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기사 내습 (1)
“하민아가 의식을 잃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저도 모르겠어요. 눈을 떼지는 않았는데…….”
중국에서 데려온 하민아가 의식을 잃었다.
곁에서 달기가 감시하고 있었지만,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도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되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혹시 몰래 도망치고 빈껍데기만 남겨 놓은 거 아닌가?”
“그건 아닐 거예요. 그랬다면 제가 눈치챘겠죠.”
“어쨌든 이렇게 되면 상당히 일이 틀어지는데…….”
“달기, 하민아한테서는 아직 별다른 얘기를 듣지 못한 거지?”
“네, 제가 계속 고문을 했지만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어요.”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김무명 님이 잠깐 심문을 하긴 했네요.”
“김무명?”
“‘무명의 왕’과 계약한 계약자예요. 하지만 그분은…….”
“어차피 그 남자는 죽었어. 그러니 의미 없는 얘기야.”
그렇게 말하며, 강유진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채 하민아를 노려봤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잠들어 있으니 그냥 가련한 인상의 평범한 여자처럼 보였다.
“일단 병원에 데려가지. 혹시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니까 그 부분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거야.”
이현제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천상운도 그곳에 입원해 있어. 설비는 확실하니 거기다 가둬 놓는 게 최선일 거야.”
“그렇게 해야겠죠. 혹시 모르니 다 같이 갑시다.”
주민하도 동의했고, 결국 다 같이 강북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 * *
‘하민아가 의식 불명이라니…….’
관측기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어떻게 된 걸까.’
하민아는 여러 장치에 구속당한 상태였다.
마법을 쓸 수도 없고 남이 마법으로 구출해 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달기까지 옆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유유히 사라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그렇다면 하민아는 정말로 의식을 잃은 거라고 봐야 해.’
잠수함에서 나는 하민아를 회유해 정보를 얻어 냈다.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얻을 만한 정보는 다 얻어 낸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하민아가 지금 쓰러져도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서 하민아가 이렇게 되는 건 조금 부자연스럽다.
팔부중 손에 넘어가기 전에 누군가가 입막음을 하려고 한 것 같았다.
‘역시 하민아 배후에 누가 또 있는 건가?’
잠수함에서 나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내가 신경 쓴 것이…… 하민아가 계약한 성좌인 ‘예언의 마법사’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명도를 지닌 마법사…… 멀린.’
물론 하민아는 부정했다.
자기 성좌도 딱히 관여하지는 않았고, 전부 자기 스스로 한 일이라고 답했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어. 거기서 하민아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상황에서 하민아의 입을 막을 수 있는 건…… 멀린처럼 초월적인 힘을 지닌 성좌뿐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멀린 같은 성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하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멀린 혹은 다른 성좌의 조종이나 간섭을 받고 있었던 건가?’
그 생각에 도달한 순간, 나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이건 엄청나게 큰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건 하민아의 개인적인 광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어.’
나도 그렇고, 다른 성좌들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하민아가 혼자서 저지른 폭주라고 생각했다.
강유진 등 계약자들도, 아스모데우스 등 악마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걸 유도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게 멀린이라면…… 하민아를 조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원래 하민아도 새벽의 교단의 간부들을 마법으로 조종했다.
자기 뜻대로 세뇌를 해 놓고, 그 기억만 지워 버린 것이다.
그 덕택에 하민아는 모든 책임을 간부들에게 떠넘기고 선량한 성녀인 척 할 수 있었다.
그것과 비슷한 걸, 이번에는 하민아가 당한 게 아닐까.
하민아보다 훨씬 상위의 존재인 멀린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멀린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성좌는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관측기를 조작했다.
관측기에는 내가 연락하는 여러 성좌들의 리스트가 저장되어 있다.
그 리스트에서 나는 뭔가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한 성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양전이 알고 있는 건 이제 나도 거의 다 알고 있고, 문중은 만약 알고 있는 게 있었다면 이미 알려 줬을 테고…….’
결국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은 정해져 있다.
S급 성좌 ‘복수자의 왕’……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하지만 백작은…….’
사실 백작은 조금 연락하기가 껄끄러웠다. 내가 ‘위원회’ 초대를 거절한 이후 한 번도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백작이 불쾌해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내가 먼저 시치미 뚝 떼고 연락하는 건 살짝 부담스러웠다.
이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백작이라면 이걸 내가 약점을 드러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떠올린 건 백작과 같은 위원회 소속인 ‘순백의 영웅’ 아르주나였다.
백작과는 달리 아르주나하고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얼마 전에도 중국 사태를 무사히 해결한 걸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백작처럼 누가 누구한테 빚졌는지 일일이 따지는 성격도 아닌 것 같았고…… 한번 아르주나한테 찔러 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아르주나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 * *
“다시 방문해 줘서 기쁩니다, 무명의 왕.”
광대한 옥좌에 방문하자 아르주나는 두 팔을 벌리며 나를 환영해 줬다.
“중국 사태를 해결한 것,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계약자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이죠.”
“그 배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다 꿰뚫어 본 건 아닙니다만.”
아르주나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번에 강유진과 사이온지 케이토가 격돌했을 때와는 달리 마음에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르주나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은 뒤, 한동안 환담을 나눴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명의 왕.”
중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얘기를 마친 뒤, 아르주나가 미소 띤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오늘은 따로 용무가 있어서 찾아오신 건지요?”
“사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흠, 궁금한 게 있으신 모양이군요.”
“네, 성좌가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정보가 부족합니다.”
“그러시군요.”
아르주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나름대로 명성이 높은 S급 성좌이고, 이곳저곳에 귀가 열려 있습니다. 웬만한 건 답변해 드릴 수 있으니,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감사합니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인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S급 성좌 ‘예언의 마법사’…… 멀린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멀린.”
아르주나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생각에 잠겼다.
“단순한 프로필을 알고 싶은 건 아니시겠죠.”
“성좌로서 어떤 활동을 하는 인물인지 궁금합니다.”
“하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성좌는 아니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냥 관측기나 들여다보면서 세상 구경만 하는 성좌는 아닐 것이다.
아르주나의 태도만 봐도 그건 알 수 있었다.
“흠……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냥 아는 범위 안에서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멀린하고는 나름대로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이건 반가운 얘기였다.
역시 아르주나를 만나러 오기를 잘한 것 같았다.
“멀린은 저희 ‘위원회’ 소속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어진 말은 내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멀린이…… 위원회 소속이란 말입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탈퇴했지요.”
“탈퇴…… 어째서죠?”
“글쎄요,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멀린 정도의 지명도라면 위원회에 들어갈 자격은 된다.
다만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건…….
‘지난번에 문중에게 들은 바로는…… 위원회는 시나리오에도 관여한다고 했었어.’
멀린은 단순히 관측기로 세상 구경만 하는 성좌가 아니다.
위원회에 소속되어 세상의 흐름에 관여하는 성좌였다.
“무명의 왕, 당신이 왜 이런 질문을 하시는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아르주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하민아에게 멀린이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거겠죠.”
“……그게 맞습니다.”
케이토의 성좌였기 때문인지, 아르주나는 하민아 얘기라는 걸 바로 알아맞췄다.
“하지만…… 글쎄요. 그 부분은 저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군요.”
“그렇습니까?”
“네, 전혀 낌새가 없었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자세히 관찰할 걸 그랬군요.”
하긴 아르주나는 사이온지 케이토를 아끼고 있었으니까, 멀린이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약자들이 자기들 의지로 자유롭게 싸우는 걸 중요시했으니까.
“하지만, 무명의 왕.”
아르주나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멀린이 하민아한테 개입했다고 하면, 대체 무슨 목적이었을까요.”
“……혹시 멀린이 루시퍼나 판데모니움과 관계가 있었습니까?”
“표면적으로는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루시퍼 부활을 도울 인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럼 전쟁이나 분란을 좋아하는 인물이었습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결코 악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내 기억에서도, 이야기 속의 멀린은 결코 악한 인물은 아니다.
악마로 분류되기도 하고 정령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존재인 ‘인큐버스’와 인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버지와 비슷한 존재가 될 뻔했지만, 태어날 때 세례를 받아 그 운명에서 벗어났다.
그 이후에는 마법사로서 활동하며 아서 왕이 위대한 왕이 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사실 마법사로 유명하긴 하지만 아서 왕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준 현자로서의 측면도 강하다.
어쨌든 사악한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멀린이 하민아를 조종해 사악한 음모를 꾸밀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아르주나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다만 아르주나의 말을 믿는다면…… 멀린이 하민아를 조종해 루시퍼를 부활시키는 등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악한 음모가 아니더라도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수는 있지.’
아르주나도 멀린이 하민아에게 관여했을 가능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소체를 만들어 내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려서…… 무슨 이득을 볼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생각들이 전부 헛다리 짚는 것일 수도 있다.
멀린이 하민아에게 개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만약 멀린이 하민아를 움직이고 있었고, 뭔가 커다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라면…….
‘그러고 보니 잠수함 습격도 있었지.’
내가 인식하고 있던 것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누군가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 * *
“어휴…… 왜 일이 이렇게 꼬이는지.”
금양단의 신입 멤버 중 하나인 유목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장인 석태준의 동료이자, 한때 한국 최강의 계약자였던 천상운을 쓰러뜨리고 마신급 악마들까지 토벌한 강유진한테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다들 용서해 주셨잖아. 신경 쓰지 마.”
“하지만…….”
“단장님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다들 착하고 너그러운 분들이었잖아. 강유진 님도 그렇겠지 뭐.”
옆에서 동료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존경하는 분을 못 알아보고 덤벼들어서 우울한 거라고.”
“아, 너 강유진 님 존경했냐?”
“맞아. 다들 그렇지 않나?”
수많은 업적을 세운 강유진은 한국의 계약자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성좌와 계약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유목협도 계약자가 된 지 석 달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강유진에 대한 동경심이 강했다.
“다음에 다시 한번 사과드려. 혹시 알아? 뭔가 가르침을 주실지도.”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 싸우는 모습이라도 한번 직접 봤으면 좋겠다.”
“그건 포기해. 우리 같은 초짜들이 그분하고 같은 전장에 설 수 있을 리 없지.”
“멀리서 볼 기회 정도는 있을 거 아냐.”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경비를 서고 있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서양 사람?’
갈색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장발의 백인 남자였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몸에는 캐주얼한 스타일의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오늘 강유진이 돌아온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있나?”
통역 아이템을 쓴 건지, 그는 한국어로 말했다.
유목협은 ‘당신 누군데 강유진 님을 찾아?’ 하고 위압적으로 말하려고 하다가, 아까 강유진한테 실수했던 걸 생각해 내고 공손하게 말했다.
“아까 전에 나가셨습니다. 누구시지요?”
“그런가.”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
의아해하는 유목협 앞에서 그가 천천히 오른손을 옆으로 들었다.
“여기서 시작해야겠군.”
“당신, 뭐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유목협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에 손을 댔다.
석태준 단장이 특별히 보급해 준 A랭크의 장비다.
이걸 차고 있는 이상, 금양단의 멤버로서 당당하게 적과 맞서야…….
“아론다이트, 최대구현.”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고.
유목협은 자신의 몸이 두 조각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