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45
제344화
344화
요정.
그것의 정체를 들은 병사들은 무슨 농담이거니 싶었다.
“요정?”
“……무슨 농담인가?”
요정이 실존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가까웠다.
요정을 목격한 인간이 아주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먼 옛적부터 때때로 요정이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주장한 이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 주장은 입증할 증거가 마땅찮았기에 대부분은 헛된 망상 정도로 치부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남작가에…… 그 요정이란 게 깃든 검을 가보로 삼는 가문이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말이나 되냐? 게다가 요정이 있다고 쳐도 저렇게 우글우글 몰려나올 리가 없잖아!”
요정이란 존재는 헛된 소문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 몇 안 되는 소문 중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요정은 인간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
하물며 지금 저 불빛이 전부 요정들이라고 한다면 못해도 수만은 될 터.
“현혹될 필요가 없다! 곧바로 마법사분들께서 이 속임수를 파훼할 것이니!”
동요를 곧 가라앉는다.
침착하라며 연신 외치는 논리에 의해서.
“무엇보다 요정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놀라긴 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저런 날파리 같은 생물이 무슨 위협이 되겠나.
“하, 하긴…….”
“저런 게 몰려와 봐야 뭐 깨물기라도 하려나.”
“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기는 금세 회복되었다.
곧 저 요정인지 뭔지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깔보는 말까지 외치며 도발하는 자들도 생겨났다.
겁먹고 도망치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도 그 분위기를 말라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요정을 상세히 아는……. 하다못해 그것들의 생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자가 있다면.
다른 의견을 말할 것이다.
전부 다 버리고 도망치라고.
그러나 불행히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생명체인 탓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떤 희생을 낳는지 깨닫기 전까지.
“……어?”
처음에는 의문 어린 목소리였다.
접근하는 요정을 마치 파리라도 내쫓듯 쳐 날리려던 어느 병사가 낸 소리였다.
“무슨 장난을 치는 거냐? ……이보게?”
그 병사의 근처에 있는 이들이 묘한 것을 본 듯…….
이해하지 못해 의문의 말을 꺼냈다.
“자네……. 지금…….”
그러나 그 말은 끝까지 끝맺지 못했다.
‘……왜 그렇게 새빨갛지?’라는 바보 같은 질문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병사의 전신에서 새빨간 피가 마치 녹아내리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곧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져 철퍼덕! 고꾸라져 버렸다.
“어떻게 된 건가?!”
“……마, 말도 안 돼.”
무언가를 본 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당연히 그들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채근하지만, 그들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요정은 조금 전 죽은 병사를 만지려 했다.
후려쳐서 내쫓으려 했지만, 요정은 그 병사의 팔을 통과하여 몸속으로 들어갔고.
그러자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병사는 온몸에서 피가 넘쳐흘러서 죽은 것이다.
만약 이곳에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바로 이해했을 것이다.
요정이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간 요정은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량의 마력을 발산하고 그것을 이용해 폭주시켜서 신체 내부를 완전히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죽였어~. 한 마리 죽였어~.]믿기지 않는 것은 그 죽은 병사의 몸에서 나온 요정이 외친 감탄의 말.
[죽였어?] [죽였어! 한 마리!] [그럼 둥지로 삼자!] [서두르지 마. 먹이는 이리도 많아!] [많아! 아주 많아!]마치 그 요정을 칭찬하듯 다른 요정들이 몰려든다.
“…….”
수많은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광경.
어린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에서는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이겠지만.
어느 누구도 이것을 아이에게 들려줄 생각은 하지 않겠지.
시체 위를 날아다니는 요정들.
그리고 그것들이 하려는 더욱 끔찍한 짓을.
“……대체 저것들은 뭘?”
[재료!]그 의문의 말을 들었는지 요정들이 멋대로 답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이해하고 말았다.
요정이라는 끔찍한 생물의 생태를.
[늘리자!] [인간의 혼을 재료로 동족을!]노래라도 하듯 춤추며 요정들은 그 죽은 병사의 시체 안으로 들어갔다.
꾸물꾸물…….
시체가 꾸물거리다가 곧 안쪽에서 무언가가 뚫고 나오듯 찢겨 나간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들어간 것보다 더 많은 요정들.
[늘어났어!] [동족이 늘어났어!]먹이. 재료.
요정들이 한 의미를 이해한 순간이었다. 어떤 원리인지 알 수 없어도…….
요정은 인간을 죽이고.
그 시체와 영혼을 이용해 수를 늘린다는 걸.
“……으아아아악?!”
“저 괴물!”
“어서 죽여! 저 괴물들이 가까이 오게 하지 마라!”
그리고 절망한다.
요정은 인간을 죽인다.
그리고 죽인 인간을 통해 그 수를 더욱 늘린다.
만약 저것들이 전부 들이닥친다면? 이곳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먹이로 삼아 증식한다면?
……그것이 반복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검이나 창 따위를 휘둘러도 저 조그만 것들은 마치 약을 올리듯 피하고 있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마법사들이 마법을 쓰려 하자.
[방해야.] [마법은 방해야.]마법사들만을 먼저 골라서 죽이고 있었다.
요정 하나만이면 별것 아니지만, 수천수만이 포위하고 있다면 당해 낼 재간이 없으리라.
전멸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더욱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리라.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 * *
인간들의 절망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흥얼거리는 존재가 있었다.
[귀여운 아이들아~. 조금 더 인간들의 비명을 즐기자꾸나…….]다른 요정들과는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정.
일반적인 요정들이 성인 남성의 주먹 정도의 크기라면, 이 요정은 성인 여성과 비슷한 몸집을 지니고 있었다.
요정의 여왕.
필리안닐.
모든 요정을 통치하는 요정의 정점.
[모든 인간은 우리들의 양식. 그리고 우리를 낳기 위한 훌륭한 재료!]요정은 인간들은 너무도 좋아한다.
길을 잃은 인간이나 곤란한 인간이 우연히 요정이 서식하는 곳으로 흘러들어 오면 무심코 돕거나 무언가 강력한 아이템을 주거나 할 정도로.
[성장한 인간일수록, 강한 인간일수록 그 혼은 우리를 더욱 많이 번성시킬 재료가 되니!]인간이야말로 요정의 수를 늘리고 더욱 강력한 개체를 탄생시킬 초석이 되니까.
요정이란 이른바 정신적 변이체다.
최초의 요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그들조차도 알지 못한다.
다만 어째서인지 요정은 인간의 혼을 뜯어먹어야만 동족을 늘릴 수 있었다.
혼을 먹고 그것을 변질시켜 요정으로 바꾸어 낸다.
그것이 요정의 생산방식.
[케니실린의 제안은 매우 마음에 들어요. 드디어 인간을 마음껏 잡아먹을 기회를 주다니! 아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어요!]그런데도 요정이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간혹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간만을 몰래몰래 납치해 잡아먹는 것은.
……인간을 좋아하지만, 그런 본성을 들키면 인간은 반드시 요정을 멸종시키고자 할 테니.
그리고 제아무리 요정이라고 해도 진심으로 적대하면 인간을 당해 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그리고 요정의 여왕의 옆에서 나란히 그 참상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한때 요정 검이라 불리는 보물에 깃들어 있던 존재.
요정 델린.
[훌륭한 제안이었어요. 마음껏 인간을 학살하고 잡아먹어도 된다니.] [케니실린의 제안으로는 어차피 지금 세계의 인간은 전부 녹일 작정이니 다소 수가 줄어들어도 지장은 없다고 했습니다.] [어머! 그건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네요. ……뭐, 걱정은 말라고 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인간을 전부 잡아먹지는 않을 테니.]요정의 여왕은 욕망 어린 눈으로 군침까지 흘리며 인간들의 비명 소리를 즐긴다.
[한 10분의 1 정도만 가져가도록 하죠.] [……조금은 불평을 들을지 모르겠네요.] [상관없어요. 그 정도 수의 혼을 얹는다면 동족의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동족의 힘도 늘어나겠죠.]요정 전체의 힘이 늘어나면 케니실린이 장악할 세계에서도 발언권이 강해진다.
[우리 요정의 앞날이 달라질 거예요.] [그건 멋지네요.] [그리고 이 훌륭한 공적을 세운 당신께도 충분히 양질의 혼을 고를 권리를 드리죠.]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말하며 요정의 여왕은 학살을 좀 더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래서야 뒤처질 테니.
[자아! 서두르세요! 우리가 먼저 제국을 뚫고 선두에 서야 더욱 많은 혼들을 독차지할 수 있을 테니.]저 너머에 있는 마을을…….
그리고 도시를.
‘잔뜩 함락시키는 거예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요정의 여왕이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뭐죠?] [……이런.]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저 별것 없는 인간들밖에 없던 성벽 안쪽에서 강대한 기운이 나타났다.
[마기. 검은…… 마력!]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이를 가는 순간.
성벽 전체를 뚫고 나올 기세로 방출된 거대한 마기.
그리고 그 힘이 방출된 결과를 요정의 여왕은 자연스레 이해하였다.
[…….] [……여왕님?] [과연. 저렇게 방해한다는 거군요.]요정의 여왕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진다.
증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전멸한 것이다.
갑자기 저 성 안에 출현한 어떤 소년의 존재로 인해서.
[설마 이곳부터 올 줄이야. 저 괴물…….] [시안. 적의 이름이죠.]요정의 여왕은 적의 이름을…… 시안의 이름을 말하고 이를 갈았다.
* * *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종족이든 어떤 생물이든 그다지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다.
그런 나조차도 딱 하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생물이 있었는데…….
“요정 따위와는 상종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지.”
게임 당시, 유저들이 꼽은 가장 끔찍한 종족이 바로 요정이었다.
“영혼의 돌연변이. 요정은 인간을 납치해 잡아먹고 그 혼을 변질시켜 요정으로 만들어.”
“낭만은 전혀 없는 이야기네. ……뭔가 인간들은 요정에 대해 좀 더 아름다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니?”
“요정들이 자기 보호 대책으로 내세운 프로파간다 같은 거야. ……한 번이라도 그 본성을 본 이들은 절대 속지 않아.”
“흐음~, 하긴 이런 걸 보니 마냥 귀엽기만 한 건 아닌 모양이네.”
에밀리가 가소롭다는 듯 날아다니는 요정 한 마리를 붙잡아 쥔다.
그리고 마기를 불어넣자, 요정을 마치 눈 녹듯 증발하며 사라진다.
“약하네.”
“악마는 본질적으로 요정이 당해 내기 어려운 존재야. ……정확히는 보유한 마기가 말이지.”
“그래서 이런 걸 시키는 거구나.”
나와 에밀리가 마기를 단순히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대량의 요정들이 소멸했다.
마계의 문을 통과하여 내가 도착할 인간계의 지점으로 선택한 이곳.
바로 오자마자 나는 대량의 요정들이 우글거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구제 작업에 들어간다.
“요정은 단 한 마리도 남기지 마. 한 마리라도 풀어 주면 그게 몇백 마리가 돼서 돌아올지도 몰라.”
마치 끔찍한 바퀴벌레와 같은 번식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내 적은 못 되지.”
단순히 마기를 방출하여 휩쓰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전멸하는 요정의 무리.
그것들을 보자니 반사적으로 어떤 것이 떠올랐다.
본래 주인공이 지니는 요정 검.
“델린도 있겠군.”
그 검에 깃든 건방진 요정.
‘……이래서 델린은 굳이 ‘시안’을 적대하도록 꼬드긴 것 같았지만.’
시안이 흑마법사니까.
게임에서 시안이 비뚤어진 소년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더욱 가속시킨 것은 요정 검의 말에 휘둘린 주인공과의 대립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흑마법사인 시안을 배제하기 위한 짓일지도 모르지.
덧붙여 게임에서 주인공이 흑마법 클래스를 택하여 키우면 요정 검은 반대로 그 흑마법을 이용할 계획을 꾸미는 모양이지만.
‘그 썩을 요정 검도 이 전장 어딘가에 있나?’
있으면 좋겠군.
단 한 마리도 남겨서는 안 되니까.
성안에 침공한 요정들을 전부 없애고, 나는 바로 성문 앞으로 나가서 전방을 살펴보았다.
“흑마법이 무섭냐? ……아니면 다른 이유냐?”
요정들의 군대가 거리를 두고 멈춰 있다.
당연히 요정 자체의 전투력은 낮은 데다 그들과 극상성인 흑마법사와 악마에게 돌격할 리는 없겠지.
하지만 도망가지도 않는다.
“덤비지 않으려나?”
“덤빌 리가 없지. ……뭐, 도망가지도 않는 걸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거 같지만.”
약해 빠진 요정들이지만, 딱 한 마리 예외가 있지.
바로 오늘의 사냥감.
“요정의 여왕도 저곳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