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21
〈 521화 〉 황가의 사정 – 2
“도, 도로시. 진짜야? 생겼어? 지금 임신했어?”
“그, 그게. 저. 일단, 일단은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아직 어떻게 할지는 결정하지 못해서. 저…….”
텟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로시에게 물었다. 도로시는 완전히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며 황제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어떻게 하긴. 낳아야지. 숨기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도로시.”
“그,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은 기쁘지만, 역시 두 분의 의견도…….
“아니, 아니야. 안 된다는 건 아니야.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냐. 그냥 많이 놀랐을 뿐.”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로시에게 텟샤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전에 도로시아 황제의 애첩이 되었다는 말에도 손자보다 동생이 먼저 생길지 모르겠네, 하고 농담 삼아 말했던 걸 생각하면 딱히 저항감을 가진 건 아닌 듯싶다.
“오히려 네 아이라면 나도 보고 싶고. 다른 사람의 아이도 아니고 네 애인데 내가 싫어할 리가 없잖아?”
“…….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텟샤는 걱정할 것 없다며 도로시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도로시는 조금 안심한 듯 작게 미소를 지었다.
“또 아빠도 그 애한테 굳이 황위를 물려줄 생각은 없잖아? 카시우스도 안 받기로 했는데.”
“그리 결정하긴 했지만,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하니 조금 심란해지는데.”
텟샤의 말에 얌전히 있던 카시우스가 불편해했다. 약간 안심했던 도로시가 다시 움찔하고 카시우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니, 딱히 뭐라고 한 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카시우스는 바로 그런 거 아니라며 부정했다. 카시우스도 동생이 생기는 것에 거부감은 없는 듯싶다.
“텟샤랑 카시우스도 괜찮다고 하는군. 말한 대로 낳도록 해.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면 괜히 공표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네……. 두 분의 이해에 감사드립니다.”
도로시는 안심하며 카시우스와 텟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나는 그런 도로시의 상태창을 다시 띄워 확인했다.
상태창의 칭호 칸에 라느니, 라 적혀있었다. 저 개월 수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변하는 것일까. 지식이 늘었다.
“하아……. 그때 도로시 아이라면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로 했을 줄이야. 깜짝 놀랐어.”
“그런데 피임 마법은 제대로 쓰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텟샤가 깊게 한숨을 쉬었고 카시우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나도 족보를 너무 꼬는 것도 미안하니 자제할 생각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할 때마다 피임 마법을 써달라고 마법사를 부르는 것은 제법 민망한 일이었거든.”
카시우스의 말에 황제가 멋쩍어하며 대답했다.
“…….”
“…….”
황제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하기에는 굉장히 사소한 이유에 카시우스와 텟샤가 차마 할 말을 잃었다. 황제 이전에 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듣는 기분은 또 복잡할 것 같긴 하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차마 이 침묵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없는 듯 도로시가 사과했다.
“횟수가 많으면 그럴 수 있지요. 이해합니다.”
“그렇지? 이해해주니 기쁘군.”
“……저, 정말, 죄송합니다.”
나의 이해한다는 말에 황제가 씩 웃었고 도로시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재차 사과했다. 나이가 꽤 있는데도 상당히 절륜한가. 괜히 황제가 아니구나 싶다.
“솔직히 말해 나도 이제 꽤 늙었으니 임신시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나는 생각보다 정정했던 모양이야.”
“아주 기력이 넘치네. 앞으로 10년은 더 황제를 해도 되겠어.”
텟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10년은 더 하라는 은근한 어필이었다.
이쪽도 지지 않게 빨리 일 끝내고 손자를 만들어보도록 해야겠다. 텟샤에게 그럴 의지도 넘치는 것 같고.
“그, 그러면 저는. 이만……. 실례했습니다.”
도로시는 수치심에 차마 더는 못 있겠다는 듯 새빨개져서 자리를 피했다. 굉장히 있기 불편한 자리이긴 할 테니 다들 붙잡지 않고 보내줬다.
“그런데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시긴 하는군요. 이전에도 그랬지만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젊은 애의 정기를 받으니 그런 걸지도 모르지. 지금은 보는 눈이 있어서 딱딱하게 굴지만 둘이 있을 때는 보기보다 애교가 많아, 도로시.”
나의 아부에 황제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애교가 많은 도로시라, 조금 보고 싶어졌다. 무지 귀여울 것 같아서 신경 쓰인다. 나중에 월드맵 줌업 화면으로 슬쩍 구경해보면 좋을까.
‘그런데 아부가 아니라 진짜 건강해보이긴 하네. 원작에서는 이쯤만 해도 제법 콜록거리고 있었는데.’
기존 회차와는 달리 지금의 황제는 아주 건장했다. 기존 회차에서 잠깐 나올 때는 연신 기침을 하는 병약한 모습이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카시우스가 좋은 녀석이 되어서 베히모스 추종자들의 계획이 어찌 된 건가.’
기존이라면 카시우스가 베히모스의 따르는 자들의 ‘황위를 이어받기 위해서는 황녀가 사관학교에 간 지금이다’라며 부추기는 말에 넘어가 ‘장기적인 독살’을 묵인하였을 터이지만, 지금은 아예 그 계획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당연하다. 황위를 이어받을 생각이 없다고 단언한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테니까.
‘카시우스 없이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럴 배짱은 없었나.’
카시우스가 협력하지 않는다고 해도 뒤에서 진행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번 회차에서 황제에 대한 장기적인 독살 행위는 아예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덕분에 황제가 장기집권을 해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그동안 텟샤랑 좀 더 노닥거릴 수 있을 것이고. 너무 무리시키는 것도 미안하니 10년씩 시키지는 않겠지만.
“뭐, 그러니……. 곧 나올 아이를 위해서라도, 황제 폐하께서는 평화를 원하시지 않겠습니까? 전란의 시대에 태어나게 하고 싶으시진 않을 터인데.”
나는 이야기를 되돌렸다. 늦게 셋째를 얻은 황제가 평화를 버리고 전쟁을 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지. 솔직히 말하면 전쟁 따위는 사양이야. 쭉 심심할 정도로 평화로웠으면 좋겠군.”
황제는 솔직하게 평화를 원한다고 인정했다.
“허세를 부리려고 했는데 잘 안 되었군. 늙어서도 탐욕스러운 폭군을 연기해볼 생각이었건만.”
그리고 껄껄 웃으며 솔직하게 덧붙였다.
“탐욕스러운 건 사실이니 연기할 것도 없겠네. 나랑 3살 차이도 안 나는 애를 데리고.”
텟샤가 쓴소리를 했다. 카시우스가 크흠, 하고 터지려는 웃음을 삼키고 황제가 그렇지? 하고 능글능글하게 받았다.
나름대로 사이가 좋은 가족일까. 황제 가문의 대화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격식이 없는 것 같기야 하지만.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황제 폐하께서 평화를 원하시기에 베히모스는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시해라는 무거운 단어가 나오자 분위기가 굳어졌다. 황제는 물론 텟샤와 카시우스도 웃음을 거두고 나에게 주목했다.
“……베히모스가 나를?”
“정확히는 ‘베히모스를 추종하는 자들’일까요. 다행히 이번에는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는? 그게 무슨 뜻이지?”
일부러 슬쩍 흘린 단어를 황제가 놓치지 않고 캐치했다.
“이런. ……혹시, 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나는 일부러 실수했다는 듯 잠시 입을 가린 뒤, 황제에게 물었다.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냥 직설적으로 까버리기로 했다. 돌려 설명하는 것도 귀찮다.
“즉, 자네는 삶을 계속 반복해왔다는 건가?”
“네. 올바른 결말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반복해왔습니다. 제국의 편이 될 때도, 교단의 편이 될 때도, 그리고 동방의 편이 될 때도 있었지요.”
나는 황제에게 대충 에 대해 설명했다.
“흥미롭군. 그동안 나는 잘 지냈나?”
“……그 수없는 반복 동안 황제 폐하는, 항상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웃음기를 빼고 단호하게 말했다. 텟샤와 카시우스가 동요했고, 황제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내가? 일찍 죽었다고?”
“베히모스의 추종자들에게 독살당하셨습니다. 느리고, 장기적으로. 그 탓에 원래 지금쯤에는 기침으로 고생을 하고 계셨지요. 이번에는 그렇지 않으십니다만.”
황제는 침묵했다.
“흥미롭군.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지?”
그리고 좀 더 납득이 가게 말해보라고 추궁했다. 역시 그리 간단히 믿어주진 않는다.
“……짚이는 것이 있습니다.”
황제의 의문에 대답한 것은 내가 아니라 카시우스였다.
“카시우스. 뭐지?”
“저에게 면담을 요청한 자들이 있었습니다.”
카시우스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황녀에게 빼앗기지 않고 황위를 이어받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수상한 냄새가 나는 면담 요청에 텟샤와 황제가 동시에 인상을 썼다. 불쾌해하는 표정이 제법 닮았다.
“……그 면담에 응했어?”
“거절했어. 황위는 이미 너에게 양보하기로 했으니까. 끈질기게도 두 번 물어봤지만 응하지 않았어. 귀찮고.”
텟샤의 질문에 카시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황위에 완전히 미련이 없어진 모습이다.
“이번에도 너를 이용하려 했던 것 같네, 베히모스의 추종자.”
“이번에도……?”
내 말에 카시우스가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의 너는 콤플렉스를 극복했지만, 내가 지나온 삶에서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 빈틈을 파고들어 황제를 시해하려 했어.”
“!”
자신이 황제를 시해하려고 했다는 말에 카시우스는 순간 강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웃기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이전의 나라면 그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없겠군.”
하지만 이내 조용히 나의 말을 인정했다. 그리고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해도 자신이 황제의, 아버지의 시해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으리라.
“카시우스.”
괜히 너무 자세하게 말했나 싶어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카시우스를 황제가 불렀다.
“지금의 너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으리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손을 뻗어 침울해하는 카시우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황제가 말했다.
“설령 네가 그랬다고 해도, 아마 타당한 이유였겠지. 이해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만……. 뭐, 지금 제가 안 한다는 걸 알아주시면 됐습니다.”
카시우스는 황제가 쓰다듬어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대답했다. 침울한 기색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이제 꽤 사이 좋은 부자가 된 모습이다.
“그러면 레온, 하나 묻지. 자네의 지난 삶에서 제국은 어떻게 되지?”
“……제가 제국의 편이 되어 싸웠을 때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해드리지요.”
나는 차를 들어 목을 축인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폐하가 급작스럽게 서거한 이후, 제국은 카시우스와 텟샤의 파벌로 나뉘어 혼란에 빠집니다. 그 과정에서 외세의 개입도 시작되어, 대륙은 난세를 맞이하게 되지요.”
“……그거, 참.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네.”
또 자기 이름이 나오자 카시우스가 민망해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지금은 아니니까 괜찮다고 모두가 위로해주자 알고 있다며 괜히 버럭 화냈다.
“그리고 길고 긴 전쟁 끝에 제국은 대륙을 하나로 통일합니다.”
“대륙 통일을……? 그게 가능해?”
대륙을 통일한다는 말에 텟샤가 당황했다.
“지금이라면 무리겠지만, 그때는 내가 다른 세력의 제자를 도와주지 않았으니까.”
“아……. 뭐. 그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네.”
지금이야 교단에, 동방에도 나의 제자가 있으니 그들을 힘으로 누르고 통일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으리라고 텟샤는 이해했다.
“하지만 간단하게 되지는 않았고, 아주 많은 피가 흘렀어. 지금은 내 제자인 애들도 많이 죽었지.”
“……얼마나?”
다른 제자들이 죽었다는 말에 텟샤가 약간 동요하며 물었다.
“지금 내 제자 중에서는, 너랑 루시아를 빼면 거의 다일까.”
“……그건, 확실히 싫네.”
나의 대답에 텟샤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그런 짓을 하려는 자들을 제국에서 제거하는 것이 저의 이번 목적입니다.”
나는 이번에 제국에 온 목적을 확실히 밝혔다.
“베히모스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을.”
“……과연. 이번에 죽일 자들은 그들이라는 거군.”
황제는 나의 말을 확실히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