 거야.”
살짝 신이 난 목소리로 리제타는 내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훈수를 둔다.
휙! 휙! 붕! 붕!
“아직은 힘의 배분이 불안정하네. 머리가 아니라 근육이, 관절이 어디에서 끊고 얼마만큼의 힘을 주고 뺄지 기억해야 하는 거야.”
지켜보던 리제타는 이따금 내 등이나 어깨를 살짝 밀거나 당기면서 자세를 교정해 준다.
검술의 기초인 형태를 다잡기 위해.
“몸이 기억하면 거기 맞춰서 몸이 만들어지지. 근육이 변하고 적합하게 성장해.”
“……그래서 선배? 앞으로 몇 번을 더 휘두르면 될까요?”
“후배의 체력을 고려하면 2천 번은 휘둘러야 간신히 모양새가 잡히지 않을까?”
“으엑…….”
질색하면서도 나는 충실히 따른다.
“그런데 정말로 나한테 지도 받아도 돼?”
“충분해요. 검술의 기초는 이전부터 다지고 싶었으니까요. 하물며 리제타 선배에게서 배우는 거라면 어설프게 교본을 보고 따라 하는 것보다야 백배는 낫겠죠.”
“……여전히 말은 잘해.”
“주둥이가 흑마법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니까요.”
내가 리제타의 지도를 받기 시작한 것은 이따금 리제타가 찾아와 내게 보답할 거리가 없냐는 등 몇 번이고 물어봤기 때문이다.
마침 딱 떠오른 것이 그녀의 검술이었다.
검술뿐이 아니라 무예의 기초 요령 그리고 몸을 만드는 방법.
“하지만 후배가 굳이 체술을 배워서 도움이 될까 의문인데.”
“도움이 되고도 남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리제타 선배에게 과외비라도 찔러 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진심이다.
획득하고 있는 경험치와 스킬 포인트의 대부분은 마법과 그 육성에 도움이 되는 곳에 할당하고 있다.
그러니 포인트는 늘 모자란다.
도무지 근접 대책에까지 할애할 여력이 나지 않는다.
그런 차에 리제타에게서 지도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인 성과를 누릴 수 있지.
《조건을 충족하였으므로 스킬을 습득합니다.》
《패시브 – 기초 체술을 습득합니다.》
봐라.
비록 몸이 고되긴 해도 방법을 아는 자에게 배우는 것만으로도 성과는 생긴다.
“무엇보다 마법사도 체력 단련은 나름 합니다.”
“하긴…… 마법사들 중 몸 약한 애는 본 적이 없었지.”
마나를 늘리는 가장 근본적인 수단은 그 그릇인 신체의 체력을 늘리는 것이다.
육체가 건장할수록 그 육체가 선천적으로 생산하는 기초적인 마나 양의 잠재력은 커진다.
“몸이 건강한 기사일수록 오러의 잠재력이 높아지는 것처럼, 마법사 역시 마나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나름의 체력 단련은 해요.”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소양일 뿐이라 본격적으로 체술을 연마하는 이들만큼의 요령은 없다.
“응. 응. 그럼 내가 우리 후배의 몸을 착실하게 다듬어 줄게.”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괜찮습니다만.”
“자~ 자~! 안심하고 이 선배에게 맡겨 주렴. 적어도 몇 달 뒤에는 현역 오러 클래스 애들한테도 뒤처지지 않는 몸을 갖게 해 줄 테니까.”
“딱히 근육 갖고 싶어서 이런 게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묘하게 취향을 슬쩍 떠넘기듯 권유하는 것 같지만, 의욕은 있어 보이니 놔두자.
한차례 쉬고 난 뒤에 리제타는 이번에는 직접 체술을 봐주겠다며 먼저 일어나 적당히 몸을 풀고는 내게 오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무턱대고 움직임만 반복하면 지루하지? 봐줄 테니까 덤벼 보렴.”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가장 요령을 빠르게 잡아 주는 건 역시 대련이니까.”
무예의 꽃은 대련.
비록 손속을 두고 겨루는 것이라도 직접 빠르게 움직이며 대처하는 편이 요령이 훨씬 빨리 붙는다.
“우선은 내키는 대로 덤벼 봐.”
“괜찮습니까? 전 의외로 힘은 있는 편인데.”
“완전! 괜찮거든!”
자신 있게 손바닥을 짝짝 두드리며 마치 어린 동생의 걸음마라도 재촉하듯 리제타 선배가 장난스레 웃는다.
“주먹이든 발차기든 마음껏 덤벼 보렴.”
“……나중에 딴소리나 하지 마시길.”
사양 않고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
이 육체에 깃든 시안의 기억엔 슬럼가에서 구르면서 거칠게 살아온 경험이 붙어 있다.
적어도 쫄 일은 없다는 것.
하물며 지금의 내 신체 능력은 어지간한 얼간이들을 순수하게 근력으로 제압할 정도는 된다.
“으음? 역시 의외로 주먹이 거치네.”
그러나 리제타는 여유롭게 내 주먹이 뻗어 오는 것을 감상하며 중얼거린다.
그뿐이 아니라 적당히 눈동자를 굴리며 찬찬히 살펴보는 여유까지.
한눈을 팔아도 전부 보인다는 듯 여유를 부리며 내가 뻗은 주먹을 가느다란 팔을 휘둘러 가볍게 흘려 버린다.
“거칠게 지냈나 보네. 싸움은 익숙해. 하지만 그 정도뿐이야.”
여유롭지만 한편으로 냉정하게 내 움직임을 지적하며 리제타 선배가 손을 휘두른다.
찰싹 휘두른 손이 내 어깨나 가슴팍을 가볍게 때린다.
“습관이 좋지 않게 붙었어. 우선은 이렇게 직접 움직이면서 그 습관을 고치자.”
단순히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잘못된 움직임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한 훈계.
“과감하게 덤비는 것은 좋지만, 그 뒤를 염두에 두렴. 단순히 뻗으며 이렇게 잡히는 것만으로도.”
리제타가 내 손목을 붙잡고는 살짝 뒤트는 것만으로도.
“읏차.”
가볍고 장난스러운 소리와 달리 거스를 수 없는 기묘한 관성이 느껴진다.
그 순간 시야가 뒤집히며 나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처박히지 않은 것은 완전히 엎어지기 전에 리제타가 붙잡아 받쳐 주었기 때문.
“보렴. 이렇게 되거든.”
“……과연, 이것이 기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네요.”
“특히 시안은 단검을 쓰지? 그럼 더더욱 이런 방식이 몸에 배야 할 필요가 있어.”
확실히 실감한다.
내가 보유한 단검술의 스킬 숙련도는 전문적으로 근접 기예를 펼치는 클래스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녀의 지도를 받으면 장래 내 생존율은 틀림없이 크게 올라가리라.
“하지만 굳이 검을 배우고 싶으면 오러 클래스의 수업을 청강해도 될 텐데.”
“아뇨. 리제타 선배에게 배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만.”
“어? 그, 그래? 흐음~, 그런 거구나.”
내 맞상대를 하면서 어쩐지 묘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리제타의 말대로 오러 클래스의 수업을 청강하는 것은 가능하다.
수업도 들을 가치가 있다.
그런데도 굳이 리제타에게 지도를 청한 것은 별개로 노리는 것이 있다.
《인연 보너스가 발생 중입니다.》
《스킬의 수련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패시브 – 기초 체술의 숙련도가 Lv.2에 도달합니다.》
‘역시 기술을 익히는 속도가 더 빨라.’
이 세상이 게임이던 시절.
각 히로인이나 등장인물들의 교류에는 여러 가지 가치가 부여되었다.
단순히 이벤트 신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나 사냥을 위한 동료로서 활약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교류에 따라.
특히 관계에 따라서 각 히로인의 특기 클래스의 수련 보너스가 발생한다.
이른바 ‘가르침’이라고 하는 전용 교류 이벤트라고도 할 수 있다.
게임 당시, 주인공은 어느 정도 교류를 쌓고 있는 히로인들을 찾아가 그녀들에게서 특기로 삼고 있는 클래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뻔뻔하기도 하지.
‘특히 그녀들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스킬도 존재하니까.’
호감도가 낮으면 거부당하기도 하므로 모든 히로인에게서 다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수련에는 도움은 돼.’
게임과 마찬가지로 리제타에게 직접 가르침을 요청하였고, 그녀도 흔쾌히 받아들인 시점에서 이 숙련도의 상승효과가 적용되었다.
“……놀랍네. 후배. 감을 익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라.”
물론 그 비결을 짐작도 하지 못하는 타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특히 지금 내 움직임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리제타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감탄하고 있었다.
“빈말이 아니야. 조금 전 후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좋아지고 있네.”
“좀 제가 배우는 재주 하나는 탁월해서 말이죠.”
“……후배가 천재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설마 체술에서도 재능이 있었을 줄이야.”
처음에 리제타는 내 움직임에 맞춰서 어디까지나 지도를 위한 대련만을 하였다.
일부러 목검을 맞추고 슬쩍 휘두르는 궤도에 간섭하여 움직임을 정돈했다.
하지만.
“점점 모양새가 갖춰지고 있어.”
어느 순간부터 리제타의 목검은 내 목검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로 일관하고 있다.
진심으로 싸운다면 방어할 필요도 없이 두들길 수 있겠지.
“고작 수십 분 만에 이 정도로 좋아질 줄이야.”
“그 정도인가요?”
“적어도 오러 클래스의 신입생들 정도는 따라잡지 않았을까 싶은데.”
막싸움밖에 모르던 초짜가 고작 하루 지도만으로 검술을 수련 중인 풋내기 수준이 되었다.
터무니없이 빠른 발전이리라.
그 아이들은 나름 어릴 때부터 검을 잡고 수년 동안 수련한 것을 하루 만에 따라잡았다는 소리이니.
“조금은 부러울 정도인데.”
“선배에 비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럼 조금은 선배로서의 위엄을 과시해 볼까.”
어느 시점부터 리제타의 눈빛이 변했다.
단순히 검술을 지도하려는 것에서 조금은 손속을 봐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모양.
아마 그것은 내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여 어떤 스킬을 획득한 시점이리라.
《패시브 – 무골의 재를 습득합니다.》
무골의 재.
체술 계열의 기초 패시브 스킬. 근접 전투의 숙련도와 반사 신경을 대폭 늘려 주는 재능.
생각보다 빠르게 얻었군.
이건 수련치가 만만찮으니 포인트를 써서 채워 둘까.
《체술 – 무골의 재의 숙련도를 상승시킵니다.》
《스킬 포인트 20pt가 소모됩니다.》
《체술 – 무골의 재의 숙련도가 Lv.3에 도달합니다.》
“놀라워.”
그 순간부터 리제타의 목소리에서 흥미가 끓어오르는 것이 엿보였다.
“오늘 후배가 얼마나 익힐 수 있을지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할 수 있는 한은 힘을 내 보죠.”
승낙한 순간.
방어와 흘려보내기만을 하던 리제타의 목검이 처음으로 공격해 왔다.
단 한 번의 찌르기.
“……!!”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검을 긁듯 쳐 내어 겨우 그 궤도를 비껴 낼 수 있었다.
비껴 간 검이 밀어낸 공기가 가볍게 터지는 파공음이 희미하게 울린다.
무서워라!
“지금 이거 신입생들은 못 막아.”
“것보다 그거 맞고 뻗었으면 어쩌려고요?”
“그럼 이 선배님이 잘 간호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뻗으렴.”
끌리는 말이긴 하지만, 나도 천재를 연기하는 입장으로 체면이 있다.
기대에는 부응해 줘야지.
처음의 찌르기에 이어 리제타는 계속해서 공격을 펼친다.
이번에는 내가 방어에 전념해야 할 정도로 흐름이 바뀐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시안, 실전이었으면 단번에 목검째 잘라 버려서 끝냈을 거야.”
보다 실전을 염두에 둔 조언.
그 시점에서 나는 방어를 위해 휘두르던 목검을 쥔 손에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리다?
바로 이유를 깨달았다. 두 목검이 부딪치는 순간, 희미하게 푸른 불꽃이 튀는 게 보였다.
마나다.
“어떻게 할 거야?”
치사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무엇보다 아직 리제타가 보인 건 고작 검에 마나를 실어 부딪치는 정도. 본격적인 검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기술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실전에서 써먹을 힘이 아직 충족되지 못했다는 것.
“검술의 시작은 기예를 익히는 것. 하지만 그 검을 휘둘러 힘을 발휘하려면 기예와 별개로 검에 담아야 할 게 있어.”
“……마나.”
“검에 마나를 담지 못하면 이길 수 없어.”
리제타가 보여 주는 것은 그 검에 마나를 담는 기초이리라. 직접 부딪혀 아릴 정도로 충격을 주어 무엇이 다른지 알게 한다.
말 그대로 뼛속에 확실히 새겨서 기억해 두라는 것.
“그럼 까짓것 해 보이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