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중앙성전 (4)
“이렇게 얼굴이 박살 났는데도 숨이 붙어 있다는 게 대단하군. 약물 덕분인가?’
반송장이 된 백윤호를 내려다보며, 마태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이 지하실의 광경 자체가 대단하지만 말이야. 움직이는 시체들, 실험 대상이 되고 있는 몬스터들…… 천안 같은 도시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을 줄이야. 천안의 계약자들도 여기 광경을 보면 이번 습격이 정당했다고 인정해 주겠지.”
“거기 그 남자도 목숨이 붙어 있으면 증언 정도는 할 수 있을 테고 말이야.”
“이곳 중앙성전은 이 스캔들로 완전히 해체되겠지만, 교단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거야.”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은 마태수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곳의 이인자인 김문영 사제가 보이지 않아.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챙겨서 도망친 것 같더군.”
“…….”
“아마 교단 본부에서는…… 중앙성전을 장악한 백윤호 주교가 독단적으로 한 짓이라면서 꼬리 자르기를 할 거야. 평소 하던 짓이지.”
“그렇다면.”
“음?”
“교단 놈들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내서 박살 내야겠지.”
강유진의 말을 들은 마태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래야 강유진이지.”
“그럼 난 이만 가 보겠어. 뒤처리는 부탁할게.”
“뭔가 서두르는 것 같은데, 급한 볼일이라도 있나?”
“있어.”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어가면서, 강유진은 담담히 말했다.
“아직 호두과자 못 먹었거든.”
* * *
– 강유진이 사이비 교단에서 인체 실험을 당한 희생자였을 줄은 몰랐네.
– 천봉원수는 알고 있었어요?
– 나는 몰랐지. 근데 지금 찾아보니까 내가 강유진을 처음 봤던 곳 근처에 그 교단의 시설이 있더라.
– 그럼 강유진이 그렇게 강했던 건 그 교단의 개조 인간이어서 그런 건가…….
– 야, 지크프리트 발언 못 봤냐? 지금 강유진의 힘은 강유진 자신의 것이야!
– 그 아저씨, 평소에는 그냥 조용하다가 한번 자기 감성 자극하는 일 있으면 구구절절 떠들어 댄단 말이야.
– 그리고 그다음에 항상 후원금을 아주 크게 쏘지.
– 그건 자기가 생각해도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 같던데.
– 어쨌든 강유진이 백윤호를 때려눕혀서 다행이야.
“장군님, 이번 일 자체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강력한 괴물이나 악마를 상대로 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걸까요?”
“그만큼 강유진이라는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갖는 성좌들이 늘어났다는 얘기겠지요. 이제 강유진은 더 이상 무명의 계약자가 아닙니다.”
“그래도 다른 계약자들에게 보이던 반응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본래 영웅은 그 태생에 비밀을 갖기 마련입니다.”
“태생…… 말씀이십니까?”
“왕의 피를 이어받았다든가, 태어나자마자 신의 축복을 받았다든가…… 많은 영웅들은 그런 비밀을 지니고 있지요.”
“강유진도 그런 케이스란 말씀이십니까?”
“물론 인체 개조를 당했다는 게 신화적인 영웅들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현대적인 영웅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요. 조금 비극적인 느낌도 있고 말입니다.”
“노예 등의 처지에 있으면서 핍박받던 자가 자유를 되찾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종종 들어 본 것 같습니다.”
“아, 그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강유진이라는 인물에 새로운 드라마성이 추가되었다는 게 본질입니다.”
– 그런데 저 새벽의 명성 교단은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 그러게. 누가 아는 사람 있어?
– 거기도 계약자 꽤 많을 텐데 별로 얘기가 없네.
– 잔챙이가 아니라 주요 간부들은 특정 성좌들하고만 계약하는 것 같던데.
– 아까 그 중앙성전 지하처럼 관측기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곳이 많아. 뭐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니까.
– 어쨌든 이번에 이상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잖아.
– 그건 이번에 강유진 따라서 지하로 잠입한 사도가 일등 공신이네.
– 몬스터들의 체액을 뽑아서 약물을 만들고 있었던 거 맞지? 듣도 보도 못 한 짓을 하네.
– 현상대계가 환상대계보다 과학이 발달해서 그런가?
– 근데 굳이 그런 짓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
– 그러게. 좋은 성좌랑 계약한다든가, 사도한테 좋은 물건을 구입한다든가, 굳이 자기들끼리 연구하지 않아도 방법이 있을 텐데.
– 그래도 그 연구 결과로 강유진 같은 게 나왔잖아.
– 강유진은 몬스터 유래 약물 투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 그러고 보니 강유진이 어떤 원리로 그렇게 강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네.
– 그거 알아 봤자 우리는 이해 못 해. 현상대계 과학 기술은 이해하기 어렵더라.
– 어쨌든 강유진 그놈 참……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인물이야.
* * *
“이번에도 호응이 대단해!”
통신창에서 이아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영웅에게는 비극적인 과거가 있어야지!”
“너한테도 있었어?”
“……뭐, 내 얘기는 그렇다 치고.”
평소와는 달리 애매한 태도로 얼버무리며, 이아손이 헛기침을 했다.
“이걸로 중서부 지역에서의 여행은 대충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안 그런가?”
“그렇지.”
“외딴 지역에 떨어져서, 흑룡회의 마태수를 만나 신세를 지고, 바포메트를 쓰러뜨리고, 이죽헌과 싸우고 팀 헤카테를 격파하고, 주민하와 함께 사흉과 싸우고, 사마윤의 백기단을 격파한 뒤…… 천안에서는 교단의 백윤호를 만나 옛 원한을 갚았지.”
이아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참 인생은 재미있다니까.”
“어떻게 보면 그건 네 탓인데 말이야.”
“엥? 어째서?”
“그때 네가 강유진한테 집적대면서 시간 잡아먹었잖아. 기차 놓칠까 봐 허둥대다가 유령 열차 탄 거였다고.”
“아하, 그렇다면 중서부 지역에서의 강유진 일행의 대활약은 다름 아닌 이 ‘원정대의 지도자’ 덕분이었다는 말씀? 이거 다음 영상에 소재로 사용해도 되나?”
“놀고 있네.”
코웃음을 치면서도, 이아손이 원한다면 영상에 그런 내용을 넣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성좌들은 이아손을 비웃겠지만, 이아손은 그런 비웃음도 기꺼이 받아들일 인물이다.
“어쨌든 중서부 지역에서의 활약으로 강유진은 한 명의 영웅으로서 주목받게 되었어. 이제는 수도권에 진출해도 꿀릴 게 없겠지.”
“수도권이라…….”
이제 곧 강유진 일행은 천안역에서 기차를 타고 수도권으로 출발한다.
수도권은 팔부중이라 불리는 계약자들이 지배하는 지역으로…… 벨레로폰의 계약자 천무혁이 참가하려고 했던 ‘시나리오’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고 보니, 수도권에는 새벽의 명성 교단의 본부도 있었지.”
“…….”
“수도권에서는 더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 같은데? 정말 기대된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이아손이 미소 지었다.
“앞으로도 최대한 협력할 테니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줬으면 좋겠어, 무명의 성좌.”
“그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어. 이제 우리는 동반자니까.”
“아하하. 100퍼센트 진심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쁜데?”
이아손은 정말로 기뻐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면 질문 하나 하겠는데 말이야, 무명의 성좌.”
“뭐지?”
“언제까지 성좌명 없이 활동할 거지?”
“…….”
“성좌 스킬 등으로 감추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이미 파악했어. 너는 아직 성좌명을 정하지 않은 신참 성좌야.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성좌명이 없다는 건 부자연스럽지.”
확실히 그건 그렇다.
나도 그동안 성좌명이 없는 성좌라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수도권에 들어가면 분명히 문제가 될 거야. 거기를 지켜보는 성좌들 중에는 깐깐한 놈들이 몇 명 있거든.”
“…….”
“근원력 측면에서도 성좌명이 있는 편이 더 유리해. 앞으로 네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성좌명을 정하는 게 좋을 거야.”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 뒤, 이아손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 입장도 생각해 주라고. 언제까지고 무명의 성좌라 부를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진명을 가르쳐 줄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냥 무명이라고 부르면 돼.”
“에이, 그건 이름이 아니지.”
“원래 내 진명이 김무명이었어.”
“놀고 있네.”
방금 내 말투를 따라 하며 이아손이 웃었다.
“어쨌든,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알겠어.”
“뭣하면 내가 만들어 줘도 되고 말이지.”
그런 대화를 끝으로, 이아손과의 통신이 종료되었다.
‘성좌명이라…….’
사실 이대로 계속 성좌명 없이 활동하고 싶다는 게 내 본심이다.
익명성에 기댄 채 활동하고 싶었다.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는 건 좀 낯간지럽고, 그렇다고 너무 없어 보이는 이름이나 장난스러운 이름은 안 좋을 것 같고.’
옛날에 처음 인터넷 닉네임을 정할 때도 꽤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았다.
‘물론, 수도권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더 많이 고민해야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관측기를 들여다봤다.
그곳에서는 천안역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 있는 4인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잘들 먹네.’
각자 호두과자를 한 봉지씩 들고 냠냠 먹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 * *
“그래, 얘기해 줘서 고맙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백윤호를 내려다보면서, 마태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많이 고통스러울 텐데도 불구하고, 자네는 성심성의껏 얘기해 줬어. 정말로 고맙군.”
“빠, 빨리 진통제를 투여해 줘. 내가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금방 편하게 해 줄 테니까.”
백윤호는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 있었다.
하지만 응급 처치만 한 수준이고, 본격적인 치료는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그, 그래. 압수한 내 물건 중에, 16번이라고 적혀 있는 앰플이 있을 거야. 그걸 나한테…….”
“걱정하지 말라니까.”
마태수가 백윤호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백윤호의 목에 꽂았다.
“힉……!”
“금방 편하게 해 준다고 했잖아.”
백윤호는 한동안 고통스러워한 뒤 숨을 거뒀다.
그 모습을 보며 마태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금방 죽지는 않는군. 미안하게 됐어.”
그렇게 말한 뒤 마태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곳은 성좌들도 관측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엿듣는 사도도 없습니다.”
마태수가 그렇게 말한 직후.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우아하고 세련된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들은 마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색 중에 발견했습니다. 도망친 사제는 이것의 중요성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마태수는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다른 계약자들이나 성좌들 눈에 띄기 전에 넘기겠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둠 속에 있던 존재가 상자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상자 내부를 살핀 뒤, 흡족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고 마태수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이 시설을 습격할 명분을 마련해 준 강유진에게 고맙다고 해야겠군요.”
그렇게 말하자, 어둠 속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태수는 입을 다문 채 그 목소리를 경청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조만간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게 좋겠군요. 안 그래도 이번에 제가 한국 중서부 지역을 평정하면서 흑룡회 내부의 권력 지도에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중국의 흑룡회 본부와 교섭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명목이면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마태수는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앞으로도 판데모니움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벨리알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