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it was a half-way ring RAW novel - Chapter 187
187. 깨닫게 해줘야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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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중은 어둠 속에 녹아 들어가는 삼십 명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괜찮을 거예요. 무리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곁에 서 있던 원지혜가 한영중을 안심시켰다.
부상자를 제외하고, 인원을 절반씩 나누어 천마신교를 기습하기로 한 것이다.
“불안해서 그러지. 이게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건 둘째 치고, 놈들이 작정하고 추격대를 꾸리면 겨우 서른 명이 무얼 할 수 있겠어?”
“주군께서 쓸데없는 일을 시키시는 분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풍룡대주님이 함께 가셨으니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거기에 미령이도 함께잖아요.”
“그러려나?”
한영중이 조금은 마음을 놓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초무성은 이제껏 엉뚱해 보이는 명령을 내린 적은 있으나, 그게 쓸데없는 명령이었던 경우는 없었다.
기습은 두 개조로 나누어 실시할 예정이었고, 일조가 방금 출발한 상황이다.
불과 한 식경도 채 쉬지 못하고 나갔으니 부담스럽기는 할 테지만, 대신에 첫 번째 기습을 하기 전까지 충분히 쉬었던 만큼 부담은 없을 터였다.
“주군께서는… 으응?”
부담감을 털어 낸 한영중이 초무성이 휴식하는 곳에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눈을 감은 채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초무성의 전신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보, 주군의 주변에 흐르는 기운이 이상해요.”
덩달아 고개를 돌렸던 원지혜가 굳은 얼굴로 한영중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운기조식과 같은 행위를 한다고 보기에는 초무성의 얼굴이 너무나 평온했다.
다만, 그의 주변의 기운이 심상치 않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불안했다.
휴식을 취하던 무인들이 이상함을 느끼고서 초무성에게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한영중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상치가 않아. 가까이 가 봐야겠어.”
“같이 가요.”
한영중은 원지혜와 함께 가부좌를 틀고 앉은 초무성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듯 팔짱을 끼고 서서 싸늘한 표정으로 호법을 섰다.
‘역시나 주군께서는 연공 중이셨어. 이런 곳에서까지 무공을 수련하시다니… 태평하신 건지 대범하신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나저나 대단하군. 이만한 기운을 품고 계시다니! 주변에 흐르는 기운이 주군에게 이끌려 오는 것인가?’
내심 감탄하는 한영중이었다.
슬쩍 원지혜와 눈을 맞추고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전음으로 초무성이 연공 중이라는 사실을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
초무성을 중심으로 주변의 기운이 점점 더 요동을 치기 시작했으니까.
“……!”
조금은 느슨하게 생각하고서 호법을 서려던 한영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원지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나, 나도 모르겠어! 주군께서 대오각성하시려는 것인가?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고비에 들어가시면 위험할 수 있어!] [알았어요!]한영중과 원지혜의 표정이 돌변했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경계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각자 병기를 뽑아 들고서 긴장했다.
누구든 가까이 다가오면 베겠다는 기세였다.
우우우웅!
초무성의 주변에서 수십만 마리의 벌떼가 날아다니는 듯한 진동음이 일어났다.
그에 따라 주변의 기운이 더욱 강렬해지고, 초무성의 몸에 흐르던 은은한 빛은 눈이 부실 지경으로 강렬해졌다.
호기심이 일어난 무인들이 초무성에게 시선을 집중했으나, 감히 가까이 다가오는 무인은 없었다.
아니,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설염구와 하무백, 그리고 이조에 남은 칠 전대원이었다.
“…….”
설염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함께 걸어온 하무백과 칠 전대원을 늘어뜨리고 전방을 가로막았다.
다른 사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초무성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과 주변에 몰려든 대자연의 기운이 하나로 뒤엉켜 가고 있었다.
스스스슷!
초무성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대단하구나, 주군께서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하지 못하겠군.’
한영중이 감탄했다.
가부좌를 튼 채로 떠오른 초무성의 주변으로 흐르는 기운에 피부가 찌릿할 정도로 자극을 받는다.
지금처럼 초무성이 허공에 떠오르는 모습을 한영중은 두 번째 보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공중부양(空中浮揚, 사람의 몸이 떠오르는 것) 같은 게 아니야, 부공삼매(浮空三昧)의 현상이 틀림없어!’
한영중은 확신했다.
은룡문에서 보았던 것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공중부양은 단순히 육체가 허공에 떠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전에 초무성이 허공에 떠올랐던 것은 다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몸에 가득 찬 기운을 배출하면서 발생한 현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초무성의 몸에서 배출되는 기운이 없고, 오히려 대자연의 기운이 초무성에게 끊임없이 흡수되고 있었다.
어느새 초무성의 얼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엄청난 기운이 그의 몸 안에서 회오리치고 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우우우웅….
초무성의 몸이 허공에 둥둥 뜬 채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진동을 일으킨다.
‘괜찮으신 겁니까, 주군?’
한영중이 불안해하는 얼굴을 하고서 초무성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초무성의 피부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굵은 핏줄이 징그럽게 보일 정도로 튀어나와 꿈틀대고 있었다.
단순히 지금의 모습만 보자면 지옥에서 막 기어 올라온 야차(夜叉) 같았다.
‘주군, 견디셔야 합니다!’
한영중이 어금니를 으득 깨물었다.
하필이면 지금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다니,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하고 조용한 곳에서 깨달음을 얻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은 한영중만이 아니었다.
앞에서 호법을 서는 설염구의 표정도 잔뜩 불안감에 젖어 있었다.
“…….”
한영중은 입가에 검지를 대었다.
조용히 해 달라는 의미였다.
넓게 기막을 펼쳐서, 혹시나 다른 사람이 소리를 내어 방해하지 않을까 대비하였다.
점점 더 주변의 기운이 빨려 들어와 거세지기만 했고, 한영중은 자신만으로는 부족해 원지혜에게 도움을 요청해 기막의 범위를 넓혔다.
그런 와중에도 대자연의 기운은 한영중 부부가 펼쳐 놓은 기막을 통과해 초무성에게로 계속 집중되었다.
한영중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사방을 경계하는 그때였다.
“!”
조금씩 덩치를 불리던 기운이 급작스럽게 증폭되는 느낌에 한영중이 뒤를 돌아보았다.
파아앗!
“으윽!”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한영중이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중심인 초무성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빛과 함께 퍼져 나와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찌릿한 느낌을 주는 기운이 한영중의 육신을 한차례 훑으며 스쳐 지나갔다.
단전에 쌓아둔 내공이 출렁이는 듯하더니 정화되는 듯했다.
눈을 가렸던 손을 치우자, 강렬한 빛을 발하던 초무성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서 가부좌를 튼 채로 허공에 떠 있었다.
부공삼매 현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초무성의 전신은 여전히 은은한 빛에 휘감겨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가 달라졌다.
“……!”
“아…….”
“세상에!”
“내가 저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오기조원(五氣朝元)!”
“뇌룡도가 저토록 내면의 공부가 깊었단 말인가!”
“기사(奇事, 기이한 일)로다! 기사야!”
나직한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마교를 기습하기 위해서 나누어진 이조의 무인들이 눈앞의 광경에 부러움과 질시하는 마음, 그리고 경외를 담아서 초무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초무성의 머리 위로 다섯 개의 고리가 떠올라 있었다.
다섯 개의 고리가 천천히 회전을 일으키더니 하나의 커다란 고리로 변하였다.
그것도 잠시,
커다란 고리가 연기로 화하는가 싶더니 초무성의 정수리에 스며들듯이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초무성이 눈을 번쩍 떴다.
“응? 왜들 그러고 있습니까? 내공 수련하는 거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초무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들이 전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화경의 경지쯤 되면 내공을 수련하다가 허공에 떠다니는 일이야 흔한 거 아닌가?’
남들이 들으면 재수 없다고 할 생각을 하면서, 초무성은 주변에 떠도는 기운을 수습하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군, 축하드립니다.”
한영중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원지혜와 하무백, 그리고 설염구를 비롯한 초씨세가 출신의 무인들이 일제히 뒤를 따라 한쪽 무릎을 굽히며 주저앉았다.
“축하드립니다!”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말로만 들었던 오기조원(五氣朝元)의 현상.
어디 그뿐인가?
다섯 가지의 각기 다른 속성으로 이루어진 고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기이한 현상까지 목격했다.
게다가 현재 초무성의 모습은 그 대단한 현상을 일으키고서도 오히려 운공하기 전과 달리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무공의 경지를 논할 때 흔히들 말하는 반박귀진(返璞歸眞)의 경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무공의 경지가 극(極)에 이르러서 오히려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무(武)의 경지.
“…뭘?”
초무성은 왜들 이러나 싶었다.
세가의 무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어째서 다른 문파에서 지원 나온 무인들까지 저런 눈빛으로 쳐다본단 말인가!
“이야… 동생! 장난 아닌데?”
“네? 뭐가요?”
온리원이 엄지를 세우면서 상기된 얼굴로 다가오자, 초무성은 의형이 징그럽게 왜 이러나 싶었다.
“오기조원의 경지라니! 나 놀랐다고, 동생. 으하하하!”
온리원이 과장되게 웃으면서 다가와 초무성의 어깨에 팔을 턱 얹었다.
마치… ‘봤지? 내가 이 녀석의 형이야!’라는 걸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일부러 ‘동생’이라는 단어에 힘을 빡 주었다.
“형님, 새삼스럽게 왜 이러십니까?”
초무성이 남세스럽다는 표정을 하고서 온리원의 팔을 풀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
침묵이 감돌았다.
온리원은 녹림십오걸 중 하나, 즉 산적이다.
그런 존재가 스스럼없이 초무성과 어깨동무하고 동생이라 부른다.
초무성 또한 거부감 없이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정파 출신 무인들이 찝찝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하하! 온 소협, 잠시 나와 얘기 좀 합시다.”
설염구가 크게 웃으면서 다가와 온리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가,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우락부락한 얼굴에 덩치까지 만만치 않은 설염구가 친근한 척하자, 온리원은 당황하고 말았다.
웃고는 있지만, 어딘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설염구가 초씨세가의 사람임을 알기에 초무성을 부르려 했으나,
드드득!
“큭!”
어깨를 짓누르는 강한 압력에 온리원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내가 무성 형님 동생이거든?]설염구가 환하게 웃으면서 보내는 전음에 온리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새삼스럽게 설염구의 얼굴을 확인한 온리원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적어도 마흔은 훌쩍 넘는 얼굴의 설염구가 초무성의 동생이라니….
[나한테 형님 소리 듣고 싶어서 그래? 그래서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무성 형님이 네놈의 동생이라고 씨불인 거냐?] [아,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거 아닙니다!]온리원이 고개를 좌우로 짤짤짤 흔들었다.
[우리, 개족보 만들지 말자. 내 말, 뭔 뜻인지 알지?] [… 네.]기가 죽는 온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