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0
60화. 구문룡 (3)
아득한 꿈을 꿨다.
수많은 호걸들이 있었다.
비록 도적패에서 시작했지만 한낱 도적패로 끝나지 않으려 했다.
체천행도(替天行道) 충의쌍전(忠義雙全),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며 충과 의를 모두 갖추려고 했다.
그러나 천하는 혼란스러웠고, 호걸들이 원하던 대로 일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조정에 귀순한 뒤 오랑캐와 싸우고 반란군과 싸우느라 수많은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토사구팽이 시작됐다. 간신들의 음모로 서열 2위였던 노준의가 수은을 먹고 익사했다.
이어서 송강에게도 독주가 주어졌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사진은 성좌라는 존재가 되었다.
사진은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령대계에서 다시금 양산박을 결성해, 이번에야말로 대업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하고는 다르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양산박 시절의 정열을 상실한 상태였다. 아무 걱정 없이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성좌 생활에 안주하려 하는 듯했다.
게다가 구심점이 되어 줄 지도자도 없었다. 우두머리였던 송강은 성령대계 어디에도 없었고, 노준의도 지도자 역할을 사양했다.
사진은 실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지는 않았다.
성령대계에서 양산박을 부활시킬 수 없다면, 지상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뜻을 펼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사진은 A급 성좌였다.
아홉 마리 용 문신이라는 특징이 후세에 널리 알려져 다른 호걸들보다 지명도가 높은 편이라 그런 것 같았다.
사진은 A급 성좌의 힘을 이용해 지상에 영향력을 행세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세력을 넓혀 갔다.
다만, 일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그릇이 한참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송강이나 노준의 등과 비교하면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너무나 차이가 났다.
머리 쓰는 능력도 한참 부족해서 작전이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가는 일도 잦았다.
본래 사진은 무술을 수련했을 뿐인 무뢰한이었다.
한때 도적떼의 두령 노릇을 하긴 했지만 결국 양산박 밑으로 들어갔고, 남들을 이끌거나 작전을 세우는 것보다는 무술을 발휘해 적을 때려눕히는 게 적성에 맞았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사진은 꿈을 저버리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약자를 모아 세력을 구축했다.
잘못된 작전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근원력을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지상에서 세력을 불리는 데 몰두했다.
그렇게 발버둥 친 결과, 화성문이라는 제법 큰 조직을 지배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수도권 전체를 지배하는 조직으로 키워야 했다. 나아가서는 수도권 바깥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진출하여 대륙을 호령하는…… 과거 양산박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실현하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꿈을 꾸었던 것이다.
* * *
정신이 들었을 때, 사진은 평소 지내던 성령대계의 옥좌에 쓰러져 있었다.
강유진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마성 강림]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버렸고, 그 충격이 성령대계의 본체까지 전달된 것이다.
“…….”
상태창을 열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소멸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동안은 성좌로서의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대미지를 입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가…….”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아무래도 일종의 가사 상태에 빠지려는 것 같았다.
“쯧쯧, 완전히 맛이 갔구만.”
그때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험상궂게 생긴, 시커먼 얼굴의 남자…… 이규가 어느새 옥좌에 와 있었다.
“야, 정신 차려.”
이규가 억지로 사진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사진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걸 깨닫고, 인상을 찡그리며 사진 옆에 주저앉았다.
“지상에 강림한 상태에서 쓰러지면 이렇게 되는 건가?”
“그것도 모르면서, 자기 계약자의 몸에 강림한 건가……?”
“쓰러져 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지!”
“나도 이렇게 쓰러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 너는 어떻게 아는 건데?”
“다른 곳에서 정보를 수집해야지…… 어리석은 놈.”
“흥, 어차피 나는 무식한 놈이야.”
이규가 콧방귀를 뀌면서 대꾸했다.
“그런데 말이다, 사진.”
“뭐지……?”
“표정은 좋네.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 나아.”
“…….”
거울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어째서일까…….’
문득 반란군하고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던 과거가 생각났다.
그때는 복병의 화살을 맞아 죽었지만, 이번에는 유망한 젊은이와 사투를 벌이다가 쓰러졌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그나마 조금 나은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 지상에서 강유진과 싸우고 있었을 때도 너는 아주 생기가 넘쳐 보였어. 역시 너는 무술 솜씨를 보여 주면서 멋있게 싸우는 편이 어울려.”
“…….”
“여러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일을 꾸미는 것보다 말이야.”
부정하기 어려웠다.
강유진과 싸우면서 감정의 기복을 겪긴 했지만,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충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에.”
“음?”
“만약에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면, 그 이후부터는 조금 다르게 활동해 보지…….”
어설픈 지도자 행세는 그만두고.
보다 구문룡 사진다운 성좌가 되어 보고 싶었다.
“뭐, 나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너는 너무 태만하게 사는 거고 말이야…….”
그렇게 대꾸한 뒤, 사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음?”
“내가 지상에 만든 조직…… 화성문이 걱정이다…….”
이대로 잠드는 건 딱히 두렵진 않지만, 지상의 화성문이 걱정되었다.
“내가 이 꼴이 되었으니, 더 이상 화성문을 지원해 줄 수 없는 상태다. 안 그래도 많은 간부들이 쓰러지면서 화성문의 전력 자체가 약화되었는데, 내 지원까지 없어지면 화성문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
“그게, 걱정이다…….”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자, 이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 안 해도 돼.”
“뭐라고?”
“다 알아서 해결해 주기로 했어.”
“그게, 무슨 소리지……?”
“그 무명의 S급 성좌가 다 대비책을 마련해 놨다고 하더라고.”
“무명의 S급 성좌?”
“그래, 걱정 말라고 하더라.”
사진은 허를 찔렸다.
하지만 대체 뭘 어떻게 할 건지 따져 묻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믿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괜한 걱정 말고 쉬어.”
“그래…… 걱정 안 해도 되는 건가.”
사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이규.”
“뭔데.”
“성좌로서 큰 권능을 손에 넣고,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해 왔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돌이켜보니, 예전에 양산박에서 너희들과 함께 싸울 때가 더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이고, 이 자식아.”
이규가 주먹으로 사진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그런 당연한 걸 이제야 알았냐.”
“하하하.”
“됐으니까 잠이나 자라.”
이규의 말을 듣고 사진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순간, 갑자기 편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잠을 자기는커녕 휴식을 취한 적도 없었다.
옆에 옛 동료가 있다는 것에 안심감을 느끼며, 사진은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득한 옛날의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았다.
* * *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성좌까지 쓰러뜨리는 당신의 무용에 감탄합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5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무인이라고 평가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당신에게 10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인 ‘삼두육비의 신동’이 다른 성좌의 도움을 받아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서 쓰러뜨린 건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A급 성좌인 ‘삼두육비의 신동’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덧붙입니다.] [A급 성좌인 ‘삼두육비의 신동’이 당신에게 20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가 당신에게 40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강유진이 다양한 성좌들의 후원 메시지가 계속해서 표시되는 걸 지켜보고 있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놈들…….”
방금 쓰러진 남자의 입에서, 힘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미 재기 불능 상태의 몸이었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사진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본래 육체의 주인…… 화성문의 이인자였던 한세원의 목소리였다.
“뭘 어떻게 해.”
강유진은 냉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조직을 제갈금에게 돌려줘야지.”
“웃기고, 있군…….”
한세원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이 화성문이라는 조직은…… ‘아홉 용의 쾌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던 조직이다…… 그 ‘아홉 용의 쾌걸’과 척진 상태로 조직이 제대로 운영될 것 같나?”
“…….”
“게다가 지금 전투로 ‘아홉 용의 쾌걸’ 본인도 타격을 입었을 거다. 더 이상 지상을 신경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지도 몰라…….”
입에서 계속 피를 흘리면서도, 한세원은 계속 말했다.
“‘아홉 용의 쾌걸’의 비호를 받지 못하면, 화성문은 순식간에 약체화된다. 그러면…… 원필소가 화성문을 집어삼키겠지.”
“원필소?”
“옛 부천 지역에서 성남 지역까지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계약자야.”
지친 표정으로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이시온이 입을 열었다.
이쪽도 성좌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예전부터 화성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
“그래, 이미 화성문은 내분으로 약체화된 상태야. 거기다 성좌의 비호까지 사라졌다는 걸 알면, 원필소는 바로 화성문을 집어삼키려 하겠지…….”
한세원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결국 화성문은 이제 끝인 거다…….”
“…….”
한세원의 말에, 이시온도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시온도 한세원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흠흠, 과연 그럴까?”
바로 그때, 대표실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화성문은 큰 타격을 입었어. 내분 때문에 인적 손실이 컸고, 훌륭한 요새였던 이 성도 일부분 파괴되었지. 게다가 지도자였던 제갈금도 지친 상태야.”
“너는, 누구지……?”
한세원이 고개를 치켜들며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신은…….”
강유진은 눈을 크게 떴다.
대표실 안으로 들어온 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유진 일행이 화성문을 도와준다면 그런 부분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지. 안 그런가?”
그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며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물론 여기서 매정하게 떠날 생각은 아니겠지? 화성문의 간부들을 모조리 때려눕힌 건 바로 강유진 너니까 말이야.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해야 하지 않나?”
“그건…….”
“어차피 수도권에서는 그냥 단독으로 움직이면 좋지 않아. 처음에 제갈금이 그랬던 것처럼 너희들을 노리고 수를 쓰는 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너희도 일단 화성문의 신세를 지는 편이 여러모로 편할 거야.”
막힘없이 청산유수로 떠들어 대면서, 그는 양옆으로 팔을 치켜들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았지. 그게 뭐겠어? 대답해 보라고, 거기 쓰러져서 죽어 가는 사람.”
“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좌의 비호를 잃었다는 것…….”
“그래, 바로 그거지. A급 성좌 ‘아홉 용의 쾌걸’의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그러니 이 조직은 약체화될 수밖에 없지. 강유진 일행이 가세한다고 해도 말이야.”
한세원의 대답을 듣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지.”
“뭐……?”
“자, 화성문 여러분.”
팔을 옆으로 치켜든 채, 남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모두, 이 ‘원정대의 지도자’가 책임지겠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B급 성좌지만, A급 성좌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나하고 재계약시킬 수 있는 권능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야. 이제부터 너희는 나와 계약한 계약자가 되는 거야.”
원정대의 지도자.
그리스의 전설적 영웅 집단인 ‘아르고호 원정대’를 이끌었던…… 인류 역사상 최초의 ‘영웅 올스타팀’의 리더.
예전에 강유진이 때려눕혔던 영웅 이아손이, 계약자 스카우트를 위해서라면 자유롭게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힘을 사용해 이곳에 나타났다.
“나는 이미 수많은 계약자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한꺼번에 내 밑에 들어온다고 해서 딱히 부담될 것도 없어. 얼마든지 나한테 의지하라고. 하하하.”
화성문 입장에서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면서, 이아손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