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23
222화
유나 씨와의 전화를 끊고 표정을 굳혔다.
역시, 예상대로 이렇게 나와 주네.
내 얼굴을 본 고세운이 노트북을 슥 꺼내며 말했다.
“일단 이것부터 설명…….”
“잠깐만. 아무래도 지금은 들을 여유가 없을 것 같다.”
“뭐?”
“조금만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
오늘 직원들을 모으기로 결정한 그날, 나는 느낌이 좋지 않아 미리 몇 사람에게 말을 전해 놨다.
유나 씨, 광철이 아저씨를 포함한 내가 직원들에게 경호를 맡겨 놓은 사람들.
혹시 애들을 다 불렀다가 그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맡고 있는 경호대상이 있는 녀석들은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바로 현장으로 복귀하게 시켰다.
간만의 회식이라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먹고 마시는 것보단 그들의 안전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고세운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오며 정태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가고 있어?”
-거의 다 도착했어.
바이크를 타고 출퇴근하는 녀석이니 가는 데까진 얼마 걸리진 않을 거다.
저번에 풍원한정식에서 깽판을 치던 강북도끼파 잔당 놈들이니 어지간하면 정태섭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나도 가 봐야겠지.
혹시 변수가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우리가 한곳에 모인다는 걸 알고 이런 짓을 벌인 거라면, 일을 꾸민 놈이 내 주변을 감시하고 있단 뜻이다.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한테서 정보가 흘러나가고 있든가.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일단 이번에 움직인 놈들을 잡아 족쳐 보면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강북도끼파 놈들은 선생 놈의 광신도도 아니니까.’
끝까지 입을 다물 만큼 의리가 있는 놈들도 아닐 테고.
저벅.
나는 내 차를 향해 움직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래도 슬슬 시작해야겠어.’
민기형. 그놈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마지막 계획을 말이야.
* * *
“허이고. 저건 또 뭐야?”
갑자기 나타난 정태섭을 보며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지원군이야? 고작 하나?”
남자의 비웃음에 임지훈은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주혁이 형님 직원분 맞으시죠? 혹시 다른 분들은…….”
“혼자서도 괜찮습니다.”
“아니, 그래도…….”
임유나가 임지훈를 보며 안심시켰다.
“지훈아. 걱정하지 마. 믿을 만한 분이니까.”
그와 대련하며 어느 정도 실력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던 임유나는 정태섭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이런 미친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다가온 깡패 하나가 정태섭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정태섭은 그의 손이 닿게 두지 않았다.
덥석.
“엇?”
정태섭은 깡패의 한쪽 손을 붙잡고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줬다.
그러자 100kg이 넘는 악력에 손뼈가 수수깡처럼 부서졌다.
우드득!
“……?”
깡패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느 사람이 그렇듯, 그는 자신의 손이 형체를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끄아악-!”
그리고 이내 찾아오는 격통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정태섭은 무심하게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걸 지켜보던 조직원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낀 탓이었다.
“뭐 하는 거야?”
얼얼한 턱을 문지르던 행동대장 근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고작 한 놈한테 쫄아?”
“아니, 근재 형님. 아까도 고작 여자라면서 방심해서 당한 거 아닙니까.”
“뭐?”
근재는 190 가까이 되는 정태섭과 비슷한 덩치를 꿈틀대며 다가갔다.
“폼 보니까 생활하는 놈인 것 같은데, 어디 쪽이냐?”
“생활?”
“시치미 떼지 말고 말해. 우리는 강북도끼파 출신이다.”
그 말에 정태섭이 미간을 찌푸리자 근재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온 건 근재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었다.
“강북도끼파면, 그때 부장님이 보스를 잡아 왔던 것 같은데.”
“뭐?”
근재는 물론이고, 깡패들을 데려온 남자도 깜짝 놀랐다.
“이런 개새끼들. 너희들 짓이었구나?”
사실 이 남자는 강북도끼파의 전 2인자였다.
보스가 갑자기 경찰에 넘겨진 이후로 조직이 거의 와해됐고, 남은 이들을 그나마 모아 온 게 이 인원이었던 것이다.
남자, 장말동이 인상을 팍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들을 이야기가 많다. 저 새끼부터 잡아!”
“예!”
정태섭은 눈앞의 근재가 주먹을 휘두르는 걸 물끄러미 쳐다봤다.
“흡!”
그리고 기합과 함께 날아온 근재의 손을 자연스레 붙잡은 뒤, 그대로 허릿심을 이용해 그를 땅에 메다꽂아 버렸다.
부웅-.
갑자기 허공을 날게 된 근재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를 냈다.
“어?”
콰앙-!
100kg에 가까운 거구가 그대로 땅에 충돌했다.
“끄륵.”
근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품을 물었다.
“개새끼가……! 악!”
뒤이어 달려든 이도 정태섭의 손에 붙잡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들은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됐었던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달려들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쾅! 쾅! 쾅!
얼마 지나지 않아 강북도끼파의 조직원들은 전부 땅에 눌어붙은 채 의식을 잃었다.
그걸 지켜보던 장말동은 어이가 없어졌다.
“이게 대체…….”
보통은 아무리 좀 치는 놈이라도 열댓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쪽을 못 쓴다.
그런데 이놈은 수적 열세는 상관없다는 것처럼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부하들을 싹 다 눕혀 버렸다.
한 사람한테 전부 당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그때는 상대가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저놈은 맨손이었다.
“후.”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던 장말동은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타닷!
‘튀어야 한다!’
복수도 좋다. 하지만 저런 괴물 같은 놈을 뚫고 저 여사장을 납치하는 건 불가능했다.
정태섭은 황급히 도망치는 그를 잠자코 쳐다봤다.
그러자 정태섭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임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안 잡아도 괜찮은 건가요?”
“괜찮을 겁니다. 슬슬 올 때가 됐거든요.”
“네?”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 무전을 듣던 정태섭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부웅-.
골목 반대쪽에서 웬 커다란 트럭 하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로 달려가던 장말동은 뜬금없이 나타난 트럭에 당황했다.
“또 뭔…….”
하지만 그의 표정은 트럭이 박아 버리겠다는 듯 정면으로 달려오는 걸 보며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런 미친!”
끼익-!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장말동이 뒤로 날아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이내 축 늘어졌다.
그걸 본 임지훈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주, 죽은 건가?”
그때, 트럭의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괜찮으세요?”
장말동을 들이받은 난폭운전자, 이주혁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임유나는 그 얼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혁 씨.”
“다친 데는 없어요?”
“네. 전 괜찮은데…… 지훈이가 조금.”
“빨리 병원으로 가야겠네요. 태섭아. 네가 모셔다드려.”
“그래.”
“주혁 씨는요?”
임유나의 물음에 이주혁이 바닥에 널브러진 강북도끼파의 조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저는 이놈들 뒤처리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같이 못 가 드려서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임유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태섭 씨랑 주혁 씨가 아니었으면 더 큰 일을 당했을지도 몰라요. 무사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그 말에도 이주혁은 미안한 듯한 얼굴을 했다.
“그래도 제 고객인데 끝까지 책임져야죠. 이 깡패 자식들만 경찰에 넘기고 바로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먼저 가 있을게요.”
임유나와 임지훈은 정태섭과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임지훈의 얼굴이 조금 상한 탓이었다.
그들이 탄 차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이주혁이 옅은 미소를 짓던 표정을 싹 굳혔다.
그리고 다시 트럭 쪽으로 걸어갔다.
“튼튼하네.”
철판을 덧댄 덕에 사람을 박고도 범퍼가 멀쩡했다.
그때, 조수석에서 한 사람이 더 내렸다.
고상미 측의 고문 전문가, 일명 의사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의사는 쓰러진 장말동과 조직원들을 보며 이주혁에게 물었다.
“이것들 전부는 안 들어갈 것 같습니다만.”
“내가 차로 친 놈이 제일 윗대가리인 것 같은데, 이놈만 챙기자고. 나머지는 경찰에 넘기지, 뭐.”
“예.”
의사는 장말동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갔다.
트럭의 뒤에 도착한 의사가 빗장을 풀고 짐칸을 열었다.
끼익-.
그러자 의자와 각종 수술 도구와 공구로 꾸며진 내부가 드러났다.
마치 백기준의 지하실과 비슷한 구조였다.
의사는 안경 너머의 눈을 접으며 히죽 웃었다.
“내 스물두 번째 손님이군. 환영한다.”
“…….”
반쯤 의식이 남아있던 장말동은 그의 눈빛을 보고 의식을 잃었다.
‘X발…….’
툭.
* * *
-도착했어?
“거의 다 왔다.”
-최대한 빨리 가야 돼. 우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들어온 것 같으니까.
“알았다니까.”
뚝.
백기준은 거칠게 골목으로 몰고 들어온 차를 멈춰 세웠다.
끼익-.
어제까지만 해도 근처에서 지켜보던 강예원의 집.
이주혁이 다급하게 이쪽으로 가라고 해서 왔다. 그 한정식집 사장도 습격을 받았으니 이 여자도 위험할 수 있다고.
무슨 신입 환영회인지 뭔지 한다길래 귀찮아서 얼굴만 비추고 나왔는데 또 갑자기 이런 업무 전화라니.
“쯧.”
얼굴을 알긴 해도 따로 이야기해 본 적은 없던 사람이다.
주말에 SA시큐리티 데스크 일을 보는 건 알고 있지만, 주로 지하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백기준은 강예원이 아직 낯설었다.
‘그래도 빨리 가 보라니 어쩔 수 없지.’
턱.
백기준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멈칫했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백기준이 강예원의 대문을 훌쩍 넘어 들어갔다.
잠금쇠에 침입의 흔적이 보였다. 이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간 안에 있는 놈이 알아챌 것이다.
탓.
조심스레 마당에 착지한 뒤, 발걸음을 죽여 현관 쪽으로 이동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백기준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백기준이 주머니에서 와이어를 꺼내 들었다.
“살려 달라고 빌어 보라니까? 그럼 살려 줄지도 모르는데.”
웬 모자를 쓴 남자가 구부정하게 쭈그려 앉은 채로 누군가에게 칼을 겨누며 말을 걸고 있었다.
어제 강예원의 집 앞을 서성거리던 그 이상한 놈인 것 같았다.
그 너머에는 강예원이 두 손을 천 같은 거에 묶인 채 눈물을 흘리는 게 보였다.
“왜. 너무 무서워서 말이 안 나와? 큭큭.”
“흐흡…….”
“내가 사람을 몇 명이나 죽여 봤는지 알아? 알면 깜짝 놀랄걸.”
“몇 명인데?”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남자가 깜짝 놀라 돌아봤다.
“나도 궁금하다, 야. 몇 명이나 죽여 봤길래 그래?”
“넌 또 뭐……!”
다급하게 칼을 휘두르던 남자의 팔에 와이어가 감겼다.
휘릭!
백기준이 그대로 손을 당기자, 질긴 와이어가 남자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꽈악.
“끄, 끄아악!”
그의 손에 들려있던 칼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백기준은 팔을 확 휘둘렀다.
“억!”
그리고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진 남자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퍽!
“켁.”
남자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의식을 잃었다.
“에휴. 이 새끼는 뭐…….”
그를 한심한 듯 쳐다보면 백기준이 강예원을 향해 물었다.
“다친 데 없지?”
“우윽…….”
“멀쩡한 거 같은데.”
삭.
떨어진 칼로 손을 묶은 줄을 풀어 주니, 강예원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공포가 분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강예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챙겨 쓰러진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어, 잠깐. 뭐 하려고?”
“이 개새끼 조지려고!”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 봐.”
그 말에 백기준은 주머니에 몇 개씩 넣고 다니는 케이블타이를 꺼내 들었다.
이어 그걸로 남자의 손을 뒤로 돌려 발목에 연결되게 묶어 버렸다.
작업을 끝낸 백기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됐다. 혹시 두들겨 패다가 깰 수도 있으니까.”
강예원은 그걸 멍하니 지켜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절한 남자에게 프라이팬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깡! 깡! 깡!
“음. 소리 좋네. 머리는 때리지 말고. 죽는다.”
“죽어!”
그 모습을 구경하며 백기준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깡!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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