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40)
241화. 영웅들의 귀환 (2)
“짐은 그대들에게 ‘하늘의 지명석’을 하사하겠다.”
“……!”
라인하르트의 말에,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폐, 폐하?”
“그 물건은 황실의 후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있을 수 없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아무리 그들이 영웅이라고 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처사예요!”
대신들이 일제히 기함했다.
“미안하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네.”
“……그것이 정녕 폐하의 뜻이옵니까?”
베인슈텔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 그게 내 뜻일세.”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폐하의 뜻이니 저희는 따르겠습니다만, 부디 이 일을 후회하지 않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베인슈텔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귀족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었으나, 동시에 공작이 지닌 권력이 이미 황권을 뛰어넘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살얼음판이 따로 없군.’
하긴.
모두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의 지명석’은 일종의 소통의 창이다.
바로, 상층부의 신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집트 신격들과 만났을 때 고대종인 ‘고구마’를 손에 넣었던 걸 생각한다면…….
이번 보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종류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박이군. 아니, 이건 완전히 미쳤지.’
신격들이 워낙 변덕이 심하고 종잡을 수 없어, 응답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놈들의 마음에 든다면 그 대가는 기존의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일 게 틀림없었다.
진혁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물론.
“저희에겐 너무 과분한 상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죠.”
입에서 나온 말은 본심과는 거리가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다.
“아니오. 그대들 덕분에 무고한 백성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오히려 더 많은 걸 해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야.”
“다시 한번 성은에 감사드립니다.”
어우. 손발이 오글거리고 입에 가시가 돋는다.
그래도 마지막 표정 관리까지 잘해야 한다.
이런 게 어른들의 사회생활인 법이었으니까.
“잠시 마무리할 일이 있으니, 그게 끝나는 대로 내가 직접 지명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네.”
무언가 생각났는지 라인하르트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에브라함 경?”
“예. 폐하.”
“에스코트를 좀 해 줄 수 있겠나? 경이 있다면 굳이 여러 명의 근위대가 필요 없을 것 같군.”
베인슈텔른의 측근이자, 그랜드 소드마스터인 에브라함.
그를 라인하르트가 지목했다는 건 꽤나 의외였다.
아군이 아니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작이 대놓고 적대심을 보인 지금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황명을 따르겠습니다.”
잠시 라인하르트와 진혁을 번갈아 바라보던 에브라함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잠시 생긴 휴식 시간.
진혁은 저번에 묵었던 방을 배정받았다.
모처럼,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음식이 차려진 제대로 된 곳이다.
테레사와 천유성, 그리고 페시스는 맞은 편 방에 있으니, 조금 있다 다시 만나면 되겠지.
“하아. 드디어 좀 쉬겠네. 난 조금만 눈 좀 붙일게.”
엘리스가 곧바로 침대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하여간 저 녀석은 씻지도 않고 잘 생각인가.
“아! 언니. 저도요. 저도 같이 자요.”
“그래 이리와.”
엘리스 옆으로 안드리아가 파고들었다.
“모기!”
덩달아 고구마까지 침대 위에서 뒹굴거렸다.
푹신푹신한 침대가 마음에 든 건지, 그르릉거리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면서.
“주군, 저는 에브라함이란 자를 좀 살피고 오겠습니다. 아무리 그자가 이중첩자라고 하나, 경계를 늦추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습니다.”
남궁천과의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온 안드리아와 월영까지 합세하자, 방 안이 아주 도떼기시장이 다 됐다.
다 좋은데 제발 다른 방으로 좀 가라.
여기 널린 게 방인데 왜 다들 이곳으로 오고 난리인 거냐.
“후우.”
진혁의 입에서 깊은 한숨을 흘러나왔다.
그래도 시끄러운 녀석들이 당분간 조용히 있을 테니, 이참에 안트라드에게서 얻은 아이템들을 살펴볼 수 있을 거다.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4개의 아이템들을 주르륵 늘어놨다.
‘여우 구슬’.
‘염열의 검’.
‘악식가를 위한 1009가지 요리책’.
‘망각의 샘물’.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지닌 상위 등급의 아티팩트들이다.
‘악식가를 위한 1009가지 요리책’은 통곡의 마녀가 있는 15층을 공략할 때 요긴하게 쓰일 테고…….
이제 ‘염열의 검’을 살펴볼 차례다.
화끈하고.
뜨거운 기운이 손끝을 따라 정수리까지 퍼져나갔다.
[염열의 검]입수 난이도: SS
공격력: 13,500
무게: 82kg
내구도: 10,000/10,000
특수 효과: 중급 마족 안트라드가 사용하던 애검으로 ‘화염 속성’ 고유 능력이나 스킬과 함께 사용할 시 1분간 공격력이 10%만큼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검을 소지한 대상자는 모든 화염 공격에 대한 내성이 50%만큼 상승합니다.
……대박이다.
공격력 자체도 엄청난데, 특수 효과로 달린 옵션 2개는 더욱더 사기적이었다.
공격과 방어에 모두 특화된 건 물론, 적혀 있는 퍼센트는 보면서도 믿기 힘들 지경이다.
‘유일한 단점이 무게이긴 한데, 어차피 이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오룬 영감님을 통해 해결해도 되고 아니면 릭을 통해 비싼 값에 처분할 수도 있다.
부르는 게 값일 테니,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진혁이 이번엔 투명한 유리 안에 불꽃이 넘실거리고 있는 구슬을 들었다.
[여우구슬]입수 난이도: SSS
내용: 지니고 있을 시, 모델 ‘구미호’로 수인화를 가능하게 하는 구슬입니다. 외형이 변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이동 속도와 각종 스킬들이 추가로 생성됩니다.(단, 소유자의 변경은 불가능하며, 여성만 소유가 가능합니다.)
속도에 최적화된 능력들.
이게 어울리는 게 딱 한 명 있지.
“안드리아. 잠깐 이쪽으로 와 줄래?”
“네?”
“줄 게 있어서 그래.”
“진혁 님이 저에게……요?”
안드리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빠르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겨울잠을 자던 다람쥐 한 마리가 해바라기 씨를 발견해 뛰어오는 것만 같다.
“이걸 양손으로 잡아.”
“예!”
구슬이 안드리아의 손에 닿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웅!
[수인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구미호’의 힘이 개화합니다!]안드리아의 외형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쫑긋 솟은 귀와 9개의 하얀 꼬리가 부드럽게 살랑거렸다.
완전히 전설 속에 기록된 구미호의 모습이다.
무시무시하게 묘사된 것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긴 했지만.
“와아…….”
안드리아가 신기한 듯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단순히 외형이 변한 걸 넘어,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질이 변했다.
“마력을 조절하면, 수인화를 했다가 풀었다 조절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감사해요. 진혁 님. 이런 귀한 걸 저에게 주시고…….”
“지금껏 내가 시키는 임무를 하느라 고생했잖아? 그 보상으로 주는 거니 부담 갖지 않아도 돼.”
부담을 잔뜩 가지란 뜻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생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이렇게 은혜라는 족쇄를 채워 두면, 나중에 안드리아와 5계층의 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좋아.
여우구슬까지 해결했으니, 이제 대망의 히든 피스만 남았다.
감격에 겨워 하는 안드리아를 뒤로한 진혁이 처음 보는 액체를 확인했다.
[‘탐식의 눈’이 대상을 간파합니다!] [망각의 샘물]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과 탑 밖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억 조작’이 가능하게 합니다. 왜곡된 기억의 지속 시간은 망각의 샘물이 완성된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현재 완성도: 7%)
이럴 수가…….
한 명도 아니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과 탑 밖의 일반인들의 기억을 동시에 조작할 수 있다니.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순간, 이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수십 개나 떠올랐다.
그 정도로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보물이었다.
‘이번에 얻은 보상들은 뭐 하나 버릴 게 없네.’
이 정도면 넘쳐나는 행운이 두려울 지경이다.
길을 걷다가 운석에 맞아도 억울한 소리를 해서는 안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주체하기 힘든 흥분을 밖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아직 가장 중요한 보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지명석’.
상위 신격들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머지않았다.
***
제국의 히든 플레이스 ‘황제의 무덤’.
이곳은 역대 황제들이 안식을 취하는 장소로, 수많은 결계들과 마법들로 철통같이 보호받고 있는 금지이기도 했다.
진혁이 감회에 찬 눈으로 무덤 내부를 훑었다.
하나같이 ‘색’을 부여받은 성유물들로 가득 차 있는 무덤은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눈호강을 하는 기분이었다.
‘나도 참 출세했네. 여기를 다 와 보고.’
과거에도 최고라고 자부했지만, 이곳에 입장하지는 못했다.
황제의 마음을 바꾸는 데도 실패했을 뿐더러, 중층부의 패권 다툼에 지금처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어려운 난관을 함께 돌파해 줄 동료 자체가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티격태격해대긴 했으나,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
뭐……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고독하기만 했던 길을 혼자 걷지 않는 다는 게.
‘무엇보다 한계라고 생각했던 과거를 뛰어넘어 더욱 성장할 수 있어.’
그 사실에, 심장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그때.
“호오.”
진혁의 눈에 화려하게 생긴 조각상이 들어왔다.
천사를 본 떠 만든 약 2m크기의 대리석 석상.
물론, 정말로 시선을 끈 건. 그 조각상의 군데군데 박혀 있는 형형색색의 보석들이었다.
저것이 바로 ‘하늘의 지명석’이다.
“엄청난 아이템이에요. 마력이 끝이…… 보이질 않아요.”
테레사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확실히 재밌는 장난감이긴 하네.”
엘리스의 눈매 또한 가늘어졌다.
“이거, 진귀한 걸 다 보게 되는군요.”
“…….”
페시스와 천유성 역시 믿기 힘들다는 듯, 하늘의 지명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마족 셋을 해치웠으니 그대들에게 저 중에서 3개를 주겠네. 허나 명심하게. 하늘의 지명석은 어디까지나 상위 신격과 소통을 하게 해 주는 매개체일 뿐. 그들의 관심을 끌려면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걸.”
신격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메리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중이떠중이에겐 신격들의 조롱을 받거나, 심하면 분노를 사게 될 수 있는 저주받은 성유물에 불과하다.
“저, 저주라고요?”
저주란 말에, 테레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무리 신격과의 접점이 매력적이라 할지라도, 저주를 받고 싶으면서까지 얻고 싶은 기연은 아니었다.
“물론, 너무 걱정은 하지 말게. 자격이 없을 경우 즉시 지명석을 다시 천사상에 반환하면 되니까.”
“그건…… 다행이네요.”
여기저기서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남아 있는 지명석이 총 37개네요.”
지명석의 수를 헤아리던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라인하르트의 입가가 미미하게 떨렸다.
37이란 수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진혁이 무슨 말을 할지 알겠다는 것처럼.
“그러다네. 정확히 37개가 남아 있지.”
과거에서 현재까지 라인하르트 황가의 혈족들은 총 38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명석은 37개나 남아 있다.
그렇다는 건.
오직 한 명만이 지명석을 통해 신격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말이 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선대 폐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뜻 아니겠나?”
제국을 일통한 라인하르트 1세.
압도적인 무력과 철혈의 통치를 선보인 황제였으며,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절대 권력을 소유한 절대자였다.
때문에 그는 신격들의 선택을 받았다.
신격들의 비호를 받아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제국의 평화를 위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황금기는 너무도 짧았다.
초대 이후 지명석을 통해 황실의 권위를 이어갈 만한 인재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소중한 지명석을 저희에게 주려고 하셨던 겁니까? 마족들을 해치운 자들이라면 지명석을 통해 신격들의 인정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해서?”
“허허. 역시 눈치가 빠르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네.”
“무언가 생각이 있으셔서 결정을 하신 거겠습니다만, 귀족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분명, 황권에 의문을 품는 자들이 대거 나올 텐데요.”
몇 시간 전 황제가 내린 결정은 공식적으로 귀족들을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밑에서 활동하던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어금니를 드러낼 것이다.
“황권이라…….”
라인하르트가 천천히 그 단어를 곱씹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주름살에서 고독한 황제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런 것 따위보다 나는 이 제국에 살고 있는 내 사람들이 더 중요하네.”
지키고 싶었다.
선조가 이룩한 이 제국을.
평화의 이름하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을.
오직 그걸 위해 평생을 바쳤고 그걸 위해서라면 이 한 몸을 불사르더라도 후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힘으론 무리야.”
허수아비에 불과한 황권.
이미 베인슈텔른 공작은 권력의 노른자라 할 수 있는 세금과 국방의 핵심을 모두 거머쥐고 있었다.
몇몇 충신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걸로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루가 흐를 때마다 격차는 더 극심하게 벌어져만 갔고,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기에 너무나 오랜 세월 어둠 속에서 절망하며 살아왔다.
“자네가 염려한 대로 이제 곧 대대적인 반란이 있을 걸세. 무림이 휴전에 응한 것도 모두 귀족들과 이야기를 끝냈기 때문이겠지.”
“알고 계셨군요…….”
귀와 눈을 닫고 있다지만, 완전히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나 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 라인하르트 나름대로 무언가 결심을 했다는 뜻일 거다.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닐 수도 있다고. 그리고 막연했던 기대는 이제 확신으로 변했지. 부디, 제국을 구해 주게.”
모든 것을 잃어버린 황제가.
모든 것을 구해 달라 부탁한다.
진심이 담긴 무거운 음성에는 그 어떤 가식도 섞여 있지 않았다.
“저는…….”
그런데 진혁이 대답하려고 하던 바로 그때였다.
[결계가 모두 해체됩니다!] [방어 마법이 무력화됩니다!] [황제의 무덤에 침입자들이 진입했습니다!]붉은색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누군가 왔다.
이 무덤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