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30)
누군가 친절하게 말을 걸며 머리를 감겨주고, 정성스레 두피 지압도 해주고.
‘그게 진짜 시원하지······.’
깔끔하게 머리를 정돈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산들바람까지 불어오면······ 크으.
‘왜 헤어지면 머리부터 바꾸겠어.’
짧은 시간 안에 기분 전환하는 데는 헤어샵이 최고니까.
그치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욕심이 과했네.’
발상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성수에 엔터 회사들이 몰려있다는 생각.
>세리카>처럼 셀럽들이 드나들면 다른 가게와 저절로 시너지도 생기고, 우리 건물이 아뜰리에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렇지만 채연이 말을 들어보니.
탑 디자이너가 청담동을 벗어나는 건 한마디로 업계에서 물러나겠다는 소리였다.
어쩔 수 없이 목표는 하향조정.
‘······그렇게 대단한 샵이 아니어도 되니까.’
그런데.
“오빠······ 괜찮아요?”
채연이가 내 얼굴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피며 물었다.
“응, 괜찮아! 아주 괜찮아!”
“아닌 거 같은데. 엄청 아쉬운 거 같은데. 장난감 뺏긴 꼬맹이 같은데.”
······요 녀석, 요즘 자주 봤더니 내 속마음을 너무 잘 안다.
채연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오빠가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응?”
왜 이래.
“그렇게 좋은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굳이 그렇게 노력 안 해도 되잖아요. 어차피 점포는 알아서 들어올 텐데. 그런데 오빠는, 뭐라 해야 될까, 보기보다 야망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내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생각만 해본 거지.”
“아뇨, 우리 영화도 그래요. 그저께 리딩 끝나고, 작가님한테 이야기 들었거든요. 오빠가 처음에 이거 시나리오 너무 좋다고, 찍어보자고 했다면서요? 막 그 자리에서 투자금 몇 억 입금하면서.”
아니, 유열 씨.
보기보다 입이 싼 사람이었네?
“그 이야기 듣는데 괜히 제가 어깨가 으쓱해지더라고요, 흐흣. 그런데 그 사람이 내 남자친구다, 자랑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했는데요.”
왜 이렇게 부끄럽지.
뭔가, 사귀면 사귈수록 채연이와 내 관계가 점점 역전되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우쭈쭈, 우쭈쭈, 내 새끼 잘한다, 했던 것 같은데······.
“맞다, 이번에 아트 페어도 엄청 잘 됐잖아요!저 서이수 씨 인터뷰도 봤거든요. 절 찾아내고 지지해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이러던데. 그거 오빠죠? 맞죠?”
“그, 그렇겠지?”
“그니까요! 내 남자, 진짜 멋진 거 같아요.”
얘는 사귀고 나니까 이제 부끄러움이 없다.
나는 민망함에 목구멍이 막혔지만.
“컥.”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은 좋았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도전해봐요! 제 생각에······ 가능성이 아예 0%는 아닌 거 같아요.”
응?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업계에는 그런 게 있어요. 어떤 배우나 아이돌이 한 팀이랑 일을 오래 하잖아요? 그럼 웬만하면 그 팀이랑 쭉 같이 가요.”
“오······ 그렇겠네?”
“그쵸. 아무래도 내 얼굴, 내 피부톤, 내 두상, 내 스타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거기 있으니까요.”
맞아.
나도 예전에 동네 미용실이긴 했지만, 한 번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 있으면 무조건 거기로만 갔다.
그 선생님이 갑자기 없어지기라도 한다?
아주 생난리가 나는 거다.
어디로 옮기셨나 인스타를 뒤져보기도 하고, 새로운 데 뚫겠다고 돌아다니다가 친구들한테 놀림도 받고.
연예인들이라면 그것보다 더하면 더하겠지.
다만.
“그렇게 연예인들이랑 일 많이 하는 분이면 청담에서 더 안 나오지 않을까? 대부분 원장님들일 거고.”
걱정거리는 그대로였다.
그러자 의미심장하게 웃는 채연이.
“그쵸? 근데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그날 식사는.
전부 내가 냈다.
아니, 앞으로 일주일은 내가 계속 내기로 했다.
*
단미소.
이름부터가 그냥 뷰티한 사람이었다.
채연이 말로는.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는 이미 스타나 다름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중요한 촬영이 있으면 우선 그분한테 연락을 해보는 게 기본.
[ 진짜 달라요. 그분이랑 작업하면 무조건 인생샷 건지거든요. ]근데 그게 거의 로또 수준.
>코리안 트롯> 콘서트 티켓팅 수준.
맡기고 싶다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탑티어 연예인들로 스케쥴이 꽉 차 있는 사람이랬다.
[ 그렇게 작업하면, 거의 하루종일 딱 붙어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스케쥴이 비지가 않는 거죠. ]그런데 미스테리.
그렇게 몇 년째 업계 평판이 최고인 사람인데도 독립을 하지 못했다는 것.
아니, 독립이 문제가 아니랬다.
[ 요즘 뷰티에 관심이 진짜 많잖아요. 그래서 웬만큼 유명한 분들은 인스타는 기본이고, 유튜브도 하거든요? 연예인들 세팅하는 모습 찍어서 올리기도 하구요. ]그런데 단미소, 그녀에게는 그 흔한 인스타 계정조차 없다는 것.
[ 다들 진짜 이상하게 생각해요. 소문으로는······ 거기 원장님이랑 트러블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것도 이상하죠. 트러블이 있으면 거길 나오면 되잖아요? 근데 거기에서 계속 일하니까. ]듣다 보니, 이거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사람의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탐!”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알 수 있지.
그것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럭키 스트라이크」, 「조합」 쿠폰들과 함께라면!
그런데.
“······진짜 없잖아.”
정말 재료로 쓸 정보조차 거의 없었다.
인스타도 없어, 뉴스도 없어, 비하인드도 없어.
그나마 재료로 쓸 만한 정보라면.
[ 헤어 & 메이크업 ] [ 단미소 디자이너 ] [ 1. 유선으로만 예약 가능합니다. ] [ 2. 일정에 따라, 예약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최소 1주일 전에 미리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 예약 페이지 정도.
리뷰라도 많으면 전부 모아서 「양질 전환」을 해볼 텐데. 그마저도 다른 디자이너들에 비해 확연하게 적었다.
‘일반인 예약은 거의 안 된다고 봐야겠네.’
그런데 그 예약 페이지만 봐도 좀 이상했다.
그렇게 잘나간다는 사람이 ‘디자이너’인데.
그 위로는 ‘실장’, ‘팀장’, ‘부원장’, ‘원장’까지 더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줄줄이 있었다.
‘수상하긴 해······.’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그랬다.
청담동 디자이너가 아니라 인턴이나 어시 같은 사람들도 자기 유튜브, 인스타를 아주 화려하게 꾸며뒀던데.
‘진짜로 원장이랑 트러블이 있는 건가? 근데 그것도 말이 안 되는데.’
원장에 대한 기사들과 자료를 모아서 돌려보기도 했다. 남아도는 쿠폰도 팍팍 써가며.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되어 「양질 전환」에 보너스 효율이 적용됩니다.
──「미리보기」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결과물을 선택해주세요.
──A. 목휴 프리미엄 A4용지 30매
──B. >빗결> 월 매출 집계 (지난 달 기준)
──C. >빗결> 원장 하수희의 VIP고객 리스트
B옵션이나 C옵션이나 고급 정보는 분명했지만.
내가 찾던 자료는 아니었다.
‘흐음······.’
단미소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고.
그걸로 「양질 전환」을 돌릴까 생각도 했지만.
[ 아, 단미소 디자이너는 이번 달 스케쥴이 꽉 차 있어서요. 다른 분으로 소개시켜드릴까요? ]······그것도 쉽지 않았다.
어떡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혹시 뭐라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상점》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바로 눈에 띈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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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에어드랍」 사용설명서 : 1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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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금하지 않은 스킬의 사용설명서였다.
‘오?’
《재력: 파크레인 소프트 투자》.
《전문성: 30억 원 소비》.
두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하면서 글로리 잔고는 13만을 돌파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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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드랍」 튜토리얼 : 20,000G
∉ 「불법압축」 튜토리얼 : 30,000G
∉ 「편린」 튜토리얼: 30,000G
∉ 「생체시계」 튜토리얼: 50,000G
──────────
스킬 튜토리얼을 구매할 자금은 넉넉했지만.
그동안 사용설명서가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에어드랍? 이름은 익숙한데.’
같은 아이폰 유저끼리 사진 같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이 바로 에어드랍.
특히 요즘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코인을 공짜로 뿌릴 때 쓰는 말로 알고 있었다.
일종의 무상증자.
한창 코인 광풍이 불던 시기에는.
에어드랍 이벤트만 있다고 하면 코인 가격이 팍팍 오른다고 들었다.
어쩐지 좋은 느낌.
바로 구매해서 열어보았다.
──────────
「에어드랍」 사용설명서
「에어드랍」은 말 그대로 ‘공중 보급’.
당신이 원하는 재료를 《상점》에 ‘투하’하는 스킬입니다.
──────────
내가 원하는 재료를 《상점》에 떨어뜨린다고?
‘대박이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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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동조건
「에어드랍」 전용 쿠폰이 필요합니다.
쿠폰은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에어드랍」 쿠폰을 사용할 시,
다음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1. 당신이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합니다.
2.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3개의 보급상자가 나타납니다.
3. 당신은 보급상자 중 하나를 ‘글로리’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4. 보급상자의 가격은 그 가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
아, 그러니까 키워드와 연관된 보급상자를 줄 테니까 글로리를 주고 사라?
‘나 글로리 부자야! 다 줘 봐!’
바로 아래를 읽어보았다.
──────────
단, 「에어드랍」에는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1. 구매완료한 보급상자는 【아공간 작업대】의 재료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 「에어드랍」이 발동되면,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에어드랍」 쿠폰은 소멸합니다.
──────────
아하, 제약조건도 깔끔하네.
「에어드랍」으로 산 건 현실에는 없고.
탐코코한테 줘서 「양질 전환」 재료로만 써야 한다는 거네.
‘진짜 탐코코한테 공중 보급하는 셈이구나.’
나타난 상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미 쓴 쿠폰은 없어진다는 거고.
‘오케이! 바로 간다!’
나는 2만 글로리를 쾌척하여.
「에어드랍」 튜토리얼을 구매했고.
──────────
《스킬: 에어드랍의 기초》 튜토리얼이 시작되었습니다.
◇ 퀘스트: 《상점》을 열어 ‘키워드’를 입력하고, 보급상자를 열어보세요.
◇ 제한시간: 3분
◆ 보상: 스킬 「에어드랍」 획득
──────────
3분밖에 안 준다고?
쉽지, 무조건 ‘단미소’로 가야지.
바로 《상점》에 키워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눈앞에 반투명한 메시지들이 떠올랐고.
──「에어드랍」이 발동됩니다!
──《상점》에 보급상자가 투하됩니다!
──구매할 상자를 결정하세요!
──제한시간: 1분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저게 전문가 특이지
아포칼립스가 된 세계였거나.
서바이벌 RPG 게임이었다면.
이렇게 떨어진 보급상자를 두고, 경쟁자들과 혈투를 벌여야 했겠지만.
‘개꿀······.’
반투명한 형태로 둥둥 떠있는 상자 3개.
이것들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준비된 녀석들이었다.
‘보급상자는 바로 까줘야 제맛이지!’
구매 제한시간도 1분밖에 되지 않아 여유가 없는 상황.
그럼에도, 나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상자들에 달랑 키워드 하나만 적혀있었기 때문.
[ 보급상자 A: 가계부 ] [ 보급상자 B: 유튜브 ] [ 보급상자 C: 메모 ]내가 ‘단미소’를 키워드로 입력했으니.
아마도 단미소가 직접 쓴 메모와 가계부, 단미소가 나온 유튜브 같은 거겠지?
그런데 내가 더 놀란 건.
상자 옆에 스르르 나타난 가격표 때문이었다.
‘무슨 상자 하나에 4만 글로리나 해!’
13만 글로리를 채운 후로 글로리 걱정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놈의 《상점》은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었다.
‘거의 길 건너편 주유소 수준이네.’
그치만 이 보급상자가 없었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구할 수 없을 물건들이니까.
내가 필요한 걸 알아서 뚝딱 구해준다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감지덕지 같기도 하고.
「에어드랍」을 사고나서 아직 11만 글로리 가량이 남아있으니 뭐, 여유도 있었다.
『00:00:52』
『00:00:51』
『00:00:50』
그렇다면 남은 건 선택뿐.
‘뭘 골라야 할까.’
「양질 전환」을 돌리기에 제일 좋을 재료.
단미소를 스카웃하기에 가장 적절한 정보가 뭘까······.
그때.
사용설명서에서 적혀있던 문구가 떠올랐다.
[ 상자의 가격은 그 가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면.
일단 2만 5천 글로리인 [B: 유튜브]는 제외고.
그러면 5만 글로리짜리 2개.
[A: 가계부], [C: 메모장]이 남는데.메모장에 더 사적인 내용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폰 메모장에 시덥잖은 내용들밖에 안 적어둔다.
집에서 쓰는 커피머신 필터 교체 날짜라든지.
추천 받아서 적어뒀는데 아직 사지도 않은 책 제목 같은 것들.
그에 비하면.
‘가계부는 은근 중요하지 않나?’
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계부는 거의 역사서나 다름없었다.
특히 요즘 앱들은 카드결제를 바로바로 가계부에 입력해주니까 가계부만 봐도 이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로 좁혀진 결론.
그런데.
‘······그냥 다 사면 안 돼?’
「에어드랍」 쿠폰이 언제 또 뜰지 모르는 상황.
가계부에 대단한 정보가 없을 수도 있으니.
나머지 상자들을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튜토리얼의 취지를 고려하여 이번에 한해, 보급상자의 복수 구매를 허용합니다.
──현재 보유 글로리: 113,500G
역시 이 《찬란한 30대》 시스템은 내 기대를 저버리는 법이 없었다.
“그치! 그렇게 나와야지!”
세 상자의 가격을 모두 합치면 10만 5천.
전부 사도 8천 글로리가 남으니까.
종종 필요한 쿠폰들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모자라면 또 퀘스트 깨면 되고.’
이왕 글로리 쓰는 거.
원하는 정보 제대로 얻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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