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61)
──히든 미션 >낙찰총액 1200억 원> 달성! 추가로 500G를 지급합니다.
──히든 미션 >낙찰총액 1400억 원> 달성! 추가로 1,000G를 지급합니다.
──히든 미션 >낙찰총액 1600억 원> 달성! 추가로 2,000G를 지급합니다.
──현재 보유 글로리: 58,350G
글로리는 많을수록 좋았다.
이 미친 《상점》, 물가 오르는 속도가 현실보다 더 심했으니까.
그런데.
나 혼자서 낙찰총액 1600억을 넘겼다고?
두근대는 가슴.
낙찰 결과를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무음 9> 590억 원.
>혼탁> 7500만 원.
>명료> 75억 원.
>이수> 172억 원.
>월광> 870억 원.
도합.
1707억 7500만 원.
“후아······ 진짜네······.”
육성이 절로 튀어나오는 규모였다.
1700억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
그중에서 >무음 9>은 전적으로 내 소유물.
다른 작품들은 7:3 배분계약에 따라 작가들에게 70%를 줄 예정이었으니······.
나에게 들어오는 돈만 계산하면······
대략 925억.
925억.
925억.
되새김질을 하면 할수록.
비현실적인 금액이었다.
“으으아······.”
게다가 멜라니 플로이드 앞으로는 147억.
서이수 앞으로는 635억······.
그야말로 내가 바라던 결과.
셋 다.
벼락부자가 되었다.
“으으으아아아!”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이수 씨.”
[ 네. ]“경매 보셨어요?”
[ 아뇨, 잘 끝났나요? ]크큭, 그럴 줄 알았다.
“잘 끝났죠. 뭐 가지고 싶으신 거 없어요?”
“으음, 여기서 ‘가지고 싶은 것’의 범위를 정의하자면······ 옷이나 휴대폰 같은 거 말고. 정말로 꿈에서나 상상했던 거, 그런 거요.”
[ 꿈에서나? ]“네.”
서이수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바로 답했다.
[ 집? ]“예? 집은 있잖아요.”
[ 펜트하우스로요. ]뭐? 펜, 펜트하우스?
[ 뉴욕. 휘트니 미술관 앞에. ]그것도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
그런 당돌한 꿈을 가진 사람이었어?
그때,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다더니 정말 그랬던 모양.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거, 정말로 원하면 구해볼게요. 내일 당장.”
“그만큼 인정 받았거든요. 이수 씨도, 이수 씨 작품도······ 축하해요.”
[ 아아······ 고맙습니다. 대표님. ]대단한 수식어는 없었지만.
말 한마디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사람.
“아니에요, 제가 고맙죠. 그럼 내일 더 이야기해요.”
[ 네. 고생하셨어요, 대표님. ]“밥 거르지 말고, 잘 챙겨드시고요!”
[ 하하, 네. ]전화를 끊고 나니.
따스해지는 가슴 한구석.
그때, 바로 옆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아주 행복한 얼굴이구만?”
“미스터 빅······.”
마지막에 >월광>을 놓쳐서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치, 행복할 수밖에 없겠지. 한 7000만 달러쯤은 벌었을 테니. 부러워 죽겠네.”
미스터 빅은 평소처럼 개구지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두툼한 손을 내밀었다.
“잘 했어, 아주 잘 했어. 배 아프다는 놈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솜씨더군.”
경매 패배보다 회사 일이 먼저라는 걸까.
나도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보셨으면 다행이고요.”
“참, 결과는 안 궁금한가?”
“뭐요?”
“지금 7000만 달러 벌었다고 내 선물 정도는 필요도 없다, 이건가?”
아아, 홍콩지사?
그건 이미 알고 있죠!
“아, 들었죠. 저희가 이겼다면서요?”
“참, 어떻게 첫 경매부터 홍콩을 잡았는지. 다 자네 공이야, 마법사가 따로 없어. 아주 대단해.”
미스터 빅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고.
나는 요트 타는 시늉을 했다.
“진짜 요트 주실 거예요?”
“당연하지. 대신 >크리스티 서울>과 재계약하는 조건으로.”
“그건 선물이 아닌데요?”
“크하하, 그럼 뇌물이라고 하지.”
“······어이없네.”
“실물 보면 생각이 바뀔 걸?”
미스터 빅은 씨익 웃더니 내 등을 밀었다.
“일단 식사나 하러 가지. 서울도 유명한 야시장은 있겠지? 이번에도 내기 해볼까? 내가 이길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뉴욕에서도, 홍콩에서도.
경매가 끝나면 항상 미스터 빅과 식사를 했었구나.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사람이고.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미스터 빅.”
“응?”
“오늘은 선약이 있어요. 미안해요.”
“······그런가?”
미스터 빅은 뭔가 아쉬운 듯한 얼굴이었고.
나는 그를 가볍게 안았다.
“제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거, 아시죠?”
“그, 그래. 알지.”
“요트 있는 곳 알려주세요. 날 잡고 거기서 파티나 하죠. 제가 위스키 엄청 좋은 걸로 쏠게요.”
“푸하하! 어지간히도 많이 벌었나 보네. 그래, 그럼 거기서 보도록 하지······.”
*
한편.
다른 VVIP는 모두 자리를 비우고 떠난 살롱.
정기현은 홀로 남아 와인을 홀짝였다.
“쓰읍, 나쁘지 않구만.”
>명료>, >이수>, >월광>까지 3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날이지만.
어쩐지 마음은 공허했다.
아직 비어있는 두 와인잔처럼.
‘그 친구는 여기 마무리하느라 좀 늦는댔지······.’
그런데 마침.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손님이 먼저 도착했다.
“외할아버지!”
이 대기실이 원래 이리 새하얗게 밝았나, 착각이 들 정도로 어여쁜 손녀, 민채연이었다.
정기현은 벌떡 일어나 맞았다.
“어어, 우리 막둥이, 어서 들어와.”
“할아버지, 축하드려요! 마지막에 >월광> 낙찰받은 사람이 할아버지라면서요?”
“클클, 어쩌다 그렇게 됐구나. 여기 앉거라.”
그렇게 마주 앉아 와인을 주고받던 중.
정기현이 물었다.
“그래서, 할비는 왜 보자고 한 거냐?”
신유원을 호출한 건 정기현이었지만.
정기현을 호출한 건 민채연이었으니.
민채연은 뜨끔, 놀라며 둘러댔다.
“아아······ 요즘 저, 촬영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 잘 못 뵀잖아요. 그런데 마침 여기 계시니까 얼굴 뵈러 왔죠.”
“클클, 이렇게 우리 생각해주는 건 막둥이밖에 없을 거다. 헌데 여긴 어쩐 일이고? 우리 막둥이가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았었나?”
“아······.”
민채연은 신유원이 대체 언제 오려나, 주변을 살피다가 배시시 웃음으로 무마했다.
“관심 있는 작품 있어서 왔죠. 할아버지가 배려해주신 작품 있잖아요.”
“아, >혼탁> 말이냐? 그게 7500만 원이었나?”
“맞아요. 할아버지가 양보 안해주셨으면 제 예산으로는······.”
민채연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다가 말했다.
“그런데 참! 그 작가 정체, 할아버지는 알고 계셨어요?”
“클클, 몰랐지.”
“그런데 저희 둘 다 같이 들어간 거예요?”
“우리 집안이 감각이 좀 있구나.”
“그러게요, 헤헷.”
“그런데 막둥아. 할아비가 왜 그 작품을 양보했는지 아니?”
뜬금없는 질문.
민채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정기현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일전에······ 할아비가 막둥이한테 몹쓸 짓을 하지 않았니. 그 일을 항상 사과하고 싶었단다.”
“몹쓸 짓이요?”
“거, 너도 봤잖니. 오늘 마지막 경매 진행한 녀석.”
아아, 우리 오빠······ 민채연은 싱긋 웃었다.
“그런 거였어요? 아니에요, 할아버지······ 다 저 생각해서 그런 거였잖아요.”
어차피 오늘 다 털어놓을 예정.
민채연은 예의상 답했다.
그런데.
“그래, 다 널 생각해서 그런 거였단다.”
정기현은 진심이었다.
“······네?”
“연아, 오해하지 말고 듣거라. 관상이고, 사주팔자고, 아무 의미없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나도 할아비가 더 많이 만나보지 않았겠니?”
민채연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고.
정기현은 옳다커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 빅 데이터, 빅 데이터지. 할아비한테는 인간에 대한 빅 데이터가 있어. 80년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면서 모아온 소중한 데이터지.”
“네······.”
“그런데 그 빅 데이터를 돌려보면, 아니 글쎄, 항상 같은 결과가 나와.”
“······어떤 결과요?”
“그 신유원이라는 친구가 막둥이에게 찰떡 같은 배필이라고 말이야.”
민채연은 입술을 질끈 물었고.
정기현은 오늘따라 왠지 말빨이 먹힌다 싶어 그 기세를 이어나가려 했다.
“막둥이, 너도 만나는 사람만 없으면 그 친구, 괜찮지 않니?”
“······네, 좋은 분이죠.”
“그래, 막둥이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 치기 어린 만남은 쉽게 부서지기 마련이야.”
“예에······.”
“그러면 관계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게 뭐냐! 첫째는 재력이야. 사람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무슨 상황이 와도 다리에 힘주고 떡! 버틸 수 있는 거란다.”
“제가 만나는 사람도 능력은······ 좋아요.”
정기현은 격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아니, 우리 집안 기준에서 말이야. 연이, 너가 어느날 너무 힘들어서 바람 좀 쐬고 싶어. 해서, 보라카이나 하와이에 가고 싶어. 그럼 네 짝이 될 사람도 바로 튀어나갈 수 있어야겠지?”
“그, 그쵸.”
“헌데 아무리 대단한 판사나 검사님이라도 자리를 쉽게 비울 수가 있겠니?”
“그 사람도······ 그 정도 여유 있어요.”
뭣이? 정기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흐름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경제력이 다가 아니야. 가정은 가족이기 이전에 집단이고 조직이야. 내가 이 가정을 지키겠다, 그런 책임감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가정······ 이요?”
전쟁사를 즐겨 읽던 민채연은 순간 마속을 떠올렸지만, 다시 입술을 질끈 물었다.
‘오빠, 언제 와요! 도와줘요······.’
정기현은 와인을 후루룩 들이켜고는.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니 연아,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말이다.”
“네, 할아버지······.”
“네가 언제든 마음을 열어두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할아비의 바람이야. 아, 할아비도 그렇고 그 김치호도 그렇고······ 요 근래 그런 놈을 본 적이 없어······.”
정기현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도 주변을 한 번 둘러보거라. 세상이 그래. 인물이 되는 놈은 여유가 없고. 여유 있는 놈 중에는 인간이 없어. 죄다 유흥에, 도박에, 약에, 으이구······ 썩을 놈들······.”
정기현은 몇몇, 자신을 닮은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지이이잉── 폰이 울렸다.
민채연은 재빨리 화면을 열어보더니 말했다.
“어, 할아버지.”
“그래.”
“제가 만나는 사람도 오늘 여기 와있었는데요.”
“······뭣이?”
정기현은 자기도 모르게 불콰한 얼굴을 일그러뜨졌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의가 아니지.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그, 그래. 그래서······?”
“지금 할아버지한테 잠깐 인사드리고 싶다는데······ 괜찮아요?”
정기현은 두 눈을 꾸욱 감았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는 걸까.
아니면, 젊은 날의 사랑이란 저렇게도 방정맞은 불꽃 같은 걸까.
어느 쪽이든.
정기현은 고개를 주억일 뿐이었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어디 가지 말고, 잠깐만 계세요!”
세상 환하게 웃으며 대기실을 나서는 민채연.
저렇게도 좋을까.
정기현은 떼잉, 입매를 찌푸리고는 자신의 폰을 확인했다.
수십 분 전에 나누었던 메시지 창.
[ 정기현: 2층에 그대로 있겠네. 끝나는대로 한 번 들러주게. ] [ 신유원: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가겠습니다. ]뭐 그렇게 할 일이 많다고 아직인가.
이러다가 넷이서 같이 보겠어.
정기현은 폰을 덮어놓고는 와인잔을 기울였다.
“할아버지!”
조금 뒤.
다시 들려온 손녀딸의 목소리.
어떤 놈인가 상판떼기나 한 번 보자, 하고 정기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
그리고 경악했다.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할 정도로.
“그, 그······.”
마치 연인처럼 손깍지를 꼬옥 끼고.
자신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오는 두 남녀.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할아버지, 이 사람이······ 제가 만나는 사람이에요.”
눈앞에 펼쳐진 이 절경을.
정기현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주 내 머리 꼭대기에 살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커플처럼.
서로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선남선녀.
“둘, 둘이서······.”
애플과 진성전자가 합병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런 기분일까, 아래로 툭 떨어진 정기현의 턱은 도무지 닫히질 않았다.
“그, 그러니까······ 교제 중이라고?”
“네, 할아버지. 제가 말씀드리는 게 늦었죠?”
“아니······.”
갑작스러운 것도 갑작스러운 거지만.
일단 말이 안 됐다.
민채연은 예전부터 만나는 사람이 있었고.
신유원도 진성가의 손녀딸과 만난다고 했는데.
어떻게 둘이 만나고 있단 말인가?
‘······이 녀석들이 바람을?’
아니다, 막둥이 심성으로 그럴 리는 없었다.
혹여 그렇다 해도 자신 앞에 이렇게 당당하게 나타나진 않았을 터였다.
그렇다면······.
‘요즘 말로 그거 뭐, 부르던 말이 있던데.’
그래, 환승!
둘 다 환승한 거구만!
정기현은 무릎을 탁 치며 물었다.
“그럼 원래 임자들이랑은 갈라섰고? 그런 건가?”
그러자 둘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서로 지그시 눈을 마주치는데.
‘곱다, 고와······ 정말 보기 좋구나.’
전후 사정이야 둘째 치고.
정기현 눈에 이보다 더 싱그럽고 아름다운 광경은 없었다.
둘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아빠 미소가 떠오르는 정기현.
그래도 일단 무슨 상황인지는 알아야지.
정기현은 둘을 다시 채근했다.
“아니, 이 녀석들아. 웃지만 말고 속시원하게 말을 좀 해봐.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 내가 묻는 거야.”
결국 먼저 진실을 털어놓은 건 신유원이었다.
“회장님, 너무 놀라지 마십쇼.”
“뭘 알아야 놀라지.”
“저희 만난 지······ 사실 꽤 오래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