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48
제347화
347화
아카데미여, 내가…… 시안이 돌아왔다!
“……외쳐 봐야 소용없나.”
그 망할 요정을 해치우자마자 나는 바로 감사의 자리라도 만들겠다는 이들의 권유를 사양하고는 서둘러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환영 정도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을 줄이야.”
[그야 정말로 아무도 없는걸.]그들의 반응이 차가운 게 아니었다.
에밀리의 말대로 아카데미에는 인간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최소한의 시설 관리를 위해 일하는 이들 정도만 남아 있었다.
서운하다고는 하지 않는다.
“별수 없군. 다들 이곳에 없을 테니…….”
현재 아카데미는 휴교 상태. 본래 이 시점에서는 새 학기를 위해 이것저것 바쁠 시기인데도.
그 업무를 중단해야 할 정도의 상태이니.
“일단 돌아왔다는 신고만 해 두고 기숙사로 돌아가자. 다른 녀석들을 제쳐 두고 그 녀석은 있을 테니까.”
만일을 위해서 흑마법 클래스의 교수 연구실에도 들렀으나, 역시 다니엘 교수도 없었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게 있다면.
……왜 책상이 하나가 더 늘었대?
처음 보는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주인의 이름으로 보이는 명패.
모니아.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아무도 없다면 별수 없지.
나는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당연하다는 듯 키르실이 나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시안 님. 마계의 원정은 어땠습니까?”
“그럭저럭 목적은 이뤘어~. 그보다 설마 기숙사에서 계속 날 기다린 건 아니겠지?”
“……기다렸습니다만?”
“융통성 없긴.”
적당히 키르실에게 그간의 안부를 묻고 나는 일단 짐을 두고는 기숙사의 공용 거실 소파에 걸터앉았다.
“역시 집이 최고인가.”
어쩐지 외박이 더 잦은 거 같지만, 그래도 역시 이곳이 최고지. 암!
키르실이 차를 내오고 내가 잠시 나른한 한숨을 쉬는 동안 말없이 기다렸다.
아직 할 이야기는 있다.
“……돌아오자마자 이런 이야기부터 해서 좀 그런데, 그동안의 경과는?”
“파악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아카데미 학생들은 전원 황실에서 내린 비상령에 따라 각 전장의 후방으로 징집된 상태입니다.”
“그렇겠지. 그게 의무니까. ……나는 본의 아니게 예외가 되었나.”
마계에 있었으니까.
애초에 원정을 신청할 시점에서 이렇게 될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나눴으니 문제는 없었다.
“시안 님께서 귀환하시면 전하라는 전언은 두 가지.”
키르실은 편지를 두 통 꺼내서 테이블 위에 두었다.
그것을 확인해 보자.
“하나는 황실. ……뭐, 용건은 대충 짐작이 가니 제쳐 두고, 다른 하나는 다니엘 교수님의 전언인가? 그러고 보니 안 계시던데.”
“예. 닷새 전에 파견을 나가신 상태입니다.”
“파견? 역시 전장인가? ……아니면.”
뭐, 보면 알겠지.
나는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간단한 안부를 묻고 귀환할 때 어떻게 하라는 간단한 지시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이거 진짜야?”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흑마법 클래스의 교사 두 분께서 전장이 아닌 어느 곳으로 파견을 나간 상태입니다.”
“두 명이라는 건 역시 그 모니아라는 사람이랑 같이 행동하시나.”
듣자 하니 임시 교수로 채용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현재 두 교수가 향한 곳.
……우연은 아니겠지.
“소문은 들었습니다. 귀환하시자마자 바로 전장 하나를 제압하셨다고.”
“소식도 밝네. 벌써 소문이 퍼졌어? ……누가 퍼트렸어?”
대답하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녀석들이군.
황실인가…….
모처럼의 희소식이니 잔뜩 이용하려는 거겠지.
의도한 대로이니 어떻게 홍보하든 상관은 없었다.
“우선은 쉬시겠습니까?”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일단은 귀찮은 일부터 끝내고 나서 발을 뻗어야겠어.”
흑마법 클래스의 다니엘 교수와 그리고 졸업생 모니아.
그녀들이 남긴 전언과 향한 곳에 대해 알게 되니 딴짓을 할 마음이 싹 가셨다.
“바로 황실에 다녀올게.”
* * *
내가 바로 올 것을 확신하고 있었으리라.
황실에 도착하자마자 하인 한 명이 바로 나를 조심스레 안내해 알현실로 데려갔다.
“마계는 즐거웠느냐?”
“역시 인간계가 최고였습니다만. 그런 게 궁금하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폐하?”
아니면 선물 가져온 거라도 줄까.
마계의 독기가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광석이라도 꺼낼까 싶었지만, 황제는 어이가 없다는 듯 거절했다.
“그딴 것을 말하고자 부른 게 아니란 건 잘 알 텐데.”
“알죠. ……솔직히 저도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거 참으로 다행이로군. 용건이 일치해서.”
우선은 순서대로 말하자.
황제는 먼저 내게 지금의 제국 상황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네놈이 경고한 대로 케니실린이라 칭하는 그 불온한 여자는 대대적인 침공에 들어갔다.”
케니실린의 수하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선동한, 아무것도 모르는 타국의 군대까지.
“말 그대로 제국은 포위된 채 간신히 그 울타리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겠죠.”
“……쯧.”
“녀석들이 작정하면 한 달 내로 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잘도 지껄이는구나.”
“사실입니다.”
황제는 언짢은 듯 침묵했지만, 내 말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실제로는 위기라는 것이겠지.
“그중 하나는 네놈 덕에 한시름 넘겼다고 하더군. 멋대로 난입하다니.”
“요정은 귀찮아서 말이죠. ……겸사겸사 우선적으로 처리했을 뿐입니다.”
“그 공로는 모든 게 정리되면 잊지 않고 치하해 주마.”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달리 말하면 끝나지 않으면 치하고 자시고 없다는 말이로군.
하긴 세상이 유지돼야 영광도, 명성도, 부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
“각 전장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카데미의 어떤 녀석들이 어디로 지원을 나간 거죠?”
나도 전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대충은 짐작하고 있지만.
“나중에 정리하여 넘겨주도록 말해 두마. ……그리고.”
“예. 당분간은 제 독단적 행동은 허가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허가하지. ……하지만 짐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네 멋대로 하고 있지 않았더냐.”
“공식으로 보증을 받느냐 아니냐는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걸로 나는 계속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속박되어서야 이길 수 없으니.
“바로 그 케니실린인가 하는 자를 죽이러 가지 않는 거냐?”
“아무래도 그건 성급하겠죠. ……나름 힘에는 자신이 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자살행위가 아닐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하나하나 전력을 깎고 포위하고 몰아넣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끝장을 낼 셈이지만요.”
“믿음직하군. 그 사악한 미소를 보니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놓이는구나.”
“칭찬하고 싶은 겁니까, 아닌 겁니까?”
하여튼 슬슬 내가 물을 차례다.
“흑마법 클래스의 다니엘 교수 그리고 모니아 임시 교수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역시 그걸 묻는 건가?”
짐작했다는 반응.
그리고 내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는 것도 눈치챘겠지.
이것만큼은 따지고 넘어갈 생각이다.
“왜 두 교수가 그곳으로 향한 겁니까? 아니, 대체 어떻게 종언의 쐐기의 위치를 확정한 겁니까?”
그 편지를 확인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현재 두 교수는 황실의 요청으로 어떤 곳으로 조사를 간 상태.
그 지역 자체는 처음 듣는 곳이지만, 편지에 적힌 정보를 통해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종언의 쐐기가 안치된 제단을 찾은 것이다.
“별을 무너트리는 제단을 벌써 찾다니.”
종언의 흉성. 최종 보스전이 거행되는 장소가 숨겨져 있는 던전이다.
“마치 짐을 추궁하는 것 같군.”
“어떻게 생각하시든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분명 이전에 제가 그것을 여쭐 때 말씀하셨죠? ……모르신다고.”
“몰랐다. 아니, 짐은 지금도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둘러대는 말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정보를 물어온 것은 모니아 임시 교수. 그자더군. ……반대로 짐은 네놈이 관여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늘.”
“설마 알았으면 제가 먼저 박살을 내러 갔을 텐데요…….”
나는 모니아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모른다.
졸업생이란 것.
진마빙현제의 초안을 우연히 입수하여 그것을 개량한 사람이라는 것.
거기다 금룡 갈니티아린의 공방까지 초대받았던 손님이라는 것.
그 정도뿐이다.
“어쩌겠느냐?”
“그 제단의 위치로 추정되는 곳이 확실해졌다면 당연히 그곳으로 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잘되었다.
지금 시점이라면 케니실린을 추월해서 그곳을 작살 낼 수 있다.
목적을 망쳐 버릴 수 있으리라.
“바로 향하겠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최종 보스의 목을 먼저 따 버리기 위해서.
* * *
밀티니스 후작령.
아직은 세간 소동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영지의 숲 안쪽.
그곳에서 현재 두 명의 흑마법사가 탐색을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소속의 흑마법 클래스 다니엘 교수.
그리고 같은 소속 모니아 임시 교수.
“모니아 선배,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 거죠? 그것보다 지금 이 시기에 이렇게 서두르는 게 역시 이해가 안 가는데요.”
“설명했잖아. 다니엘. ……이곳에 중요한 게 있을지도 몰라. 허가도 받았잖아.”
“그 조사가 지금 우선되어야 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지금도 학생들은 전선에 있는데.”
“그래 봐야 후방. 아직까진 나설 일은 없겠지. ……그리고 우리 같은 흑마법사는 어딜 가도 모난 돌 취급을 받을걸?”
“윽…….”
전쟁 따위에는 흥미가 없다. 마치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 모니아는 연신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저기네. 서두르자.”
“……일단은 제가 책임자인데요.”
“네, 네, 다니엘 교수님. 자, 여기 삽이라도 들고 파 보시죠?”
“모니아 선배, 진짜 저 화낼 거예요?”
이 삽으로 저 뒤통수를 후려치면 조금이라도 기분이 풀릴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자니.
“여기서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아카데미 임시 교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이걸 찾을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어.”
“모니아 선배?”
“이곳에 아마 세상을 끝장낼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그걸 찾는 건 전장에서 무의미한 전쟁을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
“……하아, 알았어요. 일단을 믿을게요.”
적어도 허튼소릴 할 정도로 무능한 흑마법사는 아니리라.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은 있지만.
“기왕이면 그 시안이라는 먼 후배를 부려 먹고 싶었는데.”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전언을 남기긴 했는데.”
“아이에게 의지할 수도 없잖아. ……하여튼 슬슬 찾을 때도 된 거 같은데. 어디 보자?”
모니아는 품에서 무언가를 기록한 연구 수첩을 꺼내서 주변을 대조해 보듯 확인한다.
그녀의 말로는 이곳에 세상의 위협이 될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데.
“……건드려 볼까. ……애들아, 찾아봐. 닥치는 대로 들쑤셔라.”
모니아는 추가로 품에서 가죽 주머니를 몇 개고 꺼내고는 그 안에 든 것을 주변에 뿌린다.
뼛가루.
그것이 흩날리며 제멋대로 뭉치더니 네 구의 스켈레톤이 되어 활동하기 시작한다.
스켈레톤. 그것도 전투용보다는 작업용으로 구상한 것이겠지.
스켈레톤은 모니아의 지시대로 주변을 살피며 마구잡이로 파헤친다.
“그렇게 파 버려도 돼요? 밀티니스 후작에게 나중에 뭐라고 둘러대려고.”
“사람은 오지 않잖아? 최근에 뭔가 불길하다고 근처 마을의 주민들도 오지 않고.”
“그렇긴 하네요.”
불길한 느낌. 확실히 이 숲에 들어오면서도 뭔가 꺼림직한 감각을 느꼈다.
공기는 맑다. 마기가 딱히 고일 만한 지역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이 불쾌감을 느낄 구석도 딱히 없는데도.
어쩐지 이 숲 안쪽으로 들어오는 걸 본능적으로 꺼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정말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찾았다.”
모니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곧 스켈레톤이 발견한 어떤 것으로 향한다.
“비석?”
“그렇구나. 이게 입구구나.”
모니아가 망설임 없이 그것에 손을 대고 마력을 담아서 밀자.
“끄응! 다니엘! 너도 밀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요! 에잇! 저도 몰라요!”
그렇게 비석이 마력을 머금으며 뒤로 쭉 밀리자.
쿠구구구구궁!
일대의 지반이 흔들리며 저 너머에서 무언가가 치솟아 오른다.
신전의 입구처럼 보이는 것.
“저, 저건…….”
“별을 무너트리는 제단. 정말로 있었구나.”
모니아는 그것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묘한 공포심을 느끼는 듯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입꼬리가 근질거렸고.
“이 세상을 끝장낼지도 모른다는 거. ……정말로 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