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80
680화. 귀환자 메드레이 (2)
띠링!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황금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귀환자 메드레이가 당신의 편에 합류합니다.]좋아.
연기가 제대로 먹혔다.
“모, 모기이….”
“미요으으….”
“쿨럭! 컥. 고귀한 이 몸이 용가리 치킨이 될 줄이야.”
물론, 소소한 희생이 가미되긴 했지만, 메드레이라는 대어를 낚게 되었으니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이리라.
진혁이 재빨리 역류했던 마력을 제대로 순환시켜 다친 애들의 상처를 치료했다.
일명 병 주고 약 주고.
그럼에도 불평불만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건 평소에 철혈의 통치를 해온 덕분이었다.
그렇게 메드레이가 완전히 이쪽에 서게 되자 전장을 감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지금까지가 조금 여유롭고 흥미로운 사냥이었다면, 이제는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츠츠…
마력과 마력이 충돌한다.
숨이 막히는 대치 상황 속.
한 세계를 주름잡던 귀환자들이 각자의 무기와 능력들을 점검했다.
이미 물이 엎질러진 이상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만 한다. 애초에 현상금 이벤트를 포기할 생각이 있는 자는 없었기에 메드레이가 아니라 그 누가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싸운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메드레이 쪽은 묶어만 두면 돼. 어차피 우리 목표는 강진혁 저 녀석이니까.”
클레망스의 시선은 오롯이 한 명에게 꽂혀 있었다.
…욱씬!
[자아의 77%가 잠식되었습니다!] [초월 서클의 봉인 7개가 파괴되었습니다!]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고들.
이제는 앞뒤 가릴 때가 아니다.
꿈틀!
클레망스의 넝쿨들이 이든을 움켜쥐었다.
“크…윽?”
완벽하게 속박된 이든의 입에서 묵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너도 살고 싶으면 그 마도서에 마력을 몽땅 다 털어넣어야 할 거야. 아까부터 눈치 보면서 슬금슬금 빼고 있는 게 다 보이거든?”
“전… 최선을… 다, 다하고 있습니다.”
“거짓말 치지 마!”
콰아아악!
넝쿨이 훨씬 더 억세게 조여왔다.
“크아아악!”
“아직까지 우리 능력이 전부 다 해금되지 않았어. 네놈이 제 역할을 똑바로 한다면 그럴 일은 없을 텐데 말이야. 저주 받는 게 두려운 건 알겠지만 지금 당장 뒈지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아, 알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
츠츠츠….
이든이 마도서의 책장을 넘겼다.
[아둔한 그림자가 움직입니다.]사람의 피부로 만든 책장을 통해 이든의 생기가 쭉쭉 뽑혀나갔다.
태고의 언어들이 음울한 빛을 토해내자 귀환자들의 마력 역시 기존보다 더욱더 진해졌다.
“킥…크흐흐흐. 다, 다 죽어라.”
이미 남자와의 접선 이후 모든 의욕과 복수심이 사라진 껍데기뿐인 육체. 이제는 살아남고 싶다는 욕구 외엔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이든을 원활하게 조종하기 위해서 남자가 해둔 정신계 장난질이 제대로 뿌리박힌 결과였다.
“배치를 약간 바꿔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군. 일단, 병력은 충분하니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확인한 다음 거기에 맞춰 대응하도록 하지.”
초반 전투로 인해 약간은 지친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달리 이쪽은 컨디션이 좋은 귀환자들과 병력들이 쌓여 있었다.
우우웅!
함선들이 배치를 바꿨다.
동시에.
“커엉! 컹!”
“크르르!”
그레고리의 늑대들이 측면으로 내달렸다.
쇠뇌를 든 남성의 등 뒤로 기다란 검은 날개가 생겨났다.
반조의 권능이 발현된 것이다.
박쥐 떼들과 늑대들이 서로의 속도를 극대화하며 순식간에 엘리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소롭구나.”
엘리스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감히 진조 앞에서 반조 따위가 덤비다니.
격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똑똑히 새겨주마.
[고유성창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콰콰콰콰콰콰콰!
붉은 혈풍이 몰아쳤다.
그것을 기점으로 각기 다른 곳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군.”
천유성이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소년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볼을 따라 흐르는 식은땀이 유독 차갑다.
너무나 여리여리하게 생긴 작은 체구의 소년이었지만, 한 자루의 검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시리도록 차갑고 예리하다.
소년 역시 천유성을 보다 배시시 웃었다.
“재밌는 분이로군요. 이번에 탑을 등반하시는 분들은 기간이 몇 년 안 되었다고 들었는데, 유독 재능 넘치는 강자들이 많나 봐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괴물이군… 너.”
“후후. 과찬이십니다. 같은 검을 쓰는 분과 싸우고 싶었는데, 과연….”
스릉!
하얀 검광이 쏟아졌다.
그 순간.
카아아앙!
20m는 족히 떨어져 있는 거리가 무색하게 검과 검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엄청난 속도의 발도다.
자기 키보다 더 큰 검을 휘두른 소년이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이걸 막았네요?”
몇십 센티미터 뒤로 물러서긴 했지만, 천유성은 거의 그 자리에서 발도를 받아쳤다.
그래도 치열하게 수련해온 대가 있다고.
미세한 각도와 발놀림 눈빛 등을 읽어내는 힘은 최고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 어떤 상대와 싸우게 되더라도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1을 했을 때의 이야기.
이런 난전 상황에서는 여러 강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펼쳐진다.
“크르르….”
데고리아 발록과 어린 소년.
양 쪽에서 괴물 둘이 천유성을 압박해왔다.
저벅.
테레사 쪽에서도 또 다른 귀환자가 접근한 상태였다.
순백의 갑주와 일렁이는 황금색 물결. 온갖 종류의 신성 버프가 중첩된 중세의 기사였다.
“동류와의 전투는 처음입니다.”
짧은 흑발을 한 묘령의 성기사가 테레사를 위아래로 훑었다.
성기사와 성기사.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왔으나, 그 근간은 같았다.
“당신은… 신성력을 다루면서도 저들 편에 선 건가요?”
“신을 찾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깨달았거든요. 하지만….”
흑발의 성기사가 테레사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타락까지 진행되었던 자가 신성에 대해 논하다니 어이가 없군요. 당신이야말로 가장 어둠과 가깝게 있는 자가 아닙니까?”
정곡을 찌른 한 마디.
조금 전까지 투지를 불태우던 테레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물론, 제가 부족해서 소중한 이들에게 상처를 입힌 건 사실이에요. 허나, 그들 덕분에 다시 원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어요.”
흔들리지 않겠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테레사가 고유성창 ‘세라핌’ – 태양과 달의 노래를 발동합니다!]왼손의 방패에는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자비의 빛을.
그리고 오른손의 검엔 무자비하게 적을 쳐낼 수 있는 어둠을.
서로 다른 기운이 완전한 형을 갖췄다.
*
대부분의 주력이 투입된 것은 역시나 진혁과 메드레이가 있는 곳이었다.
무려 열둘.
각기 다른 능력을 보유한 귀환자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콰콰콰콰콰쾅!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바뀌어버린 풍경이 살벌하기 짝이 없다. 소수가 벌이는 전투라고는 상상이 안 가는 장면이었다.
“이야, 진짜 강자들만 모아두긴 했네요. 귀환자들이란 놈들은.”
진혁이 휘파람을 불었다.
“……제일 위험한 처지에 처한 자치곤 너무 방관자인 것 같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인지하고 있는 건가?”
메드레이가 기가 막히다는 듯 물었다.
물론. 인지하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이 가세했다고 해서 승리가 확정된 게 아니라는 것 또한 자알 알고 있지.
그럼에도 이토록 이죽이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까 전부터 보이지 않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시공간이 합쳐진 직후 자리를 떠서 새로운 임무를 달성하고 있는.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시간은 내 편이야.’
태고의 존재들과 귀환자 셋이 개입한 순간부터 나머지 귀환자들 역시 끼어들 수 있다고 상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플랜 B를 세워뒀다.
앙헬리스의 전투 시뮬레이션에 일진일퇴를 반복하며 어울려주고 있는 것도.
메드레이라는 히든 카드를 사용해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모두 그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
같은 시각.
탑의 밖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형 길드들이 전부 모이는 가장 큰 이벤트.
바로 각성 테스트였다.
시련의 탑을 등반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 만큼 당연히 전 세계 국가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을 터.
특히나 가장 많은 지원자가 참가하는 미국의 각성자 테스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지원자 수는?”
미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인 엔드류 레이덤이 1층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바라봤다.
얼핏 봐도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모여 있었다.
“1차 선별된 인원만 69,520명입니다.”
“작년보다 2만 명 가량 늘었군.”
“예. 말이 안 되는 증가폭이죠.”
비서가 자료를 살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기초 테스트를 실시했는데도 저 정도라니.
최소한의 마력 수치와 신체능력 그리고 전투 및 후방 보조 계열 고유능력을 보유한 자의 숫자가 이 정도라는 뜻.
탑 랭커 플레이어들은 대형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숫자는 아무리 많아 봐야 의미 없네.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지.”
“맞는 말씀입니다.”
어느새 시련의 탑 공략이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다.
90일이란 타임 리미트는 갈수록 옥죄어 오고 있는 상황 속, 수천의 이리 떼가 아니라 호랑이 한 마리 한 마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지원자 ‘짐 스미스’는 C급에 선정되었습니다.] [지원자 ‘아델 에밀리아’는 D급에 선정되었습니다.] [지원자 ‘이엘 켄살바도르’는 D급에 선정되었습니다.]세상은 그리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간신히 기준치만을 통과한 이들이 몇 시간째 쏟아졌다.
그나마도 사상자가 속출하는 미궁과 유적 공략으로 인해 언제나 인원이 부족한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은 눈에 불을 켜고 움직였다.
각성 테스트를 공개전환으로 바꾼 뒤 스카웃 경쟁은 경쟁을 넘어 과열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특히나.
띠링! 띠링! 띠링!
[지원자 ‘에일리 크리스탈’은 A급에 선정되었습니다.]A급이 뜨기라도 하면 테스트 장소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오, 오오오오!”
“자, 잡아!”
“우리 길드로…!”
“어림없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가 데러간다.”
스카우터들이 미친 듯이 알림이 난 섹터를 향해 달려갔다.
2만 명 중 1명 꼴.
A급의 등장은 그야말로 테스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외각에 있는 섹터에서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여타 수험생들과 달리 너무도 여유로워 보이는 이가 있었다.
“그래. 이런 역할이란 말이지.”
백발의 남자가 키득이며 마정석에 손을 갖다 댔다.
통상적으로 전력을 다해 가격하거나 고유능력을 사용해 흠집을 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뭐 하는 짓이래?”
“포기라도 한 건가?”
주위의 비웃음이 커져갔다. 돌아다니는 감독관들 역시 이상하다는 눈으로 남자의 행동을 바라봤다.
그런데 손에서 은은한 빛이 퍼진 순간.
마정석이 우그러진다.
아니, 우그러지는 수준이 아니라 질량은 그대로인 채로 압축되고 있었다.
더.
더욱 더.
콰드득…!
까드드득….
직경이 2m가 넘는 두꺼운 광석은 어느새 지팡이 수준까지 가늘어져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저게 말이 돼?”
쿠쿠쿠쿠쿠쿠!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 테스트 장 전체를 짓눌렀다.
“자 경배해라.”
남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풀처럼 싱그러운 미소엔 그 어떤 것보다 차가운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으니.”
독이 든 성배가 세상에 풀어졌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황금과 보석들로 치장된 채.