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38)
톡방을 껐다.
어차피 내가 없어도 머리 맞대고 무진장 고민할 걸 아니까. 오히려 내가 있으니까 ‘이 메뉴는 너무 과한가요’ 물어보면서 눈치를 보더라고.
물론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순수한 직업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인센티브를 주길 잘했어.’
쪼매난 카페 주제에 스톡옵션까진 말도 안 되고, 세후 수익에 3프로씩 떼어주기로 했다.
그래야 나중에 아예 맡겨도 잘할 것 같았다.
다만, 저 둘을 데리고 운영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우선은 인건비.’
최정현의 도움으로 초기 비용을 많이 아꼈다.
그럼에도 이래저래 돈이 줄줄 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두 점포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7천.
게다가 주방 장비, 설비에 가구, 소품들까지 사려면 수천 깨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
행여나 마음에 안 들면, 「양질 전환」 재료로 쓸 수 있게 대량 구매를 해야 했으니까.
물론 내 잔고는 넉넉하다.
그렇지만 맨 앞 자릿수가 8로 떨어지는 걸 보니까 불쾌하단 말이지.
“너만 믿는다.”
나는 새 프린터를 툭툭 쳤다.
이전에 쓰던 프린터 인쇄속도가 속이 터질 정도로 느려서 새로 「양질 전환」한 녀석이었다.
“그럼 오랜만에 달려볼까?”
우선 >HT바이오로직스>.
19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았다가 다시 약반등.
현재는 17000원 근처에서 횡보세.
종목 정보와 뉴스를 모두 모아서 「양질 전환」까지 해보았지만, 「미리보기」에 괜찮은 정보가 뜨지 않았다.
“인쇄 개빠르긴 하네······.”
그래도 현재 수익률 62%, 평가손익 1500.
일단 홀드.
새로운 호재가 없다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괜찮았다.
[ 식약처에 결과보고서 제출 완료, 정식 품목허가 신청 예정(6월 中) ]예전에 봤던 보고서에서 지목한 날짜는 6월.
정식 허가가 나올 때쯤에 또 체크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췌장암 환자들을 위한 약을 개발한 회사라는데.
‘주식 사서 응원하자.’
쭉 가지고 있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우리 머스크 형.
그의 트윗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예전처럼 첫 트윗으로 돌아가서 최근 트윗까지 쭉 인쇄.
그리고 「양질 전환」해서 나온 예약 트윗들.
[ @nylonmusk ] [ 10년 뒤 여름 휴가는 화성으로! ] [ @nylonmusk ] [ 우주선은 왜 전기로 안 쏘냐는 멍청이들에게: 오줌을 전기로 쏘는 건 어때? ]······가끔은 SNS가 인생의 낭비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럼 엑싯투는 당분간 나가리고.’
그리고 코인은 내심 꺼림칙했다.
한창 엑싯투할 때 변동성이 진짜······ 물론 그 덕분에 돈을 왕창 번 것도 맞지만, 까딱 잘못해서 물리면 그냥 시궁창.
‘머스크 형이 엑싯투 인수한 뒤에 뭘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슬슬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다른 종목? 해외주식?’
증권 페이지에서 인기검색어에 올라있는 국내종목 몇 개와 해외종목 몇 개에 즐겨찾기를 찍어뒀다.
전부 인쇄하려면 용지도 갈아끼워 줘야 하고, 거의 반나절은 걸릴 터.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읏차!”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당장 내일 새벽에 신촌점을 들러서 해결해야 할 두 번째 문제가 있었다.
*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차를 타고 나갔다.
도착한 곳은 신촌점.
“크으······.”
세연PC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전부 싹 뜯어내고 현재는 기초적인 시공은 거의 완료한 상태.
“어제 레이스 웨이도 깔끔하게 하셨네.”
틈만 나면 와서 체크해봤지만, 그래도 일품이랑 일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일정이든 시공이든 빡빡하게 진행하고 계셨다.
‘조금 있으면 오시겠지? 그 전에 얼른 해보자.’
나는 차로 돌아가 커다란 자루 하나를 꺼냈다.
“아이고, 무겁다.”
그걸 짊어지고 예전 사장님이 창고로 쓰던 작은 공간으로 갔다.
그 다음, 자루에서 검은 천을 꺼내 입구와 창문을 가렸다.
자루 안에 든 건 원두 찌꺼기 10kg.
테스트용으로 다른 카페에서 공수해온 것이었다.
‘제일 좋은 건 생두로 바꾸는 건데.’
찌꺼기들을 생두로 「양질 전환」하면 마진도 조금 낫고, 우리가 로스팅을 조절해서 커피를 개선할 수도 있었다.
다만 이 매장 면적에서 로스팅과 생두 보관까지는 무리. 장사도 처음인데 으라차차 차력쇼를 할 이유는 없었다.
‘잘 되면 나중에 큰 데로 옮기거나 공장 하나 만들지, 뭐.’
그렇다면 찌꺼기는 새 원두로.
다른 직원들이 알 수 없게.
몇 가지 룰을 생각해봤다.
우선, 영업이 끝난 밤보다는 지금처럼 새벽에 작업하는 게 낫다. 신선도 차이가 있으니까.
“원두 찌꺼기는 이쪽에 모아서 보관하라고 말해두고.”
둘, 원두 매입과 재고 관리는 내가 직접.
다른 직원이 개입하면 골치 아파진다.
셋, 「양질 전환」 작업은 이 매장에서.
굳이 양쪽에서 다 할 필요는 없었다.
‘합정 쪽은 좁으니까.’
합정역점에는 매입해온 원두 위주로 공급.
찌꺼기만 모아뒀다가 며칠에 한 번씩 여기로 옮기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찌꺼기는 매일매일 원두로 바꿔서 매입분과 병행 공급.
“휴, 이걸 매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다른 사람들 출근하기 전에 나와서 작업도 해야 돼, 원두 재고관리도 해야 돼.
‘진짜 공장을 차려야 하나. 약간 마법 공장 컨셉으로다가.’
일단은 어쩔 수 없으니 테스트부터.
“탐!”
탐을 부른 다음에 자루를 번쩍 들었다.
“입 벌려! 찌꺼기 들어간다!”
그렇게 탐에게 쏟아부으려는 찰나.
내가 반가워 마지않는 문자열이 떠올랐다.
──────────
《찬란한 30대》 튜토리얼Ⅶ가 시작됩······
──────────
나는 깜짝 놀라 양팔을 당겼다.
“으아아악!”
행여나 자루 속 찌꺼기가 쏟아져서 저 튜토리얼에 영향을 줄까 봐.
“휴우, 안 들어갔지? 먹은 거 없지?”
그리고 다시 읽었다.
──────────
《찬란한 30대》 튜토리얼Ⅶ가 시작됩니다.
◇ 퀘스트: 같은 장소, 같은 시각, 같은 재료로 「양질 전환」을 5회 반복하세요.
◇ 제한시간: 7일
◆ 보상: 스킬 「매크로」 획득, 「매크로」 쿠폰(1회권) 증정
──────────
아, 5회 반복?
이 원두 작업을 앞으로 계속 맡길 수 있나?
해석의 여지는 있었지만, 대충 감은 잡았다.
역시 이 시스템은 클라스가 달랐다.
하지만, 나는 다른 활용법을 떠올렸다.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짓이 있었다.
‘그거 한 번 해볼까?’
······이번 튜토리얼을 제대로 뽑아먹을 아이디어였다.
날아다니는 공장인데?
같은 장소. 같은 시각. 같은 재료. 5회 반복.
게다가 스킬 이름은 「매크로」.
‘뭔지 알 거 같아.’
아마도 「양질 전환」을 자동으로 해주는 스킬.
모바일 게임에 있는 자동 사냥처럼.
“탐! 이 복덩아! 이리와 봐!”
나는 탐을 쓰다듬으려 허공에 팔을 휘휘 저었고, 탐도 내 주위를 오가며 몸을 비볐다.
······그러나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따흐흑!’
탐과 코코를 만질 수 있게 해주는 튜토리얼은 없어? 젠장!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 봐.”
나는 원두 찌꺼기 자루를 도로 묶었다. 얘는 버릴 생각이었다.
‘같은 재료라고 적혀있었으니까.’
아마도 5회 반복에 쓴 재료로 「매크로」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필요한 건, 이 정체 모를 원두들이 아니라 나중에 가게에서 실제로 쓸 원두 찌꺼기.
‘오늘 할 일이 많겠네’
원두들도 사야 하고.
그걸 찌꺼기로 만들어야 하니까 커피를 내리기 위한 장비들도 필요했다.
‘어차피 살 때가 되긴 했어.’
튜토리얼 제한시간이 7일이어서 다행이었다.
‘차도 큰 걸로 하나 빌려야겠다.’
나는 매장을 나와 바로 차를 몰았다.
오늘 들를 곳이 많았다.
*
다음날.
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신촌점으로 출근.
이것저것 세팅한 후에 일하시는 분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커피를 내렸다.
“안녕하세요!”
“아이구, 사장님. 일찍 오셨네요.”
“하하, 혹시 커피 드세요?”
“좋죠. 실력 한 번 보여주시는 겁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원하게 드릴게요.”
오늘은 원두 찌꺼기 만드는 날!
어제 커피머신 중고매장을 돌아다니며 시세보다 싸게 나온 커피머신 8대를 샀다.
그리고 「양질 전환」한 게 은빛 빤딱빤딱한 이 녀석!
‘든든하다, 든든해.’
블루 플레이스에서도 쓰던 최고급 기종이었다.
커피머신으로서의 기본기는 거의 완벽!
게다가 LED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해서 커피 레서피를 메모라이징하고, 추출횟수 카운팅도 할 수 있었다.
‘우리 필수정 듀오, 일하기 편하시겠어.’
무엇보다 안정성이 뛰어난 제품.
사실 업소용 커피머신은 성능 못지않게 고장율이나 수리방법이 중요하다.
머신에 문제가 생겨서 잠깐 점검만 해도, 가게 전체가 올 스톱되고 매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건 10분이면 뚝딱이여.’
고장율도 원체 낮지만, 문제가 생긴 모듈만 뚝 떼서 교체하면 되는 녀석!
푸시시시시시──
2샷을 내려 물을 붓고, 얼음을 왕창 넣어 아저씨에게 드렸다.
“커피 나왔습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 기계들은 언제 다 설치하셨어요?”
“아까 새벽에요.”
······뒤지게 힘들었다.
“아이구, 고생하셨네. 그래도 너무 빨리 설치한 거 아닙니까? 하부장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그러니까요! 얼른 드셔보세요.”
꿀꺽─ 목울대가 움직이더니.
“키야! 시원하다!”
아저씨는 눈을 질끈 감으며 헤드뱅잉을 했다.
“이야! 정신이 번쩍! 드네.”
“그쵸? 흐흐.”
“이게 커피다! 이게 커피야!”
그러고 있으니 또 다른 분들도 오셨다.
“어이, 정 씨. 여기 커피 마셔봐. 죽여줘!”
“그래요? 오늘 서비스입니까? 아직 포스기도 없으니까 공짜죠?”
“네, 전부 공짜! 말만 하세요!”
······이제 지겹도록 커피를 내릴 차례였다.
일하시는 분들한테 차례차례 커피를 내려주고 나서는 매장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전지에다가 글씨를 써서 붙였다.
안을 힐끗힐끗 보다가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진짜 공짜예요?”
“그럼요! 아아 괜찮으세요?”
기회를 놓칠세라 불쑥 들어와 커피를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머, 너무 맛있다! 여기 언제 오픈해요?”
“한 2주 걸릴 거예요.”
“진짜요? 너무 좋다. 잘 마실게요!”
“예, 들어가세요!”
아주 가끔 인상을 찌푸리는 분들도 있고.
“옆에서 공사하는데 커피를 어떻게 먹습니까?”
“아, 지금은 화장실 타일 작업 중이라서 괜찮아요. 걱정되시면 어쩔 수 없구요.”
“쩝, 한 잔 주쇼.”
······그래도 드시긴 드셨다. 아주 맛있게.
도중에 낯익은 얼굴도 찾아왔다.
“여기 아아도 돼요?”
“그럼요! 어?”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누군지 가물가물.
다행히 상대가 먼저 날 기억했다.
“뭐야! 노틀담 빵셔틀?”
컥.
“쉬잇! 조용조용!”
“넵넵······ 저는 바드조아······.”
“쉬잇!”
그래픽카드 거래하면서 만났던 구매자였다.
그땐 모자를 쓰고 와서 얼굴이 헷갈렸나 보다.
“······이제 그래픽카드는 안 파세요?”
“예, 커피 팔려구요.”
“우아, 저 커피 진짜 좋아하는데.”
“다행이네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온갖 사람들에게 커피를 타주고, 저녁에 퇴근.
한 90잔은 탔으려나.
“크어어어······.”
오랜만에 하루종일 일을 했더니 이불을 덮자마자 온몸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꿀잠을 자고는 또 새벽 출근.
‘며칠만 고생하면 돼!’
신촌점 백룸.
어제 모아둔 원두 찌꺼기를 5킬로는 거뜬히 들어가는 진공포장 봉투에 담았다.
‘포장해서 내놓으란 말이야.’
이렇게 넣으면 그래픽카드나 참치캔처럼 포장까지 싹 마무리해서 나올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체크.
아침 5시 40분.
장소는 딱 여기.
재료는 내가 나중에도 팔 원두들, 이상 무.
탐에게 정확하게 일렀다.
“얘네 싹 먹는 거야. 내가 안 넣어줘도 너가 알아서 먹는 거야. 그냥 먹는 거야.”
탐은 왔다갔다하면서 원두 봉투들을 보더니 꿀꺽, 삼켜버렸다.
──「양질 전환」의 권능이 발휘됩니다.
──품목: 블렌딩 원두 찌꺼기 1.97kg
──수량: 0.76
──예상 작업시간은 4분 10초입니다.
오케이!
──「미리보기」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결과물을 선택해주세요.
──A. 동일 원두 혼합물 1.33kg
──B. 동일 생두 혼합물 2.6kg
잠깐, 그러면 옵션 선택은 매번 어떻게 하지?
“흐음.”
고민하고 있었더니 문자열이 떠올랐다.
──!!!주의!!! 5회 연속 입력된 값이 「매크로」의 초기 설정값입니다.
──!!!주의!!! 「미리보기」 선택사항은 초기 설정값에 따라 자동으로 적용되고, 「소비」는 최초 5회 소비로 대체됩니다.
오호, 좋은데?
지금 고른 옵션이 나중에도 유지되고.
지금 5회 「소비」해두면 나중에는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