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3
33화. 합작 (2)
“저는 예전에 계시를 받았습니다. 언젠가 진정한 영웅이 나타나, 구세주로서 혼란한 세상을 바로잡을 거라고.”
“…….”
“그 영웅이 바로 강유진 님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주민하가 늘어놓는 얘기를 들으며, 석태준이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잔다르크 신드롬이군요…….”
* * *
잔다르크 신드롬.
그건 환상대계와의 통합 이후 잠시 유행했던 현상이다.
나는 위대한 존재의 계시를 받았다, 그러니 나를 따르라…… 이런 식으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단순한 망상 내지는 정신 질환이었는데, 환상대계와 합쳐지면서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게 된 사람이 늘어난 영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좌나 사도하고 접촉한 걸 그렇게 받아들인 사람들도 꽤 많았다. 당시는 아직 성좌나 사도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정대의 지도자.”
“뭐지?
“주민하는 어느 쪽이지?”
내가 던진 질문에, 이아손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저 남자는 ‘진짜’야.”
“…….”
“성좌나 사도의 메시지를 착각한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허언이나 정신병인 것도 아니지. 주민하는 정말로 ‘목소리’를 들었어.”
“대체 누구의 목소리지?”
“문제는 그거지. 그 부분은 단서가 없어. 악마의 속삭임이었을 수도 있는 거고 말이야.”
“그런데 주민하는 그걸 신(神)적인 존재의 계시라고 믿고 있는 거고?”
“그렇지, 새벽의 명성 교단의 교주하고 같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거야.”
“…….”
그렇다.
새벽의 명성 교단의 교주 또한 잔다르크 신드롬이었다고 한다.
자기가 계시를 받았다면서 미래를 예언하는 등 온갖 기적을 보여 줬고, 지금처럼 커다란 교단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저 녀석은…… 그런 계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조용히 지냈어. 다른 놈들처럼 ‘나를 따르라!’라고 소리치지 않았지.”
“…….”
“지금 보이는 것처럼 고아들을 돕거나 하는 식으로 소소한 선행을 하면서, 조용히 기다렸어.”
“기다렸다…….”
“그래, 계시에서 언급된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던 거지. 그게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이아손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녀석은 진짜배기야, 무명의 성좌.”
* * *
“끼리끼리 노네.”
그것이 이죽헌의 감상이었다.
“이죽헌 씨, 그런 말은 좀…….”
“내 말이 틀렸어? 강유진하고 죽이 잘 맞게 생겼구만.”
“뭐 강유진 씨도 위대한 분에 대한 신앙심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요…….”
석태준이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뒷목을 긁었다.
“일단 주민하 씨, 호서파의 다른 계약자들은 어디 있죠? 아직 도착 안 한 건가요?”
“이쪽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위치에 배치시켰습니다.”
주민하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철 토벌은 여기 있는 넷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
“이봐, 잠깐만!”
주민하의 말을 듣고, 이죽헌이 인상을 찡그리며 앞으로 나왔다.
“지금 장난치는 거야? 우리 셋하고 당신, 이렇게 넷이서 도철을 잡는다고?”
“네.”
“야, 강유진, 석태준. 철수하자.”
이죽헌이 손을 치켜들면서 내뱉었다.
“그냥 우리한테 떠넘기려고 하는 거네. 함께 잡자고 하더니 고작 한 명 보내는 게 말이 돼?”
“음…… 제가 생각해도 좀 그러네요.”
석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호서파 전체가 달려들어도 못 잡았던 거 아닌가요? 그 정도로 위험한 괴물인데 이건 좀…….”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구세주 님을 믿고 있기 때문이죠.”
주민하가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구세주 님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
“동료분들이라면 몰라도, 손발이 맞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 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방해가 되겠죠.”
“그러는 당신은 왜 합세하는 거지?”
강유진이 그렇게 묻자, 주민하는 냉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구세주 님의 방해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쁘지 않네. 마음대로 해.”
“이봐, 강유진!”
이죽헌이 옆에서 소리쳤지만, 강유진은 무시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 괴물을 못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럼 제가 보는 눈이 잘못된 거겠죠.”
주민하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제가 생각한 구세주가 아니었다는 얘기가 될 테니까요.”
“대충 알겠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세주 님.”
“다른 건 다 좋은데, 구세주 님이라고는 부르지 마. 난 그런 거에는 관심 없으니까.”
“그러면 강유진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강유진과 주민하의 모습을, 석태준과 이죽헌은 옆에서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슬슬 괴물 잡으러 출발하자고.”
“이봐, 강유진! 아까 우리 얘기 못 들었어?! 이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이건 항의해야 해!”
이죽헌이 다시금 소리쳤지만, 강유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꾸했다.
“항의할 시간에 그냥 우리들끼리 잡는 게 더 빠를 거야.”
* * *
“보다시피, 저런 성격이라서 말이지.”
이아손의 경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사람들 시선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일부러 상황을 더 꼬아 버리는 놈이니까.”
“…….”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성좌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겠지.”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이아손이 왜 주민하를 나한테 추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그냥 민폐 캐릭터지만, 성좌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어.’
생각해 보면 성좌 중에서도 비슷한 성향인 놈들이 있었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가 그 전형적인 사례인데, 시시해 보이는 상황을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부러 이벤트의 히든피스를 발동시킨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올려 대서 악명이 높았다.
‘말하자면 자체적으로 미션을 설정해 주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4인 파티로 도철 잡기 미션?’
물론 석태준이나 이죽헌 입장에서는 짜증 날 수도 있겠지만, 잘 진행만 된다면 성좌들이 보기에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것이다.
“주민하는 그냥 혼자 있을 때는 조용히 고아들이나 돌보면서 지내는 계약자지. 실력은 뛰어나지만 별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서, 담당 성좌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매력적인 계약자가 아니야.”
“…….”
“하지만 강유진과 붙여 주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이아손이 느긋한 목소리로 자기 플랜을 얘기했다.
“강유진이 자기가 기다리던 구세주라는 걸 확신하면, 주민하는 강유진을 진짜 구세주로 만들기 위해 행동을 개시할 거야. 일부러 위험한 선택지를 고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부분만 눈감아 준다면…… 매우 유능한 참모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지.”
“참모라…….”
“직접 나서서 싸우는 것보다 상황을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에 더 재능이 있어. 네 계약자들의 후방을 맡아 줄 만한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하후은과는 달리, 이아손은 주민하를 나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다.
자기와 계약한 상태에서 주민하를 강유진의 동료로 만들려는 것이 이아손의 계획이다.
그렇게 하면 현시점에서는 ‘고아를 돌보는 착한 교회 오빠’에 불과한 주민하가 ‘구세주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광신적인 참모’로 변모하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돋보이는 캐릭터가 되는 거지.’
최근 강유진은 여러 성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강유진 옆에 주민하를 배치하고, 자기와의 계약도 계속 유지시킨다면 이아손에게는 큰 이득이 된다.
‘역시 만만치 않은 성좌야.’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성좌지만, 이아손은 확실히 능력 있는 남자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이아손이 저렇게 자기 이득을 챙기려 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내가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해 봐야 하는 시간대가 되었다.
* * *
– 도철이라, 삼황오제의 순 임금 때 추방되었던 괴물이었지?
– 시대를 생각하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채팅방에 올라오는 성좌들의 잡담을 보면서, 금각은 턱을 쓰다듬었다.
“형님, 도철을 잘 아세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초고대(超古代)의 존재니까 위험한 놈은 맞겠지.”
혼돈(渾沌), 도올(檮杌), 궁기(窮奇), 그리고 도철.
‘사흉’이라 불리는 이 네 마리는 삼황오제 시대의 괴물이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최소 4천 년 이전의 존재다.
금각, 은각 형제가 지상에서 요괴로 활동했던 건 1400년 전 당나라 시대다.
까마득한 과거의 존재인 것이다.
“원초괴이(原初怪異)는 일단 다 위험하다고 보면 돼.”
모든 경우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초고대에 존재했던 괴이들은 규격 외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초고대의 괴물들을, 환상세계에서는 ‘원초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럼 아무리 강유진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어려울까요?”
“글쎄…….”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건 분명하다. 더군다나 인원수도 적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금각은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강유진이라면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그쵸?”
은각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마리라면 몰라도, 도철 한 마리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그렇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도철 한 마리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 * *
* 개요 : 초고대의 사악한 존재, 사흉(四凶). 그중 하나인 도철(饕餮)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탐욕의 화신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그 숨통을 끊어라.
* 달성 조건 : 도철 토벌.
* 달성 보상 : 강화 크리스털 4개.
저 멀리서, 황소만 한 크기의 괴물 하나가 강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보시는 대로, 하루 종일 먹기만 하는 놈입니다.”
뿔이 난 인간의 얼굴을 지닌 도철은 입을 크게 벌리고 뭔가를 끊임없이 먹어 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생물이 아니었다. 들판에 버려져 있던 것으로 보이는 폐타이어를 먹고 있었다.
“먹을 만한 동식물이 없어지면, 저런 것까지 먹어치웁니다.”
“식욕의 화신이라 할 수 있겠는데.”
주민하의 설명을 들으며, 강유진은 철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물리 공격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마법 공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예 안 통하는 건 아니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됐어.”
그렇게 대꾸하고 강유진은 앞으로 나아갔다.
석태준과 이죽헌도 그 뒤를 따랐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못된 괴물을 빨리 잡아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C급 성좌 ‘아버지를 죽인 왕자’가 이번에도 멋진 활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즐거워합니다.] [B급 성좌 ‘두 자루 도끼의 살인귀’가 시원하게 두들겨 패라고 응원합니다.] [A급 성좌 ‘물을 다스리는 선녀’가 새로운 동료와의 케미에 기대합니다.]성좌들의 목소리가 메시지를 통해 차례차례 전달되었다.
“다들 태평하네. 우리는 목숨 걸고 싸우러 가고 있는데.”
“근데…… 이죽헌 씨도 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잖아요?”
“…….”
“확실히 다른 몬스터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한 마리뿐이기도 하고, 어떻게든 되겠죠. 강유진 씨도 있고.”
“성좌 놈들도 강유진 때문에 저렇게 태평한 건가? 저 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다고 봐야죠.”
“쯧…….”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는 이죽헌을 보고, 석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는 사이, 도철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먼저 갈 테니, 알아서들 따라와.”
“야, 잠깐!”
이죽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강유진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도철이 인간의 접근을 눈치채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이 나타났다고 생각한 걸까, 인간과 비슷한 얼굴로 히죽 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도철을 향해, 강유진은 철퇴를 회전시키며 돌진했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가 이대로 가면 전개가 너무 시시해질 것 같다고 느낍니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가 이벤트의 히든피스를 강제로 발동시킵니다.]그 순간.
옆에서 흐르던 강물 쪽에 이변이 발생했다.
* * *
– 뭐야?
– 금편의 태사 또 시작이야?
– 아, 강에서 뭔가 튀어나왔어!
– 저건 또 뭐죠?
– 날개 달린 호랑이?
– 아! 뭔지 알겠다!
– 그러게. 그거네.
– 뭔데?
– 빨리 말해 줘!
– 이 자식들아! 도철하고 함께 나타난 날개 달린 호랑이라면 뻔하지! 역사 공부 좀 하라고!
– 사흉 중 하나…… 궁기야!
* * *
날개 달린 붉은색 호랑이가 강물 속에서 튀어나온 순간, 강유진은 도철을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여기서 호랑이를 경계해 머뭇거렸다가는 더 위험해진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대로 도철에게 철퇴 공격을 날리고, 도철이 주춤한 사이에 태세를 정비해 호랑이에 맞선다…… 그런 생각이었다.
콰직!
하지만, 도철이 철퇴에 얻어맞는 일은 없었다.
도철의 입이 갑자기 커지더니, 철퇴의 쇠구슬 부분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1억 코인을 지불하여 구입한 철퇴가…… 도철의 입안으로 사라진다.
“키키키키!”
“캬캬캬캬!”
공중과 지상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무기를 잃은 강유진을 향해, 두 방향에서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 * *
“어…… 이건 나도 전혀 예상 못 했던 상황인데.”
“…….”
“원초괴이 두 마리하고 동시에 싸우라니, 이건 좀…….”
이아손의 얼빠진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환장하겠네.’
구세주가 역경을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계약자, 주민하.
계약자가 쉽게 승리를 거두는 모습이 보기 싫은 성좌, 금편의 태사.
고난이도를 선호하는 두 정신병자들에 의한,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이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