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그러니까, 이게 다란 말인가?”
“예.”
툭.
대통령비서실장, 조병철은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부친이 특전사 출신. 모친은 정보 없음. 예상보다 알맹이가 없군.”
“최선이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알려진 이주혁의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곽환성은 조병철을 힐끗 보고 말했다.
“저, 실장님. 이주혁이 한 가지 부탁을 해 왔습니다.”
“부탁? 어떤 부탁.”
“정보를 요청하면 달랍니다.”
“뭐?”
“자기가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넘겨달라고 합디다.”
그 말에 조병철이 헛웃음을 지었다.
“허, 참.”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하라고 할 것 같나?”
곽환성은 호언장담하던 이주혁을 떠올렸다.
“……잘 모르겠습니다.”
“해 달라는 대로 해 줘.”
“그래도 되겠습니까?”
생각보다 흔쾌히 허락이 떨어졌다.
“그래.”
“알겠습니다.”
“가 봐.”
“예.”
곽환성은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병철이 피식 실소했다.
“이주혁이…….”
아주 당돌한 놈이었다.
아마 자신이 뒤를 캐는 걸 알아채고 저런 요청을 한 것이 분명했다.
“재밌네.”
우리나라의 조폭들을 몰아내겠다며 창설한 조직, 특수수사국.
과연 무슨 일을 꾸미고 있길래 그런 걸 만들자고 한 걸까.
조병철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 * *
“자, 오늘은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담임의 말에 남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기 초도 아닌 시점에 전학을 오는 게 이상할 만했으나, 드문 일은 아니었기에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들어와.”
드르륵-
문이 열리고, 머리를 짧게 친 이로운이 걸어들어왔다.
“자기소개해라.”
“예. 이번에 전학 오게 된 이로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를 들은 학생 몇이 수군대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용, 조용! 자리는 저기, 맨 뒤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예.”
“이상으로 조례는 마친다. 다들 쳐 졸지 말고 수업 똑바로 듣도록!”
“예-”
학생들이 힘없이 대답했다.
드륵.
담임이 교실을 나가자, 이로운은 가방을 고쳐 매고 비어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그런 그에게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덜컹.
이로운이 걸상에 가방을 두고 앉았다.
그러니 주변의 학생들이 살짝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몇몇 이들은 그걸 보며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뭐지……?’
이로운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책과 필통을 꺼내는데.
“야.”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너 이제 큰일 났다.”
“뭐라고?”
그 학생은 이해할 수 없어 되묻는 그를 보며 낄낄 웃었다.
‘갑자기 무슨 큰일이…….’
이로운은 이내 머릿속에서 이 일을 지우고 이어질 수업을 준비했다.
.
.
.
‘후……. 어렵네.’
한숨을 내쉰 이로운이 교과서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형들의 도움을 받으며 예습하긴 했지만, 진도를 완벽히 따라잡진 못한 탓에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역시 난 학교랑은 어울리지 않는 건가.’
이로운이 조금 침울해지려던 순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
우선 밥부터 먹어야겠다.
그런데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직 안내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학생을 불렀다.
“저기.”
하지만 그 학생은 이로운을 무시하고 쌩 교실을 나가 버렸다.
“으음…….”
예전부터 생각했던 학교생활은 이렇지 않았는데, 직접 와 보니 많은 게 달랐다.
이로운은 어쩐지 처량함을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후……. 겨우 찾았네.”
이동하는 학생들을 따라가자 자연스럽게 급식실까지 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로운은 급식을 받았다.
메뉴는 평범한 제육볶음과 미역국이었다.
“오.”
자리에 앉아 먹기 위해 시선을 돌리니, 테이블은 이미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이로운은 운 좋게 비어 있는 한 자리를 찾았다.
스윽.
그쪽으로 다가가 앉으려는데, 빈자리의 옆에 있던 학생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여기 자리 있다.”
“음?”
“자리 있다고. 새끼야.”
“자리가 정해져 있다고?”
“꺼져, 인마.”
뭐라 따지려던 이로운이 멈칫했다.
마침 뒤에 자리가 하나 나길래, 그냥 그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어깨너머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후.”
굳이 대응할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로운이 화를 삼키며 밥을 한 숟갈 뜨려던 그때.
후웅!
뒤통수 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이로운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붕-!
“어억!”
그러자 조금 전 이로운을 쫓아냈던 학생이 휘청거리다 책상을 짚었다.
정황상 뒤통수를 후려치려고 한 것 같은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 X발놈이, 피해?”
그 말에 이로운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그럼 피하지, 맞을까?”
순수한 의도로 질문한 것이었지만, 다른 애들 앞에서 쪽을 당한 학생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X발, 새끼야!”
퍼억!
이로운은 벌떡 일어나며 발길질을 막아 냈다.
그의 몸이 뒤로 밀린 틈을 타, 학생은 급식판을 집어 던지려 했다.
자세를 바로 한 이로운은 휘둘러지는 급식판을 손으로 쳐 방향을 바꿨다.
철퍽-!
“어.”
그러자 식판에 있던 음식물은, 시비를 걸던 학생에게 전부 쏟아지고 말았다.
한순간에 국과 반찬을 잔뜩 뒤집어써 버린 학생에게 시선이 몰렸다.
제자리에 선 채 부들부들 떠는 그에게 이로운이 말했다.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런 개X끼가……!”
이로운은 머리에 제육을 얹고 달려드는 상대를 보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붕! 부웅!
흥분한 탓에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에 맞을 리는 없었다.
여유롭게 주먹과 튀는 음식물을 피하던 이로운은 단번에 파고들어 상대의 턱을 후려갈겼다.
뻑!
“껙!”
경쾌한 소리와 함께, 광분해 날뛰던 학생의 몸이 허물어졌다.
철퍼덕!
그걸 보고 멍하니 있던 학생들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었다.
“야! X발, 조져!”
그에 이로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일 났네.’
* * *
“잘 하고 있겠지?”
부장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한 애니까 잘할 겁니다.”
하지만 부장님은 걱정이 가시지 않는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로운이 녀석이 학교로 간 이후로 계속 불안한 듯 저러고 있었다.
학교 정문까지 따라가더니, 무슨 학부모가 된 모습이었다.
예전부터 아이들한테 약하긴 했는데, 솔직히 걔가 아이라기엔 좀 애매하지 않나?
“그래도 애잖아.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떡해?”
“걔가 보통 앱니까. 어지간한 성인도 쌈 싸먹으니까 걱정 그만하십쇼.”
“쯧. 요새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 봤자 중학교 3학년으로 들어가는 거다.
한창 사춘기일 녀석들 사이에선 최상위 포식자란 소리다.
“걱정 말고 저희 할 일이나 하죠.”
“그래. 알았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녀석이 학교에 적응할 동안, 이쪽은 따로 그 서클을 조사할 생각이다.
점조직이라 명확한 이름도 없고, 두목 놈도 제대로 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린 그걸 알아보기 위해 움직일 예정이었다.
‘저격수, 그놈도 해결됐다고 했지.’
부장님을 저격했던 놈은 글라자에서 보낸 킬러가 맞았다.
민지훈에게 직접 들은 사실이었다.
지난달, 나는 미국으로 넘어가 DS컴퍼니의 임원 하나를 제거하는 게 일조했다.
물론 죽을 만한 놈이었다.
이로운 그 녀석 같은 고아들을 모아 킬러로 양성하던 악질이었으니까.
그렇게 처리했는데, 그놈의 친구이자 현재 DS컴퍼니의 대표 자리를 맡고 있는 헨리라는 놈이 글라자에 의뢰를 넣었단다.
‘그 정도는 민지훈 그놈 선에서 막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막대한 보수를 대가로 걸었고, 그에 응한 글라자의 수뇌부 중 하나가 암살자를 파견한 거였다.
-죄송합니다. 그 점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하면 다야?
-…….
그래서 민지훈을 존나게 갈궈 줬다.
나중에 뭐 하나 뜯어먹을 건수가 하나 생긴 거지.
어쨌든, 놈들이 보낸 킬러는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민지훈이 호언장담했으니 틀림없을 거다.
스윽.
하지만 혹시 모를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모자 정도는 썼다.
오늘 나와 부장님은 폭력 서클이 접수한 강남의 클럽을 들릴 생각이다.
직접 안에서 확인해 보면, 누구 한 놈은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그 클럽은, 나한테 호구 잡힌 주철수가 100억에 인수한 곳이다.
“갑시다.”
“오케이.”
나는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클럽의 풍경을 떠올렸다.
‘어디, 얼마나 잘 되고 있나 보자고.’
* *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근교의 한 저택 서재로 한 남자가 들어섰다.
“복귀했습니다.”
“왔나요.”
경호대의 대장, 육진모는 책상에 앉은 선생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표정이 꽤 어두웠다.
이유는 대강 알고 있었다.
“이야기는 잘 됐습니다. 킬러는 복귀시킨다더군요.”
“다행이네요.”
선생, 민지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DS컴퍼니의 새로운 수장, 헨리 가필드가 이주혁에게 복수하기 위해 암살을 의뢰했다.
뭔가 움직임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예 다른 조직에게 일을 맡기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DS컴퍼니 내부의 인원이 러시아로 넘어오는 건 미리 알 수 있었기에 방심했다.
“내 패착이군요.”
“아닙니다. 이주혁이 죽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육진모의 말이 위안이 되진 않았다.
선생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머리가 덜 나은 모양입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래도 이주혁이 이 일을 빌미로 터무니없는 걸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그는 가치판단 능력이 괜찮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민지훈은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렉산더가 따로 한 말은 없나요?”
“제가 갑자기 킬러를 물리라고 하니 좀 당황하긴 한 것 같았습니다만, 직접 복수하고 싶다는 걸 이해해 줬습니다. 물론 받지 못한 보수 일부는 챙겨 달라고 하더군요.”
“그 정도야 뭐.”
의뢰를 포기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다.
알렉산더는 경호대라는 이름을 믿고 요청을 들어준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제가 추후에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잘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민지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돌아가서 쉬세요.”
“제가 도울 건 없겠습니까?”
“네. 괜찮을 것 같군요.”
곧바로 돌아오는 대답에, 육진모는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탁.
육진모가 떠나고, 민지훈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여보세요.
“니콜라이.”
-선생. 목소리 듣는 건 오랜만이군.
글라자 수뇌부의 일원, 니콜라이가 건조한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됐습니까?”
-당연히 연락이 끊겼지. 말했잖나. 그놈은 미친놈이라고.
“애초에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큭.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니콜라이는 선생과 이미 알고 있던 사이다.
경호대의 무장 중 일부는 군인 출신인 그가 빼돌린 군수품이었다.
“호출에는 응했습니까?”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던데, 아마 그 정도로 넉넉하게 주진 않을 것 같다.
“최대한 길게 유예를 주도록 유도해 주십시오. 그가 리신페이를 죽이고 돌아와야 일이 편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아. 그리고 레이븐의 처분은 경호대 쪽에서 맡았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그 물음에 니콜라이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글쎄. 그건 확답을 못 주겠군.
“일단 알겠습니다.”
-슬슬 회의에 들어갈 것 같은데, 볼일 있으면 다시 연락하라고.
“그러지요.”
통화가 종료됐다.
잠시 침묵하고 있던 민지훈은 안경을 벗어 내려놓은 뒤 피로한 눈을 매만졌다.
이번에 글라자는 무너질 것이다.
그다음은 삼합회의 차례다.
딸그락.
‘이제 반 정도 왔군.’
민지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