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페넥스 토벌 (2)
사리원 중심가에 위치한 사령부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근처 요새에서 아리오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인간들 몇 명이 쳐들어와 요새를 잔뜩 휘저어 놓더니 아리오크를 죽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 같았다.
“페넥스 님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는 건가!”
“그까짓 타락귀 놈들은 그냥 죽든 살든 내버려 두시지!”
“페넥스 님의 깊은 뜻을 모르는가! 인간들의 교묘한 기습일 수도 있지 않느냐!”
“오히려 이쪽이 기습일 수도 있어! 양동 작전일 수도 있단 말이다!”
지휘실에 모여 있는 참모들은 다 같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불쑥 침입해서 순식간에 지휘관급 간부를 죽이고 사라졌다는 소식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하필이면 페넥스가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점이 그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애초에 인간들의 침입을 왜 눈치채지 못한 거냐!”
“아니, 눈치는 챘었어! 찾아내기 전에 요새에 쳐들어왔을 뿐이지!”
“그 이후로도 어째서 행방을 알 수 없는 건가! 수색 부대는 뭘 하고 있는 거지?!”
“경비가 허술한 곳만 골라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간들이 경비가 허술한 곳을 어떻게 알아!”
“혹시…… 우리들 중에 누군가 내통자가 있는 건 아닌지?”
“…….”
누군가가 불쑥 던진 의견에, 참모들은 잠시 침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인간들하고 내통해서 얻는 게 뭐가 있겠나.”
“그래, 해안가의 장사치들이라면 몰라도 우리 사령부는…….”
“하지만 그놈들이 아군의 경비가 허술한 곳을 완전히 파악하고 잠입한 거라면, 제법 윗선에서 정보를 흘렸다고밖에…….”
“…….”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 사령부에 있는 참모들은 많은 경험이 있는 중견 악마들뿐이다.
하지만 다들 이번 사태 앞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끼리 이렇게 당황해해서는 안 되네.”
그때 참모들 중에서 가장 연륜이 있는 악마가 입을 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나중에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리오크 님을 살해한 놈들을 잡아내는 걸세.”
“음, 일리 있는 얘기군…….”
“이미 내 부하들은 호위병을 포함해서 전부 사리원 바깥으로 보냈네.”
“아니, 호위병까지 말인가?”
“그래, 인간들이 육로를 통해 왔는지 해로를 통해 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다시 인간들의 땅으로 돌아가려고 할 테니 말일세.”
“아아, 그렇군! 인간들의 영토로 넘어가는 길목에 병력을 집중시키면 되겠군!”
“빨리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네.”
“이럴 때가 아니지! 병력을 다시 배치해야겠어!”
“그래! 그 말이 맞아!”
“전군에 명령을 내려야 해!”
참모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령이 착착 전달되면서, 사리원에 집결해 있던 병력들이 남쪽으로 흩어지기 시작했을 무렵.
쿠웅!
갑자기 큰 진동이 느껴졌다.
“뭐, 뭐야?”
“지진인가?”
“아니, 잠깐……!”
참모들이 당황하면서 주위를 둘러본 순간.
콰앙!
두 번째 진동이 느껴지면서, 벽이 무너졌다.
“……!”
숨을 삼키는 참모들 앞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를 뒤로 넘긴 인간 남자였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쇠사슬에 연결된 철구가 들려 있었다.
방금 느껴진 그 진동은 그 철구로 벽을 박살 내는 진동이었던 것이다.
“뭐, 뭐 하는 놈이냐!”
참모 중 한 명이 기 죽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직후, 철구가 날아와 얼굴에 꽂혔다.
벽에 날아가 처박히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전율했다.
“뭐, 뭐 하는…… 분이십니까?”
참모 중 한 명이 기 죽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손에 장갑을 끼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위대하신 ‘무명의 왕’의 명을 받들어, 너희들을 아작 내러 왔다.”
“무, 무명의 왕?”
“그게 누구지?”
당황해 하면서 참모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고 있자 남자의 얼굴 표정이 조금 험악해졌다.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이, 이보게. 일단 얘기를…….”
“가르쳐 줄 테니까, 잊지 말고 기억해라.”
남자가 땅을 박찼다.
“위대하신 성좌 ‘무명의 왕’의 이름을 너희들한테 가르쳐 줄 테니까, 지옥으로 돌아가서도 잊지 말고 기억해라.”
무자비한 살육이 시작됐다.
* * *
“다 때려 부수고 있네.”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이죽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쪽은 전투 타입이 아니라 참모 타입 악마들이니까 살살 해도 될 거라고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
“하하. 강유진 씨는 원래 그런 분이죠.”
“크르렁!”
석태준이 대꾸하자 옆에서 키메라도 동의하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저기다!”
“대체 어디서 들어온 거야?!”
그때 뒤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부 내부에 배치되어 있는 병력 같았다.
“이죽헌 씨, 어떻게 할까요?”
“너는 미리 정해 둔 대로 주위 정찰을 해 줘. 저놈들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알겠어요.”
그렇게 대답하며 석태준이 자기 창을 치켜들었다.
모조 성검인 뒤랑달 레플리카를 개조한 창이기에, 일반적인 악마들 상대로는 상당한 위력을 낼 수 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래, 다녀와.”
이죽헌은 달려가는 석태준하고 손바닥을 짝 하고 마주친 뒤, 혼자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복도를 통해 꽤 많은 숫자의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 이리 몸이 좋아?”
이죽헌의 예상과는 달리, 다들 키가 3미터 가까이 되어 보이는 근육질이었다.
게다가 마치 코뿔소처럼 피부가 단단해 보였다. 평범한 칼로는 상처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인간…… 각오는 되어 있겠지?”
“사령부에 숨어 들어오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나.”
게다가 목소리조차 무시무시했다.
얼마 전…… 중서부에서 양아치 생활을 하던 시절의 이죽헌이었다면 겁에 질려서 뒷걸음질 쳤을 것이다.
“너희들이야말로.”
“음?”
“내 앞에 자진해서 우르르 몰려오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본데?”
하지만 지금 이죽헌은 자신만만하게 한쪽 손을 허리에 대고 웃고 있었다.
“인간 주제에 건방지게……!”
선두에 서 있던 악마 하나가 두 팔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직후.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악마가 치켜들었던 두 손이 떨어져 내렸다.
그 머리와 함께.
“뭐, 뭐야?!”
“어떻게 저런 절단력이……!”
“신성력인가? 내공인가?”
깜짝 놀라 주춤하는 악마들을 보면서, 이죽헌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나도 원리는 잘 몰라. 이현제가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해 줬는데 다 까먹었거든.”
뭔가 과학적인 설명을 해 줬던 것 같은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팔부중 윤미호가 만든, 모듈을 교체하는 것으로 다양한 속성에 대응하는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검…… 물론 모듈을 교체하려면 윤미호 부하들한테 부탁해서 한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뭐, 뭐라고?”
“그래도 뭐, 판데모니움에 쳐들어오는 거니까 말이야. 시간 여유도 있었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지.”
‘마성’ 속성을 지닌 적을 잡기 위해 특화된 검.
악마들이 지닌 마성의 방어막도, 이 검 앞에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들 덤비라고. 오늘 경험치 좀 많이 벌어 가야겠다.”
“저놈 죽여 버려……!”
악마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죽헌은 씩 웃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 * *
지휘실에 있던 참모들을 쓰러뜨린 뒤, 강유진은 철퇴를 다시 집어 들었다.
“앗.”
그러자 철퇴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죽은 척하고 있던 참모가 몸을 움찔하며 강유진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철퇴는 신성력이 없다. 뒤로 밀려나서 벽에 처박히기는 했어도 딱히 치명상을 입지는 않은 모양이다.
“…….”
강유진은 입을 다문 채 참모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두개골이 박살 나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렇게 지휘실에 있던 참모들을 전멸시킨 뒤, 강유진은 다시 한번 지휘실을 둘러보았다.
지휘실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장비들이 가득했다. 수정으로 된 구슬 같은 것도 있었다.
아마 군단을 지휘하기 위한 장비들일 것이다.
가치 있는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강유진의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면…… 다 부숴 볼까.”
어차피 전리품을 챙길 여유는 없다.
눈에 띄는 걸 전부 다 박살 내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강유진은 철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지휘실을 충분히 파괴한 뒤, 강유진은 바깥으로 나와 다른 구조물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제법 강한 악마들이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어려움 없이 쓰러뜨릴 수 있었다.
‘체력에도 문제가 없어.’
아리오크를 쓰러뜨리고 한동안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수도권에서 가져온 회복약을 섭취해 컨디션을 회복했다.
특히 이현제의 소개를 받아 구매한 특제 회복약은 상처뿐만 아니라 기력 저하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게임처럼 복용하는 즉시 회복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회복 속도를 올려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했다.
‘이제 각성 스킬의 쿨타임만 끝나면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령부 옆에 세워져 있는 망루를 파괴하기 위해 건물 바깥으로 나왔을 때.
강유진은 심상치 않은 기척을 느꼈다.
‘이건……!”
즉각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목격했다.
고귀한 분위기의 남자가, 차디찬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을.
“페넥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참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구나, 강유진.”
페넥스의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분노가 느껴졌다.
앞으로의 전쟁에 꼭 필요한 장수인 아리오크를 죽이고, 자기 본거지인 사리원 사령본부를 완전히 박살 내 놨으니……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얌전히 자기 실력이나 기르고 있을 것이지…… 하는 짓이 고작 빈집털이인 거냐? 내가 너한테 왜 시간을 줬는지 모르겠군.”
“안됐네.”
강유진은 차갑게 대꾸했다.
“애초에 호의가 좋은 결과로 돌아오리라는 법은 없는 거니까.”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군!”
페넥스가 분노하면서 눈을 치켜떴다.
처음 마주쳤을 때와는 달리, 페넥스에게서는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명예도 모르는 인간들에게 멍청한 제안을 했었군!”
아무래도 페넥스는 사령부가 망가진 것 자체보다는, 자기가 한번 봐줘서 시간을 줬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더 불쾌한 듯했다.
하긴 페넥스는 나중에 많이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면 ‘후후, 그동안 실력을 많이 길렀구나. 칭찬해 주마.’ 이러면서 멋진 승부를 펼치는 걸 기대하면서 물러섰을 텐데…… 이런 빈집털이로 보답해 줬으니 불쾌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글쎄, 네가 어리석었는지 아닌지는 지금 시점에서 할 얘기가 아니겠고.”
그런 페넥스의 심리를 고려하면서, 강유진은 일부러 속을 긁는 말을 했다.
“여기서 네가 패배하면, 그때는 진짜 어리석은 놈이 되는 거겠지.”
“강유진, 네놈……!”
페넥스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봐주지 않으마. 오늘은 정말로…… 죽여 주마.”
“할 수 있으면 해 보든가.”
그렇게 대꾸하며 강유진은 인벤토리에서 뒤랑달 레플리카를 꺼냈다.
하지만 이미 페넥스는 한쪽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후회할 시간도 없을 거다.”
페넥스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교단 본부를 완전히 박살 내 버린 파괴의 빛을 쏘려는 것이다.
그때는 원필소가 성좌무구로 지켜 줬기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원필소는 없고, 다른 방어 수단도 없다.
정통으로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죽어라, 강유진……!”
페넥스의 손에서 발사되는, 극한의 힘을 담은 파괴의 빛.
그것이 아무런 전조 없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
페넥스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공격이 갑자기 중간에서 흩어져 버렸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뭐지?”
다시 한번 페넥스가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빛 자체가 생성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한 페넥스가 자기 손을 쳐다봤다.
아마 페넥스는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원하는 신호를 교란시켜 무효화시킬 수 있는 주민하의 각성 스킬 [교란 결계]가…… 페넥스가 사용하는 파괴의 빛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걸.
“넌 몰라도 돼.”
“……!”
페넥스에게 모처럼 생긴 진짜 빈틈을, 강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퍼억!
강유진이 투척한 뒤랑달 레플리카가, 페넥스의 가슴을 정확히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