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성좌들의 동란 (2)
– 그렇게 ‘금색과 은색의 동자’는 우리를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나와 강유진은 그 도움을 거절했다.
– 태공망에 직접 맞서 싸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빈사 상태에 빠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제대로 들렸다.
‘무명의 왕…….’
금각은 바닥에 쓰러진 채 관측기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듣고 있었다.
태공망을 배신한 금각은 동생인 은각과 함께 이곳에 갇혀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재미있군.”
그때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금각과 은각을 데려와 감시하고 있는 S급 성좌 ‘소머리의 대왕’ 우마왕이었다.
제천대성 손오공과 막상막하의 싸움을 펼쳤던 그도 태공망의 수족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까발리다니,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걸까.”
우마왕은 상당히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다.
“나타 태자가 다른 성좌들을 이끌고 막으러 갔을 텐데, 여전히 방송은 계속되고 있군.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렇게 말하며 우마왕은 천천히 금각과 은각 쪽으로 다가왔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
“대답 못 하는 건가?”
금각도 은각도 대꾸를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 앞에서, 우마왕은 코웃음을 쳤다.
“이봐, 너희들…… 나는 처분이 결정될 때까지 너희들이 딴짓을 못 하도록 감시하라는 명령만 받았지, 너희를 반드시 살려놓으라는 명령을 받은 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우마왕은 몸을 숙였다.
“너희들은 어차피 죽을랑 말랑 하는 몸이지. 그냥 여기서 너희들을 죽여 버리고 나타 태자를 지원하러 가도 될까?”
“…….”
“크크. 말이 없으니 허락한 걸로 알겠어.”
우마왕이 웃으면서 커다란 발을 치켜들었다.
강대한 힘을 지닌 우마왕이면 그냥 발로 짓밟아도 금각과 은각을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금각은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태공망을 배신하고 무명의 왕을 지키려 한 시점에서 이미 죽음을 각오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다.
‘무명의 왕…….’
지금 성좌 튜브를 통해 대대적인 폭로를 진행하고 있는 무명의 왕.
그가 태공망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는 걸 지켜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럼 잘 가라, 잔챙이들.”
그리고, 그런 금각의 머리 위로 우마왕의 커다란 발이…….
“잔챙이가 잔챙이보고 잔챙이라 하네.”
쾅, 소리와 함께 우마왕이 나가떨어졌다.
“……!”
금각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한 마리의 원숭이가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손오공……!’
S급 성좌 ‘싸움에서 승리하는 부처’.
최강의 성좌 중 하나인 제천대성 손오공이 우마왕의 옥좌에 나타난 것이다.
“혀, 형제! 대체 왜……!”
“형제라 부르지 마라, 이 빌어먹을 소 자식아.”
손오공이 거친 목소리를 내뱉었다.
“성좌 튜브 내용 보니까 네가 예전에 수상한 행동을 했던 게 생각나더라. 너도 태공망 끄나풀 맞지?”
“그래서 쳐들어온 건가?!”
“그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네.”
그렇게 말한 뒤 손오공이 금각과 은각을 내려다봤다.
“하이구, 꼴좋으시네.”
1400년 전, 지상에서 요괴 행세를 하던 금각과 은각을 때려잡은 게 바로 손오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오공 덕분에 금각과 은각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내가 다 해결해 놓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렇게 소리치며 손오공이 다시금 우마왕을 노려봤다.
“형제!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나?!”
“지금 나만 이러는 줄 알아? 성령대계 다 난리 났다고!”
“뭐, 뭐라고?”
“저런 영상을 보고도 성좌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우마왕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손오공이 소리쳤다.
“나타를 비롯해 너희 동료들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고 이미 소문이 쫙 퍼졌어! 다들 단단히 빡쳤지!”
“……!”
“그리고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다는 건 저 영상 내용이 진짜라는 거잖아? 그럼 더더욱 가만있을 수 없지!”
주춤하는 우마왕을 노려보며 손오공이 일갈했다.
“오늘 너희들 다 죽었어……!”
* * *
성좌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타는 다시 한번 전율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무명의 왕을 찾아내기 위해 강압적인 수색을 진행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 ‘무거운 방패의 영웅’이 쳐들어왔다는 거 진짜야?
– 그렇다니까! 방패로 나를 찍어 누르려 하면서 협박했어!
– 미쳤네. 자기가 뭔 줄 알고?
–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는데?
– 그놈 찾아내! 작살을 내 줘야겠어!
– 아킬레우스, 보고 있냐? 네 동료 혼 좀 내줘!
성좌 튜브의 채팅창에는 수색을 진행했던 성좌들의 이름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성좌를 때려잡았다고 보고하는 자도 있었다.
– 나 손오공 우마왕 혼내 줬음 다음에는 누굴 혼내 줄까
– 뭐야?
– 진짜 손오공임?
– 나 손오공 맞음 진짜임 정말로
– 채팅하는 말투 보니까 손오공 형님 맞는 듯!
– 제천대성님 다 때려잡아 주세요!
– 태공망도 작살내 줘!
“젠장……!”
나타는 욕설을 퍼부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지금 나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자기 옥좌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런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생하고 있는 것 같군, 나타.”
“문 태사……!”
그때 문중이 통신창을 통해 말을 걸어왔다.
“호출해도 나타나지 않고, 지금까지 대체 뭐 하고 있던 거야! 설마 당신도 배반할 생각은 아니겠지?!”
“진정해라, 나타.”
기분이 많이 상해 있었던 아까 전과는 달리, 문중은 조금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무명의 왕은 어딘가 몸을 숨긴 채 녹화 영상을 틀어 놓고 있는 것 같군.”
“그래! 아주 교활한 놈이야!”
나타는 까득,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되면…… 강제로 생중계를 중지시키는 수밖에 없어!”
“그게 가능한가?”
“그래! 대원수가 이 상황을 눈치채면 바로 그렇게 해 줄 거야! 본인이 직접 하든가, 나한테 성좌 튜브 총관리자 권한을 부여해 주든가 해서!”
이미 나타는 태공망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 놓은 상태였다.
아직 확인은 안 한 것 같지만, 확인하는 대로 처리해 줄 것이다.
“흠, 그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군.”
“뭐라고?”
“그렇게 하면 역효과일 거다, 나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늦긴 했지만, 무명의 왕 채널을 차단해서 생중계를 중지시켜야지!”
“무명의 왕이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나?”
“뭐?”
“무명의 왕의 채널은 성좌 튜브에서 구독자 수 1위를 자랑하지. 하지만 2위인 ‘원정대의 지도자’의 채널도 만만치 않은 구독자 수를 지니고 있어.”
“잠깐, 설마……!”
“무명의 왕을 차단하면, 원정대의 지도자가 똑같은 영상을 올릴 거야. 어차피 녹화 영상이니까 미리 공유만 해 놨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
“……!”
“그럼 원정대의 지도자만 차단하면 될까? 아니지. 그러면 다른 성좌의 채널에 올릴 거야. 여러 성좌의 채널에 동시에 올릴 수도 있지. 성좌 튜브가 무명의 왕의 영상으로 가득 찰 거야.”
“그, 그렇게 되면……!”
나타는 다급히 소리쳤다.
“성좌 튜브 자체의 기능을 정지시키면 되지! 아무도 영상을 못 올리게 만들면 돼!”
“이봐, 나타…… 그렇게 하면 성좌들이 가만있을까?”
“앗…….”
“그건 전무후무한 언론 탄압이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성좌들도 폭발하겠지.”
문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걸 감당할 수 있겠나?”
“으으으……!”
나타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인정하는 게 좋을 거다, 나타.”
“으으윽…….”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아, 아니! 그렇지 않아!”
그렇게 소리치며 나타는 관측기를 쳐다봤다.
“나는 아까 지상에 있는 주민하에게 정보를 전달했어!”
“주문하에게?”
“그래! 무명의 왕이 돌아왔다면 강유진과 달기도 돌아왔을 테고, 그놈들은 지상 어딘가에 있겠지!”
주민하는 태공망의 대행자로서 상당히 큰 권한을 부여받은 상태다.
그 권능을 사용하면 강유진과 달기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무명의 왕이 지상에 숨어 있을 수도 있어! 그놈을 일단 잡아 두면 돼!”
“…….”
“만약 무명의 왕이 지상에 없어도…… 강유진을 붙잡아 놓고 위협하면 분명 모습을 드러내겠지!”
“실망스럽군, 나타.”
문중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정도 수준으로 전락한 건가.”
“뭐, 뭐라고!”
“3천 년 전에는 이 정도로 잔챙이처럼 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그때는 태공망이나 양전이 항상 곁에 있었지.”
“나를 모욕하지 마라, 문 태사!”
“왜, 나까지 숙청하려고?”
문중이 피식 웃었다.
“해 볼 테면 해 보도록. 그러면 너는 더더욱 잔챙이가 될 테니까.”
“네놈……!”
나타는 눈을 부릅뜨고 문중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때 관측기에서 알림음이 들렸다.
“네, 네놈하고 얘기할 시간은 없다! 나는 이만 가 봐야 하니까!”
“주민하가 연락을 했나 보지?”
나타는 [화신 강림] 등의 스킬이 없지만, 성령대계 구석에 숨겨진 게이트를 통해 지상에 내려갈 수 있다.
이제 지상으로 내려가 강유진 등을 잡고 무명의 왕을 끌어내기만 하면 된다.
……뒷수습은 태공망에게 맡겨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도 가면 될까?”
“의욕이 없으면 오지 마라, 문 태사!”
그렇게 소리친 뒤, 나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옥좌를 떠났다.
* * *
무명의 왕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강유진과 달기도 돌아왔을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주민하는 즉각 자신에게 부여된 권능을 사용했다.
주민하는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계약자지만, 이런 유사시에는 태공망의 대행자로서 그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다.
유사시에만 개방되는 힘이기 때문에 알렉세이도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알래스카.’
강유진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한 뒤, 주민하는 곧바로 그곳으로 ‘전이’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알래스카의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디에 있을까.’
주민하는 주위를 살폈다.
강유진이 이 언저리에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려면 이렇게 눈으로 찾아봐야 한다.
‘하필 이럴 때 눈보라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주민하는 계속해서 탐색했다.
그리고 묘한 건물을 발견했다.
‘미군의 지하 기지인가?’
지하로 통하는 입구 같았다.
출입문 주변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방금 전에도 누군가가 왔다 갔다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주민하는 말없이 출입문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내부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마력을 흘려보내도 반응이 없다.
함정이 없을 거라 예상하면서, 주민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주민하는 즉각 뒤돌아보았다.
아마 눈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을 것이다.
의천검을 손에 든 이죽헌이 주민하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주민하아아아!”
이제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지니게 된 이죽헌의 찌르기.
그건 주민하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