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각인 (2)
오랜만에 진짜 본업인 호랑이로 돌아간 유리.
그는 조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숲에서 튀어나온 코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빨리빨리 좀 다니라고!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냐!”
약속에 늦은 친구를 탓하는 듯한 말투.
마치 자신들이 이곳으로 오리란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유리의 반응에 코반은 흠칫거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뒤로 속속들이 도착하는 동기들을 확인하고 흔들린 마음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애초에 자신들이 오지 못하게 중간에 막거나 각개격파 했다면 모를까.
이미 자신들은 아무런 인원 손실도 없이 전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시 말해 이는 호랑이를 잡기에 최적의 상태라는 뜻.
코반은 뒤따른 이들을 향해 작게 눈짓했다.
끄덕-.
눈을 마주친 다른 동기들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체하지 않고 포위한다!’
‘방심하지 말고 움직여!’
그간의 고된 훈련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짧은 눈빛 교환만으로도 그 의미를 알아차린 이들이 빠르게 공터를 향해 쏟아져 들었다.
사사삭-.
호랑이의 영역은 수백 명이 들어서도 될 만큼 넓었고.
나무를 비롯한 그 어떤 장애물도 없었기에 81명에 달하는 인원이 넓게 퍼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유리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게 코반은 좀 의아했다.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손 놓고 있어 준다면 우리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얼 믿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저 자신감은 이내 후회로 바뀌리라.
코반이 그리 확신하는 사이, 마침내 유리를 중심으로 하여 그를 에워싸는 데 성공한 51기.
모든 게 계획대로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자 그들의 자신감도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됐다!’
‘이 정도면 계획의 절반… 아니, 70%는 성공한 셈이다!’
51기들이 유리를 에워싼 방식은 다수가 소수를 상대할 때 사용하는 아주 기초적인 방진이었다.
비록 제대로 된 합을 맞춰 보지는 못했지만, 81명이 단 한 명을 상대로 펼친 방진이니만큼 대략적인 형식만 갖춰도 상당한 위력을 보일 터.
유리는 자신을 에워싼 사각형의 진형에 눈을 빛냈다.
“오?”
입에서 튀어나온 작은 감탄사.
그러다가 방진의 형태를 알아본 유리는 피식 웃고 말았다.
“가르친 걸 야무지게도 써먹는군.”
자신을 둘러싼 사각형의 방진은 총 8개의 무리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각각의 무리는 바로 자신이 녀석들을 훈련시킬 때 짝지어 준 조였다.
‘급조된 방진이라도 며칠 동안 같이 구르고 친해진 놈들끼리 묶어 놓았으니… 어느 정도 손발은 맞겠네.’
아마 따로 방진을 연습할 시간도 없었으니 이렇게라도 합을 맞추는 방식을 택한 것이리라.
어느 놈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나름 제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생각해 낸 건 아마도 조금부터 히죽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저놈일 터.
유리도 소년을 향해 똑같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이 방진 만든 게 너냐?”
“사실 교관님… 아니, 선배님과 함께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선배님 덕분에 따로 손발을 맞춰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어딘가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유리는 흡족한 얼굴로 히죽거릴 뿐이었다.
“그럼, 그럼! 누가 가르쳤는데!”
“…….”
“에이, 뭘 또, 당연한 걸 그리 칭찬하고 있어? 부끄럽게.”
칭찬은 사양한다는 듯 가볍게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유리를 보고 51기들은 속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솟았다.
금방이라도 그를 향해 달려들 것처럼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동기들의 투지를 느낀 코반은 경고를 날렸다.
“…언제까지 그리 여유 있을지, 기대하겠습니다.”
그 말을 시점으로 코반은 동기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줬다.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이를 본 이들 역시 눈빛으로 답했다.
‘호랑이가 10번의 공격 기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기다린다!’
자신들이 호랑이를 사냥하는 순간은 바로 그 10번의 공격이 끝난 이후이리라.
그렇게 그들이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서로서로 눈빛으로 확인하고 있을 때.
“그러다가 정분나겠다. 뭔 눈빛 교환을 그렇게 해 대냐?”
“…….”
“그리고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건데? 한판 붙으러 왔으면 시원하게 들어오라고.”
“…….”
“뭐야, 다들 주둥이에 아교 칠했어?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니?”
입을 삐죽거리며 툴툴거리는 유리.
곧 그의 입꼬리가 삐딱하게 기울어지고.
“뭐, 됐어. 니들이 안 오면… 내가 가면 되니까.”
그 말과 함께 방진의 중심에 있던 유리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
“……?!”
“헛!”
움직임을 놓친 51기들이 놀라 유리를 찾았을 때, 이미 그는 방진의 한쪽에 나타나 있었다.
바로 무치를 중심으로 뭉친 조였다.
그리고.
“너도 있었냐?”
순식간에 10명의 틈을 파고들어 무치의 앞까지 도달한 유리가 활짝 웃으며 가볍게 검을 날렸다.
슉-!
만나서 반갑다고 내미는 손처럼 날아드는 유리의 검.
무치는 이를 향해 도끼 창을 휘둘렀다.
캉-!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쳐 내듯, 자신의 검을 쳐 내는 무치의 창에서 유리는 앙칼짐을 느끼고 히죽거렸다.
“이야, 우리 막내, 이 형아한테 대들 생각을 다 하고… 열심히 갈군 보람이 있네.”
마치 자신도 성깔이 있다는 듯 무치가 눈을 부릅떴지만, 유리의 눈에는 그저 겁먹은 새끼 곰탱이가 필사적으로 몸집을 부풀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늙은 곰탱이가 저리 째려보면 좀 쫄리기는 하겠지만…….’
무치 넌, 네 할아버지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피식거린 유리는 가볍게 손목을 놀려 무치를 향해 검의 진로 방향을 틀었다.
또다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끝까지 바라보며 무치는 창을 회전시켰다.
후웅-!
정면에 원형의 잔상을 남기며 빙그르르 회전하는 도끼 창과 그 틈을 노린 새하얀 검이 격돌했고.
카강- 카카강-!
순식간에 불똥이 튀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이를 헤아린 코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일곱 번!’
처음 공격에 이어 조금 전에 들려온 여섯 번의 쇳소리.
그 말은 다시 말해 유리가 지금까지 총 일곱 번의 공격을 하였다는 뜻이다.
‘앞으로 세 번만 더!’
코반이 긴장된 눈으로 무치와 유리의 격전을 바라볼 때.
돌연 유리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가볍게 손목을 돌렸다.
그러자 검 끝이 그의 좌측에 긴장하고 있던 다른 소년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방어가 뚫리지 않는 무치를 포기하고 다른 사냥감을 찾듯 말이다.
슥-.
제법 빠른 속도.
하지만 잔뜩 긴장하고 있던 소년은 즉각 반응하여 옆으로 빠졌다.
그러면서 유리의 검을 흘려보냈다.
스캉-!
검과 검이 마찰하는 소리를 들은 코반이 어깨를 들썩였다.
‘여덟!’
그가 공방의 횟수를 센 순간 유리가 도망친 사냥감을 포기하고 다시 무치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캉-!
또다시 유리의 검이 무치 방어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아홉!’
거의 다 왔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검을 움켜쥔 코반과 51기들.
그 순간 유리의 공격을 받아 낸 무치는 얼굴을 굳혔다.
‘이상해…….’
유리의 공격을 처음 쳐 낸 순간부터 무치는 줄곧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진짜로 들어오지 않는 거지?’
가죽 모으기 퀘스트의 첫날.
유리 선배는 자신의 방어를 너무도 손쉽게 뚫어 냈다.
그날의 기억 때문에 무치는 검이 날아올 때마다 잔뜩 긴장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 이렇게 무의미한 공격으로 횟수를 날려 버리는 걸까?’
남들이 보기에는 유리의 검격이 제법 예리하고 빠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51기 중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치는 알고 있었다.
유리 홀랜드의 검격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예리하고, 압도적인 빠름을 지니고 있다는 걸.
그런데 어째서인지 유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력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공방 횟수를 낭비하듯 말이다.
‘…일부러?’
알쏭달쏭.
알 듯 말 듯 한 의구심이 무치의 눈에 스친 순간.
캉-!
또 하나의 검격이 불똥을 일으키며 튕겨 나갔다.
이에 코반이 희색을 띠며 당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열!”
이것으로 호랑이가 사용할 수 있는 공방의 횟수는 모두 소진 시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자신들이 사냥꾼이 될 시간.
“모두 공격!”
공격 명령을 내리는 코반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순간.
‘어……?’
무치는 볼 수 있었다.
그의 정면에 자리한 유리가.
“흐흐… 흐흐흐흐.”
너무도 즐거움 미소를 머금은 것을.
이를 보자마자 무치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며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건 그의 본능이 보내 오는 경고였다.
‘도, 도망쳐야…….’
지금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저건’ 위험하다고.
자신은 절대 저것에 대적할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무치의 본능보다 유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츠팟!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유리는 이미 무치의 허리 언저리에 도달한 상태였다.
‘늦었어!’
무치는 도망치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하여 전심전력, 모든 마나를 끌어올려 유리를 향해 창을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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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붉은 궤적을 그리며 유리를 향해 내리꽂힌 창.
그것은 바로 3판 2선의 대련 내기 중 무치가 유리를 상대로 가장 마지막에 사용한 절기였다.
그때 당시, 준비 시간이 길었던 그 절기를 이제는 위기 상황에 즉각 펼칠 수 있게 된 무치.
이로 미뤄 보아 그가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노력하고,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노력과 성장으로 따지면 무치는 결코 유리를 따라갈 수 없었다.
“몸풀기 끝.”
장난스러운 경고 뒤, 유리의 검 끝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폭사 된 빛이 그대로 무치의 붉은 궤적에 닿았고.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무치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커흑?!”
부러질 듯 떨리는 팔과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어마어마해 무치는 절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이, 이게?!’
내려찍는 것과 올려치는 것.
그 두 가지를 비교하면 당연히 내려찍는 쪽에 더 강한 힘이 실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말도 안 돼!’
그 당연함이 깨졌다.
밑에서 쳐올린 유리의 검이 자신의 창을 완벽하게 되받아친 거다.
그로 인해 자신의 창은 반대편으로 튕겨져 나갔고, 그것도 모자라 상체가 뒤로 젖혀지며 몸이 붕 떠오르는 게 아닌가.
살면서 힘으로 누군가에게 밀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무치는 경악했다.
그런 그의 시야에 그제야 유리의 황금빛 검이 잡혀 들었으니.
‘저건……?!’
그 정체를 깨달은 무치는 또다시 경악하고 말았다.
‘마, 마검!’
유리가 만든 황금빛은 공인 4단임을 증명하는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무치가 이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그의 몸은 뒤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쾅-!
나무 기둥에 부딪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 모든 건 극히 찰나의 시간에 벌어진 일.
황금빛이 번쩍이며 무치가 날아가는 장면만을 목격한 51기는 유리를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예상에 없던 상황이 벌어지자 사고가 굳어 버린 거였다.
“열한 번? 공격 횟수가 10회를… 넘겼어?”
누군가가 홀린 듯 그리 중얼거린 순간.
츠팟!
다시 사라진 유리가 코반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코반의 오금을 차서 그를 꿇린 뒤, 어깨에 검을 올렸다.
“……?!”
흔들리는 코반의 눈동자.
그가 움직이지 못하는 건 목에 붙어 서늘한 예기를 발하는 검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열 번의 공격만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호랑이가 열한 번… 아니, 자신을 포함해 모두 열두 번의 공격을 하였다는 사실이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 어떻게?”
“왜? 네가 알고 있는 거랑 뭐가 달라?”
마치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웃은 유리.
“쯧, 이것들은 순진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떨리는 코반의 목소리에 유리는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아무리 경험이 미천하다고 해도 말야, 일이 너무 쉽게 쉽게 잘 풀리면 인간적으로 안 찝찝하냐?”
“그게 무슨…….”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다고? 그럼 너무 실망인데? 나름 잔대가리 좀 굴리는 놈 같아서 골랐더니만.”
“대체 무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뭐긴 뭐야, 너 호구 잡혔다는 소리지.”
비웃음을 머금은 유리와 눈을 마주친 코반.
그는 황금빛 눈동자에 투영된 유리의 기억을 엿볼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 아린이 네 앞에서 작년 퀘스트에 관해 떠들어 댔던 게 과연 니들 재밌으라고 그랬던 걸까?”
51기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즐겁게 떠들어 대는 아린과.
그런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유리의 모습.
“하루 치 지옥 훈련이 끝났는데도 체력이 남는 게… 과연 니들 몸이 훈련에 적응해서일까?”
51기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훈련의 완급을 조금씩 조절하는 유리의 모습.
“이곳까지 오는 내내 아무런 잡음도 없었던 게, 과연 겨우 80명이 무서워서 다른 이들이 덤비지 않았던 걸까?”
이번 퀘스트 담당자와 상의 후, 숲속 동물들에게 51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전달하는 유리의 모습.
“그리고 호랑이의 공격 제한이 열 번이라는 말이… 전부 사실인 걸까?”
거기까지 말한 유리가 한쪽 숲을 향해 소리쳤다.
“야, 아린. 너 얘들한테 호랑이 공격 제한이 한 사람당 열 번이라고 얘기 안 해 줬냐?”
그 외침에 나무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대답이 돌아왔으니.
“아, 맞다! 깜빡했다! 에헤헤.”
실수인 척하는 어투였지만, 그건 누가 들어도 놀리는 장난 섞인 목소리였다.
그제야 이 모든 게 유리 홀랜드가 짠 판이란 것을 깨달은 51기.
모두를 대표해 코반이 질문을 던졌다.
“대체 왜… 뭐 때문에 이런 짓을!”
오늘… 아니, 이제 몇 시간 뒤면 곧 끝나는 이 퀘스트를 위해 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냔 말이다.
코반은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질문에 유리는 너무도 진중하고 아련한 얼굴로 답을 줬으니.
“…나 때는 말야.”
“……?”
“열흘이었어.”
“에?”
51기들은 지금 자신이 뭘 들었나 싶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 쪼르르 물음표가 떠오른 사이 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버럭 소리쳤다.
“나 때는 이 짓을 열흘이나 했는데, 니들은 고작 일주일 만에 끝난다는 게 말이 되냐!”
“…….”
“이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그러니 내가 맞출 수밖에!”
…아니, 이 미친놈이?
그 형평성을 왜 네가 맞추는데?
51기가 한마음 한뜻으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리는 너무도 당당했다.
“자, 51기의 부족한 3일 치 훈련은 지금부터 채운다!”
“지… 지금부터?”
“그렇다! 야간 훈련이다!”
그리 외치면서 빨간 모자를 꺼내 쓴 유리를 보고 51기는 눈을 끔뻑였다.
‘맙소사…….’
‘저건… 정체가 뭐야?’
호랑이 조끼를 입은 교관은, 호랑이인가 교관인가?
아니면 교관인가 호랑이인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끔찍한 혼종에 51기는 갈피를 못 잡았다.
한편,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와, 주변에 숨어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50기 이상의 기수들.
‘내가…….’
‘우리가…….
그들은 유리를 보고 전부 똑같은 걸 떠올렸으니.
‘…저 새끼의 후배가 아닌 게 일생일대 최고의 행운이었구나!’
구경꾼 모두가 진심으로 격하게 안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