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34)
하이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 따님한테 죄송한 일이지만 조사를 좀 해보는 수밖에.
“알겠어요. 그럼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
“어디 가는데?”
“화장실요.”
“또? 젊은 놈이 벌써 오줌보에 문제 생겼냐?”
“아니······ 큰 거예요.”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갔다.
지금까지 모은 단서들은 극소량.
「양질 전환」을 돌리기에는 택도 없었다.
김덕산만 알고 있는 고급 정보라도 있으면 코코에게 맡겨볼 텐데, 사소한 취향도 모르는 사람이 그런 걸 알 리가.
결국 방법은 한 가지.
‘무한 스무고개 가즈아!’
이 정도면 「매의 눈」도 눈깔이 빠질 지경.
그치만 퀘스트를 떠나서 김덕산 성좌님도, 그 따님도 안타까우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수첩을 꺼내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 김덕산의 딸, 김다빈은······ ]별생각 없이 쓰던 중,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설마 이게 거짓은 아니겠지?
[ ······보름 뒤쯤 한국에 올 예정이다. ].사실이었다.
‘휴우······.’
난데없이 친자확인을 하고 앉아있네.
어쨌든 다행이고.
일단 식성부터.
[ 김덕산의 딸, 김다빈은 보통 양식보다 한식을 선호한다. ] [ 김덕산의 딸, 김다빈은 식후에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 ].
.
.
그렇게 김다빈의 기본적인 취향들을 알아냈다.
어린 나이에도 커피 애호가.
디저트는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매니악하게 찾아다닐 정도였고.
K-팝을 좋아할 거라 예상해서 파고든 결과.
한 남돌의 광적인 팬이었다.
그 나이대답게 K-뷰티에도 관심이 많았고.
그런데 의외인 점은.
평소에 대중가요보다 클래식을 자주 듣는 것.
영화도 상업영화보다 예술영화를 좋아하고.
쉬는 날에는 전시를 보러다니는 게 취미.
‘이게 뭐야?’
나는 혼자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단서들이 한곳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이거 다 어뮤즈잖아!’
딸을 데리고 놀이공원을 갈까.
아이돌 콘서트를 가야 할까.
한국 대학교 구경 시켜줘야 할까, 이러던데.
다 필요없었다.
어뮤즈에 같이 오면 만사해결이었다.
다만, 아직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보름 뒤라면 돈을 좀 더 써서라도 얼추 타이밍은 맞출 수 있겠는데······.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스무고개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한국에 온 이유를······ 내가 말해줘야 되나? 아닌가? 아니지.’
고민을 끝내고, 김덕산에게 돌아갔다.
“마, 그렇게 오래 앉아있으면 귀신이 빨간 휴지 준다.”
하아, 이 아저씨.
나는 간신히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스승님, 대충 계획은 섰습니다.”
“참말로?”
두툼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참말이죠.”
“니가 그라면 그런 거겠지. 이제 마음이 좀 놓이네······.”
“근데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고 싶다 하셨잖아요. 그럼 스승님도 두 가지만 저한테 약속하셔야 합니다.”
“약속? 뭐든 다 하께. 뭔데?”
그리 어렵지 않은 약속이었다.
*
나는 1층, 카페 어뮤즈로 두 부녀를 안내했다.
“이쪽으로 가시겠습니다.”
성수본점은 이제 오픈을 해도 될 정도로 완전히 구색을 갖춘 뒤였다.
합정역점과 신촌점에 비하면.
훨씬 넓고 쾌적한 공간.
기본 테마는 자연주의였다.
화이트 인테리어와 싱그러운 초록 식물들의 배치가 아주 인상적.
그럼에도 곳곳에 생기와 장난기가 넘치는 포인트들이 배치됐다. 어뮤즈의 컬러를 잃지 않은 것.
그리고 역시나 백미는.
진열대와 카운터를 빙 둘러가는 오리배 수로!
‘크으······ 역시 세 얼간이!’
물냄새가 나지 않게, 손도 많이 가지 않게 무슨 시스템을 넣었다던데 역시 >화사한> 소리가 절로 나왔다.
뒤에서도 김덕산과 김다빈의 감탄이 들려왔다.
“이야, 이래 이쁘게 바뀠네. 다빈이가 보기에도 그렇나?”
“응, 예뻐. 식물원 느낌, 놀이공원 느낌.”
나는 흐뭇하게 미소짓고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더 올라가시죠.”
이내 도착한 3층.
1, 2층보다 우드톤이 더 많이 활용되어 한층 무게감 있고, 차분한 공간이 나타났다.
거기에 중앙에 있는 커다란 원목 키친까지.
흡사 와인바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고.
“여긴 뭐꼬?”
“오······.”
나는 처음으로, 이곳을 알렸다.
“두 분이 저희 >카페 어뮤즈>, 스페셜 바의 첫 손님입니다.”
“스페셜 바? 그게 뭔데?”
“······우선 이쪽으로 앉으시죠. 따님도 여기로.”
중앙 바 한쪽.
나는 의자를 차례로 빼주었고.
곧 백룸에서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스트라이프가 있는 하얀 셔츠에.
네이비색 정장 바지와 베스트를 갖춰입은.
그야말로 멋들어진 두 신사였다.
‘죽이네!’
겉모습만 번지르르할까.
“반갑습니다. 오늘 디저트 코스를 담당할 최필수라고 합니다.”
“저는 에스프레소 코스를 담당할 김세영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세계적인 제과점, 프랑스 윤 듀레의 파티쉐.
그리고 바리스타 월드챔피언십 2회 챔피언.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둘이서 자신만만한 얼굴로 또박또박 걸어오며 뿜어내는 아우라는 정말로 압도적이었다.
‘크으······.’
이렇게 입장하는 걸 나도 처음 보았기에.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었고.
“아빠, 여기······ 맘에 들어.”
그 새초롬하던 김다빈도 나지막하게 먼저 입을 열었다.
‘성공이다!’
나와 김덕산은 스윽 시선을 교환했고.
김덕산은 히죽히죽 웃으며 바 테이블 아래로 엄지를 들어올렸다.
‘히히.’
사실, 이 3층은 성수본점의 비밀병기.
요즘 유행하는 에스프레소 바와 디저트 오마카세의 최종진화 버전이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메뉴.
고객의 취향에 맞춘 즉석 코스.
다른 곳에서 흔히 맛보기 힘든 최고급 커피와 디저트를 적절하게 페어링해서 제공하는 어뮤즈 스페셜 바.
성수 알부자와 힙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그리고 최필수와 김세영의 능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이었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두 부녀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여기 계시는 바리스타와 파티쉐 분이 코스 설명드리고, 안내해드릴 겁니다. 그럼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십쇼.”
이 특별한 공간을 이 부녀에게 처음 소개하는 것도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3층을 총총 빠져나갔다.
‘준비 다 됐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4층.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바로 단미소가 운영하는 >단미소>였다.
‘여기도 거의 완성됐네. 진짜 예쁘다.’
>화사한>의 시안에 단미소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완성된 최고급 뷰티 살롱.
‘좋다, 좋다.’
지이잉─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에서 미용 도구들을 정리하던 단미소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대표님!”
“사장님, 잘 지냈죠?”
“사장님? 아, 나 사장이지, 헤헤헷.”
단미소는 머쓱하게 웃다가 경대 하나를 가리켰다.
“말씀하신 거, 다 준비했어요. 저 자리 세팅 다 돼서 저기서 머리할 거구요. 따님분 펌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 이사님 머리도 이쁘게 만져드리고. 맞죠?”
역시 하나하나 애살있게 잘 준비하신다.
“맞아요. 우리 단 사장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아니에요, 저도 여기서 테스트 한 번 해봐야 되니까. 그리고 저번에 말한 그 아이돌 있잖아요, >프레이즈>의 카엘.”
>프레이즈>의 카엘.
김다빈의 최애 남돌이었다.
“네, 혹시······ 가능하대요?”
“그럼요, 제가 무조건 된댔잖아요! 걔 데뷔했을 때부터 제 손을 얼마나 많이 탔는데요. 이따가 잠깐 전화 연결해주기로 했어요.”
크으, 이게 되네!
“진짜 대박이다······ 사장님, 너무 고마워요.”
“고맙긴요. 제가 대표님한테 받은 거에 비하면 세발의 피죠. 그 따님분도 제가 여신으로 변신시켜 드릴게요!”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따가 1시간 정도 뒤에 올 거니까요. 그때까지 쉬시다가, 나중에 다 끝나면 7층으로 안내해주세요.”
“넵, 맡겨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7층.
>어뮤즈 아트 갤러리>.
‘히야······.’
여긴 뭐, 할 말이 없었다.
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이렇게 보니 진짜 압도되네······.’
처음으로 한 공간에 모인 >무음無音> 연작.
그 추상회화 10점이 갤러리의 공기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이수 씨는 진짜······.’
휘트니에서 돌아온 >무음 1>부터 >무음 9>.
거기에 아트 페어에 냈던 >무음 10>까지.
11월 경매가 지나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역사적인 광경.
7층 상태를 체크하러 온 나조차.
숨죽인 채 그 작품들을 감상할 뿐이었다.
그렇게 소리없이 관람을 마치고.
다시 3층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바랐다.
‘부디······.’
둘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기를.
*
“아빠.”
“와?”
“멋진데?”
“참말로?”
“어, 딴 사람 같은데?”
김다빈은 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찰칵─
깔끔하고 세련된 포마드 머리.
민망하게 웃는 아빠.
그 사진 속 부조화에 킥킥 웃음이 났다.
김덕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물었다.
“아까 거기 파티쉐 분이랑 비교하면?”
“아, 그분······.”
그분은 완전 미중년 노신사였는데.
김다빈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분보다 더 멋져.”
“맞나? 진짜가?”
“응.”
“으하하하!”
화통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김덕산.
김다빈의 머리칼에 중화 처리를 하던 단미소조차 손을 움찔 떨 정도였다.
김덕산은 후다닥 다른 거울 앞에 가서 자기 머리를 좌우로 비춰보았다.
‘나도 젊었을 땐 한 인물 했다고, 크하하!’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머리가 잘 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신가놈, 이거······ 하여튼 마음에 드는 시끼!’
스페셜 바에서 대접받은 커피도 최고였고.
특히 디저트는 딸이 정말 좋아했다.
꾹 닫혀있던 입이 완전히 트이고, 연신 방긋방긋 웃을 정도였으니.
[ 아빠, 여긴 어떻게 찾은 거야? 아직 오픈도 안 한 가게 같은데. ] [ 아빠, 이거 먹어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거든. ] [ 아빠, 여기 팜플렛에 이따가 머리한다고 적혀있잖아. 혹시 맘에 안 들면 어떡하지? 그래도 한국이니까 엄청 잘하시겠지? ]‘역시 단 게 최고지!’
이때만 해도 신유원을 업어주겠다, 마음 먹은 김덕산. 그런데 4층에 오니 또 달라졌다.
[ 꺆! Oh, my gosh! 미쳤나 봐! 어떡해! 안녕하······ 꺄악! ]딸이 어떤 놈이랑 영상 통화를 하는데.
김덕산은 내가 낳은 애가 인간이 아니라 돌고래인가 착각할 뻔했다.
어쨌든 저렇게 좋아하면 됐지, 했는데.
그 통화 후로 딸은 더욱 밝은 얼굴이었다.
이렇게 장난도 툭툭 칠 정도로.
“아빠, 내 머리 어때?”
구불구불하게 바뀐 머리.
김덕산 눈에는 뭐 다른 게 있나 싶었지만.
살갑게 말을 거는 딸을 보기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뜨뜻하게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예쁘다, 우리 딸.”
“그래?”
“어. 여신이야, 여신.”
“히힛.”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헤어샵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올라간 7층.
신유원이 7층에 갤러리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평범한 갤러리, 평범한 작품들이 아니었다.
“이······ 다 뭐꼬······.”
김덕산은 그중 가장 큰 그림을 향해 홀린 사람처럼 다가갔다.
“······.”
그러길 한참.
왠지 모르게.
김덕산은 눈시울이 핑 돌았다.
울부짖는데.
가녀리고.
거친데.
서럽고.
‘왜 나 같냐······.’
이런 그림을 자신과 동일시할 줄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나이 먹어서 그런가.’
옆에 달린 제목을 보니 >무음無音>.
‘씨.’
울컥, 하고 차오르는 가슴.
그런데.
“······흑.”
바로 옆에서 들려온 훌쩍임.
고개를 돌려보니 하나뿐인 딸도, 자신처럼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김덕산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딸의 어깨를 감쌌다.
키는 많이 컸는데.
아직도 자신의 손에는 어리게 와닿는 작은 어깨.
“흐윽, 흑······ 아빠.”
“그래, 다빈아.”
“이 그림이······ 너무 내 마음 같애······.”
더욱 요동치는 어깨.
그보다 몇 배는 더 찢어지는 마음.
그러나.
김덕산은 토닥토닥, 등만 두드릴 뿐이었다.
“······괜찮다, 다빈아. 다 괜찮다.”
김덕산은 알 수 없었다.
딸이 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