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41)
그리고 각각의 봉투에 검찰 주소를 쓰고.
한쪽에 치워두었다.
이따가 으슥한 곳이나 굴다리 밑으로 가서 진짜 익명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구해서 발송하면 끝.
‘한동안 정신 없으시겠어.’
여기도 KJ, 저기도 KJ.
뭘 해도 눈엣가시처럼 따라다니는 자들을 위한 즉석 레시피는 완료되었고.
다음.
어뮤즈에 대한 악성 루머를 해명할 차례.
‘이것도 금방이지.’
바로 주해림에게 전화했다.
“해림 씨, >성수픽쳐스>에서 협의중인 배급사 담당자 연락처 좀 받아서 전부 전달해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KJ E&M은 필요 없으니까 빼고요. 저희 재무현황자료 같은 것도 있으면 보내주세요.”
[ 네, 언제까지 드릴까요? ]“되는 대로 빨리요.”
금세 도착한 연락처와 자료들.
나는 그중 제일 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 예, LT엔터 김태영 과장입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영화 >생존보험> 메인 투자사 대표, 신유원이라고 합니다.”
[ 아, 안녕하세요! 거기가······ 어뮤즈 인베스트먼트 맞습니까? 안 그래도 연락드릴까 하고 있었는데. ]연락드릴까 하고 있었다고?
연락할 생각 없었나보네.
하긴 투자배급사들은 우리 영화 엎어질 때까지 입 벌리고 기다리기만 해도 이득일 테니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영화, 절대 엎어질 일 없습니다.”
뭐? 유령회사?
이렇게 잘나가는 유령 봤어?
*
다음날.
“끄아!”
새벽부터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벽곡단 못지않은 건강식으로 배를 채우고.
거실에 가부좌를 틀고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운기조식에 돌입했다.
‘잘 될 거야. 무조건.’
그렇게 시작된 오랜 기다림.
출근길 성수대교를 지나치는 차들도 점점 줄어들고, 해가 중천으로 향해 거실에 드리운 그림자의 모양도 바뀌었을 때쯤.
‘다리 저려서 주화입마 걸리는 거였나······.’
지이이잉─
마침내 연락이 왔다.
[ 배성수 대표님 ]바로 받아들었다.
“배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모른 척 운을 떼었더니.
[ 대표님! 배급사 계약, 될 것 같습니다! ]흥분으로 가득한 목소리.
나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 그런가요? 어떻게 됐나요?”
[ 배급사들이 완전히 입장을 바꿨습니다! 전부 예전 조건대로 계약하자고 제안해왔습니다. 이게 저희가 어제 고사를 지낸 덕분인가 봅니다! ]그쵸.
그 덕분에 제가 그 소식들을 듣게 됐으니.
“아니죠, 배 대표님이 그만큼 노력하신 덕분이죠. 조건 제일 좋은 곳과 잘 협상하시길 바랍니다. 믿겠습니다.”
일단 1차 목표는 클리어.
그런데.
[ 대표님,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엥?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다고?
나는 얼른 양반다리를 풀고, 통화에 집중했고.
[ 어제 대표님한테 배급사 얘기하고 나서 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한 겁니다. 명색이 제작자라는 놈이 이것밖에 못하나 해서. ]“예······ 그래서요?”
>넷플렉스>?
내가 어젯밤에 뒤져보던 그 >넷플렉스>?
뭐가 많긴 많은데 볼 건 하나도 없는 거기?
[ 거기서······ 독점공급 제안을 따냈습니다. ]독점공급?
극장에 안 걸고, 거기에 먼저 거는 거?
배성수 대표, 일 잘하네!
“그래요? 조건은요?”
[ 자세한 건 지금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만, 선지급금만 380억입니다. ]선지급금만 380억?
아니······ 스케일 미쳤고······.
[ 근데 세상 참 희한하죠. 오늘 갑자기 배급사들도 손을 내밀고······ 둘 중 어디로 갈지 오늘 중에 만나서 얘기해보시죠. 이거 고민이네요, 하하! ]그러게.
하루아침에 행복한 고민을 하게 생겼네.
그런데.
“배 대표님, 왜 고민이죠?”
[ 예? ]“둘 다 합시다.”
[ 네? 어떻게요? 넷플렉스에서는 독점 공급을 원하는 거라······. ]그런 게 어딨어.
상황이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갑이지.
역시 「초특대 불운」은 곧 「초특대 행운」이었고.
“배급사들이랑 넷플렉스, 전부 후속 미팅 잡아주세요. 저도 참석하겠습니다.”
「행운」은 모름지기.
키워서 잡아먹어야 제맛이거든요.
내 손에 쥐어진 합격 목걸이
서울중앙지검.
오전에 들어온 의문의 우편 하나를 올려두고, 두 검사가 머리를 맞댔다.
“이거 뭐냐?”
“······.”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조사하고는 있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우편물에 담겨있던 건.
수십 장에 달하는 텔레그램 채팅내역.
그리고 이들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채팅내역이 뉴탈레이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자료임을.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 일. 그러나 이들의 얼굴은 썩 밝지 않았다.
“······어떻게 조치할까요.”
“이 프로, 지금 네가 몇 년찬데 그걸 꼭 물어봐야 아냐.”
“······.”
“그 건은 애저녁에 끝났어. 나는 이런 자료 받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어. 알아서 처리해.”
휙 의자를 돌리며 시치미를 떼는 상급자.
그러나.
“부장님, 이 건은 그렇게 덮을 수가 없습니다.”
“왜?”
이미 부처 곳곳에 같은 우편이 배송되었으며.
뉴틸레이트 사건에 관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지검 전체에 삽시간에 퍼진 상태.
이 프로는 입술을 질끈 물며 그 사실을 고해야만 했다.
“이게 저희쪽에만 온 게 아니라······.”
그리고 그때.
쾅──!
검사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고.
온 얼굴이 시뻘개진 북극곰 한 마리가 들이닥쳤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부장.
청 밖에서도, 청 안에서도, 미친개.
민대건이었다.
“박 부장!”
“아, 형님?”
박 부장은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스윽 감추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형님? 여기가 어디라고, 이 새끼가!”
그와 똑같은 서류가 세차게 팔랑거리며 눈앞에 날아왔다.
“악! 갑자기 뭡니까!”
민대건은 종이를 집어던진 기세 그대로 달려와 박 부장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컥!”
“이거 뭐야! 뭐냐고!”
거의 오우거가 고블린을 들쳐올린 꼬락서니.
그러나 박 부장은 대꾸도 못하고, 꼼짝없이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이름만 같은 부장이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소위 검찰 빅4.
서울중앙지검장급 핵심 요직을 맡은 실세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민대식은 오래전부터 현 검찰총장의 총애를 받던 인물에 심지어 박 부장의 동문 선배.
그러니 이렇게 갑작스러운 드잡이질에도.
박 부장은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민대건은 맹수처럼 으르렁댔다.
“이거 늬들도 원래 알고 있던 거 아니야?”
“······아닙니다, 처음 봅니다.”
“확실해?”
“예······.”
“웃기고 앉아있네. 이 건이랑 KJ그룹 엮여있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럼 너 대신 그 기사 쓴 놈들을 여기 앉히면 되겠네.”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는 박 부장.
민대건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턱, 멱살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 재수사 시작해. 또 한 번 증거불충분이다, 뭐다, 같은 소리 나오면 옷 벗을 줄 알아!”
“예······.”
“이번에 똑바로 안 하면 이 사건 바로 이관시켜서 내가 맡는다. 알아듣겠어?”
민대건이 직접수사에 들어가면 먼지 하나, 동전 하나 안 남기고 다 털어버린다는 사실을 박 부장은 알고 있었기에.
“예, 당연하죠······ 그게 저희 일인데.”
속절없이 그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쾅──!
그렇게 뉴틸레이트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점화되었다.
이제는.
봐줄 수도, 덮을 수도, 묵힐 수도 없었다.
미친개에게 물리면 약도 없었으니까.
*
메이저 투자배급사 >쇼타임>, >NOW>에 이어 >LT엔터테인먼트>까지.
미팅은 릴레이 계주하듯 이어졌고.
일사천리, 속전속결, 착착 진행되었다.
내게는 전술핵에 맞먹는 협상카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 >LT엔터>에서도 마찬가지.
“배급수수료 1% 인하에 저희 >LT시네마> 상영관 수, 상영기간 보장······ 이건 좀······.”
김태영 과장이 우리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길래 짧게 한마디 던졌다.
“그럼 넷플렉스로 가겠습니다.”
“아니, 아니! 잠깐만요.”
기대작을 >넷플렉스>에서 독점 공급한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꼴이었다.
그 결과.
“알겠습니다. 저희도 윗선에 보고는 해야 하니까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가는 곳마다 내 손에 쥐어진 합격 목걸이.
‘좋았어!’
배성수도 >LT엔터> 본사를 나오자마자 한껏 들떠서 폴짝거렸다.
“흐아! 됐다! 됐습니다, 대표님!”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몸짓이 퍽 귀여웠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저럴까.
나는 싱긋 웃으며.
배성수에게 말했다.
“>LT엔터>에서 방금 협의한 내용대로 계약서 보내면, 바로 계약 진행하시죠.”
그러자 배성수는 뜀박질을 멈추고 물었다.
“아······ 여기랑요?”
“예, >KGV>를 빼면 그래도 >LT시네마>가 규모가 있잖아요. 조건도 괜찮고.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넷플렉스>는 나가리되는 겁니까? 380억짜리긴 한데······.”
>넷플렉스>가 나가리?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사실, 국내 배급사 계약은 으레 우리에게 있었어야 할 것을 되찾은 것에 불과했다.
‘영토를 수복했다, 정도?’
오늘의 진짜 타겟은 국경 바깥에 있었다.
바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렉스>.
“당연히 >넷플렉스>도 먹어야죠.”
그러자 배성수는 의아한 눈치였다.
“그······ 확인차 다시 말씀드리면, 그쪽에서 제시한 건 독점 계약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LT엔터>와 >넷플렉스>, 둘 다 계약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쵸.”
“그럼······?”
나는 배성수에게 되려 물었다.
“배 대표님, >넷플렉스>에서 저희에게 그런 거액을 제시한 게 순전히 독점공급 때문일까요?”
“아니죠. 저희 시나리오도 좋고, 캐스팅도 잘 됐고. 비전이 보이니까 그랬겠죠?”
“글쎄요.”
“네?”
“그래도 380억은 너무 크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사실 배성수가 처음 380억 오퍼를 전했을 때.
기분이 좋으면서도 뭔가 쎄했다.
왜?
왜 >넷플렉스>가 우리한테 380억을 제안해?
그것도 배성수가 찾아간 당일, 그 자리에서?
그래서 탐이랑 탐정놀이를 좀 해봤고.
나는 금세 그 비밀을 알아냈다.
「초특대」가 괜히 「초특대」가 아니라니까.
“일단 출발하시죠. 가면서 설명해드릴게요.”
배성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차에 올라탔고.
>넷플렉스 코리아>로 가는 길, 그에게 내 구상을 전했다.
“흐아, 신 대표님······.”
“예?”
“그냥 대표님이 제작사 맡으십쇼.”
“아닙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세요.”
“하아, 자괴감이 드네요······.”
“헛! 아니, >넷플렉스>도 배 대표님이 따오신 거잖아요!”
그렇게 배성수를 달래며 도착한 >넷플렉스 코리아> 회의실.
본사 담당자와 화상 컨퍼런스 콜이 열렸다.
[ Hello, there?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금발 남자.
한국지사 직원이 통역을 해주겠다며 옆에 붙었지만, 내가 제지했다.
그리고 유창한 영어로 통성명을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전에 주신 오퍼는 거절하겠습니다.”
[ 아, 배드 뉴스군요······ 저희 오퍼가 적은 금액은 아닐 텐데요. ]380억이면 적지 않지.
아니, 너무 많지.
그러나.
“어차피 플랫 계약이지 않습니까?”
>넷플렉스>가 호구도 아니고.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
380억 오퍼의 조건은 플랫 계약.
즉, >넷플렉스>가 일시불을 내고 영화의 지적재산권(IP) 전체를 소유하는 형태의 계약이었다.
그렇게 되면.
매출이 380억 원을 넘어가는 순간.
전부 >넷플렉스>의 이익이 된다.
혹시 세계구급 초대박이 터져서 1000억을 더 번다? >넷플렉스>만 노나는 상황이었다.
‘그건 안 되지.’
독점계약이니까 영화관에 못 거는 건 당연하고, 해외 판권과 VOD 판권조차 가지지 못하는 계약.
결론적으로.
380억이 이 영화 수익의 전부인 셈이었다.
[ 플랫 계약이 문제입니까? 일시불로 3000만 달러면 적은 돈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 영화니까 한화로 말씀하시죠.”
[ 예, 잠시만요······ 380억 원. ]“네.”
[ 380억 원을 그쪽에서 벌어들이려면 1000만 관객이 넘어야 하는 걸로 아는데. 자신 있습니까? ]그게 내가 거절하는 이유입니다, 이 사람아.
우리 영화, 1000만은 기본으로 깔고 가거든.
당신들 없이도 380억은 벌 수 있거든.
“자신은 넘치죠.”
[ 오우······ 그래요······? ]잠시 찾아온 정적.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고, 담당자가 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
[ 거절하려고 이렇게 오시진 않았을 테니. 그래서 어떤 걸 원하십니까? ]나는 배성수를 일별하고.
본격적으로 제안을 던졌다.
“제안은 두 가지입니다.”
[ 예, 듣고 있습니다. ]“첫째, 저희는 넷플렉스에 해외 판권만 판매하겠습니다.”
[ 아하,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하고요?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극장 상영, 해외에서는 넷플렉스 유통. 극장 개봉일에 바로 푸셔도 됩니다.”
생각해보면.
>생존보험>이 해외에서도 대박이 터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시스템이 그런 말은 안 했으니까.
그런데 배성수에게 듣기로.
해외 판권 판매은 그로 얻는 수익에 비하면 어지간히 지난한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