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190
〈 190화 〉 진의 비전
첸과 샤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나는 진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기로 했다.
진의 비전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나에게 기꺼이 정보의 제공에 협력할 자가 마침 있었다.
나를 주인으로 섬기기로 한 유에였다.
“오셨습니까.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잘 다녀왔어. 그사이 참 많은 일이 생겼더라고.”
“큰일이었지요. 차를 내겠습니다.”
찾아가자 유에는 시계탑의 방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하고 있었다.
내가 오자마자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태연히 맞이하며 차를 준비하는 모습은 보고 있으면 묘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성실하고 좋은 아이다.
그러고 보면 알리에게 메이드복을 주문하는 것을 잊었다. 뭐. 좀 전에는 도무지 그런 말 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잊지 말고 말해야겠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것입니까?”
내가 의자를 당겨 앉자(살풍경한 방이었지만 내가 찾아올 때를 대비해 의자랑 탁자 정도는 갖추게 되었다) 탁자 위에 차를 내려놓으며 유에가 물었다.
“진의 비전에 대해 알고 싶어.”
“……진의 비전, 말씀입니까.”
“그래.”
유에는 잠시 고민했다.
“우선,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주인님이라면 이미 꽤 알고 있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앞서 물었다. 내가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 상정하는 게 마음에 든다.
“익힌 자의 육체를 돌과 같이 경화하고 주먹으로도 어떤 중갑이든 관통할 수 있는 기술. 그렇게 알고 있어.”
“표면적으로 보기엔 그 정도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더 알고 싶으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익히려면 어떤 희생이 필요하지?”
내 질문에 유에는 흠칫했다.
“주인님에게는 말해도 괜찮겠지요. 결코 동방연맹에게 있어 해가 되실 분은 아니니.”
그리고 딱히 길게 고민하지 않고 담담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해가 된다면 말하지 않을 건가?”
“……해가 되는 것조차 나름의 뜻이 있으시리라고 믿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유에는 주군과 동급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를 믿고 신뢰했다.
“진의 비전은 양과 음의 조화를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흐음.”
게임이었다면 아무래도 좋으니 성능만 알려주라고 하며 스타트 버튼으로 스킵할 것 같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든 생물은 각각의 양과 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니는 양과 음의 비율은 태어날 때 결정되지요.”
“태어날 때?”
“네. 가장 간단한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남성은 양을, 여성을 음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과연. 대충 이해했어.”
그런대로 들어본 적 있는 개념이었다. 동방연맹은 동양이 모티브이니 있을 법도 하다.
“양과 음의 양에 따라서 얼마나 남성스럽고 여성스러운지 용모가 정해지지요. 양의 기운이 강한 사람은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이 되고, 음의 기운이 강한 사람은 키가 작고 부드러운 몸을 지니게 된다고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예를 드는 것에 불과합니다만.”
유에가 설명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는 유에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러면 제자 중에 음의 기운이 제일 많은 건 누구일까?”
“그건……. 제 생각으론 아비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하고 있으니까요. 분명 아이도 잘 낳을 것입니다.”
확실히 순산형의 몸매이긴 하다. 울프힐데에게 젖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물리고 있는 것 같고.
그러고 보면 교단 소속의 시스터는 원래는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지만 지금의 부패한 교단에선 신부와 결혼하는 일도 흔하다고 어디에서 봤던 것도 같다. 새롭게 개정된 교리의 덕이다.
시스터를 잔뜩 모아서 하렘을 차리는 신부를 상상하면 꼴사나우면서도 약간 부러운 기분이 든다. 시스터라. 생각해 보면 딱히 수녀복 플레이 같은 건 안 했다. 조만간 고해실 문 닫고 펠라치오라도 시켜볼까.
“흠, 흠. 루시아나 텟샤는 어떤데? 모리건은?”
나는 그만 다른 곳으로 새어버린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
“그 둘은 다부진 구석이 많이 있으니, 양의 기운도 제법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리건의 경우는 평소와 마족의 힘을 해방했을 때 음과 양의 차이가 꽤 극명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릇이 크기에 평범한 인간보단 기운 자체가 많은 느낌일까요. 인간의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확실히 선머슴 같다고 해야 할까, 힘도 제법 강하고 근육도 튼실한 편이긴 하다.
“양과 음, 둘 중 하나에 치우치는 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완전히 조화를 이루는 일은 없습니다만.”
“그렇구나. 그렇다면 양의 기운만 많은 남자는 어떤 거야?”
“양의 기운이 과하게 넘친다면 섬세함이 없기에 기를 익힐 수 없습니다. 무란 단순히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힘쓰는 일밖에 못 하겠지요.”
“그런가. 대충 알 것 같네. 그래서 그게 진의 비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그런대로 들을 가치가 있는 설정이었지만 그래서 무슨 결론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진의 비전은 그 양과 음을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오호.”
일단 감탄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그때 일격마다 자신의 양과 음을 조절해 신체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가장 유효한 타격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진의 비전입니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유에가 좀 더 상세하게 설명했다.
“양과 음을 조절함으로써 그런 게 가능하게 되는 건가?”
“네. 앞서 비유했듯이 양과 음은 상반되면서 서로 이끌립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이끌리듯이.”
말하고 나니 약간 민망한 듯 유에가 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이미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고 생각하는데 참 새삼스러운 반응이다.
“이끌리는 것은, 그것이 파괴의 행위라고 해도 적용됩니다.”
“파괴의 행위라면, 공격을 말하는 거지?”
내 질문에 유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음의 기운이 강한 자에게 양의 기운이 실린 공격을 가하면 겉으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큰 내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아아. 그건가. 대충 알고 있어. 몇 번 맞아봤으니까.”
게임으로는 흔히 ‘방어 관통’이라고 표현되는 것이었다. 동방연맹의 유닛들은 대부분 특정 직업군 한정으로 발동하는(대표적으론 중갑) 어느 정도의 방어 관통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동방연맹 상대론 중갑이 맨몸보다 약하다는 말이 나왔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다른 무술은 어떤데? 진의 비전만의 기술인 거야?”
내 질문에 유에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듯 잠시 침묵했다.
“기라는 것은 그 조화의, 이끌림을 이용해 두르고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동방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무는 차이가 크지요.”
“음. 확실히 듣고 보니 그러네.”
동방연맹의 전직은 성별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엔 같은 검사로 시작해도 성별에 따라 남자는 검객이나 검호, 무사 따위의 튼튼하고 전방에 서는 딜탱 형태가 되고, 여자는 암살자나 닌자, 도사 따위의 완전 극딜, 혹은 유틸을 챙기는 방향으로 성장하곤 했다.
“하지만 진의 비전은 그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의 비전은 그 제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유에는 말했다.
“자신의 양과 음을 조절해서 싸우는 기술이기에.”
“자신의 양과 음을 조절한다고?”
“네. 본디 조절할 수 없는, 태어나면서 주어진 수치를 수정하는 것, 그것이 진의 비전입니다.”
“……그렇군. 대충 이해했어.”
솔직히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적당히 그런 척 했다.
‘기존 시스템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그때그때 싸움마다 스킬의 등급을 조절하는 거 같은 건가?’
전투마다 상대에 따라 자신의 상성을 유리하게 바꾸는, 그런 느낌의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본디 태어나면서 주어진 자신의 양과 음의 균형을, 섭리를 깨뜨린다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이제야 본론이 나온 느낌이다. 가장 듣고 싶었던 부분이다.
솔직히 진의 비전이니 뭐니 그런 걸 익히지 않아도 강한 나에게 양과 음이니 뭐니 들어봐야 아무래도 좋다.
그런 기술은 결국 약한 놈들이 쓰는 거니까.
“다양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당장 신체의 성장이 멈추고 양과 음의 균형이 강제로 균등하게 맞춰지며 외모에도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외모에도, 변화……?”
유에의 말을 듣자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었다.
“……중성이 된다는 건가?”
첸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유에는 나의 질문을 긍정했다. 정답이었다.
“현재 동방연맹의 맹주이신 당주님께선, 대를 잇지 못하는 몸이십니다. 진의 비전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샤오 님은 늦기 전에 어렵게 낳았지요.”
“……고자가 되었다, 이 말인가.”
내 말에 유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살면서 진지하게 이 말을 내뱉을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러면 샤오도 고자가 되는 건가? 그건 지나치게 불쌍한데.”
“네?”
“아.”
무심코 한 말에 유에가 반응했다. 말실수였다.
“샤오 님, 진의 비전을 익히셨습니까?”
“……그래. 그런 것 같더라고. 모르고 있었나?”
말실수라고 할까, 유에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최근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졌다곤 생각했습니다만, 설마 비전에 손을 대셨을 줄은.”
유에는 알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는 듯 살짝 인상을 쓰고 자책했다.
“어째서 그렇게 서두르시는 것인지. 그야 최근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위험한 선택을 하셨군요.”
“……제법 냉정한 반응을 보이네.”
과거의 유에라면 흥분해서 어째서 말리지 못한 거냐느니 말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냉정하고 침착한 반응이었다.
“그렇습니까?”
“응. 예전이라면 ‘주군을 그렇게 몰아넣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같은 말 하면서 괜히 나한테 도를 겨눴을 것 같은데.”
“……그런다고 딱히 해결되는 일은 없지 않습니까.”
유에가 담담하게 말했다. 신나서 예시를 들은 내가 약간 민망해질 정도였다.
“저도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군에게도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유에는 현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주인님께서 주군이 파멸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지금의 냉정하고 침착한 유에의 태도는 주군인 샤오와 주인인 나. 그 둘에 대한 확실한 신뢰로 인해 나올 수 있는 태도였다.
“이거, 임무가 막중한데.”
“주인님이라면 능히 해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까지 쭉 해냈으니.”
유에가 신뢰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일말의 의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샤오는 줄곧 이런 눈빛을 마주했을까. 솔직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
“그래. 전부 어떻게든 해보지.”
하지만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
‘손이 가는 게 너무 많네, 정말.’
전부 해냈을 때, 이 세계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궁금하니까.
“갑자기 진의 비전에 관해 물어오셨을 때는 놀랐습니다만, 그 외의 용건도 있으시겠지요.”
진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가 일단락된 후, 유에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야크샤에 대해서, 말이지.
사관학교의 누구보다 야크샤를 증오하는 유에다.
“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감히 샤오 님에게 고개를 숙이게 하다니.”
담담했던 유에의 눈에 분노가 깃들었다. 줄곧 봐왔던 익숙한, 조금 꼴리는 표정이다.
“귀족의 횡포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무투대회를 통해 끝을 보아야 합니다.”
“그게 말이지, 조금 복잡해질 것 같아.”
하지만 야크샤를 쓰러뜨리겠다는 유에의 목표는 그리 간단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텟샤도 굉장히 화가 나서, 자기 손으로 야크샤를 벌주겠다고 결심했거든. 무투대회에서.”
“흠.”
나의 말에 유에가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야크샤를 데려온 것은 동방연맹, 진 가문의 자가 야크샤를 끊어내고 제국에게 성의를 보이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유에라고 해도 야크샤를 쓰러뜨리는 것을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길게 벼려왔던 일이니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래서 생각한 게, 2대2야.”
물론 거기에 대한 해답은 이미 충분히 생각해두었다.
“야크샤와 샤오가, 너랑 텟샤가 팀을 맺게 될 거다.”
“……야크샤와 샤오 님이 팀을 맺는다고 하셨습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유에를 설득하는 건 처음부터 꽤 어려울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