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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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생일 파티
로이는 구입한 편지지를 보았다. 향이 나는 편지지는 아니지만 고운 종이로 만든 것이었다. 여기에 가문의 인장이 들어간 도장도 같이 가져왔다. 자신이 먼저 편지를 부친다고 했으니 먼저 쓰려는 것이다.
영지는 수도 리로드에서 1주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놀란 것은 끝이 없이 보이는 평야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지낼 성은 산이 감싸고 있어 적을 막아내기에 좋았다.
대대로 이곳에서 일한 시녀들과 시종들은 로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로이가 고용인들을 그대로 쓰겠다고 했기에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올해의 수확량과 세금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정부에 바칠 돈을 계산한 다음 그것을 보내고 각 지역의 인구수와 평균적인 수확량을 확인했다.
겨울이기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사랑하는 이리스에게.]편지 머리말을 장식한 그가 조용히 웃었다. 봄이면 사냥 대회가 열린다. 로이는 그 대회에 참석할 행각이었다. 그럼 아리스를 만날 수 있었다. 사냥 대회에 참가한다는 신청서를 받기에 같이 써 두었다.
“백작님.”
더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그는 집사로서 집안일을 총괄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집사의 존재에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더윈이 일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보고 다들 합격점을 주었다.
집사는 집안의 일을 총괄한다. 그렇기에 시녀와 시종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 성을 둘러보며 시녀와 시종들과 이야기하던 그가 로이에게 보고할 것이 있어 들어온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로이가 물었다.
“시녀 한 명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녀가?”
“아가씨가 오시면 모실 시녀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시녀를 벌써부터 뽑겠다고?”
“사람을 구하려면 일찍 구하는 게 낫다고 시녀장이 말하더군요.”
시녀장은 이곳에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었다. 시녀장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에 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이것도 사람을 보내 부치도록 해라.”
“부인께 보내는 편지입니까?”
“그렇지.”
집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보내는 편지다. 좀 더 빨리 보내고 싶었는데 쓰는 게 늦었다.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편지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을 시킬까요?”
“적당한 놈으로 골라.”
“네, 알겠습니다.”
더윈은 편지를 가지고 나갔다. 가문의 인장이 찍힌 편지다. 조심해서 다뤄야 했다.
더윈이 나가고 로이는 혼자 남았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진행되고 있었다. 영주로서 바쁘게 살 줄 알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일이 많지 않았다.
“백작님.”
“들어와라.”
그가 말을 하자 긴 청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들어왔다.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서류로 정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본래 그녀는 서류를 정리해 수도로 보고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뀐 주인인 로이에게 보고해야 했다.
“스안나.”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무슨 일이지?”
“정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초보 영주는 그녀의 말을 잘 들었다. 자신은 잘 모른다고,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을 실제로 지키고 있었다.
“거름 구입 때문에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지?”
“예년보다 거름 값이 높아질 것 같아서요.”
“상단을 바꾸면 안 되나?”
“이 상단의 거름이 품질이 좋습니다.”
스안나의 말에 로이가 그녀가 준 서류를 보았다. 상단에서 보낸, 거름 값을 10퍼센트 인상하겠다는 안내문이었다.
“으흠.”
“직접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군.”
직접 업자를 만나서 단판을 지어야 할 것 같다. 그는 얼른 외투를 챙겨 입었다.
“올해 풍년이 들어서 말입니다. 옷을 새로 사는 건 어떨까요?”
그는 로이의 옷을 바라보았다. 나름 깨끗하지만 영주가 입기에는 초라해 보였다.
“옷은 이틀 뒤에 디자이너가 오기로 했다.”
성에서 마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번화한 도시가 있었다. 그곳에 사는 디자이너가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다행이군요.”
스안나는 잘난 영주의 외모를 보며 호강했다. 얼굴이 워낙 잘생겨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어서 가도록 하지.”
“네.”
스안나는 그를 따라갔다. 그가 지나가자 복도에 있던 시녀들이 모두 인사를 했다.
“백작님.”
기사단장 에녹이 손을 흔들었다.
“어딜 가십니까?”
“거름 업체에 볼일이 있어서 간다.”
“아, 그럼 나중에 대련 한 번 부탁드립니다.”
에녹은 기사단장으로 실력이 좋았다. 그래서 로이와 대련한 적이 있는데 로이가 쉽게 이겨 버렸다. 에녹은 거기에 충격을 받고 로이에게 심심하면 대련을 청하고 있었다. 그와 대련을 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았다.”
로이는 그리 말하고 건물을 나왔다. 건물 밖에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스안나와 로이는 밖을 보며 업체에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 * *
“이것으로 역사 수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몇 년 동안 주 3일 배우던 역사 수업이 끝났다. 감회가 남달랐다.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수업이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다. 다양한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녀는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교수에게 주었다. 그것을 받은 교수는 남다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성실히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숙제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하고, 복습도 철저히 했던 아가씨였다. 이런 학생은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이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아리스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 웃음이 무척이나 예뻐 보였다.
교수가 나가고 지난 몇 년간 수업을 들으면서 있었던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가씨.”
루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쟁반에는 차와 과자가 있었다.
“수업이 빨리 끝났네요.”
다른 수업을 들으려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루진이 가져온 과자를 먹고 차를 마셨다.
“아, 그리고 이거요.”
루진이 품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어머.”
로이가 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가 떠난 지 2주일이 조금 안 돼서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편지지를 보았다. 로이가 가문의 인장을 찍어 보냈다.
“전 나가 볼게요.”
말을 남긴 루진이 나갔다.
“뭐라 썼을까.”
그녀는 편지를 열었다. 편지에는 로이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기사단과 대련을 해서 모두 이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른 이들이 모두 잘 대해 준다고도 적혀 있었다. 마지막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아이 참.”
그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니 묘한 감각이 밀려왔다. 마치 곁에서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사냥 대회라.’
안 그래도 아버지가 오늘 사냥 대회와 관련해 회의가 있다고 하셨다. 로이도 참가한다고 하던데. 그때 보자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꽃으로 참가한다 해도 자신은 선택받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니 말이다.
‘설마 나보고 참가하라고 황제가 명령하겠어?’
로이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자신을 황제가 사냥 대회의 꽃으로 참가하라고 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로이가 다른 여자를 택해서 춤추는 건 보기 싫은데.
상위권으로 입상한다 해도 다른 여자를 선택하지 말라고 해야지. 입상권자가 꽃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정혼자가 있거나 기혼인 경우 꽃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로이를 응원하기 위해 참가해야겠다. 꽃으로 참가하지 않고 말이다.
차를 마시며 편지를 읽은 그녀는 방그레 웃었다.
‘답장을 써야겠다.’
뭐라고 쓸까. 고민하던 그녀는 오늘 수업이 끝난 것을 쓰기로 했다. 로이는 자신이 쓰는 내용이라면 다 즐겁게 읽어 줄 것이다.
* * *
주셀은 천천히 걸었다. 황태자가 요즘 한 명의 여자만 가까이한다는 기사를 보고 헛웃음을 쳤다. 자작 가문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거상의 딸이었기에 돈이 아쉽지 않은 집안이었다. 하지만 신년회에 참석하기엔 조금 부족한 가문이어서 황태자가 그 여자를 신년회에 참석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이유를 들고 있다고 했다.
이것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차라리 정부를 두었을 때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흠.”
고민하던 주셀은 집무실을 나왔다. 오늘은 사냥 대회와 사냥 대회의 꽃을 정하는 날이었다. 작년보다 조금 빨리 사냥 대회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귀족들이 모두 앉아 있었다. 사냥 대회 참가자를 보던 주셀은 로이 델라이 백작을 발견하고 방긋 웃었다. 벌써부터 백작의 의무를 잘 시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꽃으로 참석할 명단이다.”
주셀은 신하들이 반대 의사를 늘어놓기 전에 명단을 정해 두었다. 이안은 얼른 명단을 살폈다. 아리스 호리슨은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스 호리슨은 정혼자가 있으니 제외다.”
황제가 이안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안이 시무룩해졌다. 딸이 명단에 없는 건 좋지만 정혼자가 있는 건 마음에 걸렸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았는데 정혼자가 있다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