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47
제346화
346화
내가 요정의 토벌을 서두른 이유는 단순히 저것들의 흉악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것들이 일으킬 피해가 막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너희가 가장 약해 빠졌거든.”
요정이 제일 만만했다.
흑마법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성.
무엇보다 다른 클래스로 육성했을 때에도 딱히 요정 토벌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숫자가 너무 많아서 흔히 말하는 양식장처럼 잔뜩 수를 늘려서 토벌하면 좋은 경험치가 되었지.
“뭐,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요정이고 나발이고, 내가 굳이 널 왜 방치해 뒀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요정 검 자체는 진즉에 부숴 버릴 수 있었다.
저것이 악한 존재고, 하물며 무조건 배신할 것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케니실린의 존재를 몰랐을 초기에는 단순히 요정 토벌전을 언젠가 경험치 앵벌이로 삼기 위해.
……다른 이유는.
“너, 본래 역할은 리니아 벨튼. ……요컨대 본래 시나리오의 주역이 될 자를 유도하는 역할이었지?”
[그딴 게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어?]“그딴 거라니 친구 아니었냐?”
[이용해야 할 어리석은 인간일 뿐이야.]“하하! 그거 요정다운 말이군.”
내가 경멸의 웃음을 짓자, 그제야 녀석은 위기감이라도 느낀 듯 몸을 떨었다.
두려움이라도 느끼나.
“이제야 감이 좀 잡히냐? 내가 널 살려 둔 건 원래는 리니아의 행동 패턴을 주시하고 혹시나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요정 검이 분실된 시점에서 확신을 얻었다.
저 녀석은 케니실린은 제외하고 유일하게 주인공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정보를 들은 것이겠지.
요컨대…….
“네가 케니실린, 그 자식의 가장 큰 이해자가 아니냐?”
본래 게임에서는 주인공에게 이것저것 정보와 상식을 유도해 주는 서포트 요정.
다른 말로 한다면.
그 서포트 요정을 악용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널 잡아서 아는 거, 모르는 거 전부 알아내겠어. 아~, 순순히 불지 않아도 돼. 요정은 영혼적인 존재잖아? 갖고 노는 방법은 흑마법에 잔뜩 있거든.”
[그, 그런 것 따위 널 죽이면 그만이야!]“네가? 배신자 날파리 따위가? 나를?”
아직 이해를 못 했군.
실소하며 어깨를 으쓱이는 내게 굴욕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녀석은 마치 떼라도 쓰듯 검을 휘두르며 덤벼든다.
“애초에 내가 널 만만하게 본 건 말이다.”
내 목을 정확히 노려오는 검.
나는 그것을 적당히 흘겨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카앙!
단검을 꺼내 쳐 내고.
[아아악?!]녀석의 몸통을 걷어차 날려 버렸다.
믿기지 않는 듯 녀석은 몇 번이고 덤벼든다. 고도의 검기와 막대한 힘을 휘두르며.
보통이라면 막아 내기도 어렵겠지만.
“안 통한다니까.”
다시 가볍게 흘려내고 차서 날린다.
약한 건 아니었다.
말해 두지만, 저것은 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대하기가 너무나도 쉽다.
[왜…….]“우선 상성의 차이. 네가 힘을 얼마나 불렸든 간에 상성 때문에 10레벨 정도 차이는 짓뭉개고도 남지.”
[……레벨?]“아, 거기까진 이해 못 하나. 그럼 됐고. 두 번째, 네 전투 기술은 어디까지나 리니아 벨튼의 기술을 그대로 학습한 거 알고는 있냐?”
[…….]게임에서 이 녀석이 상대하기 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어디까지나 주인공 리니아 벨튼의 육성 클래스를 고스란히 재현하기 때문이다.
무슨 공격이 올지 알기 쉽고, 하물며 잘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상대하기 쉽게 유도할 수도 있다.
힘은 델린이 압도적으로 강해도.
패턴이 뻔하면 쉬운 적일 뿐.
거기에 선견의 흑안 등의 실시간으로 적의 패턴도 예지할 수 있는 스킬도 습득해 뒀다.
놈의 공격에 맞는 게 이상하다.
“거기에 난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리니아 벨튼의 기술만은 확실하게 대비해 뒀거든…….”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고, 썩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겠지만.
나는 아카데미에 입학 후 초기에는 리니아 벨튼을 최우선으로 죽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상정해 뒀다.
녀석이 배우는 기술 하나하나를 굳이 신경 써서 정보를 수집하여 패턴을 연구해뒀다.
“결론은 너는 내가 가장 많이 공략법을 연구한 대상 중 하나가 된 셈이야.”
지금에 와서는 아마 눈감고도 충분히 갖고 놀 수 있겠지.
“……우와, 악랄하네.”
“구경만 말고 슬슬 거들어, 에밀리. ……더는 갖고 놀지 말고 처리할 거니까.”
단, 완전히 소멸은 시키지 않겠지만.
정보를 그 혼에서 전부 짜내고 확실히 처리해 줄 테니 안심하렴~.
[큭! 그렇다면!]당연히 지금부터 너를 죽인다고 하는데, 순순히 받아들일 녀석은 없다.
델린은 이를 악물고 발악하기 위해.
[힘이 부족하다고? 그렇다면 아껴 둔 걸 쓰겠어!]최악의 방법을 택했다.
“……그런 걸 쓰냐.”
단, 내게 있어서가 아니라 저 사악하고 멍청한 요정에게 있어서 최악을.
델린은 아래를 향해 힘을 방사하여 흙먼지가 섞인 폭풍을 연막처럼 일으켰다.
그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는 마력으로 기압 차를 일으킨 바람을 내리쳐서 걷어 내고.
“……쓸데없는 발악을.”
녀석이 하려는 짓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본래 요정들이 점령하고 있던 본진으로 후퇴한 녀석은 도망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불러낸다.
[그렇다면 힘을! 아껴 둔 인간을 이용해서 더욱 큰 힘을!]미친 듯 부르짖으며 무언가를 소환한다.
공간이 열리며 쏟아진 것은 감옥과도 같은 거대한 케이스.
“……확실히 저건 악질이네. 악마라도 저런 짓은 하지 않을 텐데.”
“악마의 보증이 붙은 사악함인가. 거참, 좋겠군.”
부럽지는 않지만.
“인간의 혼…….”
[그래! 내가 숨겨 둔 비상식량! 만일을 위해 모아 놓은 인간의 혼.]그 케이스 안에 원령과 흡사한 기척이 짙게 모여 있는 것이 감지된다.
억지로 보존한 인간의 혼.
“…….”
[무섭지? 이만한 혼이야! 이걸 이용한다면 내 힘은 더욱 늘어나!]“왜 그런 걸 숨겨 뒀지? 아~, 그거냐? 너 케니실린 뭐시기도 배신할 셈이었냐?”
맞나 보군.
하지만 그딴 것은 내 알 바 아니다.
적의 적? 그냥 전부 쳐 죽일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
“어머, 시안? ……꽤 화났나 보네.”
“대충은……. 저거 저렇게까지 악질이었나.”
내가 불쾌해하는 것은 저 영혼들의 상태.
대체 저 망할 요정은 저것을 어디에서 구하고 어떻게 혼만을 유지하여 수납해 뒀을까?
흥미 없다.
알아도 쓸데없을 거고.
[내가 제일 약해? 그 헛소리를 한 입을 다물게 해 주겠어!!]“……그래, 하나는 인정하마. 내가 뭘 잘못 생각했나 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순순히 인정했다.
착오네. 응. 저건 확실히 내 오판이야.
그 반응을 본 델린은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뭘 이겼다고 생각하나.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단번에 요정의 코앞까지 이동하고는 녀석의 몸통에 지팡이를 처박을 기세로 찌르고는.
“넌 내가 아카데미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빼앗아서 부러트려야 했어!”
난폭한 기세로 화염을 일으켜 전방위로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앙!
괴성을 지르며 날아가는 요정을 향해 나는 추가로 마법을 수십 번을 더 연속으로 닥치는 대로 퍼붓고는.
“……이딴 걸 쓰게 두겠냐.”
녀석이 불러낸 영혼이 담긴 케이스를 그대로 통째로 불사른다.
안에 들어 있는 혼들은 그대로 사라지게끔 했다.
[……너어어어어어어!]“네가 저걸 써도 처리하는 건 간단하겠지만. ……도저히 불쾌해서 봐줄 수 없겠더라. ……내 비위가 그렇게 강한 건 아니거든.”
발악하는 요정을 그대로 짓밟아 뭉개었다.
버둥거리지만, 녀석은 힘으로도 나를 당해 내지 못한다.
“교훈 삼아 하나 가르쳐 주마. 역겨운 요정. ……굳이 인간에게 저런 걸 보여 주면 당연히 열받을 거거든.”
그 시점에서 지는 거야.
흔히 말하는 악행은 패배 플래그라는 것이겠지.
가르쳐 줘도 의미는 없나.
“에밀리.”
“응? 좀 더 가지고 놀지 않니?”
“됐어. 더 봐 봐야 화만 날 거 같아. ……처리하자.”
단,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혼만을 유지할 정도로만 박살을 내고 남은 정보를 알아내고는…….
그 뒤에는 책임지고 깔끔하게 제거할 뿐.
“붙잡고 있어. 에밀리.”
“후후, 참 가엾네. 시안을 이렇게까지 짜증 나게 만들 줄이야.”
나 대신 에밀리가 마기의 사슬로 요정을 붙잡아 구속하고는 앞으로 내가 하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동정하는 표정을 짓는다.
[뭐, 뭐 하려는 거…….]“뻔하잖아. 심문과 처형이지.”
말했다시피 흑마법에는 널 갖고 노는 방식이 산더미처럼 많다.
어디~ 그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볼까.”
실은 이런 기술에 아주 흥미가 있었거든.
그러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갖고 놀아 주마.
* * *
심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체감상 약 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뽑아낼 수 있었고, 나는 미련 없이 녀석을 완전히 소멸시켰다.
《배신의 요정 델린을 토벌하였습니다.》
《87레벨을 달성합니다.》
잘 가라 배신자 요정.
“그래서 수확은, 에밀리? 일단은 뭐든 정보는 얻은 거지?”
“으음~. 어떠려나.”
혼을 장악하고 그것을 세세히 분해해서 정보만을 얻어 내는 과정은 인간인 내 뇌로는 처리하기 어렵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악마인 에밀리가 더 손쉬울 테고, 그녀는 요정을 심문하여 얻은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잠시 생각에 잠긴 모양이었다.
“쓸데없는 것들뿐이네. ……그 케니 뭐라는 인간과의 대화 정도이려나.”
“흥미 없어. ……그것보다 내가 원하는 건 싸움에 도움이 될 만한 건데.”
놈들의 본진을 공략하기 위한 정보.
하찮은 것이라도 뭔가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없나.”
원하는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는 일이야 흔하지.
정신 건강에 좋은 건 현실을 인정하고 미련을 갖지 않는 것.
“그럼 다른 놈을 조져서.”
“기껏해야 그 이상한 건축물의 구조 정도이려나.”
“중요한 게 있었네!”
그것도 가장 원하던 정보 중 하나가 아닌가!
“그렇게 필요한 거니?”
“맵! 아니! 적의 본진의 구조도는 가장 고급 정보잖아!”
적의 본진의 길을 아는 자가 알차게 털어먹을 수 있기 마련.
게임을 할 때 가장 열받는 게 뭔지 아니?
답도 없는 길 찾기를 할 때야.
“하지만 상세한 구조도라니, 왜 이 녀석은……. 아, 배신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인가.”
처음으로 이 요정의 배신자 기질에 감사하게 생겼군.
내가 내놓으라고 손짓하자, 에밀리는 요정에게서 추출한 지식 정보를 내게 넘겼다.
“……확실히 제법 상세하네.”
그 녀석의 기억.
알고 있는 본진의 구조도가 바로 내 기억처럼 자연스레 재생된다.
“쓸 만하겠니?”
“전부 곧이곧대로 믿는 건 위험하겠지만, 꽤 도움이 될 거 같아.”
덕분에 녀석들을 소탕할 계획이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초안이 잡히기 시작한다.
토벌 계획을 짤 수 있다.
“그럼 바로 아카데미로 돌아가서.”
“시안, 얘 시안.”
“뭐야…….”
생각할 게 많은데.
에밀리는 내게 저쪽을 보라는 듯 가리켰다.
“……그렇군. 먼저 해야 할 건 저쪽인가.”
요정들을 완전히 토벌하고 난 뒤 조용해진 전장.
그런 나를 멀리서 지켜보던 끝에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조금 전 요정들에게 전멸당할 뻔했던 병사들.
그들이 이제 나오는 것을 뒷북이라고 욕할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나왔다면 곤란했으니.
“그럼 일단은 안심시키고……. 그리고 내 활약을 떠벌릴 겸 실컷 자랑이나 할까.”
승리했으면 그것을 크게 알려야 하는 법.
내가 그들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뜻으로 지팡이를 치켜들자.
그제야 기뻐하는 환성이 그 일대를 크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