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301
302 ? 괴력난신 #2
지직-.
나는 동전을 찢어버렸다.
앞에서 뒤로, 종잇장처럼 찢겨져 뜯긴 철판이 바닥에 쓰레기와 같이 뒹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처럼 두 눈을 깜빡인다.
세상에, 저거 티타니움 강판 아냐?
접혀있던 걸 펴는 것도 모자라서 그걸 아예 찢어발겼어!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는지 모두 놀라 소리치기 바쁘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의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담담하게 눈앞의 사내를 바라 볼 뿐.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스스로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던 실버 티어의 모험가 야베스는, 자신의 위업을 상회하는 일을 벌인 내게 적개심을 감출 것 없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지릿지릿-.
적의는 피부를 찌르는 개미의 주둥이처럼 나를 여러 방면으로 갉는다. 이대로 있다간 한 바탕 큰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야베스라는 남자는 다른 도시의 실버 티어 모험가. 실력은 나와 비슷하겠지.
그리고 놈의 주변에 있는 동료들 두 명은 동색 목걸이를 걸고 있는 걸 보니,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졸개 같은 동료인 모양이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녀석들에게 명백한 도발을 감행했다.
말하자면 라켓으로 쳐서 공을 넘겼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받고 물러날지, 그에 걸맞는 응수를 해올 지는 상대방이 결정해야 할 차례.
그래서 잠깐 뜸을 들이듯 침묵하고 있자 마침내 야베스라는 사내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님프를 떨어트리듯 내려놓았다.
“시, 시저님 괜찮으십니까…!”
이리저리 버둥거리던 님프 알리노이는 바닥에 쓰러져 코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동료에게로 달려갔다.
“여기 약초를 발라드리겠습니다…! 시저 님, 정신을 잃으시면 안 되는 것입니다…!”
품속에서 약과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이리저리 붙여주는 모양새가 상당히 숙달이 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야베스라는 녀석에게 짧은 단검까지 뽑아 겨눈다.
“이 못된 망나니 같은 녀석! 용서하지 않겠노라! 나는 위대한 시저님의 으뜸수하 알리노이! 너희에게 마땅한 천벌을 내릴 것이다!”
호기롭게 외쳤다만, 저 짧은 가시 같은 단검이 티타니움 갑옷을 입은 야베스에게 상처를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님프가 단검을 뽑아들고 무시무시한 상대를 겨누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나는 뒤통수를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만약 내가 저렇게 쓰러져 있었다면 패러노이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패러노이는 배신을 하거나 도망쳤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째서 저 자식의 님프는 저렇게 충성심이 강한거지.
어째서.
저 자식과 나의 차이는 뭐지.
왜 나는 알리노이가 아니고 패러노이지.
고오오오-.
저, 저거 봐. 굉장한 박력이야. 갑자기 기백이 달라졌어! 피부가 지릿지릿하잖아!
세상에, 이게 투기라는 것인 모양이구먼. 나한테도 느껴져. 이런 건 처음 느껴 봐.
과연 은 등급 모험가끼리의 결투인가? 쉽게 볼만한 상황이 아니지! 사람들 모두 불러와!
그런 우리 주변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어느덧 자그마한 경기장을 형성한다. 이는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이었다.
모험가란 일찍이 말해왔던 것처럼 명성과 평판을 무대로 살아가는 존재들. 관심을 받기 위해 안달이 난 족속들인 것이다.
이렇게 판이 깔아져있을 때 물러설 모험가들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을 게 분명했다.
그것은 티타니움 갑옷의 야베스라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야베스가 말했다.
“힘 좀 쓰는 것 같은데. 그 정도로 괜찮겠냐? 이 몸은 강의 신 카이코스의 장자, 야베스다. 어중이떠중이와는 다른 진짜배기 신의 혈통이라는 거지.”
“강의 신 카이코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주말마다 빌려 읽었던 백과사전에서 신들의 이름 정도는 자주 훑어봐서 어지간한 계보같은 건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처음 듣는 것이다.
뭐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잡신 같은 건가-. 원래 다신론적, 혹은 범신론적 신앙에서는 이름 모를 신들이 굉장히 많다. 그것은 이 가이아 대륙도 마찬가지 아닐까.
별로 유명하지 않은 신의 맏아들이라. 중소기업 정도 되는 사장의 아들이라고 보면 되는 걸까? 굉장하다면 그것 나름대로 굉장하긴 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야베스가 몇 마디 했다.
“이 몸 야베스는 언젠가, 강과 바다를 너머, 모든 대양과 물을 지배하는 권좌에 앉으실 몸이다 이 말이다. 그러한 내게 원한을 사놓고도 무사할 수 있을 거 같냐?”
“아, 그러니까. 이해하자면 언젠가 너는 굉장한 신이 될 테니까 미리 알아서 기어라 이거냐?”
“괴상하게 생긴 야만인 주제에, 이해하는 건 빠르구나. 지금 내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 내 부하로 써먹어 줄 수는 있다. 나는 모든 인종에게 평등한 신전을 만들 생각이거든.”
“그런 것 치고는, 님프를 험악하게 다루려고 하던데.”
“대륙 바깥에서 넘어와서 잘 모르나본데, 님프는 원래 그렇게 다루는 거야.”
“그렇구만.”
“너라면 언젠가 내가 가질 지분의 1리 정도는 줄 수 있지. 잘 생각해 봐.”
“아-, 그래서 결론은, 언젠가 너는 위대한 신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놈이라는 거지?”
“뭐-!?”
“너같이 없는 물건으로 거짓말 치는 새끼를 잘 알고 있거든. 조잘조잘 나불거리지 말고 덤벼. 어쩌구 신의 아들아.”
“가, 감히 이 몸 야베스의 신성을 우롱하려 들다니.”
야베스라는 사내의 얼굴이 그보다 더 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물든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내게 부정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자존심 강한 은 등급의 모험가로서 용납할 수 없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히폴리테를 오래 보아왔던 것으로 느끼 건데, 데미갓이라는 것은 보통 자신들의 혈통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신이라면 나 같아도 자부심을 느낄 법하긴 하다.
그것을 별 거 아닌 것처럼 부정당했으니, 이 야베스라는 녀석은 몹시도 화가 들끓다 못해 나를 향해 살의를 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너를 갈갈이 찢어 강물의 물고기들에게 먹이로 주겠다, 야만인 새끼야! 검! 방패!”
검, 그리고 방패-라는 괴상한 외침에 주변에 서 있던 동 등급의 동료가 허겁지겁 자신의 허리춤에 들고 있던 검을 뽑아 야베스에게 넘긴다.
옆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던 동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행동에 제법 충격적인 느낌마저 든다. 나도 언젠가 패러노이에게 시켜봐야겠다.
“투구! 견갑-!”
절그럭, 절컹.
이내 야베스의 몸에는 멋진 투구와 어깨 갑옷 등이 장착되었다. 마치 외부 파츠를 장착하는 건담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장비를 장착한 야베스는 그야말로 중장기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튼튼해 사각 하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핫산, 저거 굉장해! 굉장한 갑옷들이야!”
그 무시무시함에는 군중들 틈에서 이 싸움을 지켜보던 루나 역시 느끼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녀석의 위용에 많은 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수군거리는 것이 내 귀에 들려온다.
야베스가 말했다.
“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서 깊은 무구들이다. 네 완력이 아무리 강해도, 이것에 흠집 하나 낼 수 있을 거 같으냐? 내 무구는 아킬레스의 갑주에 필적한다!”
“오-. 이제야 좀 아는 이름이 나오네. 하지만, 너는 아킬레스에 비하면 너무 형편없이 떨어져. 아류작도 안 돼.”
“야만인 새끼가, 아킬레스의 뭘 안다고!”
“너보다는 잘 알걸. 그래, 아무튼 튼튼해 보이는 갑옷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도 그럼 이걸 쓸 수 있겠어.”
나는 등에 메고 있던 몽둥이를 잡아 들었다. 그것의 양 끝 부분을 잡고 주욱 늘리자 곧 봉이라고 부를 정도의 크기가 된다.
“피해라-.”
나는 빠르게 대지를 박차 도약했다. 칼리두르로부터 배운 섬광의 보법. 비록 하잘 것 없는 경지에 달해 있으나 순간적인 속도를 내기엔 이것만한 것이 없다.
파스슥-.
나는 중장갑을 입고 있는 야베스 녀석에게 그대로 돌진함과 동시에 두 팔에 힘을 쥐어 짜 공포 분쇄자를 휘둘렀다.
후우우웅-.
족히 수백 킬로는 가까이 나갈 무기가 바람을 가르며 무시무시한 소리를 낸다.
분쇄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딪히는 모든 것을 박살내 버릴 각오로 큰 호를 그리며 야베스에게 치닫는 것이다.
“너무 뻔히 보이는 공격이다, 멍청아-!”
어지간한 녀석들이었으면 반응도 못하고 날아가 버렸을 테지만, 이 야베스라는 녀석 역시 실버 티어의 모험가. 어느 신의 장남이라고 으스댈 정도의 실력은 있는 듯했다.
철컹-.
놈은 자신의 거대한 방패를 높이 들어 올린 채 자세를 낮추고 방패 뒤로 몸을 숨긴다.
“네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주마!”
그것은 그야말로 단단해지기였다. 어지간한 무기로는 그 방호에 흠집하나 낼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몇몇 녀석들은 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는 무구들에 지래 겁을 먹고 도망치기 바빴겠지.
하지만 나 핫산은 몰라도 내 몽둥이는 겁이 없다.
파가가각-.
나의 몽둥이가 이윽고 녀석의 방패와 격돌했다.
그와 동시에 고막이 터져나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충격파가 일고, 그것은 이내 내 팔을 가리고 있는 가죽의 상의 소매를 헤진 거미줄처럼 뜯어버릴 정도가 된다.
파드드드득-.
강렬한 진동이 나의 손끝에서 느껴졌다. 내가 휘두른 방향의 반대로, 나를 밀어내려고 하는 강한 힘이 내 온 몸을 뒤 흔든다.
“그으으-!”
나는 어금니를 악 물고 발끝부터 힘을 쥐어짜냈다.
이대로 더 완력을 쥐어짜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는 것은 오히려 공격을 한 내가 될 것 같다.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준다 어쩐다 얘기했었던가. 무슨 반사라도 되는 건가?
파드드득-.
내 상의의 소매뿐만 아니라 입고 있는 옷 자체가 낡고 헤진 것처럼 뜯어져 터지기 시작한다.
내 몸의 손바닥과 혈관들에도 굉장한 반작용적 충격이 감돌아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이 시발, 멋지게 폼 잡아놓고 이대로 날아가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또 없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아아-!”
마침내 비명 같은 포효와 함께 내가 휘두른 몽둥이가 방패를 깨부숴 녀석의 몸을 날려 버린다.
“뒤져, 인마-!”
“으어아아악-!”
야베스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멀찍이 날아갔다. 공중에 붕 떠올라있던 놈의 몸에서 이리저리 바스라지는 철판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리고 만다.
“후-.”
나는 그때야 비로소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번호표, 내놔 새끼야.”
쓰러져서 바들바들 떨며 거품을 물고 있는 야베스의 손목에서 나는 팔찌를 떼어냈다. 녀석의 번호표는 192번.
내가 지니고 있는 1110번에 비하면 그야 말로 압도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앞 번호였다.
아까, 루나와 내가 서로의 팔찌를 교환할 때 공무원이 아무 말도 안 했던 것을 보면 서로 번호를 뒤바꿔도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그런 생각으로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철판의 조각을 하나씩 주워 든다.
“세상에, 이 티타니움 갑옷이, 무슨 도자기 깨지는 것처럼 박살이 났잖아?”
“아무리 영세한 강의 신이지만, 그래도 신의 아들을 이렇게 날려버리다니. 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사람들은 이 결투의 승리자가 된 나에게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흥미가 반반씩 섞인 시선에 나는 약간이지만 좋다고 해야 할지, 부끄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는 오묘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하얀 털가죽의 사마리안, 나 들어본 적 있어. 이 근방에서 유명한 녀석이잖아.”
“인근 마물의 왕, 게리온을 쓰러트렸다는 녀석이 딱 저렇게 생겼다지 않았어?”
“식인 말을 때려죽인 야만인 말하는 거야?”
“그래, 그래 맞네! 쥬피테르의 딸이라는 녀석! 쥬노의 성전사!”
“아니, 그 녀석은 여자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 저 놈은 아무리 봐도 남자인데…. 저 근육들을 봐. 남자잖아. 아무리 사마리안이라도 저 얼굴에 여자라는 건 좀….”
“그런가-. 내가 멀리서 보긴 했는데, 비슷하게 생기긴 한 것 같은데….”
왠지 이 자리에 계속 있으면 몹시도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나는 쓰러져 있는 남자의 주머니를 뒤적여 지갑을 빼앗은 뒤에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핫산, 또 결투에서 이겼네!”
그런 나의 뒤를 루나가 무척 신이 난 것처럼 따라붙는다.
“강의 신의 아들이면, 그래도 나름 굉장한 녀석일 텐데. 핫산이 데미갓을 이겼어! 진짜 굉장하다!”
“그런가?”
“물론, 난 핫산이 이길 줄 알고 있었어. 내가 응원을 했으니까! 내가 응원을 하면 대부분 이겨!”
생각해보면, 루나가 지켜보고 있었던 결투는 다 이겼던 것 같다. 루나는 혹시 내 승리의 여신인가? 그럼 이 지갑에 들어 있는 돈의 3할은 루나를 위해 써야지.
얼마나 들어있을까? 금화 한 두 개 정도는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으로 뭘 먹으러 가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 거기 멈추는 것이니라! 우리, 위대하신 시저님께서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아-.”
결투의 흥분으로 뭔가 잊어버린 느낌이 슬쩍 들고 있다 싶었는데, 님프 알리노이와 그 트레이너가 되는 시저의 존재가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도랑물의 님프 알리노이가 자신의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남자를 짊어지고 낑낑 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으…, 그으….”
잔뜩 얻어맞아 부어오른 얼굴의 남자가 힘겹게 입술을 열어 입을 벌린다.
“그으, 그으으….”
“위대하신 시저님께서 너희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는 모양이신 게다!”
[작품후기]김좁쌀 님!!! 하야트123 님!!! ads123 님!!! chromelond 님!!! 채고원자주포 님!!! 포테토서버 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닷…!!!원고료 쿠폰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입니닷…!!!
댓글과 추천 또한 언제나 감사히 받고 있습니닷…!!!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쿠폰과 추천, 댓글을 모아 한 명의 님프에, 한 채의 오두막집을 선물 해주는 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닷…!!!
이 가이아 대륙에서 다시금 님프들을 위대하게 만들것입니닷…!!!
303회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