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94화
한편 에밀리가 틈을 벌기 위해 늑대를 향해 날아들어 직접적으로 맞붙었다.
“후우.”
결과는 에밀리가 자신의 팔을 털자, 그녀의 오른팔의 아래가 가볍게 얼어붙으며 깨진다.
“차갑네. 쓰다듬기는 어렵겠는걸.”
악마인지라 다시 몸을 구성하면 그만이지만, 그녀는 난처한 듯 혀를 찼다.
“이쯤 되면 언데드가 아니라 마수에 가까운 거 같네. 정말로 일개 인간이 만들어 낸 피조물이라고는 믿기 어려워.”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었으면 시련이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저걸 쓰러트려야 하는 게 바로 내 일이라는 거.
“시안, 괜찮겠어?”
“문제없어. 그대로 계속 놈의 주의를 끌어.”
적어도 이쪽의 마나가 바닥나지 않는 한, 저 늑대가 발하는 죽음의 냉기에 닿아도 크게 피해를 입지 않는 에밀리가 놈의 주의를 끌도록 지시하며.
나는 머릿속의 정보를 정리했다.
괜찮다.
애초에 저런 괴물이라는 거 알고 있었으니까.
쓰러트릴 수 없다면 오지도 않았다.
“……그럼 슬슬 저 건방진 멍멍이를 길들이도록 하지.”
본격적으로 공략을 시작하자.
슬슬 놈의 움직임이나 패턴도 감각적으로 익숙해졌다.
본격적으로 공략에 들어가야 할 때.
“딱히 저걸 박살 낼 필요는 없어.”
전투가 아니다.
시련.
요컨대 시험.
“지배력을 입증하라, 인가.”
자신 있게 웃으며 손을 뻗는다.
늑대가 돌진해 온다.
내 몸통까지 한입이면 먹어 치울 기세로.
그러나.
“건방지긴.”
놈에게 유효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두고 있다.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흑마법을 캐스팅한다.
‘그저 끌어모으고 휘감고 응축하여 터트리듯 쏘아 낸다.’
마기에 응축하여 포탄처럼 사출하는 마법.
-3서클 무속성 흑마법.
-흑마포.
달리 속성을 가지지 않은, 순수하게 마기 자체의 특성과 압력을 가해 쏘는 탄환.
위력은 썩 좋은 편은 아니나, 사출 속도가 빠르고 익히기가 쉬워서 적당히 써먹기 용이하다.
무엇보다.
……카아아아악!!
늑대는 내가 쏜 흑마포를 급히 방향을 틀어 피한다.
그 덩치에 걸맞지 않은 겁쟁이 같은 꼴.
“오~ 이건 피하는 거냐?”
그럴 수밖에.
나는 이 묘소를 공략하는 법을 이미 숙지하고 있다. 단지 검증만이 필요했다.
혹여 내가 파악한 것과 오차 혹은 변동이 생기지 않았을까 해서.
“지배력을 증명하라……. 그것은 곧 흑마법사의 자질을 보이라는 것.”
그리고 마법사라면 마나 친화력.
흑마법사라면 반대로 마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것.
“언데드를 지배하는 건 그 주인의 마기.”
마기의 포격이 늑대의 꼬리 끝에 스친다. 화염에도 번개에도 꿈쩍 않던 그 은백색의 털이 검게 물든다.
《지배율 3%》
마치 거부라도 보이듯 늑대가 으르렁거린다.
“염색은 싫어하냐?”
이 묘소 자체가 설계되었을 때 제시된 공략법.
흑마법사로서 지배력을 증명하라.
요컨대 자신이 보유한 마기를 쏟아부어 저 늑대를 장악해 보라는 것이다.
“……시안.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되지 않았니?”
“쟤는 영리해. 저렇게 몸이 날래서야 쏘아도 다 피했을 거야.”
어느 정도 힘을 소모시켜 둔하게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얕보게 해야 했다.
언데드 주제에 지능은 영리한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니, 이건 사기잖아.
“슬슬 몰아넣자고. 에밀리, 놈을 유도해 줘.”
에밀리가 놈을 추격한다.
악마 역시 마기의 독성이나 상태 이상은 먹히지 않는다. 하물며 어느 정도의 공격은 회복해 버리니 미끼 역으로는 쓸 만하지.
에밀리가 쏘아 대는 흑마법이 늑대의 시야를 가리고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녀석에게 마기를 쏘아 내어 그대로 맞힌다.
카아아악!!
괴성이 울리고 놈의 체내에 내 마기가 점차 잠식해 가기 시작한다.
내 기운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점차 내 통제 아래에 두는 게 용이해진다.
움직임이 느려지고 위력이 약해져 간다.
“……무엇보다 이런 것도 가능하거든.”
처음의 전초전. 놈을 피해서 쏘다닌 건 놈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냥을 하려면 덫을 놓아야 하지 않겠냐?
그게 짐승을 사냥할 때의 기본.
“인챈트 캐스팅.”
이미 여기저기 피해 다닐 때, 주변에 수많은 마법진을 깔아 두었다.
“릴리즈.”
쏘아지는 건 단순한 매직 미사일.
마기를 머금고 있기에 주먹 크기 정도의 검은 탄환이 쏘아진다.
그것이 못해도 100개 이상.
파바바바밧.
전신을 두들기고 털을 남김없이 물들인다.
놈이 저항하듯 몸을 비틀며 괴성을 지르지만, 절대 봐주지 않는다.
장악해 가며 틈을 주지 않고 쏟아붓는다.
“……뭐, 쉬운 건 아니군.”
공략 자체는 단순하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말도 안 되게 어렵다.
최소 5서클에 버금가는 양의 기운을 쏟아붓지 않으면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
하물며 놈의 공격에도 대응해야 하고 앞서 언데드의 묘지를 지나왔을 때의 소모를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능력을 요구하는군.”
그 탓에 게임 때도 트루 엔드의 조건이 되는 퀘스트들은 그 전제 조건 때문에 악명이 높았지.
모르면 깨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망겜이야.”
나라면 어떻게든 달성할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를 했으니.
마침내 늑대의 전신이 검게 물들고 녀석은 주저앉은 채 부들거릴 뿐 움직이지 못한다.
내게 억눌려 있다.
“조금만 의식을 느슨하게 해도 바로 물어뜯기겠군.”
반항하는 의지가 보통이 아니다.
여유를 부릴 필요는 없다. 나는 바로 마지막으로 마기를 때려 박아 남은 부분까지 전부 물들였다.
《지배율 100%》
《공략 조건을 완수하였습니다.》
“끝이다.”
더는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을 향해 이번에는 흑염을 일으켜 그대로 녀석의 턱밑에 처넣는다.
파앙!
녀석의 거구가 뒤집히며 쓰러지더니 더는 꼼짝도 못 한다.
“해치운 거니?”
“방심하지 마. 것보다 그딴 소리 하지 마.”
그거 부활 주문이다?
뭐, 정말로 그런 말만으로 놈이 부활할 리는 없겠지만.
공략 조건은 틀림없이 채웠고.
쓰러진 늑대가 흐릿해지며 사라져 갔다.
“죽은 걸까? ……아니, 언데드니까 죽었다는 건 좀 이상한 말이네.”
“일단 보이라는 역량은 달성한 셈이니까 잠시 치운 걸 거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바심 따위는 품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찾는 것은 다른 것이다.
“저기군.”
조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것. 들어왔던 입구와 반대편에 출구가 생겨나 있었다.
들어오라는 의미.
“오라는군.”
“쉬지 않아도 되니?”
“……괜찮을 거야.”
에밀리의 지적대로 나는 상당히 지친 상태다.
포션은 가져올 수 없고, 회복 특성이나 장비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소모만이 이어지는 것을 전제로 둔 시련이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놈 따위는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는 의미.
아마 말하지 않아도 에밀리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한계에 가깝다.
몇 번 정도 간단한 마법은 쓸 수 있겠지만.
“만약에 그런 게 더 있다면 더 나아가는 건 말리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
더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뭣 하면 이 누나가 안고 가 줄까?”
“그 정도까진 아니야.”
“귀염성 없긴.”
허세를 부리려던 건 아니다만.
어쩐지 툭툭 내 등짝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에밀리의 손길을 적당히 휘휘 뿌리치고는 나는 출구 쪽으로 향해 갔다.
도달한 것은 또 다른 방.
“시안의 말대로 그 이상의 것은 없나 보네.”
나도 경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새하얗게 칠해진 삭막하기 짝이 없는 방이다.
그곳에 놓여 있는 것은 정교하게 세공된 팔찌 하나뿐.
하지만 저것이 전부다.
“……시련은 돌파했다.”
그것을 해낸 후예가 가지고 돌아가는 게 허락된 것은 바로 저 팔찌.
《빙흑랑의 팔찌》
《등급 : S랭크》
《위대한 시조 중 하나 검은 시조의 첫 번째 유산입니다.》
《특수 스킬 ‘빙흑랑’을 발동할 수 있게 됩니다.》
틀림없다.
이것을 모으는 것 자체가 언젠가 이어질 트루 엔드로 직결되는 단서를 내포한 아이템.
“……우선 한 개군.”
나는 그 팔찌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제지하는 낌새는 없다.
그것을 쥐고 망설임 없이 내 팔에 낀다.
-……바라는 것은 이어 갈 그릇.
환청이 울린다.
에밀리를 흘깃 보지만, 그녀는 주변만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분명 내게만 들리는 것이겠지.
-걸작을 이곳에 남기나니.
-받아 갈 이는 흑의 진리에 몸을 싣고 세상의 진리에 맞서라.
-모든 것은 약속의 날을……. 경애하는 이의 소망을 위해.
-아름다운 세상과 경애하는 이를 위해 첫 번째 보물을 남기겠다.
당부 같기도 하고, 경고 같기도 하다.
검은 시조.
체필네올 인더닐.
최초의 흑마법사라고 불리는 사내.
가장 처음으로 악마와 계약하고, 그 악마에게 배워 지금의 인간이 사용하는 흑마법이라는 학파를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자.
이 묘소는 그가 남긴 걸작 중 하나를 두기 위한 곳이자 이것을 가져갈 후예를 고르기 위한 곳.
그 걸작은 지금 내가 손에 넣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합니다.》
《스킬 : 빙흑랑 소환을 습득합니다.》
《스킬 : 검은 시조의 가호를 습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아이템 ‘빙흑랑의 팔찌’를 착용할 때에만 효력을 발휘합니다.》
시조의 걸작이라 부르는 언데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재능과.
더불어 그 시조의 것을 이었다는 증거나 다름이 없는 가호까지.
《검은 시조의 가호》
《흑마법 계열의 전 스킬 마나 소모 경감(중) 흑마법 데미지 상승(대)효과.》
고생시킨 만큼의 보람은 있다.
“뭔가 얻었나 보구나.”
“알 거 같아?”
“네 역량이 갑자기 늘어난 게 보이네.”
에밀리는 내 주변을 느긋하게 한 차례 돌고는 음, 음 뭔가 흐뭇해하는 느낌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이대로 가져가도 되는 거니? 여긴 그 황제라는 사람이 아끼는 거지?”
“딱히 애지중지하는 곳은 아닐 거야. 지금까지 가져간 놈이 없었을 뿐이고. 새삼 가지고 나가면 오히려 기뻐할걸.”
적어도 황제가 나를 가로막을 일 따위는 없다.
물론 대외적으로 공표하진 않겠지.
어차피 이곳의 정체건 진의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없기도 하고.
“돌아가자.”
더는 이곳에 볼일이 없다.
* * *
내가 묘소에 들어간 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며칠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한두 시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설마 내내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우직하게 기다리고 있던 에드리올 경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용건은 끝난 모양이군.”
“예.”
그는 나를 잠시 훑어보고는 더는 묻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묻지 않는 겁니까?”
“필요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라는 명은 듣지 못하였기에.”
정말로 한결같이 황제바라기군.
“설사 폐하께서는 네놈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그거면 되었다고 하셨을 뿐이니.”
“듣는 저로서는 참 섭섭하네요. 뭐, 멀쩡히 돌아왔으니 상관없지만요.”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폐하께서 가장 기대하시던 결과일 터. 잘못될 일은 없겠지.”
“네, 네. 그러시겠죠.”
처음과 달리 다소 긴장이 풀린 태도로 건방지게 대답하자, 그는 잠시 내 쪽을 응시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럼 돌아가지.”
“…….”
“에드리올 경?”
잠시 기다리지만, 어쩐지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할 말이 있나? 아니면 내가 너무 까불었나?
긴장하고 있자.
“시안.”
“예. 혹시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하나였다.”
그러나 걱정하던 것은 아니리라.
아니, 훨씬 바보 같은 일이다.
“예? 뭐라고…….”
“받은 스크롤은 한 개뿐이었다.”
“그 뜻은…….”
내가 어이가 없단 뜻으로 노려보자, 그는 당황스러워하는 것치고는 너무나 침착하고 당연하게.
“안심해라.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을 테니. 그거 아는가?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도착한다.”
“댁, 바보여?”
이 깡통은 제국 최강의 바보가 틀림없다.
……그 후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딱히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