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3
제33화
33화
검술에 마나를 이용하라.
‘할 수 있을 거야.’
다름 아닌 마나를 조작하는 것은 이미 질리도록 연습한 과제이니.
단순히 목검에 마나를 흘리기만 한다고 위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이전에 마나의 기초 성질을 배웠지 않은가.
기본적인 마나에는 성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열도, 질량도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에너지. 그것에 성질을 부가하는 게 마법이고 오러.
‘요컨대 보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충격을 줄 질량과 탄성을 줘야 해.’
그것이 검술에서 검에 마나를 씌우는 이론.
머리로는 이미 이해하고 있다.
감은 지금 확실히 머릿속에 때려 박으면서 익히고 있다.
‘그럼 할 수 있지.’
목검에 전해지는 충격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맞받아쳐 휘둘렀다.
이미 간파했겠지만, 리제타는 일부러 그것을 받아쳐 주었다.
파앙!
조금 전과는 명백하게 다른 소리가 울린다.
목검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별개로 동시에 울리는 충격.
푸른색과 검은색의 불씨가 튀어 반발하면서 터진다.
“……세상에, 정말로 익혔네.”
“벼락치기이지만요.”
조금 전 튄 마나의 불씨 중 검은 것은 명백하게 내 목검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마기의 색.
“요령은 마나를 이용해서 물체에 간섭하는 것과 동일하니까요.”
물리력을 주어 마나만으로 물체를 들어 올리거나 간섭하는 건 이미 배우고 수련하는 중이다.
그걸 검에 응용하는 것은 별개의 난이도이지만, 원리가 같다면 이용해 먹을 수 있지.
《오러 – 마나 코팅을 습득합니다.》
다시 한번 검을 들어 올리며 마나를 덧씌우는 감각을 되새기자 그 순간, 검에 검은빛이 어리며 스며든다.
마력을 이용한 무기 강화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스킬의 습득.
“지금 후배가 한걸 오러 클래스의 교수님들이 보시면 기절하실 거야.”
어쩌면 질투마저 받을지도 모르지.
“……있잖아, 후배? 제대로 검 배워 보지 않을래?”
“예?”
리제타는 지금까지 단순히 기초 검술만을 봐주었다.
어디까지나 쥐고 휘두르는 법.
하지만 이미 나는 그걸 봐줄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제대로라면.”
“바란다면 가르쳐 줄 수 있어.”
리제타는 힐끗 근처에 세워 놓은 검 두 자루를 가리켰다.
평범한 철검이다. 아카데미의 대장장이 클래스에서 팔고 있는 물건.
그녀가 말하는 것은 그 검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을 의미하겠지.
“설마…… 선배의 검술을?”
“괜찮은데, 어떠니?”
단순한 호의만으로는 제안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러 유저에게 검술……. 특히 가문의 독자적인 기예는 자존심이나 마찬가지.
함부로 타인에게 가르쳐 준다는 말은 농담으로도 꺼내진 않으리라.
설사 그 가문이 지금은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몰락했다고 하더라도.
내게 그 정도의 가치를 본 것인가?
“……아직은 사양하죠.”
나는 겸허하게 고개를 저었다.
“성에 차지 않으려나?”
“아뇨. 지나치다고 여겼을 뿐입니다……. 깜박하신 모양인데, 전 흑마법사예요.”
“아…….”
이해한 모양이다.
“전 어디까지나 검술을 배워서 마법을 보완하고 싶은 거지 그걸 역전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은 일러요.”
어디까지나 내게 메인은 마법이다.
검이 그것을 뛰어넘어 버리면 나 자신의 육성 빌드 자체가 무너져 버릴 것이다.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과욕이라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다.
검도 잘 쓰는 마법사가 될 수는 있어도 검을 더 잘 쓰는 마법사는 모순이니.
“제안만은 영광으로 받아들이죠.”
“후우……. 아쉽네.”
그냥 해 본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아깝다는 듯 말한다.
비유하자면, 이직을 제안하자 거절당하고 아쉬워하는 듯한 느낌.
단순히 가르쳐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말을 꺼낸 것은 아니리라.
“혹시 가문의 재건에 도움이 될까 여긴 겁니까?”
“시안이 배우면 틀림없이 머지않아 이름을 떨칠 거라고 생각했거든.”
은근히 약으셨구먼~.
“뭐~ 그런 의미만은 아니었지만.”
“……그게 무슨?”
“별거 아니란다. 후배.”
싱긋 웃으며 그 화제는 이만 끝이라는 듯 리제타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아직 조금 더 시간에 여유는 있으니까 다시 검을 잡아 봐. 후배.”
“예.”
* * *
《시안》
《클래스 : 흑마법사》
《클래스 레벨 : 19》
《체력 : 173》《마력 : 239》《민첩 : 146》《행운 : 91》
《물리방어 : 11》《마법방어 : 15》《정신내성 : 14》
《식물내성 : 25》
《잔여 스킬 포인트 : 36pt》
훈련을 통해 습득한 스킬 덕분에 체력과 민첩이 오르는군.
고생한 보람이 있었나.
《스킬 포인트 3pt를 소모합니다.》
《단검술 – 미니 길로틴을 습득합니다.》
《스킬 포인트 9pt를 소모합니다.》
《단검술 – 미니 길로틴의 숙련도가 Lv.3에 도달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24pt》
배운 성과를 토대로 근접전에서 써먹기 적당한 스킬을 추가로 습득한다.
‘이걸로 어느 정도 근접 대책은 세워졌나.’
이걸로 다음 훈련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 * *
새로운 훈련이 하나 추가되었다.
신입생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공통 훈련.
“지금까지는 이론과, 각 클래스 교수들의 감독 아래 정해진 대로의 모의 전투 수업만을 하였을 것이다.”
실전 경험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햇병아리들.
그런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교재를 쥐여 주고 노하우를 전해 줘 봤자 반도 써먹지 못한다.
가장 좋은 수업은 역시 실전.
특히 몬스터를 상대로 한 전투.
“물론 자네들이 실전을 겪을 일은 아직 쉬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하지만 경험은 필요하다.
잘 정비된 가도로 여행을 가더라도 재수가 조금 없는 날이면 흔히 고블린 정도는 마주치는 세상이다.
물론 제국의 인재들에게 고작 고블린 따위와의 전투 요령을 가르치려는 건 아니겠지.
더욱 위험하고 많은 괴물들.
그것들을 염두에 둔 수업이 필요하다.
“자네들에게 한 가지 특별한 훈련장을 보여 주도록 하마.”
과거에는 정교하게 만든 모형을 마법으로 움직이게 하고 교수가 마법으로 적당한 효과를 불어넣어서 전투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아카데미의 훈련의 질은 크게 높아졌다.
어떤 괴짜 교수가 제안하여 건축한 ‘시설’의 도입으로.
교수가 근엄하고 엄숙하게 그러나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그대로 신입생들을 인솔하여 향한 곳은 아카데미 동쪽 구역에 위치한 세 개의 탑이었다.
아카데미 전체 시설의 용도를 요약해 둔 지도에도 용도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탑이다.
“기록의 탑이라고 부르는 아티팩트다.”
“이 건물 자체가 말인가요?”
“그렇지.”
아티팩트.
마법 술식을 내장하여 마법사 없이도 마나를 공급하기만 하면 해당 마법을 재현하는 장치.
당연히 나타내는 형상은 다양하다.
무기, 액세서리, 의복 그리고 건물의 형태까지.
“이 탑 내부에 들어가면 자네들은 몬스터와의 전투 훈련을 충분히 치를 수 있지.”
“탑 안에 몬스터라도 잡아 가둔 것입니까?”
누군가 물었다.
교수는 즉시 부정하였다.
“그런 경솔한 짓은 제국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아카데미라고 하더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지.”
몬스터를 생포하여 거래하거나 혹은 어떤 목적으로라도 살아 있는 채로 도시에 두어서는 안 된다.
약 20년 전에 제정된 법안으로서 계기가 된 것은 어떤 사건 때문이었다.
몬스터를 이용하고자 했던 어떤 멍청한 귀족이 일으킨 참사.
“무엇보다 살아 있는 몬스터를 이용하더라도 자네들의 훈련에 필요한 양을 어찌 충족하겠나?”
전투 훈련에 쓸 몬스터를 생포하는 데 드는 인력이나 비용도 만만찮을 테니 아예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이 탑은 과거 아카데미에 몸담았던 어느 교수가 직접 고안한 아티팩트다.”
세 개의 탑.
각 탑이 총 20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탑에 들어서면 아티팩트가 작동하여 내부에 어떤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 탑은 몬스터의 기록 형상을 재현한다.”
요약하자면 시뮬레이터.
다만 마법으로 재현하는 정교한 환상.
“환각인 것입니까?”
“자네들에게 설명해 주기에는 아직 이르네만, 그것보다도 훨씬 앞서 나간 단계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형상만을 그려 내는 게 아니다.
존재감. 베면 피를 흘리고 몬스터가 공격해 오면 고통마저 느낀다.
고블린부터 시작하여 드레이크, 와이번, 오거. 심지어 어지간하면 목격담이 들려오지 않는 희귀한 몬스터까지.
제국 전역에서 관측된 대부분의 몬스터의 기록이 탑에 새겨져 있고 이를 재현할 수 있다.
“그런 게…… 가능한 것입니까?”
마법 클래스에 속한 학생 중 하나가 당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자,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의 창안자께서 유별난 것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괴짜겠지.
정체는 알고 있지만, 당장 만날 법한 인물도 아니니 굳이 가볍게 입을 놀릴 필요는 없어.
“자네들은 오늘부터 주기적으로 이 탑에서 실전을 염두에 둔 훈련을 한다.”
까놓고 말해서, 여기 들어가서 재현된 몬스터와 싸워서 경험을 쌓으라는 것.
“개인적으로 신청하여 이곳에서 훈련할 수도 있다. 뭐, 아직은 이르네만.”
남은 탑 두 개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하고, 교수는 시설의 소개를 끝낸 후 이번 훈련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집단 전투조 편성. 3인 1조로 구성된 실전 훈련을 하도록 하지.”
끔찍하군.
고르고 골라 조별 훈련이라니.
“물론 조 편성은 이쪽에서 임의로 정해 주겠다.”
더욱 끔찍하군요.
* * *
기록의 탑은 게임 시절에도 똑같이 존재하던 시설이었다.
주 용도는…….
‘콘텐츠 하나 때우기 용도였지만.’
어느 게임이든 흔히 있을 법한 콘텐츠.
투기장 혹은 훈련장 같은 것.
필드나 던전에서의 사냥과 다르게 이 전투에서는 승리하더라도 딱히 경험치나 드롭 아이템은 없다.
그야 가짜니까.
‘하지만 격파하는 기록의 난이도에 따라 성적에도 반영되고 보상이 주어졌었지.’
제1탑의 경우 15~30레벨.
제2탑은 35~50레벨.
제3탑은 55레벨 이상.
각 난이도를 클리어하면 그만큼의 가치에 맞는 보상이나 업적이 주어지게 된다.
‘결국, 이 수업은 게임 당시에는 이 콘텐츠의 소개를 위한 것이었었지.’
슬쩍 교수에게 물어보니 나름 게임 때와 비슷한 구조의 보상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아카데미 측에서 학생들의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걸어 둔 상품.
‘대충 보상 리스트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는 않으니 다행이군.’
이런 콘텐츠는 남아 있는 편이 좋다.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재화의 종류가 많을수록 내 장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데 좋으니까.
‘본격적인 도전은 이르지만…… 이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얻어 두는 게 좋으려나.’
이 수업은 게임 시절에도 존재했던 이벤트다.
교수는 3인 1조로 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나는 내가 누구와 같은 조가 될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야 이 이벤트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보면…….’
그리고 나 ‘시안’의 시점에서도 조금 골 때리는 상황이니까.
교수가 호명한 대로 조가 편성되었고, 마침내 내 이름을 포함한 기타 나머지 둘도 신속하게 이름이 불렸다.
“시안, 양 페이, 리니아 벨튼. 이 셋은 3조에 편성한다. 대답하도록.”
그에 따라 모인 셋은 초장부터 참으로 서로에게 어색한 시선을 날린다.
입학하고도 수개월이 지났다.
어지간하면 멀리서라도 보고 이름도 들었지만, 직접 대화할 기회는 드물었으니.
‘거기에 하필 고르고 골라 이 멤버인가.’
나는 우선 양 페이.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분위기를 지닌 작은 체구의 소녀에게 눈길을 보냈다.
나와 같은 검은 머리카락. 하지만 그 채도는 훨씬 옅은 느낌이고.
무엇보다 그녀는 흑마법사가 아니다. 속한 클래스는 오러 클래스.
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떤 의미로는 꽤 이단 취급을 받을 법한 실력을 가진 소녀.
“오! 들었습니다! 시안이지요?”
눈이 마주치자마자 양 페이는 싹싹한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손을 흔든다.
(누구랑 다르게 붙임성 있네.)
‘……내 면상이 애교랑은 안 어울린다고 말하지?’
(어머~, 그런 뜻은 아닌걸. 후후후…….)
일부러 놀리듯 말하는 에밀리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썩소를 날리고는 나는 먼저 말을 건 양 페이에게 적당한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군.”
“넵. 처음입니다. 이렇게 같이 훈련하게 된 거 잘 부탁드립니다. 시안.”
시원스레 이야기하며 보이는 붙임성 있는 태도.
하지만 저래 보여도 절대 얕볼 인물은 아니리라.
양 페이.
약 150년 전 동쪽의 땅에서 바다를 건너 제국으로 망명하였다는 무가의 여식.
대륙 너머의 고유의 무예를 내세워 제국 황실의 신임을 얻은 그 일족은 지금은 양 백작가라 불리며 나름 명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게임 당시의 히로인으로서 공략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양 백작가의 무예는 익히 소문으로 들었어. 볼 기회를 얻어서 기쁘군.”
“아하하, 별거 아닙니다. 팍팍 보여 드릴 테니 감탄하셔도 됩니다.”
“말은 잘하네.”
적당히 붙임성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얼굴을 익힌 후 나는 나머지 한 명에게도 말을 걸었다.
누구 하나를 소외시켜서는 안 되지.
“그쪽도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지?”
“응. 리니아 벨튼이라고 해.”
리니아 벨튼.
“그래, 리니아인가.”
자기소개 따윈 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말고.
양 페이보다 실은 리니아가 더 주의해야 할 인물일지도 모른다.
바로 쟤가 주인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