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46
제345화
345화
요정의 여왕.
필리안닐.
요정 검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토벌전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보스.
보상은 썩 나쁘지 않고 가능한 클리어하는 편이 좋지만, 유저의 선호도는 낮은 기이한 보스라고 할 수 있었다.
원인은 하나.
‘요정이라는 생물이 주는 불쾌감…….’
요정이라는 종족의 설정이 참으로 비호감 그 자체.
‘뭐, 애초에 진짜 요정도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을 요정이라 주장하고 겉모습도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진짜 요정은 아니다.
영혼의 돌연변이.
저것들의 실체는 그저 요정의 이름을 빌린 악귀에 지나지 않으니까.
‘인간의 혼에서 태어난 뒤틀린 존재.’
결국은 진짜 순수한 요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지자면 몬스터.
그저 요정을 사칭하고 있는 해악 그 자체의 생물.
“자고로 요정이란 발견하는 즉시 남김없이 전부 없애 버려야 하는 법이지.”
요정의 대군.
저 너머에 있는 무수한 불빛을 보며 눈에 해롭다고 중얼거리곤 요정들을 쓸어버릴 마법을 캐스팅한다.
-블랙 플라즈마 스톰.
7서클 광역 전격 계통의 흑마법.
특히 흑마법 중에서는 가장 범위가 넓기에 이런 전장에서 써먹기 가장 좋다고 손꼽히는 마법이다.
“우선 한 방 간다.”
특히 게임에서는 요정들을 전멸시키기 딱 좋은 마법이었지.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맷집이 약하거든.
거기에 흑마법 계통에 약하고 수만 많기에 녀석들에게 광역 마법은 마치 살충제를 대량 투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콰르르르릉!
마법진에서 흘러나온 뇌운이 일렬로 줄을 서고 그곳에서 대량의 흑뢰를 토해 낸다.
대량의 번개. 그것이 마치 쓰나미처럼 전방으로 뻗어 나가 마구잡이로 휘몰아치며 요정의 대군을 향해 집어삼킬 기세로 덮쳐든다.
하지만.
“아, 하긴, 그렇게 막나?”
“헤에, 저게 그거구나.”
하지만 조금의 경험치도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마법으로 소멸한 요정의 수는 0마리.
마법을 막아 낸 존재가 있었다.
다른 요정들과는 명백하게 다른 존재.
요정의 여왕.
어느새 요정들의 대군 앞에 나타난 녀석은 나뭇가지와 넝쿨을 엮어 만든 지팡이를 들어 마력의 벽을 쳐서 내 마법을 막아 낸 것이다.
“요정의 여왕 필리안닐. 그래, 너 정도는 되어야 이걸 막겠지.”
나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은 약하다.
수만 많고 그들과 닿지만 않으면 처리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야 고난도 보스라는 기믹이 성립하지 않지.
유일하게 마기에 내성을 지닌 존재.
그것이 바로 요정의 여왕.
“설마 이런 마법을 막으러 직접 행차할 줄이야. 거참, 영광이군. 요정의 여왕?”
처음부터 녀석을 끌어내는 게 목적이었다.
나는 요정의 여왕을 향해 접근하며 시비를 거는 투로 말을 걸었다.
여왕은 몹시 거슬린다는 듯 나를 째려본다.
[이 끔찍한 기운. ……역시 그때 처단했어야 했군요.]“못 한 너희들이 등신이지.”
[묻겠습니다. 사악한 인간.]“너희들이 그걸 말해?”
사악한 존재는 과연 누굴까.
요정의 탈을 쓴 악귀의 우두머리는 건방지게 턱짓하며 내게 묻는다.
[먼저 보낸 저의 동족들은?]“하핫. 전부 청소했지. 한 마리도 안 남겼거든.”
[…….]시체도 못 보여 주는 게 아주 유감이네.
시안의 요정 박멸 서비스는 완벽하다. 그것도 무료로 해 줬으니 얼마나 기특하냐.
먼지 하나 남기지 않아야.
“하긴 너희들은 시체도 남지 않잖아?”
나는 요정의 여왕을 도발하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도망치게 둘 순 없으니까.
저것만큼은 반드시 이 자리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봐, 겁쟁이 여왕? 좀 비키지? 네 뒤에 있는 요정들도 이 김에 깨끗하게 청소해 둘까 하거든.”
[감히! 먹이에 불과한 인간 따위가!]도발에 넘어왔다.
완전히 나를 적으로 인식한 요정의 여왕이 막대한 마력을 발산하며 죽일 듯 맹렬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내 주위를 포위한 광탄이 동시에 포격을 퍼붓는다.
요정의 여왕의 공격 패턴 중 하나.
요정의 천벌이라고 했던가.
“……맞으면 마력도 뺏어 가는 효과를 지닌 광탄이었던가.”
하지만 내가 그것에 맞을 리 없었다.
나 역시 동일한 개수의 흑염탄을 흩뿌려 틈을 버는 사이, 그 포격의 범위에서 빠져나온다.
“제대로 열받게 했나 보네. 시안.”
“계획대로지.”
어떻게든 녀석이 잔뜩 열이 뻗쳐서 공격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요정은 기본적으로 겁쟁이야. 화나게 하지 않으면 바로 도망칠 테니까.”
“흐음…… 그럼 이제 남은 작전은?”
“뻔하잖아. 적당히 시간 좀 끌어 줘, 에밀리.”
내 지시를 듣고 에밀리는 흔쾌히 웃으며 직접 요정의 여왕과 맞붙어 싸우기 시작한다.
거의 호각. 아니, 에밀리 쪽이 더 여유가 있군.
“어머? 어디서 본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는 거려나.”
이유는 있다.
요정은 악마를 극도로 꺼리지. 흑마법사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존재가 바로 악마.
천적이니까.
그렇기에 에밀리가 직접 주의를 끄는 게 내가 욕하는 것보다 요정의 여왕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한다.
“어떻게 할래, 시안? 이대로 처리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이기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에밀리.
나도 같은 의견이다.
싸우게 놔둬도 결과적으로는 에밀리가 이길 테지.
그편이 편하고 좋겠지만.
“아니, 아마 그 전에 도망칠 거야.”
요정의 여왕 토벌전의 귀찮은 점은 일정 구간마다 도망을 치는 패턴이 있다는 것.
도망치고 숨고 그걸 찾아내서 처리하는 것이 두세 번 정도 반복된다.
“호각으로 싸우게 둘 수는 없지.”
그렇기에 에밀리에게 주의를 끌게 하고 나는 단번에 녀석을 박살 낼 마법을 준비한다.
아슬아슬한 한도에서 최대의 대미지를 주어서 귀찮은 패턴을 날려 버린다.
귀찮은 보스전에서 꼭 필요한 것이니.
그리고 요정 여왕의 토벌전을 굳이 서두르는 것은 이런 성가심을 방지할 목적도 있지만.
내 최대 화력을 시험해 볼 과녁이기에.
그러니 양보는 안 한다.
“……준비는 되었어.”
순조롭게 캐스팅이 막바지에 들어간다.
-지옥염열.
8서클 흑염 계열의 최고 위력의 마법.
내 목적은 이걸 녀석에게 내리꽂는 것이다.
“어디 한 방에 잡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캐스팅이 완료되고 내가 염화로 신호하자, 에밀리가 재빠르게 이탈한다.
[……뭣?]요정의 여왕이 알아채고 경악하나 이미 늦었다.
마법은 이미 발동했다.
“가라. ……사악한 요정을 전부 불태워라.”
지팡이를 치켜들며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캐스팅을 끝낸 마법이 그 형상을 드러낸다.
요정의 여왕을 중심으로 둥글게 포위하듯 등장한 세 개의 검은 마법진.
화르륵.
세 개의 검은 태양과도 같은 고열의 화구가 부풀어 오르며.
서로 뭉쳐지더니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콰아아아아앙!
[……?!]요정의 여왕이 급히 방어하려 했으나 그것조차도 간단히 녹여서 뭉개며 검은 열지옥에 삼켜진다.
지면이 용암처럼 녹아내리는 열기.
“위력 좋고~.”
제대로 꽂혔다.
게임에서라면 예상되는 체력의 수치를 고려했을 때, 저것 한 방으로 잿더미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지.
혹은 게임보다 강하더라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치솟는 흑염의 열기가 걷히고 나는 추가로 냉기를 품은 마법을 발산하여 끓어오르는 일대를 단번에 얼려 버린다.
아무리 그래도 주변이 팔팔 끓어서야 내가 접근하기도 성가시니.
“딱 좋게 엎어져 있군. ……요정의 여왕.”
간신히 그 형상을 유지하는 게 고작인 요정의 여왕이 주저앉아 있었다.
도망칠 힘조차 남지 않은 모양이다.
[어떻게……. 이런 힘…… 이?]“못 들었냐? ……뭐, 케니실린 역시 너를 별거 아닌 듯 여겼던 모양이군.”
내 지금의 힘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터.
저 요정의 여왕은 내가 7서클일 때의 실력을 기준으로 싸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요컨대.
“계획 끝에 버릴 생각이었겠지.”
[큭! 잘도 지껄이는구나! 사악한 인간! 아아아악?!]“……누가 누구더러 사악하대?”
여왕의 어깨에 내가 가볍게 날린 번개가 꿰뚫는다.
“길게 떠들 마음은 없다. 보내 줄 생각도 없고. ……정리하지.”
단 일격만 꽂아도 이제 토벌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여왕도 그리고 다른 요정들도.
[큭! 나의 동지들이여! 어서 와서 저를 구하세요! 어서!]“……오겠냐? 저 비겁한 악귀들이?”
여왕은 급히 요정들에게 지시를 내리나, 요정들은 망설일 뿐 오지 않는다.
충성심이 약하다.
의리도 없지.
이 시점에서 저것들이 여왕을 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너흰 그런 생물이니까.”
그러니 여왕을 없애면 신속하게 저 요정들이 흩어지기 전에 박멸하는 게 우선이군.
[……그럴 리가.]요정의 여왕은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과연 그렇게 나오나?”
여왕을 제외한 요정.
그 날파리들의 기척이 급격히 사라진다.
저 너머에 뭉쳐 있는 요정들의 군세의 빛이 빠르게 꺼져 가고 있었다.
[어, 어떻게 네가?! 델린!]내가 소멸시키기 전인데도 요정의 여왕은 분노와 경악으로 소리를 질렀다.
요정들이 도망친 게 아니다.
단 하나의 요정에 의해 강제로 사라진 것.
아니, 정확히는…….
“먹어 치웠구나. 망할 고물 검 자식.”
주의해야 할 요정은 여왕 외에도 하나 더 있었다.
정확히는 요정의 여왕 토벌전 이후에 추가로 진행할 수 있는 특별 보스가.
요정 검.
그 망할 검에 깃들어 있는 건방진 요정.
“그래, 배신할 줄 알았지. 델린.”
게임에서는 요정의 여왕 토벌 이후 요정 검은 주인공을 배신하며 본색을 드러낸다.
배신의 요정 델린.
그 싸움이 여기서 재현되는 것이다.
“너라면 그렇게 할 거라고 이미 예상했어.”
내가 요정의 여왕을 압도했지만, 섣부르게 마무리하지 않은 것은.
저 요정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궁지에 몰아넣으면 반드시 배신할 거라고 여기고 있었거든.
[역시 쓸모없는 여왕이야. ……케니실린이 경고한 대로 될 줄이야.] [무슨 뜻이……. 아아아악?!]요정들이 소멸하고 망연자실해 있던 요정의 여왕마저 비명을 지르며 사라진다.
그 여왕의 등에 꽂혀 있는 것은 요정 검.
마치 흡수되듯 사라진 뒤 남은 요정 검은 허공을 빙그르르 회전하며 날아가 녀석의 손에 쥐어진다.
델린.
어린아이의 키 정도의 육체를 새로이 얻은, 요정 검에 깃든 존재에게.
《배신의 요정 델린이 출현합니다.》
녀석은 대량의 요정과 요정의 여왕의 혼을 흡수하여 자신의 새로운 육체를 구축하였다.
[유감이야. 이렇게 여왕님을 찔러야 할 줄이야.]“개소리 집어치워. 처음부터 그렇게 할 작정이었잖아.”
녀석의 본심을 지적하자, 델린은 부정하지 않고 웃음을 터트린다.
[아하하하, 정답이야. 만약 네가 오지 않았더라도 적당한 기회에 찌를 생각이었는데.]……천성이 배신자군.
녀석은 즐거운 듯 요정 검의 표면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덕분에 기회를 앞당겼어. 시안.]“기회? 웃기시네. 내가 널 가만히 둘 거라고 생각하냐?”
요정 검을 치켜든다.
녀석의 등 뒤에서 여러 색상의 빛을 발하는 투명한 날개가 여섯 장 튀어나온다.
그 날개 중 두 쌍을 마치 곤충의 다리처럼 지지대 삼아 일어서며 녀석의 몸이 공중에 뜬다.
[알지? 요정의 또 하나의 습성.]“알다마다.”
코웃음을 치며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정의 또 하나의 생태.
동족상잔.
[우리는 동족의 혼을 거둘수록 더욱 강해져.]“하지만 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여왕의 지배력에 묶여 있으니까.”
[맞아. 하지만 네가 여왕을 약하게 해 준 덕에 기회를 얻었어.]그 기회를 노려 녀석은 대량의 요정을 소멸시키고 여왕까지 소멸해 동족상잔을 저질렀다.
단 하나 남은 유일한 요정이 될 때까지.
그리하여 성립한 것이 바로 저 녀석.
“하지만 이걸로 요정은 멸망하기 바로 직전이군.”
1개체만 남은 것은 이미 멸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괜찮아. 내가 새로운 시대의 요정이 된다면 더욱 강한 동족을 늘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그래서 너희가 해로운 생물이라는 거다. ……그 생태부터 그 사고방식까지.”
정말로 상종하지 못할 놈들이다.
역시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딱 좋지.”
[……무슨 뜻이야?]나는 새로운 힘을 과시하며 한껏 그것에 취해 있는 저 어리석은 요정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일부러 기다려 줬다는 거야. ……역시 요정을 멸종시키려면 단 한 마리만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리하는 게 좋잖아?”
처음부터 내가 토벌할 대상은 요정의 여왕이 아니었다.
바로 너였단다.
배신의 요정 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