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38
제337화
337화
단기간에 마왕 둘과 대면하고 아무런 탈도 없이 무사히 인간계로 돌아온다.
세간에 자랑한다고 해도 믿어 줄 사람이 없겠지.
나 같아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나.”
그래, 자랑하자.
지금부터라도 후세에 떠벌릴 말을 생각해 두는 게 좋겠군.
하여튼 자랑거리가 될 법한 두 번째 마왕과의 대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인사를 나눌 수 있겠군요. 흑철의 마왕.”
“…….”
정식 대면.
흑철의 마왕은 옥좌 위에 앉은 채 조금 전부터 줄곧 침묵하며 나를 내려다볼 뿐이다.
“이봐요 마왕님? 무슨 말씀 좀 해 보시죠? 댁이 불렀잖아!”
처음에는 다소 과묵한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그게 몇 분이나 이어지니 부담스러웠다.
혹시 미움이라도 받고 있나?
찔리는 것은……. 꽤 있나?
“이보셔.”
결국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오며, 예의 차리는 것도 집어치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명분상으로도, 녀석의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아마 싸우자고 부른 것은 아니겠지.
“하핫, 단념하는 게 좋다. 꼬맹아. 흑철 각하는 워낙 말씀이 없으셔서 말이지. 저대로 입을 다무시면 언제 열릴지 아무도 모르거든.”
“사람을 불러와 놓고?”
제멋대로라며 내가 구시렁거리자, 켈니오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폭소한다.
“좀 기다려 봐라. 아마 각하 나름대로 뭔가 생각하는 게 있으신 듯하니.”
녀석도 조금은 곤란한 모양이었다.
일단은 중재를 위해서인지 녀석이 떠들어 대는 사이.
드디어 흑철의 마왕이 침묵을 깼다.
“닥치고 있어라. 켈니오스.”
“어이쿠, 일단은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동안 너무 조용해서 말이죠.”
“……됐다. 직접 말할 테니.”
무거운 중저음.
마왕의 시선에 묘한 압박감이 더해진다.
내게 직접 의사를 표현한다.
“인간……. 시안 알케우스라는 이름이더냐?”
“어떻게 부르시든 상관없습니다. 피차 오래 볼 사이도 아닐 테니.”
“하하하핫! 말은 잘하는군! ……그래, 긴말을 하고자 부른 것은 아니니.”
흑철의 마왕은 곧바로 용건을 말한다.
“무엇을 원하느냐?”
“상당히 직설적이시네요.”
“켈니오스…… 저 건방진 놈과 네놈이 나눈 약속은 이미 파악했다.”
마왕씩이나 되어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키지 않으신다면, 다시 협상해도 됩니다만.”
“상관없다고 했거늘. 낼 빚이자 보수. 저놈의 약조 따위가 없어도 이 흑철의 이름으로 보증해주마. 걸맞은 대가는 주겠다고.”
호기롭게 뭐든 말하라고 하는 흑철의 마왕.
“격에 맞을 만한 보수를 다시 요구하거라!”
“통이 크시네요. ……그렇게 말해도 됩니까? 정말로 뭘 요구할지 모르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럴 힘과 격을 가진 존재인가 아닌가 하는 것뿐. 인간이라고 해도 충분히 베풀 가치가 있다고 여겼을 뿐.”
아무래도 조금 전의 긴 침묵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눈으로 가늠하느라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나름의 기준점에 합격한 모양이고.
“그건 영광이군요. ……그럼 요구 사항을 다시 말해도 상관이 없으시다?”
흑철의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권속의 확언 따위로 대가를 정해서야 그 이름에 모욕이 되겠지. 저놈과 한 약속은 신경 쓰지 마라.”
“오우…….”
본래는 적당한 우호적 관계나 필요한 것을 적당히 요구할까 싶었는데.
아예 다시 요구해도 된다고 하면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 마침 그게 좋겠군.’
좋은 기회다.
이럴 때 더욱 빠르게 회전하는 내 머리가 딱 좋은 것을 떠올렸다.
“저도 염치가 있으니 크게 두 가지 정도만 요구할까 합니다.”
“말해 봐라!!”
“목소리는 좀 낮춰주세요. 우선 첫 번째! ……힘 좀 주세요!”
마왕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뭐, 설명은 지금부터다.
“흑철의 마왕, 당신의 혈마력을 정식으로 양도받고 싶습니다.”
“……역시 그것을 원하는가?”
왠지 모르게 내가 이런 요구를 할 거라고 이해했다는 듯 중얼거린다.
진마빙현제를 연구할 당시부터 쭉 하던 짓이 있었으니까.
“일시적으로 빼앗는 혈마력이 아니라 완전히 제게 양도해 줄 목적으로 당신의 마력을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기에 힘을 원한다는 건가. ……좋다. 허락하마.”
조금의 고민도 없이 쉽사리 수락한다.
“첫 번째 요구는 들어주겠다. 그럼 두 번째 요구를 듣고 싶군. 지금 말하겠느냐? 아니면…….”
“그것도 지금 말씀드리죠. 이건 딱히 물질적으로 뭘 바라는 건 아니니까요.”
“켈니오스에게 말하던 우호적 관계를 말하는 건가? 그건 보수로 약속할 것도 없다.”
“아,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실은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단순히 적대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상관없지만,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확실히 도움이 될만한 형태로 제안하자.
“협정을 원합니다.”
“협정이라고?”
“……이건 조금 뒤에 선견의 마왕께도 똑같은 것을 제안할 겁니다만.”
“……선견. 그놈하고도?”
일부러 다른 마왕을 언급한다.
놈의 말수가 더욱 줄어들었지만, 나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는 계속 말했다.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로 별것 아닐지도 모르죠.”
“상세히 말해 보아라.”
“첫 번째,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요청할 때 마왕의 모든 권속을 병력으로 빌리고 싶습니다.”
“병력이라……. 마계를 갖고 논 그 괴이쩍은 존재를 몰아내기 위해서인가?”
“네. 케니실린을 족칠 병력.”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긍정했다.
군대.
내가 필요하다고 여긴 것은 마왕과의 협정을 통해 그들의 권속을 빌리는 것.
대량의 악마를 빌리고 싶다.
“……마계의 장래를 생각하면 필요한 제안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정한다. 하지만 어떻게 악마를 빌리겠다는 거지?”
거절하는 것은 아니지만 곤란해하는 말투.
“인간계의 전쟁에 쓰기 위해 빌리고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어떻게 그곳에 내 권속들을 부르려 하는가?”
“그건 좀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만약 가능하게 되면 빌려 달라는 전제입니다만.”
“방책이 있나? 그렇다면 승낙하지.”
악마들을 인간계에 대규모로 끌어들일 수단. 그것에 흥미가 있는 듯 눈을 빛내며 허락한다.
“그리고 군대의 용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만, 한 가지 묵인해 주실 것도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군요.”
“……무슨 의미지?”
“광욕의 마왕. ……그 마왕이 실각하더라도 어떠한 언급이나 개입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협정을 원하는 목적.
나는 광욕의 마왕의 실각을 언급했다.
“그 썩은 계집을 무너트릴 셈인가?”
“아시다시피 그 마왕은 지금 인간계에서 신이 날 대로 난 것 같으니까요. ……아시잖아요. 악마들을 버리고 그놈들과 한패가 된 거.”
마왕끼리의 우호 관계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썩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광욕의 마왕의 토벌. 그리고 그 뒤에 생길 여파에 대해서는…….”
“좋다. 묵인해 주지.”
내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흑철의 마왕은 시원스레 대답했다.
“네? 아직 설명이…….”
“상관없다고 말했다.”
“뭐, 그럼 됐습니다. 하여튼 이 내용은 나중에 선견의 마왕께도 똑같이 부탁드릴 겁니다만.”
아마 그 마왕 역시 어렵지 않게 같은 대답을 들려줄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면 되겠느냐?”
“그 정도면 충분하죠. 인간의 몸으로 마왕들과 협정을 맺는다. ……일개 인간치고는 사치스럽잖아요.”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탐욕적이라고 여기는 것이군.”
“하하, 설마요.”
“숨기지 않아도 된다.”
흑철의 마왕은 내 속내가 뻔히 보인다는 듯 그리 말한다.
하지만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뜻으로 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하는 듯 보였다.
“요구는 이해했다. 이 흑철의 이름을 걸고 그 약속이 깨질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마.”
“감사합니다.”
“……우선은 첫 번째 요구의 이행인가?”
“네? 바로?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닌가요?”
나는 흑철의 마왕이 가진 대량의 혈마력을 요구했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조금 위험할 정도로 많은 수혈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잘라 내도 회복은 되겠지만 아무렇게나 할 짓은 아닐 텐데.
당연히 그의 힘이 좀 더 회복되면 넘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얕보지 마라! 이미 충분할 만큼의 힘을 회복했으니!”
“오우……. 터프하시네요.”
“무엇보다 네게 줄 것에 인색할 생각은 없다. ……가져갈 수 있다면 말이지만.”
묘한 말투였다.
악의보다는 마치 염려하는 듯한 말을 꺼내며 흑철의 마왕은 옥좌에서 일어선다.
“의식을 시작하도록 하마.”
“……응? 의식이요?”
단순히 넘겨주려는 것치고는 낌새가 묘하다 싶었다.
왜 일어나서 몸을 푸는 거냐? 마기를 끌어올리면서 왜 위압감을 발산하는 거냐고?
“뭐 하시는 겁니까?”
“흐으읍!”
흑철의 마왕은 자신의 마기, 즉 혈마력을 발산하더니 그것을 거대한 대검의 형태로 만들고는.
“흡!”
기합과 함께 뛰어올라 그것을 땅에 꽂는다.
“…….”
순간 저걸로 나를 공격하는 줄 알고 식겁했네.
“저기요? 뭔가 제 요구를 잘못 이해하신 거 같은데…….”
“그런 게 아니다. ……이것이 조건일 뿐.”
“네? 조건?”
내가 눈을 껌벅이며 되묻자, 흑철의 마왕은 자신의 혈마력으로 만든 대검을 두드리며 설명했다.
“원초의 혈마력을……. 이 흑철의 마왕이라 불리는 왕의 힘을 원한다면 그만한 자격이 필요하다.”
“……설마?”
“원한다면 가져가라! ……단, 이 혈마력의 검을 네 힘으로 부순 만큼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치사하다고 욕을 해야 할까.
하지만 흑철의 마왕의 말에서 별다른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조건이다. ……이것이 아니면 이 막대한 에너지는 네 녀석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인정하지 않는다니요?”
“혈마력이란 이 육체의 본질이나 마찬가지……. 알고 있지 않나? 악마의 마기란 곧 그 악마 자체인 것을.”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힘이라는 겁니까?”
“혈마력은 힘을 숭상하는 성질의 마력이다. 힘을 추구하고. 그 의지를 가진 자를 인정하지.”
흑철의 마왕은 자신의 마력의 성질을 말했다.
“힘과 의지. 그것을 입증한다면 혈마력 역시 기꺼이 네 녀석을 따르겠지.”
그것은 마왕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융통성 없는 점이라고 했다.
“거기에 네 녀석은 혈마력을 잠시 빌리는 마법을 사용했지?”
“진마빙현제 말이군요.”
“그것이 네 녀석을 괴롭힌 이유는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 원초의 혈마력의 본능 때문이지.”
“결국, 혈마력을 손에 넣기 위한 시험이라는 거군요. ……만약에 이거 실수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혈마력에 취한 어리석은 자들을 봤을 텐데?”
“아, 알겠습니다. 네, 네. 저야 뭐 실패할 일은 없으니까요.”
실패하지 말자.
굳게 결심하고 나는 혈마력의 대검에 손을 대었다.
아마 에밀리에게 부탁해서 중화하는 방식의 편법을 쓰면 안 되겠지.
온전히 내 힘과 역량으로 이 대량의 마기를 강탈해야 한다.
“결론은 이걸 부순 만큼만 가져가면 된다는 거죠?”
보통은 얼마나 부수면 본전을 뽑는 걸까?
“극히 일부분만. ……네 녀석의 키만큼만 떼어 내어도 인간치고는 훌륭한 것이겠지.”
“흥! 먼 길을 왔는데, 고작 그것만 가져가면 부끄럽겠죠.”
본전 이상으로 확실히 뽑아 간다.
그렇지 않으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
“……으음.”
눈을 감고 본격적으로 혈마력을 얻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부순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두들기는 건 멍청한 짓.
이것은 마기가 물질화된 것이니 당연히 그것을 간단히 파괴하는 법은.
‘지배하여 다시 마력의 형태로 되돌려서 끄집어내는 거지.’
이론은 알고 있다.
그걸 실행할 수 있는지 하는 것뿐.
결국은 진마빙현제보다 상위 난이도라고 할 수 있겠지.
‘그때 애먹은 건 내 역량이 낮았기 때문이야.’
지금이라면 어떨까?
쩌저저적.
갈라지는 소리가 울린다. 어떤 금속보다도 견고한, 혈마력으로 만든 대검의 표면이 말라붙은 진흙처럼 금이 가기 시작한다.
“……호오, 무려 그 정도인가? 1할만이라도 얻으면 다행이라고 여겼거늘.”
흑철의 마왕의 감탄사.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신한 듯 말하는 것과 동시에.
대검이 산산조각 났다.
거대한 대검의 파편이 무너지고 쏟아지며 허공에서 녹더니 내 손아귀로 모여든다.
남은 것은 고작 3할 정도뿐.
“……7할. 이 정도면 본전은 뽑은 거겠죠?”
“그야말로 네 녀석의 심상은 탐욕 그 자체로군! 방대한 혈마력 조차 앗아갈 탐욕과 힘이구나!”
칭찬일까 아닐까. 마왕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만을 꾸벅 숙이고 감사를 표했다.
이걸로 확실히 얻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재료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