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전진 (1)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갈금을 침대에 눕힌 뒤, 강유진은 입을 다문 채 의무실을 나왔다.
“강유진 씨……!”
바깥으로 나가자 석태준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안에서 무슨 일을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는 듯,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있었다.
거기 있었던 건 석태준만이 아니었다. 이죽헌도 있었고 이현제도 있었고 그밖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다 침통한 표정을 하고 강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
강유진은 아무런 말도 걸지 않고, 그대로 복도를 걸었다.
병원 로비 쪽으로 나오자, 의자에 앉아 있는 주민하와 마태수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지도가 한 장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어지럽게 온갖 표시가 적혀 있었다.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그들에게 질문했다.
“작전은?”
“두 가지 있습니다, 강유진 님.”
“하나는 여러 루트로 진격하여 적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우회 루트에 정예 부대를 투입해 배후를 치는 작전, 또 다른 하나는 전력을 한곳에 집중하여 우직하게 정면 돌파하는 작전이지. 어떤 게 마음에 드나?”
마태수의 질문에, 강유진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정면 돌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마태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지도를 두 손으로 잡고 찢어 버렸다.
“강유진.”
정문 앞에는 이시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강유진에게 옷을 한 벌 던졌다.
“방호복 다 찢어졌잖아. 이거 입어.”
그건 군청색의 장의(長衣)였다.
별다른 장식은 없었으나, 한 마리 용의 형상이 수놓아져 있었다.
“예전에 스승님이 수련하러 중국에 갔을 때, 그쪽 계약자들과 함께 용을 잡은 뒤 그 비늘로 가공해서 만든 도복이야. 중요한 전투 때는 항상 그 옷을 입으셨어.”
이시온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요새는 몸이 많이 말라서 옷태가 안 산다고, 안 입고 다니셨지만 말이야.”
“……고맙다.”
강유진은 너덜너덜해진 방호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그 장의를 몸에 걸쳤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었지만 움직임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
병원 밖으로 나가자 열기가 느껴졌다.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지속되고 있었고, 그 사이로 악마들이 날뛰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살펴보면서, 강유진은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이성이 사라진 소리를 내면서 악마들이 달려들었다.
강유진은 인벤토리에서 철퇴를 꺼냈다. 마성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악마들에게 철퇴 공격은 비효율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유진은 철퇴를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주위 건물들이 파괴되며 악마들도 짓이겨졌다. 철퇴의 쇠구슬 부위까지 내공을 담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식으로 내공을 쓰는 게 불가능했다. 제대로 내공을 쌓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강유진에게는 제갈금이 전수해 준 10년 어치의 내공이 있다.
“강유진과 함께 적진을 돌파한다! 전원 돌격!”
뒤에서 이현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유진의 뒤를 따라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진은 그 점을 신경 쓰지 않고 철퇴를 휘둘렀다. 어차피 지금 남아 있는 아군이라면 여기에 휘말릴 정도로 수준 미달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쿠쿠쿵!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철퇴에 악마들이 짓뭉개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화염조차 갈라졌다.
“또 그 공격이 온다! 조심해!”
그때 누군가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저 멀리서 눈부신 빛의 화살이 쏘아지는 것이 보였다.
“강유진 님! 저건 창조신 브라흐마의 힘을 빌린 원거리 공격 ‘브라흐마스트라’입니다! 사이온지 케이토는 성좌무구인 ‘간디바’를 사용해 저걸 날리고 있습니다!”
뒤에서 주민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강유진을 무력화시켰던 그 기술이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브라흐마스트라가 강유진의 위치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엄청난 파괴력이 발생하며 그 주위를 완전히 날려 버렸고, 강유진이 서 있는 곳까지 충격파가 전달되었다.
‘눈으로 보면서 쓰는 게 아닌가.’
강유진은 금방 간파했다.
아까 케이토는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강유진을 조준하고 브라흐마스트라를 날렸다. 그때는 유도탄처럼 정확히 강유진에게 날아와 명중했다.
하지만 지금 케이토는 요새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활을 치켜든 뒤 그냥 적당한 방향으로 공격을 날리고 있을 뿐이다. 특정한 적을 정확히 사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진에게 광범위한 타격을 주기 위해 포격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곧 브라흐마스트라는 이쪽을 향할 것이다. 강유진을 선두로 하여 한국 측 진영이 일점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
뒤쪽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강유진을 무력화시킨 브라흐마스트라가 정확한 궤도로 날아온다. 그건 생각만 해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강유진은 입을 다문 채 계속해서 전진했다. 철퇴를 사용해 없는 길도 만들어 내며, 아까 브라흐마스트라가 날아온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또 온다! 그런데 저 궤도는……!
“이쪽으로 오고 있어!”
마침내 브라흐마스트라의 방향이 이쪽을 향했다.
처음에 케이토가 강유진을 향해 쐈을 때와는 달리 뒤랑달 레플리카를 화살로 사용한 게 아니다. 궤도도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의 위력은 별 차이 없을 것 같았다.
“강유진 씨!”
뒤에서 석태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강유진은 대꾸하지 않고 뛰어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공을 끌어올린다.’
철퇴를 내던진 주먹에 내공을 집중시켰다. 호흡을 조절하며 최강의 힘을 이미지했다.
지난번에는 공격을 받아 내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다. 공격의 위력을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맞받아친다.’
자신을 죽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무자비한 화살이 다가온다.
그래도 두려움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화천대뢰……!’
스킬 [화천대뢰].
제갈금이 전수해 준 최강의 일격이 작렬했다.
콰아아앙! 귀가 터질 듯한 굉음이 들렸고 몸이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화천대뢰와 격돌한 브라흐마스트라는 산산히 흩어졌다.
아름다운 파편을 주위에 흩날릴 뿐, 아무런 파괴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
강유진은 그대로 착지했다. 주먹이 얼얼했지만 견딜 만했다. 그동안은 화천대뢰를 쓸 때마다 기력이 쭉 빠졌는데 지금은 멀쩡했다.
지금 강유진은 케이토의 비장의 무기인 브라흐마스트라를 완전히 파훼했다.
강유진의 강인한 육체, 그리고 제갈금에게 전수받은 10년의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오오옷!”
뒤에서 환성이 들렸다. 그것만으로도 그동안 아군이 케이토의 브라흐마스트라에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사기가 상승하고 있는 걸 느끼며, 강유진은 다시금 철퇴를 집어 들고 땅을 박찼다.
속도를 더 올렸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제갈금의 내공이 몸 안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육체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날아온 브라흐마스트라를 한 번 더 요격한 직후.
“거기서 멈춰라!”
“설마 정면에서 돌파를 시도할 줄이야, 죽음을 각오하셨나 보군요!”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와 곱상한 외모를 지닌 미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지 기억하고 있다. 천화 사천왕의 일원이다.
사쿠마 하지메.
S급 성좌 ‘괴물을 죽이는 영웅’ 페르세우스와 계약한 사천왕의 리더.
나루카미 카오루.
S급 성좌 ‘금발의 기사단장’ 핀 막 쿨과 계약한 사천왕의 2인자.
“비켜.”
하지만, 강유진은 표정 변화 없이 짤막하게 내뱉었다.
허를 찔린 그들이 흠칫하는 걸 보면서, 보법을 사용했다.
원을 그리면서 적의 측면을 치는 회보(回步). 이것도 제갈금에게 배운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나루카미 카오루였다. 빈틈이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상관하지 않고 파고들었다.
“……!”
강유진은 강하게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진각으로 파괴력을 끌어올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강유진의 공격과 나루카미의 방어가 부딪치면서 굉음이 발생했다.
그리고 무너진 것은 나루카미의 방어였다.
“크악!”
“나루카미!”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내는 나루카미를 보고 사쿠마가 다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강유진은 다음 움직임에 들어가 있었다. [발경] 스킬로 파괴력을 증강시킨 주먹을 사쿠마를 향해 내질렀다.
콰아앙! 사쿠마는 이걸 두 팔을 교차시켜 방어해 냈다. 방어력은 나루카미보다 뛰어난 듯했다.
“……!”
그래도 소용없었다. 이미 강유진은 그다음 움직임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쿠웅! 화성문식 첩산고가 작렬해 사쿠마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이 녀석……!”
사쿠마는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불안정한 자세에서 몸을 틀면서 반격을 시도하려 했다.
강유진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파워보다 스피드를 중요시한 공격을 펼쳤다. 내공을 쓰는 것에 익숙해지니 그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쿠쿠쿵! 여러 번을 거듭하여 처넣은 주먹이 사쿠마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방어를 깨뜨렸다.
“커헉!”
사쿠마가 피를 토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나루카미도 다급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기에, 강유진과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
다음에는 어느 쪽부터 먼저 잡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유진.”
이현제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먼저 가라.”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은 이현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뭔가 개운해 보였다.
“이런 잔챙이들은 내가 맡을 테니까.”
“괜찮겠어?”
그렇게 묻자, 다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부중을 얕보지 말라고, 강유진.”
신민유였다. 손에 든 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강유진 옆으로 다가왔다.
“너 혼자서 다 해먹으려고 하지 마. 이 녀석들은 나하고 이현제한테 맡겨.”
“……강유진, 들었지?”
이현제가 쓴웃음을 지으며 강유진의 어깨를 쳤다.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의지를 하라고 말한 건 너였잖아.”
“……그랬지.”
그러고 보니 호텔 자판기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기다려!”
“이 사람들이 정말……!”
사쿠마와 나루카미가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현제가 사인참사검을, 신민유가 창을 들이대며 그들을 입 다물게 만들었다.
“상대가 안 되는 걸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나 보지?”
“그래, 지금의 강유진은 너희 주인님이나 상대할 수 있다고. 너희들로는 안 돼.”
이현제와 신민유의 발언에, 사쿠마와 나루카미는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나루카미, 성좌무구 꺼내.”
“……알겠습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모습에 변화가 생겼다.
사쿠마는 순식간에 여러 장비를 장착했다. 끝부분이 구부러진 칼, 둥근 방패, 그리고 모자와 신발까지. 보통 성좌무구가 하나라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한편 나루카미는 자신의 손에 거대한 창을 출현시켰다. 창날 끝부분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가라, 강유진!”
“금방 쫓아갈 테니까!”
이현제와 신민유가 그들과 격돌하는 것을 곁눈질하며, 강유진은 다시 전진했다.
이현제의 뇌전에서 비롯된 천둥소리가 들리며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강유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 * *
강유진이 전진하는 모습을, 나는 시야를 가득 채우는 커다란 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참으로 놀랍군요. 브라흐마스트라까지 파훼하다니.”
차분한 목소리가 넓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 공간의 주인이 입을 연 것이다.
“강유진, 그는 분명히 사이온지 케이토에게 도전할 만한 인물입니다. 과연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지 궁금하군요.”
“…….”
나는 입을 다문 채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하얀 피부를 지닌, 아름다운 외모의 남자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명의 왕.”
의자에 우아하게 앉아, 그는 나를 쳐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저는 이 싸움에 절대로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아르주나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리죠.”
S급 성좌 ‘순백의 영웅’ 아르주나.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중의 영웅이자…… 사이온지 케이토와 계약한 성좌.
나는 그 아르주나와 대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