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상행 열차 (1)
이번에는 아무 문제없이 열차에 탈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게 유령 열차보다 진짜 기차가 더 후줄근하네.”
“뭐, 그만큼 사람이 많이 써서 그렇겠죠.”
“야, 내가 창가 자리에 앉으면 안 되냐? 멀미할 것 같은데.”
“가위바위보로 정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참아 보시죠.”
강유진과 석태준이 앞자리에, 이죽헌과 주민하가 뒷자리에 앉았다.
나머지 좌석은 다 차 있어서 서로 붙어 앉을 수밖에 없었다.
“강유진 씨, 교단 일은 마태수 씨한테 그냥 맡겨 두고 가도 괜찮은 걸까요?”
“증거 같은 건 다 넘겼고,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뭘 하겠어.”
“그건 그렇긴 하지만…….”
“백윤호하고도 마무리를 지었고, 이제 굳이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결국 마태수 씨한테 신세를 지게 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석태준의 말대로, 중서부 지역에서는 줄곧 마태수에게 신세를 졌다.
마태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천안까지 오는 데도 꽤 고생을 했을 것이다.
“우리도 마태수한테 도움 많이 줬잖아.”
“그래도요.”
“이번에 느낀 거긴 하지만…… 그쪽도 딱히 우리한테 선의가 있었던 건 아니야.”
“네?”
“우리가 이용 가치가 있었으니까 손을 내민 거지.”
그렇게 말하고 강유진은 창문 밖을 쳐다봤다.
도시 풍경을 감상하면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얘기 안 했던 게 있는데 말이야.”
“네?”
“이번에 인연도가 올랐어.”
인연도가 올라서 성좌무구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아직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기회에 말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드디어 그분에게 인정받은 거지. 솔직히 감격스럽…….”
“아, 저희도 올랐어요.”
“……뭐?”
깜짝 놀란 강유진이 다시 석태준을 쳐다보자, 뒤에서 이죽헌이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 셋 다 어느새 올랐더라고.”
“……정말로?”
“그럼 구라로 올랐다고 하겠냐?”
“……나만 오른 게 아니었던 건가?”
강유진의 목소리가 딱딱해지자, 옆에서 석태준이 다급히 말했다.
“워, 원래대로라면 강유진 씨가 제일 먼저 인연도가 올랐을 거예요! 근데 성좌님이 바쁘거나 해서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늦어진 거겠죠!”
“하이구, 웃기고 자빠졌네.”
뒤에서 이죽헌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그래, 강유진. 혼자만 인연도 오른 줄 알고 우쭐했었나 보지? 근데 어쩌냐? 석태준도 오르고, 나도 오르고, 심지어 계약한지 일주일밖에 안 된 주민하도 올랐네? 성좌님이 딱히 널 특별 취급하고 있는 건 아닌가 봐?”
“…….”
“아 이죽헌 씨. 왜 그런 식으로 말하세요!”
“이런 걸로 심각해하는 게 웃기잖아.”
“이죽헌 님, 너무 강유진 님을 자극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신앙심이 강한 분이라는 거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성좌한테 신앙심을 갖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지.”
“이죽헌 씨!”
“그러면…… 성좌무구도 다들 쓸 수 있게 된 거군.”
강유진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나머지 세 사람이 조용해졌다.
“강유진 씨, 인연도가 E급으로 오른 거 아니었어요?”
“E급?”
“그동안 계속 F급이었잖아요. 우리 셋은 다 E급으로 올라서 강유진 씨도 E급으로 오른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성좌무구는 D급부터 쓸 수 있어요. 일부 힘만 구현할 수 있는 유사구현이지만.”
“D급부터……?”
“일단 상태창 열어 보세요.”
강유진은 시키는 대로 상태창을 열어 봤다.
그리고 ‘인연도 : D’라고 표시되어 있는 항목을 찾아냈다.
“D인데.”
“아, 그럼 강유진 씨만 인연도 D급인 거네요. 한 번에 두 계단 올려 줬네요.”
“뭐라고? 그딴 게 어디 있어?”
“강유진 님이 계약한 기간도 가장 길고,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 D급…… 한 번에 두 계단…….”
강유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건…… 인정받은 거야.”
“에이, 재미없게시리. 무슨 두 단계를 동시에 올려 줘? 이러다가 금방 A급 되겠네.”
“이죽헌 님도 지난번 성좌와 계약했을 때는 A급 아니었습니까?”
“나는 그 성좌랑 계약했던 기간이 꽤 길었다고!”
“그리고 A급이 되면 좋지 않습니까. 더 큰 전력이 될 테니까요.”
“그거랑 별개로 저놈이 으스대는 게 꼴 보기 싫은 거야.”
“이죽헌 씨, 그만 좀 하시죠.”
“허이구, 너희들이 그렇게 계속 둥기둥기해 주니까 저놈이 맨날 요상한 소리만 해 대는 거라고.”
“그냥 강유진 씨 개성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습니다. 원래 구세주는 좀 특이한 측면이 있어야죠.”
“너도 특이한 건 만만치 않은데 말이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가운데 통로 너머의 좌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네들 왜 저리 시끄러워? 수다 떨러 기차 탔나?”
“냅둬. 보아하니 시골 동네 계약자들인가 본데, 수도권 올라가는 기차 타니까 기분이 들떴나 보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앉아서 이쪽을 흘겨보며 떠들고 있었다.
“음, 좀 조용히 얘기하죠…….”
“뭐야 저 새끼들, 지금 시비 거는 거야?”
석태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지만, 이죽헌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눈을 부라렸다.
“야, 너희들. 지금 뭐라고 했냐?”
“이죽헌 씨!”
“아, 놓으라고. 야, 너희들 우리한테 뭐라고 했어?”
이죽헌이 그쪽으로 다가가자, 통로 쪽에 앉아 있던 남자가 눈을 치켜뜨고 이죽헌을 쳐다봤다.
“촌뜨기가 서울 가니까 신나서 수다 떤다고 했는데, 뭐 불만 있냐?”
“하, 진짜 웃기는 꼴을 다 보네.”
이죽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 우리가 누군지는 아냐?”
“하, 가지가지 하네.”
남자가 옆에 앉은 여자와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었다.
“하여간 촌구석 놈들은 이래서 안 돼. 동네에서 조금만 유명세 타면 자기가 무슨 전국구 계약자라도 된 것처럼 안다니까.”
“수도권에 올라가면 그냥 아무도 모르는 촌뜨기에 불과한데 말이야.”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들은 수도권 쪽을 본거지로 하는 계약자들 같았다.
천안에는 일 때문에 잠깐 내려온 걸까.
“아, 그래그래. 일단 물어는 볼게. 너 뭐 하는 놈인데? 우리가 아는 이름인지 아닌지 한번 확인해 보자고.”
“이 자식들이 진짜……!”
이죽헌의 목소리가 더 거칠어졌고,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석태준이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강유진 씨, 주민하 씨. 이거 어떻게 하죠? 말릴까요?”
“냅둬. 시비 거는 걸 받아 준 건 이죽헌이니까 이죽헌이 알아서 하겠지.”
“아, 진짜. 강유진 씨는 이죽헌 씨한테만 차가우시네.”
“뭐라고?”
“저나 주민하 씨가 비슷한 상황이어도 안 끼어들 겁니까?”
“…….”
강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죽헌만 특별 취급할 수는 없지.”
“……참 특이하시네.”
계속 신경전을 벌이는 이죽헌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그만해.”
“야, 지금 우리한테…….”
“이 사람들 얘기가 맞으니까.”
그렇게 말하자 이죽헌은 인상을 찡그렸고, 앉아 있던 남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흑룡회, 그리고 그 적대 세력한테는 우리 이름이 잘 알려져 있었지. 그래서 아무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했어.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면 상황이 달라.”
“그건…….”
“이 사람들한테 ‘우리가 누군지는 아냐?’ 하고 말해 봤자 통할 리가 없지.”
“아니, 나도 우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한 게 아니고, 그냥 입에서 나온 말인데…….”
“차라리.”
이죽헌의 말을 끊으며, 강유진은 계속 말했다.
“시비 붙어서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너희들이 다치니까, 알아서 입 다물라고 말하는 편이 낫지.”
“…….”
강유진이 내뱉은 말에, 앉아 있던 남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너 지금 뭐라고 말했냐?”
“못 들었어?”
이쪽을 노려보는 그들을 보면서, 강유진은 또박또박 말했다.
“시비 붙어서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너희들이 다치니까, 알아서 입 다물라고.”
“……하, 진짜.”
남자가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뻗어, 강유진의 어깨를 밀치려 했다.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 누굴 병신으로…….”
남자의 말소리가 중간에 끊겼다.
강유진의 어깨를 밀치려고 했지만, 끄떡도 안 했기 때문이다.
“어?”
“왜 그래?”
“아, 아니…….”
남자가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유진이 그 손을 중간에 낚아챘다.
“악!”
“함부로 사람 건드리지 마.”
강유진은 그대로 남자의 팔을 꺾어 제압하려 했다.
“그, 그만! 내가 잘못했어! 부러뜨리지 마!”
“야, 강유진! 살살 좀 해!”
“이상한데. 어렸을 때 봤던 영화에서는 이렇게 해서 관절을 꺾으면 상대방이 옴짝달싹 못하던데…….”
흐릿한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뭔가 제대로 안 되었던 모양이다.
남자를 놓아주자, 이번에는 창가 쪽에 앉아 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켰다.
“이 자식이 진짜…….”
사실 체격 자체는 여자 쪽이 더 건장했다. 딱 봐도 물리 공격 타입 계약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힘 좀 쓰나 본데…… 좀 어설프다?”
“기술은 아직 배우는 상태라서 말이야.”
“내가 직접 가르쳐 줄까? 응?”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뒤에서 석태준과 주민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민하 씨, 어떻게 좀 해 보세요!”
“내버려 두시죠, 석태준 님.”
“내버려 두다뇨!”
“민간인들도 이용하는 기차에서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어온 사람들입니다. 분명히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으스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왔겠지요.”
“그건…….”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 주는 게 좋을 겁니다.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
“물론 지금 이곳에 있는 다른 승객들은 불편을 겪겠지만, 그 분들에게는 다 끝난 뒤에 제가 제대로 사과를 드리도록 하지요.”
“아니, 왜 그렇게 냉정해요…….”
결국 두 사람 다 가만히 있기로 한 모양이다.
이죽헌도 흥이 식었다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서 있는 상태고, 더 이상 끼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한눈팔지 마!”
바로 그때, 여자의 오른쪽 주먹이 날아왔다.
잽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어깨에 힘을 빼고 주먹을 가볍게 던지듯이 치는 동작이었다.
그런데……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예상외인데.’
이 공격 하나만큼은 지난번에 상대한 사마윤보다 빠르고, 동시에 날카로웠다.
……물론 파워는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얼굴에 정통으로 얻어맞았다고 해서 별 대미지는 없었지만 말이다.
“뭐, 뭐야?”
정통으로 주먹이 들어갔는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 있는 걸 보고, 여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를 관찰하다가, 강유진은 바로 깨달았다.
“아, 스킬인 건가.”
“뭐?”
“스킬로 주먹질을 컨트롤하고 있는 거야. 맞지?”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정말로 주먹질을 보조해 주는 스킬이 있다면 한번 배워 보고 싶었다.
물론 스킬을 새로 배우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 스킬, 이름이 뭐지?”
“이게 지금 장난하나……!”
여자가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봤기 때문에 궤도를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거 놔!”
여자의 주먹을 손으로 꽉 붙잡은 채, 강유진은 그녀의 팔을 꺾었다.
“아야야야!”
“이상한데, 이 자세가 아닌가…….”
이번에도 뭔가 잘못됐는지 상대방이 고통스러워하면서 마구 발버둥 칠 뿐이었다.
“강유진 너 인마…… 되게 어색했던 거 아냐?”
“시끄러워…….”
결국 이번에도 그냥 놓아줬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
“…….”
남녀는 얼굴이 시뻘개진 채 강유진을 잠시 노려보더니, 바로 짐을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
주위 눈치를 보면서, 굴욕으로 가득 찬 얼굴로.
“어디 가는 거야? 다른 칸에도 빈자리 없는 것 같던데.”
“식당차에 가는 거겠죠. 여기에서 계속 우리랑 얼굴 마주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식당차? 그런 곳도 있었나? 한번 가 보고 싶은데.”
“……강유진 씨, 제 말 못 들었어요?”
“흠, 그러면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민하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해 줘서 고맙군.”
조금 앞쪽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이쪽을 향해 말을 걸었다.
“미안하지만 아까부터 얘기를 계속 듣고 있었네.”
“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르신.”
“아니, 괜찮아. 내가 얘기를 듣고 있던 건 아는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거든.”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마치 신선 같은 외모를 지닌 노인이었다.
“마태수 이름이 나온 것 같은데, 함께 일을 했었나 보지?”
“중서부 지역에서 신세를 졌는데요…… 아는 사이신가요?”
“마태수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때 몇 번 함께 일한 적이 있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천안에 올라왔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얼굴을 보려고 했었는데, 뭔가 무척 바쁜 모양이라 만나기 어렵더라고.”
“아…… 정말로 바쁘긴 바빴을 겁니다. 처리할 일이 많아서.”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하면 어떨까.”
노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제갈금이라고 하네.”
그렇게 노인이 이름을 말한 순간.
강유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몸을 움찔했다.
“다들 왜 그래?”
“야, 강유진! 제갈금도 모르냐! 수도권의 그 제갈금이잖아!”
“아까 그 사람들도 다른 동네 사람은 모른다고 했잖아. 내가 수도권 사람을 어떻게 알아.”
“아, 진짜……!”
“강유진 님.”
이죽헌을 대신해, 주민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분은 팔부중의 일원입니다.”
“……팔부중?”
“네, 수도권을 지배하는 여덟 명의 계약자 중 하나라는 겁니다.”
주민하의 말을 듣고, 강유진은 앞좌석 할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그래서, 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