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00
〈 200화 〉 교단의 요구사항과 엔트리 – 3
“어때요, 향이 괜찮죠?”
“……굉장히 좋네요. 비싼 거 아니에요?”
라라아가 준 커피가 카페테리아에서 가끔 먹는 커피보다 확실히 질이 좋은 물건이라는 것은 문외한인 나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한 입 마셨을 뿐인데 씁쓸하면서도 기분 좋은 따뜻함이 온 몸으로 퍼지는 느낌이었다.
“본가에서 보내준 커피인데, 혼자서는 다 먹기 전에 상할 것도 같아서요. 원두를 나눠줄 테니 생각나면 끓여서 드세요.”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생각하고 움직이는 데 있어 카페인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감사히 받을 따름이다.
“이렇게 방에 찾아오시는 건 오랜만이네요. 항상 복도에서 만나곤 했으니.”
“지금도 저녁 먹은 뒤에는 복도에서 커피를 마시긴 해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아. 뭐……. 무투대회 준비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긴 해요.”
그러고 보면 요즘 저녁에 제대로 돌아온 적이 얼마 없었다. 밤늦게 돌아오거나 아예 제자의 방에서 섹스하며 외박하곤 했다.
“최근 매번 늦게 돌아오시고, 약간 무리하시는 게 아닐까 신경이 쓰여서요.”
“무리……라고 하면, 조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특훈 같은 거라도 시키시는 건가요?”
“비슷하다고 할까요. 다들 개성이 넘치니 이래저래 바빠요.”
의 특훈이라면 특훈이긴 하다. 실제로 엄청나게 강해지고 있긴 하고.
“제자들이 잘 따르나 봐요. 저는 아직도 말 안 듣는 애들이 반인데.”
“따르는 만큼 제가 할 일도 많죠. 소수정예도 쉽지 않네요.”
돌아보면 게임 할 때처럼 평범하게 열 명 이상 받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지금 6명만 해도 은근히 벅차다.
“믿음직스럽네요. 그래도 혹시 상담하거나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해주세요. 이래 봬도 학생의 상담역도 맡고 있거든요.”
“그런가요. 저보다 훨씬 믿음직스럽네요.”
나는 라라아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커피를 홀짝였다.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고민, 없으세요?”
“네?”
“저, 감은 좋거든요. 지금 레온 교수님은 고민이 무척 많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라라아가 보기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조금 불안하긴 해요.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들어서.”
없다고 우기기도 뭐해, 나는 솔직하게 고민을 인정했다.
“레온 교수님도 그런 생각을 하시네요. 의외에요.”
“……고민이 많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말했는데요.”
“아,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사소한 고민일 줄 알았다고 할까……. 그, 루시아 양에 대한 거라든지. 워낙에 기세가 좋으시니까 복잡한 고민은 안 하실 줄 알았어요.”
라라아가 허둥지둥했다. 간파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밟은 격이었다.
“사실 안 하고 있었는데, 지금 무투대회라든지 일이 꽤 복잡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음음. 음음. 그럴 수 있죠. 이해해요!”
일단 말하곤 있는데 벌써 느낌이 시원찮다. 아직 본격적인 고민은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해한다고 들어봐야 얼떨떨할 뿐이다.
“잘 되는 것 같다가 사실 전부 망쳐지는 게 아닐까 조금 불안하더라고요. 괜히 너무 흥분해서 이것저것 했다가 다 망치는 게 아닐까. 그런 불안한 기분.”
나는 내 감정을 가능한 간결하게 정리해서 라라아에게 전했다. 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도 그 기분 알아요. 제가 막 교수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할 때 비슷한 불안을 느꼈으니까요.”
라라아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나의 손을 양손을 잡았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면 아마 괜찮을 거예요!”
기합을 넣어주듯이 힘차게 라라아가 외쳤다.
“……괜찮을까요?”
“사실, 괜찮지 않게 될지도 몰라요.”
근성론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도리어 좀 더 불안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네?”
“노력은 가끔 보답받지 못하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배신은 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라라아는 몹시 진심이었다. 나를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표정에서 확실히 전해졌다.
“결국에는 다 뼈와 살이 되더라고요. 실패를 해도 그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할까요?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그런 느낌으로요.”
자기계발서 등지에서 흔히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실패했다고 해도 그리 큰 실패도 아니더라고요. 웬만하면 괜찮아요. 그리고 다음에는 제대로 할 수 있게 돼요. 저는 항상 그랬어요.”
하지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심으로 나를 응원하며 하는 라라아의 말은 무척 진지하게 다가왔다.
알지도 못하는, 분명 금수저라 마구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에서 꿀 빨다가 아랫것들을 계몽하기 위해 써재끼는 자기계발서의 말과는 다른, 투박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충고였다.
“……네. 라라아 씨 말이 맞아요. 그리고 아직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렇기도 하네요. 열심히 했으면 아마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실패에 대해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건 실패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그저 최선을 다해 부딪힐 뿐이다.
“고마워요. 큰 힘이 되었어요. 말하길 잘했네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제가 레온 교수님에게 도움이 다 되어보네요.”
내가 감사를 표하자 라라아가 환하게 웃었다. 예쁜 미소다.
“……라라아 씨 제자들은 어때요? 무투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나요?”
나는 커피를 홀짝여 괜히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라라아에게 물었다.
“아뇨. 제 아이들은 다들 얌전한 문과라서요. 의욕을 내던 애도 있긴 했는데, 야크샤 사건을 보고 나서 포기했어요.”
라라아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서 그런 참사가 일어났으니 다들 포기할 법도 하죠.”
텟샤처럼 도리어 분노해서 참가의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가 사실 드문 일이다. 맨손으로 상대의 팔을 뜯어낼 수 있는 괴물이 있는 무투대회에는 상식이 있다면 참가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정말 너무하죠. 아이작이 불쌍해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어때요? 팔이 날아갔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아이작은 딱히 도발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버릇을 못 고쳐서 험한 꼴을 당한 게 아니라면 동정할 가치는 있다.
“회복 중이에요. 재활 훈련도 거의 반년은 지나야 할 수 있을 거라고 해요.”
“반년……. 그건 크네요.”
한 학기를 통째로 날린다. 장으로 치자면 6장까지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야 실질 전투 요원으로는 쓸 수 없다. 성장을 따라잡는 것은 무리다.
……순간 의 힘이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자가 되는 한이 있어도 남자에게는 쓰고 싶지 않다. 무심코라고 해도 그런 생각을 떠올려버린 자신이 싫을 정도다.
“그래도 반대쪽 손으로 책을 읽는 걸 보면, 학업의 의지는 여전한 것 같아요.”
“그건 다행이네요. 조만간 보러 가보는 게 좋겠네요.”
“어머. 웬일로 남학생에게 관심을 다 가지시네요.”
“……그렇죠?”
여자만 제자로 받는 시점에서 부정하기도 민망하다. 어설프게 점잖을 떠는 것보다 그냥 쿨하게 인정하는 게 낫다.
“아이작에게는 예전에 모리건에게 덤빌 때 훈계를 해줬거든요.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
“저도 들었어요. 꽤 심한 말을 했다고 하던데 뭐라고 하셨던 건가요?”
“……그건 비밀이에요.”
죽은 누나 이름을 꺼내며 패드립을 했다곤 죽어도 말 못 한다. 돌아보니 좀 심하기도 했고. 잘생긴 남자 캐릭터가 들이대니 몹시 재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빚을 만들어둬서 나쁠 것도 없을 거고. 아이작의 가문은 명문 기사 가문이니.’
들은 이야기로 보건대 딱히 시비를 걸다가 험한 꼴을 당한 것도 아니니까 사과 겸 동정의 의미로 엘릭서 한 병 정도는 부어줘도 괜찮으리라.
솔직히 말하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보니 약간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내 제자가 아니지만 99회차 중 몇 번인가 아군으로 써먹은 적은 있으니까.
“야크샤, 무투대회에 참가하겠죠? 더 희생자가 나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다 손을 썼으니까요.”
나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라라아에게 손을 저으며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후후. 레온 교수님이 말하면 허풍도 꼭 진짜 같아요.”
“허풍이 아니지만요. 뭐, 야크샤가 날뛴다고 해도 우리 애들은 쉽게 당하지 않을 거고요.”
“아. 그러고 보면 쭉 궁금했어요. 제자 중 누가 출전하나요?”
“……그건 비밀이에요. 깜짝 놀랄 사람이 나올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나는 말을 돌렸다. 알려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일단 텟샤는 정체를 숨길 예정이기도 하니 그때의 즐거움으로 아껴두기로 했다.
“레온 교수님 제자들은 전부 쟁쟁하니까 누가 나올지 전혀 예상이 안 되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 기대,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네요.”
나는 정말로 기대된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라라아를 바라보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실히 준비해야겠다고 새롭게 마음을 다졌다.
이제 더는 쓸데없는 고민이 생각에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모리건의 방을 찾아갔다.
“저보고 무투대회에 나가라는 겁니까?”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서 모리건이 받아온 샌드위치를 깨작이고 있는 브리깃에게 명령했다. 무투대회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리건도 먹는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 꼴로 말입니까?”
“속박은 풀어줄게. 물론 도망치게 둘 생각은 없지만.”
나는 자신을 속박하는 사슬을 들어 보이는 브리깃에게 태연하게 대답했다. 장X한처럼 들고 나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기야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풀어줘도 된다면 처음부터 묶지 마시지 그랬습니까?”
“그러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냥 풀어도 되는 거였어?”
어이없어하는 브리깃과 동시에 모리건이 투덜거렸다.
“속박되어있다는 이미지는 중요하니까. 이제 풀어준다고 해서 도망칠 것도 아니잖아?”
“……도망친다고 해도 갈 곳 따위, 이제 모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니 뭐니 하는 단계까지는 아니어도 이제 충분히 도망칠 의지는 꺾였다. 포로 관리 항목에서 육체와 정신 둘 다 3단계에 접어든 덕이다.
“왜 저를 무투대회에 내보내시려는 겁니까? 승부 조작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너를 무투대회에 내보내라는 건 교단의 요구야.”
“교단의……?”
교단이라는 말에 브리깃이 동요했다. 모리건은 별 관심 없는 듯 다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응. 네가 살아있고 포로로 잡혀있다는 걸 알고 있긴 한가 보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구하려거나 신변을 인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투대회에 나가라고 했다는 거군요.”
“이제 분위기 파악도 잘 하네. 보기와는 달리 꽤 머리가 좋다니까.”
“보기에는 머리가 나빠 보인다는 것이군요.”
이젠 제법 농담도 오고간다. 처음에 비하면 경계가 많이 누그러지긴 했다.
“뭐, 이왕 나가는 거,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너 자신을 알릴 기회도 될 거고.”
“…….”
브리깃은 시선을 피하며 침묵했다. 모리건은 샌드위치를 다 먹은 뒤 냅킨으로 입가를 슥슥 닦았다.
“얌전히 듣고는 있었지만, 꽤 갑작스러운 이야기네. 2인 1조로 출전한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내가 브리깃이랑 같이 나가는 거야? 교단에서 뭐라고 안 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좀 쉬도록 해.”
“쉬어?”
나의 쉬라는 말에 모리건이 의아해했다. 침묵하던 브리깃 또한 무슨 이야기냐는 듯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브리깃은 울프힐데와 함께 내보낼 거야.”
“!”
“……울프힐데랑?”
울프힐데의 이름이 나오지 브리깃이 동요하고 모리건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그래도 괜찮아?”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어? 울프힐데의 실력이라면 너도 잘 알잖아.”
“실력을 걱정하는 건 아니야. 그런 곳에 떡하니 울프힐데를 내놓아도 괜찮을지 걱정이지.”
함께 싸우면서 제법 친해지긴 한 것일까. 걱정하는 마음이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